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좋아 들떠 있다. 날씨도 화창하고 밖에 나가 혼자라도 춤추고 싶은 기분이다. 폰으로 전화가 온다.‘02-’로 시작되는 낯선 번호다. 모르는 번호가 오면 무정하게‘종료’를 눌러버리는 나였는데 오늘은 뭐에 씌였는지 받고 만다.
“김수철 씨를 아십니까?”
“아뇨.”
“저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전화드리는 겁니다. 김수철이 2014년 11월 7일 부터 ‘이지민’명의로 하나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어 소위 말하는 ‘대포 통장’말입니다. 본인이 맞는지 확인차 연락 드렸구요. 저랑 나누는 대화 내용은 모두 녹음되어 수사에 뒷받침이 될 것이오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 기 바랍니다. 카드나 통장이나 지금 소지하고 있는 게 있는가요?”
“국민 은행에 입출금 통장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내 이름으로 적금 통장 하나 만들었다고 한 게 생각나 사실대로 말하랬으니 순진하게 말해야겠다 싶어 말했다.
“어머나, 아저씨! 어머니가 제 이름으로 적금 통장 하나 만든 게 더 있거 든요.”
이건 뭔가 이상하다 싶어 대놓고 질문했다.
“그런데 아저씨! 서울중앙지검이라고 했는데 제가 뭘 보고 그걸 믿어 요?”
“제가 개인 정보, 말하자면 통장 번호나 주민등록 번호는 묻지 않았잖아 요.”
듣고 보니 맞는 얘기다. 그래도 이게 보이스 피싱이 아닐까 후덜후덜 떨리고 무서워서 눈을 떠도 앞에 보이는 게 없다. 다리가 떨려 걷지도 못하겠다.
통신사에 전화하여‘02-6375-0041’을 조회해 달라고 하니, 스팸 번호로 열 여섯 번이나 신고가 되었단다.‘오 마이 갓…….’
내 통장이 있는 국민 은행에 전화하여 오늘 겪은 일을 말씀드리고 조치를 취해 달라고 부탁한다.
“전화 상으로는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 시다면 은행으로 와 주셔야 되겠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국민 은행에 간다. 입출금 통장의 ‘출금 정지’를 해달라고 한다. 직원이 아예 통장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한다. 집으로 가서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갖고 온다. 먼저 입출금통장을 없애고 새로 만들어 비밀 번호를 바꾼다. 직원이 적금 통장은 손대지 못할 거라고 한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 얘기를 들으면 ‘왜 말을 하나, 뭐 하러 상대를 하노? 바보처럼…….’하고 빈정대며 우습게 바라보던 나다.
그런데 그렇게 큰 일을 내가 당하다니, 그 피해자 2~300명 안에 내가 들어가다니……. 그래도 나는 나와 어머니의 빠른 조치로 피해는 입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내 심장은 ‘쿵쾅쿵쾅’이고 생각보다 간이 아주 작다.
이러한 나를 생각하셨다면 하느님도 참, 진작에 좀 막아주실 것이지……. ‘하느님은 내가 너무 만만한 가봐, 그러니 자꾸 나만 건드리셔. 다리 삐 어 수술하고 숨 좀 쉴만한 지 며칠 지났다고 또 찝쩍거리셔.’
사람들에게 너무 편한 사람이라고 늘 자신감을 가진 나이건만,‘편한 존재’도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닌 듯 싶다.
돌려 생각해 본다. 빨리 정신 차리고 어머니와 은행에 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신 것은 하느님이었으니 폐는 면할 수 있었으리라.
오늘 나의 하루 24시간은 1분 아니, 30초이다.
첫댓글 2천사님.
괞찮습니다.
뭐 돈 조긍. 있으시면 걔들한테 커피값이나 하도록 주어 보시죠.
우리 지민씨 돈 맛들이다간 치도곤을 맞는걸 알까, 모를까?
잘 하셨습니다,
동백꽃이 차암말로 예쁩니다.
제가 긴장바짝 되는걸요? 감히 제뒤를 바짝 쫓아온거 같뜸더^^ 착각이래두 봐줘요잉+++
감사해용.
사랑합니더^^^
메리크리스마스! &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