얼마 전 처음 인사드렸던 케빈황이라고 합니다.
하루님과 뭉크님의 소개로 Backcountry Camping을 소개받고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첫트레킹을 이곳에 계신 좋으신 분들과 함께 인연맺고 싶었으나
소소한 일들이 겹쳐서 그냥 편안하게 단독으로 첫트레킹을 다녀와 보았습니다.
다음번 트레킹에서는 여러분들과의 즐거운 일정 기대해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op.68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작품68
'선별적 기억'이 주는 섬짓할 정도의 기록은 때론 스스로를 놀라게 합니다.
아직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
이 노란색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의 테이프는
당시 성음에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었고,
중학교 1학년 14살 앳된 소년이었던 손에
스스로 처음 구입하였던 클래식 테이프였습니다.
바흐에서 바그너의 반지속에 팽팽 뫼비우스의 띠인양 돌던 혼돈들은
어쩌면 이 전원교향곡이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와 오버랩 된 듯 했고,
브란덴브르그 협주곡 1,4,6번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원전음악속의 쳄발로 소리는
소년의 심장을 지독히도 켜대었고
캐더린배틀의 신년음악회의 유혹적인 목소리는 칼라스를 잊고
마를린 혼을 잊고
이젠 어느덧 주름진 그녀의 완숙한 모습에서 내 이마의 주름도 함께 바라봅니다.
살아가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것은
아마도 가장 오래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14살 어린 소년
큰 숨 들이쉬고 처음으로 물건이란것을 사보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저 노란색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처럼 또렸합니다.
인상주의에 의미를 두며 살아갑니다.
작은 점 하나하나가 모여
그 순간 순간 변화의 '찰나'를 기록하고 '기억'하며
그렇게 살아갑니다.
미술사는 전공이나 그 깊이를 손뼘질 하기 전에
그냥
청년이 바라보는 세상이었습니다.
뉴욕에서의 20대 대학시절은
와인이라는 가벼운 휴식을 주었고
이순간도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듯하며
새로운 bottle를 테이스팅 하는 순간순간이
설레임과 향긋함에
잠시 잠시 살아가는 고단함을 그 향기에 가두어 봅니다.
팝아트는 벨라스케스의 빛의 정의보다
100곱절만큼 나에게 친절하지만
어쩜
이런 냉소적 '산출물'의 실크스크린은
리히텐쉬타인의 힘차게 쏘아 올리는
'질문'의 전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하면서
90년대 중반 어느날
구겐하임뮤지엄의 소라모양 꼬불길을 내려왔읍니다.
나오면서 물끄러미 바라본 구겐하임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축하하는
소라뿔 처럼 보였습니다.
리히텐쉬타인의 '전투'는
96년 서아프리카 앙골라 전선에서
그 긴장감과 지독함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속의 앙골라는
반군의 손에 쥐어진 M16과 정부군의 손에 쥐어진 AK 소총속에서
미국에서 교육받고 중요한 시기를 형성지어온 내 머릿속을
잭슨폴록의 롱아일랜드 프로젝트 보다
더 혼란스럽게
시선을 자극했습니다.
Caterham 그 짜릿한 시골길의 무모한 달리기도,
겨울산 아름다움속에 숨겨진
동화속의 마녀도,
자극이 주는 잠시의 마취제는
눈속에서 녹아내리고,
무모함 주는 짜릿함의 일탈이나,
캐나다 어느 가을을 기억해보려고 애써본
한국의 어느 가을 강변에서도,
그냥 내 본래 그대로의 모습
내가 편안해 하는 모습
내가 찾아야 하는 '본질'로의 'definition'은
보라색 우울함속에 웃음으로 덮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벽난로에서 튀어나오는 기차를 끝없이 바라보게 하는
르네 마그리트의 '못된 질문'들은
때론
내 심장을 뚫고 나오는 경적을 느낍니다.
터너의 기차가 안개속에서
마치 호그우드로 향하는 플랫폼을 떠나는 경적소리처럼 느껴져도
난 언제나 '답'을 구하려고 애써봅니다.
휴식이 필요했었고..
이젠
숲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쟌느..
난 당신을 찾아 숲으로 들어갔어..
숲에는
14살 소년의 노란색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의
6번 교향곡과 그 기억들이
내 시선과 함께 자라고 있었습니다.
주름진 마흔의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도
그 반짝임의 감동은
가슴속에서 아직 스며댑니다.
나는 이곳에 있으며,
준비라는 고민을
한틈도 잊지 않고 있으며,
어느 자리에 있건..
내가 지켜오고
내가 다져오고
내가 반짝이던
스스로의 작은 점들을
소중하게
그려 나가려고 합니다.
연인산 첫출정..
물 한모금
그 소중한 달콤함
휴식하고,
내 스타일대로 편안하게 즐겨봅니다.
동행인들의 첫 트레킹을 위한 작은 준비물
작은 셀레브레이션 디너를 위한 디종 머스타드도 준비했고,
나파밸리의 메를로 한잔도 잊지 않았습니다.
작은 키친
호형호제 고깃집 아저씨
"오늘은 안심스테이크로 줘? 뭐 좋은일 있나보네?"
"아..네.. 그냥 친구들하고 즐거운일 있어서요.."
세상 무슨일을 해도
편안하게
내 스타일대로
'오늘 준비된 와인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산 메를로 입니다.'
산속이라고
와인병이 무겁다고
내가 못들고 올줄 알았니?
그냥..
내 스타일대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거 같이 나누는 작은 기쁨..
숲속의 작은 만찬
"굽기는 맘에 드시나요?"
깊은 숲의
깊은 휴식
긋모닝~
긋모닝 블랙퍼스트
숲이 주는 잠시의 편안함
14살 소년의 기억을
채곡채곡 어깨에 짊어지고
40살 아저씨는
다시 걷습니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을 정의하는
바그너만큼이나 어려운 숙제들에
다시 한번 매달려보려고 합니다.
- 2009년 한여름 첫 트래킹 -
가평 연인산 후기
(사진출처: 바람따라님)
함께한 폴슨님, 바람따라님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From KEVIN'S NOTE
첫댓글 멋진후기 잘보구 갑니다. ..... 산에서 뵙기를 ...
내스타일대로....누가 뭐라해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죠~^^ 후기 잘보고 갑니다..
멋지군요...^^
한편의 필름이 스쳐지나는 느낌입니다.. 문뜩 생각을 하게끔 하는 글귀도 있고 즐감하며 갑니다^^
후기 좋네요..잘 보고 갑니다 ^ ^
멋진 후기입니다
연인산과 함께 한 후기는 케빈황님의 마음과 생활을 한눈에보는듯한 자서전 같고 그리고 생생한 사진도 멋지구요 제가 가장 써보고싶은듯한 한편의 소설같기두 하구 , 그래서 후기는 나를 알릴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합니다
연인산 저도 5일날 가봤는데요 비박하기 딱인 폭신한 잣나무 낙엽이 깔려있고 계곡이 약 8키로 정도로 좋은 곳입니다. 멋진 후기 감
사진에 놀라고 글솜씨에 더 놀라고.. 흠잡을때 없는 장비며 외모ㅋㅋ - 멋진 인생... 보기 좋고 부럽습니다. 최고네요^^
참 독특한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케빈황님. 반갑습니다! 보고 또다시 보는 뭔가를 생각하고 음미하게 하는 멋진후기. 잘 보았습니다.
원본 게시물 꼬리말에 인사말을 남깁니다.
병이 이쁘네요 이런 와인은 오데 가야 살수 있나요 후기 잘 봤습니다
저런 와인을 파는것이 아니고 날진의 플래스크입니다. 병채가져가면 무거워서 와인을 그 안에 따른 것입니다. 와인용으로 따로 준비했는데 적절하니 좋습니다.
여기서 또 보게 되네요~ㅎ 이제 우리 어디로 갈까요? ^^
자서전을 보는 느낌이네요.....멋있는 인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시는군요...ㅎㅎㅎ
와...짱 이에요....^^
이야~ 감탄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박식과 즐기는 자세, 아름다운 자연... 무엇하나 빠짐이 없네요. 웨스턴 스탈의 식단도 무척 마음에 듭니다^^ 바람따라님, 폴슨님이 부럽습니다^^ / 깨끗한 오알 양념통의 구석구석 찌든 때가 더이상 씻겨지지도 씻을 필요도 없다고 느낄 적에 한뼘은 더 깊어진 와인향 같을 케빈님의 숲여행기도 잔뜩 기대합니다!!!
케빈황님 이번에 반가웠습니다. 정말 다음은 어디로 가세요? *^^*
완벽하네요.... 완벽.
멋지게 사시네요. 수많은 후기를 보기도 하고 쓰기도 했지만, 이런 독특한 구성의 후기는 처음봅니다. 역사네요. 정말 잘 봤습니다...
순간 시간이 멈춘 느낌 이네요 ^^...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일이 있어 연인산에 못 갔는데....아쉽네요... 뭉크님, 하루님, 해든실님과 좋은 시간 가질 수 있었는데... 조만간 꼭 뵙겠읍니다~~~~~*^^*
장마비로 컴컴한 오후가 후기를 보니 환하게 밝아지네요^^*
아~부러버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느끼며멋진 후기글에...부럽기도 합니다...
무모하게 떠나본 첫 트레킹의 느낌보다 오지캠핑분들의 넉넉한 '시선'이 더 여유롭습니다. 즐거운 인연 가득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두 언제 산속에서 만찬을 즐길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넘 부럽습니다...즐거운 트레킹,,잘 읽었습니다.
반지가 하버드 반지인가요?
꼼꼼하시네요 ㅎ 그 옆동네 쯤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