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그러나 가끔씩은 가정을 해본다. 궁예는 태봉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고 강원도 철원으로 도읍지를 정했다. 철원이 어떤 곳인가? 겨울이면 영하 20도는 예사로 기록한다. 4월에도 영하 7도를 기록하기도 한다. 만약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혹독하기 그지없는 철원을 수도로 삼고 인구 천 만 명이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혹독한 겨울추위와 지독하게 싸웠을 것이다.
궁예는 원래 신라 진골 출신의 귀족이었다가 폐족이 되어 쫓겨난 이단아였다. 그는 재림 미륵불을 자처하고 신정일체를 추구했다. 혹세무민을 무기삼아 통 큰 사기행각을 한 것이다. 만약 철원이 수도가 되었다면 극심한 전력난으로 지금 보다 발전소 몇 개는 더 필요했을 것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살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궁예를 외면했고 태봉은 단시간에 소멸되고 말았다.
궁예를 닮은 정치인이 참으로 많다. 이들은 입만 열었다하면 오직 국민만을 위한다고 말하는 직업을 가진 정치인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바보가 되는 것이 국민이다. 세치의 혀끝으로 사술을 부리고 국민들은 사술에 속아 넘어 가기도 한다.
장면 하나만 보자,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에는 새누리당 대선 출마 후보자들이 대거 등장하여 누비고 다녔다. 정몽준은 1미터 거리에 앉아있는 박근혜에게는 눈길한번 주지 않고 원수 대하듯 지나쳤다. 초등학교 동기라는 사람의 인간 됨됨이가 이 정도였으니 화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불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민들은 화장 빨 잘 받는 주사파들의 위장술에 속아 종북 주사파를 국회로 보냈다. 이들은 금뺏지를 즉각 찾아갔다. 국민들이 아무리 비판을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비난의 수위가 아무리 높아도, 그럴수록 더욱더 오기와 독선의 강행군을 보여주고 있다. 속인 자신들이 문제가 아니라 속은 국민들이 바보라고 하듯, 말이다. 국가의 고급 기밀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북쪽으로 넘어갈지 이젠 시간문제가 되었다.
대선까지 6개월 정도 남았다. 중도라고 자처하는 국민들의 선택은 이제 확고해 졌을 것이다. 주사파가 득실거리는 야권의 일부분도 보았고, 간첩행위로 명백하게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도 예비 당선인에 버젓하게 포함되어 있는 현실을 이제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눈치 백단 급의 초기회주의자 안철수의 실체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조갑제가 말했다. 새누리당이 승리를 한 것은 다른 대선주자와는 확실하게 급이 다른 박근혜가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했으며 그나마 반역도당의 봉기를 방어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조갑제의 평소 성향 상, 매우 이례적인 찬사였던 것이다. 어제 쾌도난마에 출연해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헤럴드경제가 창간 9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여,야를 통틀어 여타잠룡 중 박근혜가 단연 군계일학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지지율은 허물적 거리기만 했던 이회창 시절의 대세론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절대 상대적인 우위론에 바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월 치러질 대선은 복지라는 시대적 화두와 더불어 극심한 이념 투쟁의 장이 될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대한민국이 결코 망해서도 안 되며, 절대 망할 수도 없다고 굳게 믿는 중도층이 이제는 전면에 나서 대한민국을 지킬 적임자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 가짜 궁예들을 송두리째 퇴출시켜할 막중한 책무를 가지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진보당의 주사파들이 보여준 광란의 굿판이 역설적으로 중도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으니 역사에는 역시 가정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이 진실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