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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말고 결혼] 01
S#1. 즉결심판 법정 D
판사 : 사건번호 3292 피고인 주장미 나오세요.
비장한 얼굴의 장미, 피고인석에 서면.
S#2. 즉심법정 밖 D
급히 달려오는 기태, 검문검색대 통과하는데 삑!!! 황급히 핸드폰 꺼내면.
S#3. 즉결심판 법정 D
판사 : (장미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지속적 괴롭힘으로 벌금형 인정하십니까?
장미 : (자조적인 웃음 흥.. 흘리면)
S#4. 즉심법정 밖 D
다시 삑!!! 기태, 서둘러 손목시계 푸는데 급한 마음에 잘 풀리지 않고.
법원경위, 초조해 보이는 기태를 수상쩍게 쳐다보고.
S#5. 즉결심판 법정 D
판사 : (흘끗 보더니) 피고인, 스토킹 행위를 인정하는지 묻고 있습니다.
장미 : (순간 웃음기 싹 지우고) 제가 미친년이죠.
판사 : (??? 본다)
사람들 : (일제히 장미를 보면)
장미 : (스스로에게 화나는) 저 진짜 돌았었나 봐요..!
S#6. 즉심법정 밖 D
손목시계까지 풀었는데도 삑!!! 아 또 뭐야! 돌겠네...!
기태 : 죄송합니다, 제가 좀 급해서, (그냥 확 뛰어 들어가 버리려는데)
법원경위 : (붙잡으며) 어어? 어디 가세요!
기태 : 안에 제가 꼭 증언을 해줘야 되는 사람이 있거든요!
법원경위 : 누구요, 어떤 관계신데요?
기태 : (어떻게 말하지? 살짝 난감한 표정)
S#7. 즉결심판 법정 D
장미 : 제가 그랬거든요 그 새끼한테..
S#8. 즉심법정 밖 D
기태 : (다급히) 결혼할 사람입니다.
S#9. 즉결심판 법정 D
장미 : 결혼하자구!
쿵! 문이 열리며 법정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문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장미, 기태와 눈이 마주친다.
장미 : ...! (저 새끼가...!!)
기태 : ...! (보면)
S#10. 타이틀 <연애 말고 결혼> “제1회. 예의바르게 이별하는 법”
S#11. 호텔 룸 D
잔뜩 업된 기분으로 거울 앞에 선 장미, 예쁜 원피스를 입으며.
장미 : (노래) 나랑 결혼해줄래~ (등 뒤로 팔 돌려 지퍼 올리려고 낑낑)
S#12. 공기태 성형외과 수술실 D
수술가운을 입는 기태, 간호사1이 등 뒤에서 매듭을 묶는다.
간호사1 : (매듭 묶어주며) 앵글 말라 서지은 환자 준비됐습니다.
(*자막 angle, malar reduction : 사각턱축소수술, 광대축소수술)
기태 : (알고 있다는 듯 무심한 표정)
S#13. 호텔 룸 D
장미 : (샴페인 병 마이크처럼 잡고) 나랑 평생을 함께 살래~ (얼음에 꽂으면)
S#14. 공기태 성형외과 수술실 D
환자 입에 기구를 넣어 벌리고 위 어금니 쪽에 메스를 가져가 절개하면.
S#15. 호텔 룸 D
장미 : 우리 둘이~ 알콩달콩~ (흰 침대 시트 위에 붉은 장미꽃을 확!!! 뿌리면)
S#16. 공기태 성형외과 수술실 D
위이이잉 작은 드릴 소리와 함께 기태 얼굴에 붉은 피가 쫙!!! 튄다. (뼈 절골하며 주변 혈관 건드려 피가 튄)
눈 하나 깜짝 않는 기태,
간호사1이(장갑을 끼지 않고 옆에서 챙겨주는 간호사 : 써큐레이팅 널스) 흰색 작은 수건으로 찍어내듯 닦아주는데.
기태 : 괜찮아요. (전혀 개의치 않고 수술에 집중하며) 보비.
(Bovie knife : 전기소작기. 전기를 이용하여 조직을 박리, 절제하거나 지혈할 수 있는 수술도구)
S#17. 호텔 룸 D
장미 : (모든 세팅 끝내놓고 핸드폰 만지작) 왜 이렇게 안 와?
S#18.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 징- 징- 울린다.
S#19. 공기태 성형외과 수술실 D
간호사2 : (당황하며) 피가 안 잡힙니다!
기태 : (전혀 흔들림 없이 침착. 차가운 눈빛) 이리게이션. (irrigation : 세척)
간호사2 : (세척하면)
기태 : (바로) 석션. (Suction : 흡입) 바이폴라. (bipolar : 집게 형으로 생긴 전기 소작기의 한 종류)
간호사2 : (안도하며) 잡았어요!
S#20. 호텔 룸 D
장미 : 받았다! (드디어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어디야?
S#21. 원장실 D
기태 : (땀에 전 두건을 벗으며, 핸드폰 들고) 지금 출발해. 얼마나 대단한 중대발표를 하려고 자꾸 재촉이야.
S#22. 호텔 룸 D
장미 : 오빠 눈으로 직접 확인해! (전화 끊고 케이크에 초 꽂는다. 흐흐..)
S#23. 호텔 앞 N
호텔 앞에 와 서는 기태 자동차.
기태 : (차에서 내리면서, 핸드폰 전화 걸고) 도착했다.
S#24. 호텔 커피숍 N
기태 : (계속 통화하며, 안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어딘데? 너 안 보이는데?
저만치 창가자리 맞선녀, 이쪽을 향해 조신하게 손을 들어 보인다.
기태 : ...! (멈칫) 넌 안보이고 웬 낯선 여자가 손을 흔든다? 나한테 눈웃음까지 치는 걸로 봐서.. 그러니까 이 상황은.. 설마...
(어금니 꽉 깨물고) 이훈동...?
S#25. 호텔 복도 N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그 안에서 내리는 훈동.
훈동 : (핸드폰 들고 낄낄대며) 기태야 진짜 미안하다! 니네 어머니 니가 더 잘 알잖아. 내가 무슨 수로 니 어머니 부탁을 거절해.
기태E : 너 지금 어디야?
훈동 : (살살 약 올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어. 나도 마침 같은 호텔에서 약속이 있었거든.
(어느 방 앞에 서서) 좋은 시간 돼라! (전화 끊고)
훈동, 초인종 딩동! 누르면 문 열리고 화면 가득 나타나는 장미의 얼굴.
장미 : 오빠아아! (반갑게 맞이하면)
훈동 : 많이 기다렸찡? (쪽쪽쪽 뽀뽀 시늉하면서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S#26. 호텔 룸 N
훈동 : (멈칫..! 입술 내민 채 멈춤 동작.. 이건 뭐...?) !!!
테이블 위에 차려져있는 촛불 켜진 케이크와 샴페인...!
장미 : (케이크 양손으로 들어올리며) 서프라이즈!
1차 경고음 약하게 삐- “서프라이즈!” 빨갛게 번쩍이는 글씨.
장미 :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훈동 : (가슴 덜컹 내려앉으며) 어...??
2차 경고음 조금 강하게 삐--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훈동 : (애써 침착하게) 내가 잊어버렸을까봐? 우리 1주년 기념일이잖아.
장미 : 그건 지난 주였고.
훈동 : (당황) 어 그럼..
장미 : 오늘은, 우리가 여기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야.
훈동 : 어...?
장미 : 호텔에서 만나는 거 이제 그만하자고.
훈동 : 그게 무슨 소리야..?
장미 : 호텔 말고 우리 둘만의 공간에서 매일 밤 같이 잠들고, 평생 함께 아침을.. (진심을 담아 말하는데)
3차 경고음 강하게 삐이이이!!! “둘만의” “매일” “같이” “평생” “함께”
위기에 몰린 훈동, 이리저리 재빨리 눈동자 굴리며 도망갈 곳을 찾는다.
문? 창문? 화장실? 번갈아 보다가 경고음이 극에 달한 순간,
훈동 : (후!!!!!!!! 촛불을 불어 꺼버린다. 동시에 경고음도 뚝.)
장미 : ???
훈동 : 미안, 내가 좀 급해서 화장실 쫌...! (배를 움켜쥔 채 후다닥 화장실로 도망가면)
S#27. 호텔 커피숍 N
마주 앉은 기태와 맞선녀 앞에 웨이터가 커피 한 잔씩 내려놓는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기태 핸드폰 징- 메시지 온다.
기태 : (핸드폰 보면)
훈동E : 살려줘!
기태 : ?
S#28. 호텔 룸, 화장실 N
샤워기 물 틀어놓고 변기에 앉아있는 훈동. 불안 초조한 얼굴.
훈동E : (핸드폰 위 다다다 움직이는 손가락) 이 여자 나랑 결혼하고 싶은가봐!
S#29. 호텔 커피숍 N
심드렁하게 핸드폰 들여다보는 기태,
기태E : (핸드폰 위 움직이는 손가락) 이 여자도 나랑 결혼하고 싶은 듯.
맞선녀 : (핸드폰만 쳐다보는 기태를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큼! 작게 헛기침)
기태 : (핸드폰 내려놓고) 아 죄송해요. 어디까지 얘기했죠?
맞선녀 : 아직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요.
기태 :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죠. 궁금한 거 뭐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맞선녀 : 아 네.. (잠깐 생각하다가) 어디 사세요?
기태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남이요. 강북이냐 강남이냐 그거 물어본 거죠?
맞선녀 : 네? 아니요 제 말은..
기태 : 아 좀 더 구체적으로? 주상복합이요. 부모님 명의. 큰 평수는 아니지만 혼자 살기엔 뭐 꽤 그럴싸해요.
연예인도 몇 명 살고. 초역세권입니다.
맞선녀 : (당황) 네에...?
기태 : 아 물론 저야 전철역 가까운 거 별 의미 없죠 차가 있는데. 남자가 차도 없는 줄 알고 당황하셨나 보다. 다음 질문?
S#30. 호텔 룸 N
장미 : (화장실 문 앞을 서성이며) 오빠 괜찮아? 배탈 났어?
훈동E : (안에서) 어어.. 금방 나갈게..
S#31. 호텔 룸 화장실 N
밖에서 들려오는 장미 목소리가 훈동의 숨통을 조인다. 핸드폰만 붙들고 다리 달달달 떨며.
훈동E : 나 지금 화장실에 갇혀있어!
기태E : (핸드폰 메시지 오는) 그냥 싫다 그러고 나와.
훈동E : (핸드폰에 다다다다) 어떻게 이 상황에 면전에 대고 끝내? 난 너처럼 여자한테 막말 못한다고!!
밖에서 똑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
장미E : (밖에서) 오빠? 훈동오빠??
훈동E : (멘붕!) 이제 문 두드리기 시작했어! 일단 나 좀 여기서 꺼내줘!!
S#32. 호텔 커피숍 N
맞선녀 앞에 앉혀놓고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기태.
맞선녀 : (그래도 애써 웃으며) 성형외과 의사라 예쁜 여자 많이 보시죠?
기태 : 예뻐지고 싶은 여자를 많이 보죠. 그 여자들이 돈을 많이 싸들고 오구요.
병원은 잘 되는지, 궁금하신 게 그거면 잘 됩니다. 집 있어 차 있어 병원 있어. 괜찮죠?
맞선녀 : (허...!)
기태 : 자 내 패는 다 깠고, 이제 그쪽 차례네요. (거만하게 눈 착 내리깔고 핸드폰으로 훈동에게 똑같이 메시지 보내며)
뭘 얼마나 주실 수 있죠?
맞선녀 : 네...?
S#33. 호텔 룸 화장실 N
훈동 : 얼마나 줄 수 있냐고? (핸드폰 다다다 E) 우리가 남이냐?
기태E : (핸드폰에 메시지 뜨면서) 남 아니지. 건물주와 세입자지.
훈동 : 친구끼리 삭막하게. 우리 엄마가 건물주지 내가 건물주야?
S#34. 호텔 커피숍 N
맞선녀 : (불쾌한) 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기태 : (악의 없이 씩 웃으며) 이상적인 결혼이라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쪽한테 없는 게 나한테 있고
나한테 없는 게 그쪽한테 있고 그래서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는 거. (징- 울리는 핸드폰, 보면)
훈동E : 2년간 월세 동결.
맞선녀 :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아까부터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기태 : 아 이거? 실은 위에서 누가 방 잡고 나 기다리거든요. 올라갈까 말까 줄다리기 중인데,
그쪽이 제안하는 거 들어보고 최종결정하려구요.
맞선녀 : (머리끝까지 열!) 뭐어???
훈동E : (핸드폰에 메시지 도착하며) 3년!
기태E : (핸드폰에 타다닥!) 콜!
맞선녀 : (물컵 턱! 잡으면)
기태 : (맞선녀의 행동을 꿰뚫은 듯, 핸드폰 치우고, 안경 벗고, 눈 질끈 감는다.
세 동작이 착착착! 한 치의 오차 없이 번개처럼 빠르고 정확하다!)
맞선녀 : (쫙!!! 기태 얼굴에 냉수 끼얹는다)
S#35. 호텔 룸 N
초인종 소리.
장미 : (누구지?) 룸서비스 시켰어? (갸웃, 문 열어주면)
기태 :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쫄딱 젖은 꼴로 서있다)
장미 : ......! (흠칫!) 누구세요?
기태 : (물에 젖은 생쥐 꼴인 주제에 젠틀한 미소로 정중하게) 처음 뵙겠습니다. 훈동이 친구, 공기태라고 합니다.
장미 : 네...? (얼떨떨 서있는데)
기태 : (방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버리고)
장미 : 어?? 이봐요!!
기태 : 화장실이 어디에요? 여긴가? (화장실 문 쿵쿵! 두드리면)
훈동 : (화장실에서 문 열고 나오고)
기태 : 화장실 좀 쓰자. (훈동을 끄집어내고 자기가 들어가면)
장미 : (어리둥절) 어떻게 된 거야? 정말 오빠 친구야?
훈동 : 어? 어어 그럼, 친구지 그럼.
장미 : 근데 왜 저러고 나타난 건데?
화장실 안에서 대신 대답하는 기태.
기태 : (수건으로 대충 툭툭 털며) 아 이거요? 별 거 아니에요. 맞선만 나가면 매번 이 꼴이에요.
냉수도 맞고 커피도 맞고. 심하면 따귀도 맞고.
장미 : (썰렁) 아니 왜...?
기태 : (화장실에서 나와서) 뭐 제가 되게 별론가 보죠.
(방안을 쓰윽 둘러보며) 보니까 여기도 내가 낄 자리가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제가 방해한 거죠?
장미 : 솔직히 좀.. (미안한 얼굴로 웃어 보이며) 중요한 순간이었거든요 저희.
기태 : (훈동에게 툭) 수건 잘 썼다. 갈게.
훈동 : (헉!) 야 그냥 가게? (얼른 붙잡으며) 널 이 꼴로 어떻게 그냥 보내! (장미 눈치 보며) 너는 내가 제일 아끼는 친군데..!
기태 : 제일 아끼는 친구라 그렇게 아무 여자나 찍어 붙여주는 거냐? 싫다는데도 억지로!
그럼 나는 또 얼굴에 냉수 맞고 커피 맞고 우리 어머니 얼굴엔 먹칠하고.
훈동 : (기태한테 어깨동무하며) 알았다, 내가 미안하다. 술 살게. 나가자!
장미 : 어 잠깐만! (가로막고) 나간다고? 지금? 나는??
기태 : (어깨에 걸쳐진 훈동 팔 풀며) 그러게, 어떻게 여자분만 혼자 두고 가냐. 술은 뭐 여기도 있네!
(장미가 준비한 샴페인 병 집어들고)
장미 : 어어 그건!! (말리려는데)
기태 : (펑!!! 마개 따버리고)
장미 : (씨이...!)
기태 : (샴페인 잔에 따르고) 건배할래요?
장미 : 저기, 죄송한데요.. (하는데)
기태 : (툭) 처음이거든요. 훈동이가 자기 만나는 여자 소개시켜준 거.
장미 : (응? 정말? 훈동 쳐다보면)
훈동 : (흐으.. 어색한 미소)
기태 : 보기 좋네요. (허공에 혼자 건배하고 샴페인 홀짝 마시면)
장미 : (슬쩍 기분 좋아져서) 하긴.. 저도 오빠 친구 만난 거 처음.. (하는데)
기태 : (손가락으로 푹 케이크 찍어 먹고)
장미 : ..이지만, 아무리 처음이라도 그렇지이! 그 케이크는...!! (울상)
기태 : 아 미안. 당 떨어져서. (짐짓 침대 쪽으로 가며) 갑자기 좀 어지럽네..
하트 모양으로 장미꽃잎 뿌려놓은 침대에 그대로 몸을 던질 기세.
장미 : (헉!!!) 어어어 잠깐! 거긴 안 돼요!! (급한 마음에 기태를 살짝 밀었는데)
기태 : (오버해서 휘청) 어...??
훈동 : 기태야!!! (달려가서) 너 괜찮아? 장미 너, 내 친구한테 뭐한 거야?
장미 : 어? 난 그냥 살짝 손만 댔는...
기태 : 역시 내가 방해가 된 모양이네. 나 그냥 갈게. (성큼성큼 방을 나서는데)
훈동 : (쪼르르 따라가며) 야 너 괜찮겠어? 운전할 수 있겠어??
기태 : (문 붙잡고 서서) 모르겠다, 어디 가드레일이라도 확 받아버리지 뭐. (장미에게) 좋은 시간 되세요! (문 쿵 닫고 가버리면)
훈동 : (얼른) 아무래도 저 녀석 내가 집에 데려다 줘야겠다.
장미 : 근데 나 오늘은 진짜..
훈동 : (정색) 장미 너! 오빠를 여자에 미쳐 친구도 못 알아보는 놈 만들 거야?
장미 : 그건 아니고. 그럼 나도 같이..
훈동 : 어허 그래두! 너 고작 이런 애였어? 너 진짜 이렇게 안 봤는데..!
(에이 쯧! 화난 듯 홱 돌아서서 나온다. 순간 씨익.. 웃는데서)
장미 : ... (뭔가 순식간에 당해버린 듯 얼떨떨한 얼굴에서)
S#36. 호텔 앞 N
훈동 : (뒤통수가 땡기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면)
기태 : 뭘 자꾸 돌아봐. 미련 남아?
훈동 : (잰걸음으로 종종종) 쫓아 나올까봐 무서워서.
기태 : (한심하게 보더니) 확실하게 끝내.
훈동 : 그래야지. 확실하게, 예의바르게..
S#37. 실내 수영장 D
풍덩!!! 물에 뛰어드는 기태.
타다닥 타이핑되는 자막 “예의바르게 이별하는 법 1 : 잠수”
S#38. 백화점 여직원 라커룸 D
여직원들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머리 만지느라 분주한데 그 한쪽 구석에 혼자만 동떨어져 웅크리고 있는 장미.
장미 : (심각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위로)
훈동E : 처음 며칠은 애가 타겠지. 무슨 일 있나 걱정도 하고.
장미 : 아.. 다음엔 어떻게 프로포즈하지...? 여행을 가자고 해볼까??
(손가락 딱!) 그래! 아무한테도 방해 안 받게 섬 같은 데루! (해맑게 힛!)
S#39. 실내 수영장 D
썬베드에 나란히 앉아있는 훈동과 기태.
훈동 : 지금쯤 살금살금 내 SNS 같은 거 뒤지고 있을 걸? (스마트폰으로 SNS 프로필 바꾸는) 이 시점에 딱 요런 거..
SNS 프로필에 적힌 “러브 포에버~” 지우고 “변하니까.. 사랑이다”
훈동 : 변하니까 사랑이다.
기태 : (흘끗 보더니 픽)
S#40. 백화점 명품매장 D
백화점 조명 아래 반짝반짝 빛나는 명품 핸드백, 지갑, 구두, 옷..
그 한쪽에 어울리지 않게 폴더형 2G폰 들고 서있는 장미.
장미 : 이상하네? 왜 전화를 안 받지??
현희 : 그 사람 SNS라도 들어가 보든지.
장미 :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음성 안내 흐르고.. 전화 끊으면)
현희 : (헐!) 아직도 2G폰 써요? 아 좀 바꿔요!
장미 : (전혀 상황 파악 못하고 갸웃거리며 다시 전화해보는 위로)
훈동E : 몇 번 그냥 씹으면, 지도 열 받아서 더 이상 연락 안 해.
S#41. 와인바 N
잠 못 잔 듯 퀭한 눈으로 와인잔을 들여다보는 훈동.
기태 : 어제도 새벽에 전화 오고 문자 오고 그랬냐?
훈동 : 어 뭐.. 어제가 삼 일째였으니까 딱 고비였지.. 이제 괜찮을 거야.
훈동 꺼져있던 핸드폰 전원 켜는데, 핸드폰 켜지기 무섭게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 장미다.
훈동 흠칫! 놀라서 도로 전원 꺼버리고.
훈동 : 괜찮아, 며칠만 더 버티면 돼 며칠만.
기태 : (쯧쯧..)
S#42. 백화점 옥상 D
장미 : 뭐지...? 나한테 화 많이 났나...??
현희 : 혹시 언니, 결혼 얘기 같은 거 꺼냈어요?
장미 : 꺼낼라 그랬지! 막 꺼내려는데! 오빠가 하필 그 때 화장실이 급해서..
현희 : 눈치 깠네.
장미 : 아니라니까! 자기 친구 홀대했다고 화난 거라니까!
현희 : 그렇게 상황 파악이 안 돼요? 그 남자 잠수이별 중이잖아. 연락 끊긴지 얼마나 됐어요?
장미 : (살짝 불안해지며) 일주일쯤...?
훈동E : 일주일쯤 지나면 완벽하게 상황 파악 될 거야.
S#43. 봉 위켄드 D
창가 자리 앉아서 차 마시는 기태와 훈동.
훈동 : 요즘 여자들 머리 좋거든. 알아서 자리 털고 일어난다고.
기태 : 찾아오는 여자는?
훈동 : 없어.
기태 : 전혀?
훈동 : 전혀!
기태 : 저 여자는 뭐냐? (턱 끝으로 창밖을 가리키면)
두둥! 저만치에서 자전거 타고 이쪽으로 오는 장미가 보인다.
훈동 : (헉!!!)
기태 : 난 그만 올라간다. (일어나려는데)
훈동 : (기태 손 덥석 붙잡고) 가긴 어딜 가! 3년 월세 동결! 잊었어?
기태 : (어이없고 귀찮은) 호텔에서 구해줬음 됐지 또 뭐!
건물 앞에 자전거를 세우는 장미.
훈동 : 알아듣게 잘 달래서 보내! 너만 믿는다!
훈동 후다닥 주방 쪽 카운터 뒤로 몸을 숨기면 안으로 들어서는 장미.
훈동과 엇갈려 주방에서 나오는 한여름, 장미를 맞이한다. 화이트 셔츠에 블랙 앞치마 차림 섹시한 몸매, 아름다운 얼굴.
여름 : 어서 오세요.
장미 : 저기, 사장님 안 계세요?
여름 : (신기한) 사장님 찾아오는 분도 있네요?
장미 : 네..?
여름 : (태연한) 다들 나 보러 오거든요 여기.
장미 : (뭐지? 보더니) 그 사람 괜찮아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여름 : 별 일 없을 걸요? 하시는 일은 없어도 왔다갔다는 성실하게 잘 하세요.
카운터 뒤에 웅크리고 숨어있는 훈동. “한여름 저 자식..!” 욱해서 몸을 들썩이다가
옆에 쌓여있던 식기류 따위가 와장창 무너진다.
장미 : ?!
훈동 : (헉...!)
장미 : (카운터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 보려는데)
기태 : (쓰윽 나타나 장미 앞을 가로막는다)
장미 : (멈칫) 어...?
기태 : (장미에겐 시선도 안 주고) 여름씨, 자몽주스 테이크아웃 부탁해.
여름 : 네 형님! (카운터 뒤로 돌아가면)
훈동 : (카운터 뒤에 숨어서 여름을 찌릿! 노려본다)
여름 : (배식)
장미 : 호텔에서 그 친구.. (반가워서) 맞죠!! (미안한 얼굴로) 그 날은 제가..
기태 : (마침 울리는 핸드폰 벨) 잠깐만요, 전화가 와서. (전화 받고) 네 고모.
장미 : (살짝 뻘쭘)
S#44. 달리는 공미정 자동차 안 D
공미정 : (운전하며 통화하는) 신봉향 여사 뿔나셨다.
기태E : 왜요?
공미정 : 왜긴, 삼대독자 종손 공기태가 맞선만 나가면 사고를 치는데!
S#45. 봉 위켄드 D
기태 : 그러니까 집안 망신밖에 안 남는 맞선, 이제 그만 볼게요.
공미정E : 얘, 그래도 이번엔 좀 심하게 망신살이었어. 훈동이네 어머니하고 잘 아는 집 딸이라는데,
훈동 어머니께 정식으로 사과드려.
장미, 기태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리며 슬쩍 안을 둘러보는데 쇼케이스 유리 등 어딘가에 반사되어 얼핏 보이는 훈동의 실루엣.
장미 : ...? (갸웃.. 그쪽으로 가보려는데)
기태 : (자연스럽게 쓰윽 가로막으며) 훈동이가 저한테 사과해야죠. 조건 밝히는 된장녀 상대하는 거, 얼마나 피곤한데.
(장미 흘끗 보면)
장미 : (머쓱하게 웃는다. 자기 들으라고 하는 얘긴 줄 전혀 눈치 못 채고)
공미정E : 같이 호텔 드나드는 여잔, 조건 없는 사랑이니?
flashback insert> 호텔 커피숍
기태 : 실은 위에서 누가 방 잡고 나 기다리거든요.
기태 : 아아! 그 여자? (장미를 빤히 보며) 그 여자도 결혼하고 싶어서 난리죠.
그 날도 호텔에서 결혼 한번 해보겠다고 엄청 들이대더라구요.
장미 : (응...? 왜 자꾸 날 쳐다보지? 손가락으로 자기 가리키며) 나...?
기태 : (핸드폰 손으로 막고) 맞선 본 얘기 중이잖아요.
장미 : (웃으며) 아 네 죄송해요.
S#46. 공미정 자동차 D
공미정 : 암튼, 너 혼자 맞선 내보내니까 자꾸 그렇게 사고 쳐서, 이번엔 양쪽집안 어른들 동행하기로 했어.
너도 그런 자리에서 꼬라지 부리진 못하겠지.
기태E : 아 제발! 결혼 안 한다구요 저!
공미정 : 도망갈 생각하지 마. 벌써 너 잡으러 다 왔어.
S#47. 봉 위켄드 D
기태 : (멈칫) 지금요?
공미정E : 오후진료 접고 우리랑 같이 가.
기태 : (표정 굳고) 우리라뇨? 설마...
S#48. 공미정 자동차 D
공미정, 흘끗 옆자리를 보면, 한복 곱게 차려입은 신봉향이 꼿꼿한 자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S#49. 봉 위켄드 D
기태 : (황급히 전화 끊고, 휙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장미 : 어어? 잠깐만요!! (기태 붙잡으면)
기태 : (마음 급한) 뭔데요? 나한테 뭐 할 말 있어요?
장미 : 훈동오빠가 연락이 안 돼서.. 저 원래 남자들 우정 이해 못하고 그런 여자 아닌데..
그 날은 정말로 중요하게 할 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태 : (툭) 그만 하시죠. 보기 안쓰러우니까.
장미 : 네...?
기태 : 다 끝난 거라구. (툭 뱉고 돌아서 나가버린다)
장미 : ......! (가슴이 쿵.. 무너져 내리는 얼굴 위로)
타이핑되는 자막 “예의바르게 이별하는 법 2 : 제3자를 통한 이별통보”
S#50. 건물 앞 / 기태 자동차 안 D
기태 :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나오는데)
장미 : (기태를 붙잡아 돌려세우고) 끝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기태 : 못 알아먹어요? 끝!! (황급히 가버리려는데)
장미 : (옷자락 붙잡고) 훈동오빠가 그렇게 말해요?
기태 : 아 진짜! (뿌리치고) 꼭 말로 해야 아나? 전화 안 받으면 말하기 싫은 거고 안 만나주면 만나기 싫은 거지!
(급히 달려가 자동차에 올라타는데)
장미 : 이봐요! 아직 얘기 안 끝났어요!!
기태, 허둥지둥 시동 걸고 바로 출발하려는데 그 앞으로 휙 몸을 던져 뛰어드는 장미!
장미 : (양팔 벌려 가로막으면)
기태 : (헉!!! 놀라서 끽!!! 급정거)
장미 : (얼른 차에 올라타고)
기태 : 뭐야! 내려!!
장미 : 그런 말을 지껄여놓고! 아무 설명도 없이 어딜 도망쳐요!!
기태 : (신봉향이 오지 않나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아 돌겠네..
장미 : 대체 이유가 뭐래요?
기태 : (하아..) 셋 셀 때까지 안 내리면 억지로 끌어내요. 하나!
장미 : 그날 내가 호텔에서 가지 말라고 붙잡은 것 때문에? 겨우 그런 일로 헤어지자는 게 말이 돼요??
기태 : 당연히 말이 안 되죠, 둘!
장미 : 그럼 다른 여자 생겼대요?
기태 : 그쪽처럼 눈 낮은 여자가 흔한 줄 아나, 셋!
장미 : (끙.. 노려보더니) 그 사람 혹시.. 많이 아파요...?
기태 : (어이없어 풉.. 웃더니) 진짜 모르는 건가 모르는 척 하는 건가?
장미 : ? (울 것 같은 얼굴로 보면)
기태 : 그쪽이 결혼 냄새 풍기니까 도망친 거 아냐!!
장미 : 에...?
S#51. 길 건너 / 공미정 자동차 안 D
저만치 길 건너에 와서 서는 공미정의 자동차.
공미정 : (차 세우고) 저거 기태 아니에요? 웬 여자랑? (얼른 내리려는데)
신봉향 : (공미정의 팔을 붙잡고) 가만. (조용히 지켜보면) ...
S#52. 건물 앞 D
차에서 내린 기태, 장미 쪽 문을 벌컥 열어 재끼고.
기태 : 내려요!
장미 : ... (멍한) 내가 결혼하자 그래서.. 그래서 도망친 거라구...?
기태 : 내리라구! (억지로 붙잡아 끌어내면)
장미 : (뿌리치고) 그거 그냥 그쪽 생각이죠? 훈동오빠 지금 어딨어요?
기태 : 거 참! 훈동이 녀석이 불쌍해져 보긴 또 처음이네! 여자가 이렇게 악착같이 진상 떠는데 어떤 남자가 안 도망치나!
장미 : 뭐라구요...?
기태 : 자,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도 한방에 알아듣게, 내가 쉽게 설명해줄게요.
(친절한 얼굴로 또박또박) 그쪽이 훈동이 돈 보고 결혼하고 싶은 것처럼,
훈동이도 그쪽 얼굴 몸매 보고 만난 거라고. 오케이?
장미 : (머리끝까지 치받는 열!!!)
여름 : (자몽주스 들고 나와서) 형님! 자몽주스요! (하는데)
장미 : (주스 탁!! 낚아채더니 그대로 기태 얼굴에 쫙!!!!!!)
기태 : (주스 뒤집어쓰고) !!!!!!
여름 : (헐...!)
장미 : 니가 뭔데 남의 진심을 함부로 판단해! 니가 뭔데!!!
기태 : 이 여자가 진짜...! (버럭 하려는데)
장미 : 돈 아니었어!
기태 : (보면)
장미 : 난... (낮은 목소리로 툭..) 사랑이었어. (하는데 눈물이 울컥..!)
기태 : ....! (보면)
장미, 눈물 어린 눈빛으로 노려보는 위로 주변 소음 싹 가라앉으면서
주황색 음료 뚝뚝 떨어지는 몰골로 서 있는 기태와, 그 옆으로 지나쳐가는 장미의 모습, 서로 스쳐 지나가면.
여름 : (피식.. 재밌네..)
S#53. 공미정 자동차 안 D
공미정 : (쯧쯧) 또 맞았네, 또 맞았어.
신봉향 : (저 여잔 뭐지...?)
공미정 : 결혼이 어쩌고 진심이 어쩌고 그러는 거 같던데.. 호텔에 같이 있었던 그 여자 아니에요?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신봉향 : (서늘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S#54. 공기태 성형외과 원장실 D
빼꼼 문을 밀고 들여다보는 훈동,
훈동 : 기태야...
기태 : (셔츠를 갈아입으면서) 나가.
훈동 : (미안한 듯) 야아..
기태 : (순간 한쪽에 있던 티슈 확! 집어던지면)
쿵! 얼른 문 닫는 훈동, 그 문 위로 맞고 떨어지는 티슈.
기태 : ...... (묘한 기분으로 거울 들여다보다가 툭..) 기분 더럽네..
S#55. 봉 위켄드 근처 거리 D
자전거 끌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장미..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다.
장미E : (핸드폰 꺼내 들고 문자메시지 쓰는) 나 지금 이상한 말 들었어.. 오빠 친구 공기탠지 뭔지.. 그 사람 뭐야...?
그 사람이 한 말은 뭐고.. 아니지...? 아니지...?? (손이 덜덜 떨려서 자꾸 오타나는데)
그 옆으로 스르르 와서 서는 자동차.
신봉향 : (내려서) 실례 좀 해요.
장미 : ? (보면)
신봉향 : 우리 아들이 힘들게 하나 봐요?
장미 : 네...? (눈 끔뻑끔뻑 쳐다보면)
신봉향 : 같이 호텔에 있었던.. 그 분 맞죠?
장미 : !!! (놀라서 보다가) 그럼... 혹시.. 어머니...세요...?
신봉향 : (점잖게 미소로 답하고)
공미정 : (차 안에서 고개 쭉 빼고 장미를 관찰하고)
장미 : (당황해서 일단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주장미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인사드리게 될 줄 몰랐는데...
신봉향 : 이런 식 아니면 인사 못 했겠죠. 그 녀석 도망다니는 중이죠? 아가씬 결혼 생각이 있는 모양이고?
장미 : ......! (정말이구나...!)
신봉향 : 내일 저녁에 집으로 와요. 그 녀석이 뭐라든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초대하는 거니까.
장미 : ...... (혼란스러운 얼굴에서)
S#56. 공기태 성형외과 D
로비 소파에 앉아있는 훈동, 스마트폰으로 뭔가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훈동 SNS 프로필을 바꾼다. “새로운 시작!”
훈동E : 새로운 시작!
기태 : (에라이! 훈동 뒤통수 퍽! 치면)
훈동 : 아!! (뒤통수 문지르며 돌아보고 반갑게) 어? 좀 풀렸냐?
기태 : 담부터 니 똥은 니가 치워! 알았냐?
훈동 : (살살 웃으며) 미안.. 나두 장미 걔가 그렇게 뒤끝 구릴 줄 몰랐지.
기태 : (그 말에 흘끗 보더니 무심한 척) 그 여자.. 뭐였냐? 너한테..
훈동 : 뭐긴, 여자였지. 처음엔 좀 다르게 느껴졌는데 만나다 보니 다른 여자들이랑 별 다를 거 없는, 여자.
기태 : (관심 없는 척 건조한 말투로) 그래도 그 여잔 좀.. 진심.. 같던데.
훈동 : 너어무 진심이라! 그게 너어무 무거운 거지 나는.
기태 : ......
훈동 : 어쨌든 고맙다 기태야! 니가 막말해준 덕분에 새출발할 수 있을 거 같아!
기태 : 에라이! (한 대 더 맞아라! 뒤통수 때리려 하고)
훈동 : 아 또 왜! (피하는데)
심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으며 병원으로 들어서는 세아. 몸매 드러나는 미니드레스에 선글라스 끼고 또각또각 걸어 들어와.
세아 : 안녕?
기태 : (손들어 인사하고)
훈동 : (눈 휘둥그레 쳐다보면)
코디 : 오셨어요? 옷부터 갈아입으시겠어요?
세아 : (코디를 따라 탈의실로 들어가고)
훈동 : (기태 손을 덥석 잡고) 이 순간에 운명처럼 등장한 저 예쁜 여잔 누구냐?
기태 : (힐끗 보더니) 예쁘냐?
훈동 : 내가 교회는 안 다녀도 신이 존재한다는 건 믿는다. 저건 신의 작품이야!
기태 : 내 작품인데?
훈동 : (낮고 빠르게 속삭이는) 나 좀 소개시켜줘.
기태 : 너도 알 걸?
훈동 : 내가 알아?
탈의실에서 가운 걸치고 나오는 세아, 선글라스 벗은 얼굴.
훈동 : (그제야 세야 알아보고) 어..?
기태 : 벌써 다 갈아입었어?
세아 : 걸치고 온 게 별로 없어서.
훈동 : (코피 팡 터질 것 같고)
기태 : 들어가자. (세아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면)
훈동 : ... (보며) 저 두 사람 아직도 만나...?
S#57. 공기태 성형외과 시술실 D
앉아있는 세아 뒷모습. 가운 풀어 양쪽으로 펼치고, 어깨 맨살이 살짝 드러나 있다.
기태 : (지극히 공적이고 의료적인 태도로 세아 가슴 체크하며) 줄기세포가 지방세포를 증식시키고 수명도 더 연장시키니까,
자가지방만 이식한 것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거야.
세아 : (옆에 선 간호사1이 들고 있는 손거울 보며) 리터치가 필요 없다?
기태 : 니가 만족한다면. (간호사1에게 그만 나가봐도 좋다는 눈짓)
간호사1 : (시술실을 나가고)
세아 : 넌 어떤 것 같아? (툭) 남자로서?
기태 : (의사로서) 이물감이나 어색한 촉감 전혀 없고. 이 정도면 수작이지.
세아 : (픽 웃고, 가운 여미면서) 솜씨는 나무랄 데 없는데 셀카운팅 장비가 없다는 게 좀 아쉽다. 너 우리 병원으로 와라.
기태 : 비싼 장비 쓰는 니네 병원에서 수술하지 그랬냐.
세아 : 내가 내 가슴 쨀 순 없잖아. 내가 나 다음으로 믿는 의사는 너고.
기태 : 나보다 잘 나가는 의사 많아. 니네 병원이면 지원자 줄 섰을 텐데 뭐.
세아 :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라, 3년 전에도 그렇게 말하더니.
기태 : (멈칫, 순간 약간 머쓱해져서) 내가 그랬나?
세아 : 너 아니고 다른 놈일 수도 있고. (쿨하게 뱉고 일어나면)
S#58. 봉위켄드/성형외과 건물 앞 D
세아 밖으로 나오는데.
훈동 : (그 앞으로 스윽 나타나서) 안녕 세아야?
세아 : (보면)
훈동 : 오랜만이다? (느끼한 눈빛으로 씨익 미소 지으면)
S#59. 일식집 룸 N
고급스러운 분위기. 호화로운 코스요리가 서빙 된다.
테이블 위에서 징징 울리는 훈동 핸드폰. 장미다. 헉!! 아직도 포기 못한 거야??
세아 눈치 흘끗 보더니 얼른 거절!
세아 : 여자?
훈동 : 어 뭐.. 슬슬 주변 정리 하는 중이거든. 결혼할 나이도 됐고.. (느끼한 눈빛으로 의미심장하게 세아를 보면)
세아 : 그래서 그냥 도망치는 거야?
훈동 : (멈칫) 도망이라니..! (세아 앞에서 짐짓 허세) 지켜주는 거지. 서로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만 기억하려는 거.
사랑에 대한 예의랄까.
세아 : 사랑이 아니라 널 지키려는 거겠지. 헤어지고는 싶고, 감정소모는 싫고, 이기적이다 너.
훈동 : (머쓱) 아니 나는.. 너도 기태랑 쿨하게 잘 정리했으니까.. 우린 좀 통할 줄.. 알았는데..
세아 : 잘 헤어지는 게 어딨어? 헤어지는 건 다 엿같지.
훈동 : (썰렁) 그럼 세아 너.. 기태한테 아직 감정 있는 거야?
세아 : 있으면 가만 뒀겠니? 벌써 잡아먹었지.
훈동 : 아.. 역시 강세아.. 하하..
세아 : (표정 없는 얼굴로 조용히 식사한다)
S#60. 바 N
혼자 바에 앉아있는 장미. 끝내 전화를 받지 않는 훈동..
장미 : (핸드폰 노려보며 혼잣말) 너.. 정말 끝까지 이럴 거야...?
니가 이런 식으면 나도! 니네 어머니랑 손잡고 너 뒤통수치는 수가 있어...!
핸드폰 턱! 내려놓고, 술 쭉! 마시는데.
훈동 : (술 잔 뺏으며) 이러다 취하겠다.
어느새 장미 옆에 와서 앉아있는 훈동(*과거).
장미 :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잖아!
도로 술 잔 뺏어오는 장미, 술이 달아 죽겠는 얼굴로 맛있게 쪽! 원샷 해버리고,
장미 : 나 화장실 좀.. (일어나다 휘청!)
훈동 : (덥석! 끌어안고)
장미 : (코앞에 와있는 훈동의 얼굴...!)
훈동 : 간신히 참고 있는데.. 니가 이러면 나.. 못 참는다구..
장미 : ... (떨리는 눈빛으로 보면)
훈동 : (그대로 키스해버린다)
그 때는 그래도 예쁘고 설레고 조심스러웠던 첫키스였다..
어느새 훈동 사라지고, 혼자 앉아 훈동의 빈자리 바라보는 장미(*현재).
장미 : (씁쓸한 얼굴로) 얼굴 몸매...? (술 쭉 마시고 술잔 탁!) 잊자!
S#61. 백화점 식당 D
마주 앉아서 쌈밥 먹는 장미와 훈동(*과거).
장미 : (행복한 얼굴로 복스럽게 맛있게 먹으면)
훈동 : 여자들 깨작거리는 거 딱 별론데. 우리 장미 진짜 예쁘게 먹는다.
장미 : 밥은 배 부르려고 먹는 거잖아. (입 하마처럼 짝 벌리고 앙! 쌈밥 물면)
훈동 : (그런 장미가 귀엽다는 듯 웃고)
맞은편에 앉아있던 훈동이 사라지고, 장미 혼자 앉아있다. (*현재)
그 앞에 훈동과 함께 먹던 쌈밥 놓였다.
장미 : (떨쳐내듯 휘휘 고개 젓고) 이건 그냥 밥이야! 배 부르려고 먹는 밥!
(크게 쌈을 싸 입에 가져가다가.. 툭.. 내려놓고) 배가 안 고파..
S#62. 백화점 옥상 D
지치고 고단한 얼굴로 난간에 기대 서있는 장미, 구두 벗고 발가락 꼼지락 거린다.
여기저기 빨갛게 상처 난 발.. 아프다...
조용히 다가오는 훈동, 말없이 운동화 벗더니 장미 앞에 놔준다. (*과거)
장미 : (멈칫) 오빠...!
훈동 : 잠깐이라도 신고 있어. (장미의 발에 자기 운동화 신겨주고)
장미 : (고맙고 미안하고) 오빠는?
훈동 : (장미의 하이힐을 신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씩 웃고)
장미 : (그 모습에 웃음이 나고) 근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훈동 : 옥상은 올라오라고 있는 거잖아.
장미 : ...! (울컥! 눈물 그렁한 눈으로 (*현재)) 그래도 날.. 알아줬는데..!!
훈동 사라지고, 구두 벗어놓고 맨발로 서있는 장미. 그 옆으로 오는 현희.
장미 : (얼른 눈물 훔치면)
현희 : 이럴 거면 차라리 그 집에 가서 어머니랑 담판을 짓든가!
장미 : 안 가.
현희 : 결혼하고 싶다며! 어차피 결혼의 갑은 부모예요. 신랑신부는 을이고.
양쪽집안 갑끼리 합병을 결정하면 을은 무조건 따라야 된다니까?
장미 : 그런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난.
현희 : 정말 미련 없어요?
장미 : 없어.
현희 : 후회 안 해요?
장미 : 안 해. 그딴 자식.. 나두 끝이야. (단호하게 홱! 돌아서서 가면)
S#63. 훈동 집 대문 앞 D
커다란 대문 앞에 머쓱한 얼굴로 서있는 장미. 여긴 어디? 여기 와 있는 나는 누구? 멍하니 서있다가 아니야,
이건 아니지.. 하고 돌아섰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그녀, 손에는 케이크 상자까지 들려있다.
장미 : 그래도 어른이 초대한 건데.. 무시하는 건 좀 아니지, 그렇지?
(하다가 다시 돌아서서) 아니야! 다 끝났는데 어머닌 만나 뭐해? (하다가 다시 문 쪽으로 돌아서서)
그래도 어른이 오라시는데... (하다가 다시 돌아서서) 그래도 이건 정말 진상이지! 아냐! 이건 아니야! (하는데)
훈동모E : 거기.. 누구우...?
장미 :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멈칫..! 돌아보면)
한쪽에 서있는 세단. 뒷좌석에 내려서는 훈동모, 장미를 보고 있다.
장미 : (누구지...?)
훈동모 : (케이크 들고 있는 장미를 아래위로 훑으며) 누군데.. 우리집 앞에서 그렇게 오락가락하는 거지?
장미 : (우리집? 집과 훈동모를 번갈아 보더니) 저.. 실은 초대를 받아서.
훈동모 : 초대? 누구로부터 초대?
장미 : 훈동오빠 어머님이요,
훈동모 : (썰렁) 내가...? 난 그런 적 없는데...?
장미 : (귀가 어두우신가? 해맑게 웃으며) 아니요, 아주머니가 아니라, 훈동오빠 어머님이요, 그 분이 저를 초대하셨다구요.
훈동모 : (순간 아주머니에 찌릿..!) 그러니까 내가 바로 그 이훈동 어머니라구, 그리고 난 아가씰 초대한 적이 없구.
장미 : 예? (끔뻑끔뻑) 이상하네.. 그 땐 아주머니가 아니라 다른 분이셨는데...
(오히려 훈동모를 의심하는) 정말로 훈동오빠 어머니 맞으세요??
insert> 저만치, 기태의 자동차가 와서 선다.
기태 : (자동차 안, 장미를 발견하고) 저 여자...! 대단한 근성이네...
다시 훈동 집 대문 앞.
훈동모 : (서늘하게 보더니) 너니?
장미 : 네?
훈동모 : 정중하게 헤어지자는데, 밤낮없이 전화하고 문자해대고 우리 훈동이 괴롭힌다는 애가, 너 맞지?
장미 : 네...? 저기요...
훈동모 : 너 이거 스토킹이잖아. 스토킹이 범죄라는 건 알고 있지 너두?
장미 :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스토킹이라뇨? 전 분명히 초대를 받았구요, 그리구 훈동오빠하구 저는요 (하는데)
훈동모 : (자르며) 애초에 너, 술 퍼마시고 작정하고 몸으로 들이댔다며?
장미 : 네? (멈칫) 훈동 오빠가 그렇게 말했어요...?
훈동모 : 너 아주 욕심이 대단한 아이라고 그러더구나. 먹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장미 : (슬슬 끓어오르며) 이훈동씨가 그래요?
훈동모 : 설마, 우리 훈동이가 신발 바꿔 신어줬다고 뭐 크게 착각이라도 한 거니? 걔가 엽기적인 그녀를 보고나선
그렇게 여자 만날 때마다 신발을 바꿔 신더라고. 이제 여자 하이힐 신고도 제법 잘 걸어.
장미 : (점점 더 부글부글) 이훈동 그게...!!
훈동모 : 너 아주 호텔방에다 케이크에 초까지 켜놓고 아주 가관이었다드라?
우리 훈동이, 그 마음 여린 애가 얼마나 놀라고 기겁했는지 알기나 하니?
장미 : (허..!!) 그 놈이 그런 말까지...!!
훈동모 : 놈? 노옴??
훈동모, 케이크 상자 탁! 뺏더니 거꾸로 바닥에 툭! 떨어뜨린다. 상자 밖으로 삐져나온 뭉개진 케이크..
장미 : ...!
훈동모 : 우리 아들이 그래도 마지막까지 예의바르게, 니 생각해서, 니 꼴 우스워지지 않도록 배려해줬으면,
너도 그쯤에서 물러서야지! 어디 남의 집 앞까지 쳐들어오고 그래? 예의도 없이!!
장미 : (기가 막힌다...!) 예의가.. 없다구요? 제가요..? 그럼 1년이나 사귄 사람을 그냥 안 보는 놈은요..
친구 뒤에 숨고 엄마 뒤에 숨고, 그게 예의 있는 짓인가요?
훈동모 : 이게 그래도..!
장미 : 이제 다 알겠습니다. 그 놈이 어떤 놈이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하지만 저, 마지막 말은 다른 사람 말고 꼭 그 놈한테 들어야겠습니다. 그러니까 좀 전해주세요.
마지막 인사는 자기 입으로 하라고.. 마지막 예의는... 꼭 지켜달라고...!!
훈동모 : (허! 기막혀..)
장미, 홱 돌아서다가 멈칫.. 저만치 서있는 기태.
장미 : (스스로가 참 초라하고 쪽팔리고) ......!!
기태 : ... (조용히 장미 본다)
훈동모 : 어머 기태야.. (살짝 당황해서) 무슨 일로.. 아니, 언제 왔어?
기태 : (다가와서) 지난 번 맞선 일 사과드리려고 왔습니다.
장미 : (왜 이런 굴욕의 순간에 항상 이 놈이랑 엮이는 거지..?)
감정 꾹 누르고 돌아서는 장미, 돌아서는 순간 꾹꾹 눌러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조용히 걸어가는 장미 뒷모습.
기태 : ...... (바라보면)
S#64. 공씨네 주방 N
신봉향 : (심기 불편한 얼굴로 앉아있는) ......
자리마다 개인 매트에 접시, 커트러리, 냅킨, 와인잔까지 완벽하게 테이블 세팅되어있다.
손님맞이 준비가 완벽히 끝난 모습.
신봉향, 노점순, 공수환, 공미정, 네 식구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공미정 : 엄마 나 배고픈데..
노점순 : 기다려.. (신봉향 눈치를 흘끗 살피면)
신봉향 : (아무 말이 없고) ...
공미정 : 내가 기태한테 전화 해볼까요?
신봉향 : (단호한) 아니요. 하지 마세요.
공미정 : (입술 삐죽..)
공수환 : (일어나며) 난 연구실로 돌아가야겠네요. 읽어야 할 논문이 좀 있어서.
노점순 :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오늘 안 들어오겠구먼?
공수환 : 죄송해요. 일어나지 마시고 식사하세요. (가고)
신봉향 : (배웅하러 따라 나가면)
노점순 : 기태도 3년째 집에 안 오는데, 기태가 만나는 여자가 여길 오겠어?
공미정 : 신봉향 여사가 마음먹은 이상, 결국 오게 될 걸요?
S#65. 공씨네 마당 N
공수환의 자동차가 떠나는 걸 조용히 서서 배웅하는 신봉향.
신봉향 : (핸드폰 들고 전화 걸더니) 부동산이죠? (서늘한 시선에서)
S#66. 호프집 주방 / 홀 N
나소녀는 주방에서 양배추 채썰고 주경표는 홀에서 냅킨통에 냅킨 채워 넣는다.
서로 입 꾹 닫고 자기 할 일만 하는 두 사람. 손님도 없고 썰렁하다.
주경표, 주문서에 뭔가 휘갈기더니 주방에 툭 건넨다. ‘장미는?’ 써있다.
주경표E : 장미는?
양배추 썰던 나소녀, 무표정한 얼굴로 주문서 보더니 핸드폰 꺼내든다.
이윽고 주경표 핸드폰에 띠링 도착하는 문자메시지. ‘모름’
나소녀E : 모름.
주방에 툭 떨어지는 주문서, 나소녀가 집어서 보면 '언제 데려온대?‘
주경표E : 언제 데려온대?
주경표 핸드폰에 띠링 도착하는 문자메시지. ‘모름’
나소녀E : 모름.
주문서 툭.
주경표E : 물어 봐.
핸드폰 띠링.
나소녀E : 당신이.
주경표 뚱한 얼굴로 핸드폰 들여다보는데 그 옆으로 얼굴 들이미는 장미, 같이 핸드폰 보더니.
장미 : 또 이러고 계시네.
주경표 : (흠칫, 핸드폰 치우고) 언제 왔냐.
장미 : 같이 있잖아요. 코앞에 사람 두고 이러고 싶으세요?
주경표 : (궁금했으면서 막상 얼굴 보고는 무뚝뚝) 왜 왔냐?
장미 : 오고 싶어서 왔어요. 좀 오면 안 돼요?
나소녀 : (주방에서 나와서) 레스토랑 사장은 언제 데려올 거야? 결혼한다며?
장미 : (얼굴 어둡고)
나소녀 : ...왜? 부모가 술장사 한다고 그래? 그런 거야?
장미 : 그게 아니라..
나소녀 : 어휴 내 그럴 줄 알았어, 나 같아도 내가 아들 있음 술집 사위 안 줘!
니 아빠한테 이 망할 호프집 좀 제발 접자 그래라, 어?
주경표 : 술장사나 밥장사나 장사 매 한가지다. 괜히 겉멋 들어 레스토랑 타령 말라고 니 엄마한테 전해라.
양식이라고는 돈가스밖에 모르면서.
나소녀 : 돈밖에 모르는 남편 만나서 평생 뼈빠지게 닭 튀기고 골뱅이 무치느라 우아하게 레스토랑도 못 다녀봤다고,
그래서 칼로 써는 건 돈가스밖에 못 먹어봤다고, 돈가스도 돈자 들어가서 좋아하는 니 아빠한테 전해라.
장미 : ... (꽥!) 아 쫌!!!! 싸울 거면 두 분이서 얼굴 보고 싸우세요! 차라리 예전처럼 TV도 던지고 화분도 박살내고
치고 박고 싸우든가! 그 땐 차라리 부부 같았다고!!
장미 주머니에서 핸드폰 문자메시지 알림음 띠링.
장미 : (핸드폰 확인하는 장미 얼굴, 순간 차갑게 식고) ......!
소녀경표 : (기색을 살피는데) ...?
장미, 냉장고로 성큼성큼 걸어가 소주 꺼내 팔꿈치로 바닥 퍽퍽 치더니, 뚜껑 까 거침없이 꿀꺽꿀꺽 마셔버린다.
나소녀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주경표 : 주장미! (소주병 뺏는데 벌써 빈병이다. 헉!)
장미 : (간다는 말도 없이 휙 가버리고)
나소녀 : 쟤가.. 왜 저런데?
주경표 : 무슨 일이 있긴 있는가 보지.
나소녀 : 당신한테 안 물어봤어. (흥! 주방으로 들어가고)
주경표 : 나도 혼잣말 했네. (흠! 괜히 의자 정리하고)
S#67. 봉 위켄드 N
장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다시 확인해 보는 훈동. “고마웠다. 미안하다. 행복해라.”
그 위로 타다닥 자막 “예의바르게 이별하는 법 3 : 문자메시지”
기태 : (안으로 들어서면)
테이블에 앉아서 혼자 차 마시며 책 읽던 세아.
세아 : (기태에게 손을 드는데)
기태 : (세아에게는 건성으로) 어 잠깐. (훈동에게 성큼성큼) 얘기 좀 하자.
훈동 : 야 안 그래도 우리 엄마한테 들었다! 너도 거기 있었다며? 많이 놀랐지?
기태 : 너 주장미 만나라.
훈동 : (잉?) 뭐? 왜?
기태 : 마지막은 니가 직접 하라고. 그러는 게 좋을 거 같다.
훈동 : 왜 갑자기 정색을 하고 그래.. 걱정마, 이제 너 귀찮게 안 해. 그 여자도 다신 안 나타날 거야. 내가 장담해!
이번엔 진짜 확실하게 정리했으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을 박차고 쿵...! 등장하는 장미.
훈동 : !!!
기태 : !
세아 : ?
장미 : (충혈된 눈으로 훈동을 빤히 보는데)
여름 : (쟁반에 병맥주 받쳐 들고) 어? 이번엔 나 보러 오신 거죠? 사장님을 두 번이나 찾아올 린 없고.
장미 : (병맥주 턱! 집더니 그대로 꿀꺽꿀꺽 마셔 버리고)
여름 : 어? 이러시면..
장미 : (훈동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여름 : 진짜 재밌어지는데.. (씩 웃으면)
맥주병을 손에 쥔 채 성큼성큼 다가오는 장미, 겁에 질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훈동.
훈동 : 자, 장미야...!
장미 : 귀하신 면상을 겨우 뵙게 되네? 어쩜 그렇게 뜸했어? 연락도 없이?
훈동 : 문자... 못 봤어...?
장미 : 문자? 봤지! (핸드폰 꺼내서 읽으며) 고마웠다, 미안하다, 행복해라.
첫 번째 문장은 과거형, 고마웠지만 어쨌든 다 지난 일이란 거고,
두 번째는 현재형, 이딴 식인 게 미안하지만 어쨌든 헤어지잔 거고,
세 번째는 명령형, 앞으로 다신 찌질하게 들이대지 마라 그거잖아.
(차분하게)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정도 행간은 읽거든?
훈동 : (기태에게 도와달라는 표정)
기태 : (확실하게 정리했다더니 문자였냐? 한심한 놈...!)
세아여름 : (흥미롭게 쳐다보고)
장미 : 니가 고작 딱 세 마디로 날 바보 만들었다는 거.. 내가 모를까봐?
훈동 : 저.. 장미야.. 그건 좀 내려놓고.. (맥주병이 무서운데)
장미 : 널 사랑했던 과거..! 너 때문에 죽도록 아픈 현재..! 너와 함께를 꿈꿨던 미래까지..!
어떻게 문자 한 통으로 쓰레기통에 처박을 수가 있어!!! (빈 맥주병 머리 위로 힘껏 치켜든다. 진짜 내리칠 기세)
훈동 : (헉!!!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장미의 손목을 턱! 붙잡는 손. 기태다.
훈동 그 틈에 혼비백산 화장실로 도망쳐 버린다.
S#68. 봉 위켄드 화장실 안 N
훈동 : (겁에 질려 신고하는) 경찰이죠? 지금 스토커한테 공격받고 있거든요?
S#69. 봉 위켄드 N
장미 : (기태한테 손목 붙잡힌 채, 기태 노려보며) 또 너냐?
기태 : 이번엔 그쪽을 위해서 낀 거예요. 고마운 줄 알아요.
장미 : 왜, 뭐, 내가 더 바닥까지 추해질까봐?
기태 : (보면)
장미 : 그래, 나도 알아 내가 지금 얼마나 추잡하고 꼴사나운지! 근데 어떡하냐? 나는 니들처럼 깔끔하고 쿨하고 예의바르게,
그게 잘 안 되는데? 추잡하고 꼴사나워도 봐야 할 사람은 봐야겠고, 할 말은 해야겠는데!
나한텐 그게 사람에 대한 예읜데!!!
기태 : ... (보고)
장미 : ... (보면)
기태 : (손 놓고) 해요 그럼. (비켜 주면)
장미 : (맥주병 밑바닥으로 화장실 문 쿵쿵 두드리며) 야! 이훈동!!! 문 열어!!! 나와!!!
나랑 끝내고 싶으면 내 눈 보고!! 니 입으로 직접 꺼지라고 말해!! 그럼 꺼져줄 테니까 이 비겁한 새끼야!!!
손님들 웅성거리며 구경하고 소란에서 주방에서 나와 보는 엄셰프.
엄셰프 : 뭐야 저 여잔?? (달려가 말리려는데)
여름 : (가만 계세요.. 붙잡는다)
기태 : 근데 다치니까 그건 좀.. (맥주병 뺏으려다가)
장미 : (마구잡이 휘두른 맥주병으로 기태 코를 강타해 버린다!)
기태 : (헉!!! 코를 움켜쥐며 뒤로 휘청)
세아 : (놀라서 얼른 기태를 부축하고)
기태 : (코 붙잡고 있던 손 떼면, 양쪽 콧구멍에서 주르르 흘러나오는 코피) ...!
여름 : (얼른 티슈 가져오고)
장미 : (씩씩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얼굴 보고 헤어지는 게 그게 그렇게 어려워? 얼굴 보면 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내가 왜 싫어진 건지.. 내가 얼마나 싫어진 건지.. 니 얼굴 보면, 니 눈 보면, 그럼 알 것 같아서..!
기태 : ... (보고)
장미 : 사랑은 같이 했지만.. 이별은 나 혼자 하라는 거야...??
화장실 안> 한 손으로 문고리 붙잡고 다른 손으로 핸드폰 붙잡고.
훈동 :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예요? 빨리 좀 와주세요 경찰아저씨!! (하면서 툭.. 문고리를 놓치고)
끼이이이.... 천천히 열려버리는 화장실 문. 그 안에서 핸드폰 들고 돌처럼 굳어버리는 훈동.
훈동 : (엉거주춤 겁에 질린 시선으로 장미와 손에 든 맥주병을 번갈아 보면)
장미 : (맥주병을 툭 떨구고 조용히) 그래.. 얼굴 보니까 이제 알겠다..
사랑도 나 혼자 했구나.. (눈물 한 방울 툭..) 나만 사랑이었구나...!
뻘쭘해지는 훈동.. 표정 없이 바라보는 세아..
흥미롭게 구경하던 여름, 얼굴에 웃음기 가신다. 씁... 재미없어졌다.
그리고 장미를 조용히 바라보는 기태..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
S#70. 경찰서 N
살짝 눈 풀리고 볼 발그레해진 장미,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있다.
저만치 옆에 콧구멍에 솜 꽂고 앉아있는 기태.. 장미를 흘끗 보면.
장미 : (눈꺼풀 스르르.. 감기려는데)
형사 : (손으로 책상 탁탁! 치며) 아가씨! 정신 차려요!
장미 : (무거운 눈꺼풀 치켜뜨면)
형사 : 젊은 아가씨가 왜 그러셨대?
장미 : 보고 싶어서 보러 간 게 죄예요? 좋아하면 내 눈에 담고 싶고 내 손으로 만지고 싶고, 전 그래요..
그래야 진짜 같이 있는 거고 그래야 진짜 사랑이구..
저만치 다른 의자 팔걸이에 수갑 채워진 취객 아저씨가 맞장구친다.
취객 : 고럼! 현대인들이 왜 우울증에 걸리는 줄 알아? 스킨십에 박해서 그래 스킨십! 아가씨 말 한번 시원하게 잘했네!
장미 : ? (보면)
형사 : 싫다는데 가게, 집, 할 거 없이 두 번 세 번.. 그건 범죄죠.
장미 : 처음엔 싫다는 건지 정말 몰랐어요. 두 번째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 돌이킬 수 있을 줄 알았고..
세 번째는.. 잊으려고.. 보내려고...
취객 : 그지! 싫다 그래도 두 번 세 번 권하는 게 한국인의 미덕이지!
형사 : 아저씬 조용히 하세요!
장미 : 저 아저씬 무슨 일로...?
형사 : 회식자리에서 여직원 더듬었대요. 싫다는데도 두 번 세 번 술 권하고.
취객 : 사랑하는 후배! 예뻐서 쳐다보고! 힘내라고 등 좀 두드려 준 게 죄야?
아가씨! 너무 속상해하지마! 원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성추행이고 스토킹이고! 세상이 다 그래!
장미 : ...... (멍하니 보더니, 순간 깊은 깨달음에 끄덕끄덕) 아.. 그랬구나...
(눈물 고이며) 내가 한 거.. 스토킹이었구나...! 나 스토커였구나...!!
기태 : (낮은 한숨) ...
장미 흑흑.. 슬프게 흐느껴 운다.
기태 : .....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으로 보는데)
장미 : (울다가 퍼뜩) 아! 경찰아저씨! 경찰서 온 김에 저 사람 좀 찾아주세요!
형사 : 네?
장미 : (손으로 눈물 훔치고) 그 사람 어머니도 아니면서 꼭 그 사람 어머니인 것처럼 절 집으로 초대해준 사람이 있었거든요..
기태 : ??
장미 : 분명히 그 사람 어머니랬는데, 근데 그 어머니가 그 사람 어머니가 아니더라구요!
그럼 대체 절 초대한 어머님은 누굴까요? 인상도 좋은 분이... 저한테 왜 그러셨을까요...?? 아세요?
형사 : 뭔 말이야 대체? (기태 보며) 뭔 말인지 알아요?
기태 : 글쎄요, (하고 장미를 보면)
장미 : 아 진짜 희한하네.. 대체 그 분은 누구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
기태 : (한숨과 함께 피식.. 코웃음)
S#71. 주상복합 전경 D
S#72. 기태 집 화장실 D
뽀얗게 김이 오르는 히노끼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하는 기태, 향초 켜고, 릴렉스 하는데,
자꾸 떠올라 휴식을 방해하는 장미 모습.
flashback insert>
장미 : 난... (낮은 목소리로 툭..) 사랑이었어.
flashback insert>
장미 : (맥주병을 툭 떨구고 조용히) 그래.. 얼굴 보니까 이제 알겠다.. 사랑도 나 혼자 했구나..
(눈물 한 방울 툭..) 나만 사랑이었구나...!
현재>
씁쓸한 얼굴의 기태.
기태 : 바보냐? 그렇게 말을 해줘도.. 거긴 또 왜 가!
S#73. 훈동 집 대문 앞 (flashback) D
감정 꾹 누르고 돌아서는 장미, 돌아서는 순간 꾹꾹 눌러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조용히 걸어가는 장미 뒷모습.
기태 : ... (훈동모 얼굴 빤히 보더니) 심술보가 많이 붙으셨네요.
훈동모 : (멈칫) 뭐...?
기태 : (볼 가리키며) 협부지방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피부 탄력이 떨어지면서
입술 바로 옆의 지방 같은 연부조직이 처져서 흉하게 불룩해지거든요.
훈동모 : (썰렁) 어머.. 그래...? 흉하니...?
기태 : (미소 지으며) 제가 손봐드릴 테니까 언제 병원에 한번 나오세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서면)
S#74. 경찰서 (flashback) N
장미, 이제 완전히 술이 올라 꾸벅.. 꾸벅.. 졸고 있고.
기태 : 근데.. 저 여자 초범인데도 처벌 받나요?
형사 : 아무래도 즉결심판은 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태 : 웬만하면 범칙금 정도로 끝내죠. 법원까진 가지 말고.
형사 : 왜요? 이 여자한테 폭행당한 피해자 아니셨어요?
기태 : 아 이거.. (콧구멍 솜 빼고) 저 혼자 부딪힌 겁니다. 맞은 거 아니고..
형사 : 암튼, 피해자 어머니가 강력히 처벌을 원해서요..
S#75. 기태 집 화장실 D
기태 : 즉결심판이 오늘이랬나...?
영 마음이 좋지 않은데, 그 때, 초인종 소리.
얼굴 구겨지는 기태. 방해받기 싫다. 음악 볼륨 높이고 계속 반신욕 하는데
계속 이어지는 초인종 소리. 계속 무시하는데
삑삑삑삑! 비밀번호 누르고 현관문 열리는 소리.
기태 : ?!
S#76. 기태 집 거실 D
부동산 아저씨와 집 구경 온 아줌마가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기태 : (허둥지둥 가운 걸치고 나와서) 누구세요?
부동산 : 어? 계셨어요? 안 계신 줄 알고.
아줌마 : (기태 가운 차림에 민망해 고개 돌리고 안 보는 척 하면서 흘끗흘끗)
기태 : 사람이 계시건 안 계시건 남의 집에서 뭐하는 거야 당신들?
부동산 : 집 보러 왔습니다. 전세 내놓으셨잖아요.
기태 : 전세요? 뭐 잘못 아셨겠죠.
부동산 : 세입자 찾는 게 급하다고 비밀번호도 가르쳐 주셨잖아요.
한밤중이든 꼭두새벽이든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집 보여주라고.
기태 : (짚이는 게 있는) 허.. 병원 건물주가 행패더니 이제 집주인까지..
아줌마 : 다른 집이랑 다르게 아주 깔끔하네. 바닥도 고급이고 벽지도 세련됐고.
(블라인드도 쳤다 걷었다) 블라인드도 맘에 쏙 들고.
기태 : 제가 직접 골라서 리모델링했거든요. 집주인이랑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은데 전세 안 놓습니다.
이제 그만 보고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부동산 : 이왕 보는 김에 얼른 보고 갈게요. 화장실도 한번 보세요.
아줌마 : (들여다보더니) 어머나 세상에 이 집은 히노끼 욕조네요?
기태 : 그것도 내가.. (끙..) 저기요, 그만 나가주시죠.
아줌마 : 침실은 어딘가? 이쪽? 저쪽? (그러면서 기태 벌어진 가운 틈새 흘끗)
기태 : (가운 여미며) 아 그만 좀 보시라구요!!
S#77. 공씨네 안방 D
신봉향 : (전화 받는) 네.
기태E : (대뜸) 1년만 시간 주세요. 올해는 병원 개원하면서 받은 대출금 갚느라 빠듯한데,
내년이면 전세 보증금 드릴 수 있어요.
신봉향 : 돈 많이 번다고 뭐든 돈으로 해결 보려 하는구나.
기태E : 먼저 부동산으로 해결 보려고 하신 거 어머니잖아요.
신봉향 : 나도 이 정도로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니가 전화를 다 주고.
S#78. 기태 집 거실 D
기태 : (핸드폰 들고, 낮은 한숨)
신봉향E : 내가 초대한 그 여자 데려와. 그럼 시간을 좀 줄 수도 있고.
기태 : 무슨 여자요? 누굴 초대하셨는데? (그러다 문득)
flashback insert> 경찰서
장미 : 그 사람 어머니도 아니면서 꼭 그 사람 어머니인 것처럼 절 집으로 초대해준 사람이 있었거든요..
기태 : (헉...!) 아니 그럼.. 어머니가.. 그 여자를 초대하신 거예요...?
신봉향E : 내일 오전 10시에 전세계약서에 도장 찍기로 했다. 그 안에 그 여자 데려오든, 짐을 싸 집에 들어오든, 둘 중 하나 해!
(전화 끊긴다)
기태 : (혼란스럽고 멍한 얼굴, 장미에게 더욱 미안해지고.. 집은 또 어쩌지..??)
멍하니 서있다가 후다닥 옷부터 갈아입기 시작하고.
S#79. 즉결심판 법정 D
검사 변호사석 없이 판사 한 사람과 그 앞에 서기관뿐인 약식재판.
30대 초반 무표정한 얼굴의 판사, 빠르고 건조한 목소리로 판결 내린다.
판사 : 담배꽁초 버리고 범칙금 납부하지 않으셨네요. 벌금형 인정하십니까?
경범죄1 : 예..
판사 : 벌금 4만원 판결내립니다. (땅땅땅!)
왠지 좀 부끄럽고 위축된 경범죄자들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리는데
그 한쪽에 비장한 얼굴로 앉아있는 장미.
판결내리는 판사 모습 짧은 몽타쥬로 타다닥 “호객행위” “8만원” “땅땅땅!” “노상방뇨” “5만원” “땅땅땅!”
막힘없이 속전속결 판결 내려지며 계속해서 울리는 판사봉 소리.
점점 더 비장해지는 장미 얼굴. 주먹 꾹 말아쥔다.
판사 : 사건번호 3292 피고인 주장미 나오세요.
S#80. 즉심법정 밖 D
검문검색대 삑!!!
기태 : 죄송합니다, 제가 좀 급해서, (그냥 확 뛰어 들어가 버리려는데)
법원경위 : (붙잡으며) 어어? 어디 가세요!
기태 : 안에 제가 꼭 증언을 해줘야 되는 사람이 있거든요!
법원경위 : 누구요, 어떤 관계신데요?
기태 : (어떻게 말하지? 살짝 난감한 표정)
S#81. 즉결심판 법정 D
장미 : 제가 그랬거든요 그 새끼한테..
S#82. 즉심법정 밖 D
기태 : (다급히) 결혼할 사람입니다.
S#83. 즉결심판 법정 D
장미 : 결혼하자구!
쿵! 문이 열리며 법정 안으로 들어서는 기태.
문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장미, 기태와 눈이 마주친다.
장미 : ...! (저 새끼가...!!)
기태 : ...! (보면)
장미 : (고개 홱 돌리고) 저 새낀 왜 또 나타난 거야?
남자1 : (옆 사람한테) 그 새끼가 저 새낀가 본데?
사람들 : (웅성거리는 가운데)
기태 : (앞으로 나서며) 제가 증언을 좀 해도 괜찮겠습니까?
장미 : (헉!) 거부합니다!
판사 : 누구시죠?
기태 : 피해자랑 친한 친굽니다. 제가 앞뒤 상황을 다 알거든요.
장미 : 네 맞아요! 그 자식하고 한패라구요!
기태 : (그러거나 말거나) 피해자가 확실히 거절을 해야 스토킹 죄가 성립되는 걸로 아는데,
친구 녀석은 한 번도 분명히 거절의사를 밝힌 적 없습니다. 그냥 회피해 버렸죠.
장미 : (잉? 왜 내 편을 들어주지...?)
기태 : 멀쩡히 사귀던 사람이 무작정 연락두절인데 안 찾아가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내내 다른 사람 뒤에 숨고, 그러다 마지막엔 문자메시지만 덜렁.. 것도 굉장히 애매모호하게요.
(장미에게) 뭐해요? 증거 제출해요.
장미 : ??
기태 : 문자메시지, 판사님께 보여주라고.
장미 : (아.. 주섬주섬 핸드폰 꺼내는데)
판사 : (시계 보더니) 됐습니다. 피고인 억울한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피해자의 거절 의사가 뚜렷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인정하구요.
장미 : ...! (얼굴 밝아지는데)
판사 : 하지만 술에 취해 피해자 가게에서 영업방해한 사실이 분명해, 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장미 : (얼굴 축 처지고)
판사 : 벌금 5만원 판결내립니다. (땅땅땅!)
장미 : ...... (기태를 흘끗 보면)
기태 : (고맙긴 뭘 이 정도 가지고! 씩 웃으면)
장미 : (흥!)
S#84. 즉결심판 법정 문 밖 D
장미, 지갑에서 5만원짜리 신사임당 한 장 꺼낸다.
장미Na : 내 사랑의 죗값은 담배꽁초를 버린 것보다 무겁고 호객행위보다 가볍다.
장미 : (형사에게 5만원 건네면)
형사 : (받고) 영수증 필요하세요?
장미 : (고개 젓고) 노상방뇨도 5만원이더라구요.
형사 : (피식) 고생하셨어요. 다시 볼 일 없길 바랍니다.
장미 : (힘없이 돌아서고)
S#85. 법원 앞 D
혼자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는 장미. 허탈하다.
장미Na : 노상방뇨와 같은 사랑이.. 그렇게 끝났다.
쓸쓸하게 걸어오는 장미.
장미Na : 이런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바로 그 때, 장미 앞을 막아서는 기태.
장미 : ...! (보더니, 쌩 외면하고 비켜 가려는데)
기태 : (또 그 앞을 가로막는다)
장미 : (퉁명스럽게) 뭐예요!
기태 : (대뜸) 나랑 우리 집에 좀 갑시다.
장미 : 뭐...?
기태 : 우리 어머니 좀 만나줘요. 그쪽 기다리고 있으니까.
장미 : 그게 무슨.. 내가 왜...??
기태 : 주장미씨를 집에 초대한 어머니가, 실은 우리 어머니거든.
장미 : 뭐어......???
기태 : (장난스러운 얼굴로 씩 웃는다)
장미 : (혼란스러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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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