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럭 !
절묘한 쏘주 안줏감 중 하나, 참 매력있는 안주다.
어쩐지 주물럭... 하면, 인색해 보이지 않는다.
주물럭, 하면 한껏 푸짐해 보인다.
마치 양푼이에 한 가득 비벼주는 온갖 잡동 반찬 총체적 비빔밥처럼...^^
주물럭은 '손'이 아니고서는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주물럭이라는 말에는 어쩐지 '참맛'이 살며시 숨어있는 것 같다.
손맛의 리듬감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주물러대는 손길의 '비방' 하나쯤이 거기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언제 들어도 흥미롭고 반짝거리고 관심집중이다.
주물럭이 있으면, 조몰락도 있다.^^
주물럭이 큰 동작이라면,
조몰락은 보다 작은 동작일 것이다.
그런 것 같다.
어감으로 !^^
돼지고기 적당한 양념에,
손맛 손끝 기 다 살려 들어간 주물럭이 믿음직한 고기맛의 보증수표라면,
울릉도 산나물 파릇한 꼭지 하나씩 분질러 내어 작은 양재기에다 빚어낸,
조몰락 조몰락 무쳐낸 봄나물의 맛은,
헐어빠진 마음 한켠을 채워주는 생명의 물길 같다.^^
어쨎거나 주물럭은 느낌 훌륭하다.
메뉴를 훓다보면 눈길 멈춰서는 이름 주물럭이다.
어떻게 주물럭을... 했을까 ?
그 주물럭 사이, 어떤 맛을 담아 보여줄까 ?
... 싶은 것이 온통,
걸려들고 마는 것이다.
주물럭이라는 언어의 마술에...!^^
신선하다.
그 매력덩어리 글자 하나, 주물럭을 해물에 쓴 것부터...
그리하여 초행길, 나의 마음을 휘어잡고야 만 것 !
걸려든 것이다.
주인장님 따뜻한 미소에 그만...
주물럭에 그만...
'호박돌'(053-982-1114)에 다시 갔다.
바로 그 주물럭,
해물주물럭찜을 먹기 위해 !
오래전에는 그야말로 여염집 사랑방이었을법한 그런 크기,
크지 않은 방에 앉아 미리부터 말씀드리고 왔던 메뉴 해물주물럭찜 한 상을 받았다.
이런저런 기념도 있고하여 축하도 할 겸, 맛도 볼 겸...
보통은 그냥 해물찜이다.
그 중에서도 해산물 주력에 따라 가오리찜이 되기도 하고,
흑태찜이 되기도 하고,
꽃게찜이 되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이것저것 들어가 하나의 맛으로 조화를 이룬 것이 해물찜인데,
거기다가 '주물럭' 이라는 한 글자를 더 넣으니,
감각도 제법 새로와진다.
기대감도 남달라 지는 것이...^^
찜은 참 힘들다.
만드는 손길이나 먹는 길손이나...
어떻게 할 것인가 ?
그것이 문제인...^^
안 들어갈 수 없어서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콩나물은 항상 예각 속에 들어오는 물건이다.
얼마나 잘 스며드느냐 그 양념 속에,
얼마나 잘 섞여주느냐 그 해물 속에...
그래서 맨날 어렵고 맨날 구박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으면 도무지 안 되는 그것 !
콩나물.
가끔 그런 생각해 본다.
해물찜에는 훈연의 향기는 안되는 것일까 하고...
구운 맛이 감도는... 그래서 찜 속을 뒤질 때 마다,
언뜻언뜻 그 구이의 향기가 번져준다면,
훨씬 더 입맛 착착 감기게 할텐데 싶은 것이...
조개구이를 먹다보면 약간 탄 듯한 가장자리 스칠 때마다,
자극적인 풍미가 느껴지는데,
그런 탄내가 슬쩍 비쳐주었으면 좋겠다.
연기 맛이 살짝 감돌아 주었으면 좋겠다.
훈훈한 해물 향기로 !
음식의 기본도 모르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박돌'의 해물주물럭찜은,
아무리 둘러봐도 "이래서 주물럭이구나" 하는 것은 잘 안보인다.^^
우리들 모르게 무언가를 주물럭거렸을 것이다... 그렇게 짐작할 뿐.
그런데도 하나도 안 섭섭하다.
출충은 아니더라도 이만한 찜을 대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냉면 국물이 그렇듯이 찜 양념도 어느 정도 편차 있다.
개개인의 취향이라는 것, 때문에...
내 경우는 다분히 흥건한 것이 싫다.
그저 자박한 수준...
양념 이윽고 다 잦혀들었구나 싶도록만 보여주면 좋은 정도로.
호박돌 양념은 말하자면 그 중간치기,
자박도 흥건도 아닌 그 지점에 소복한 한 도둠 해물과 콩나물을 올렸다.
해물파전하면 그냥 오징어만 들어갔겠거니,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속도 덜 아파서,
가급적이면 그 기만적인^^ 이름의 메뉴는 안 먹고 마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해물... 그랬을 때 사실 무덤덤했다.
어디까지 해물...?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아주 당연했으므로...
호박돌은 참 남다르다.
당연하게도 그 인상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 만큼이나,
반찬도 밥도 보기 좋다.
따뜻한 미소도 아름다우신 !
해물주물럭찜은 예상을 웃도는 수준,
의당 그 이름값을 다 할 수 있을 만큼의 해물이 들어가 있었다.
여러가지 조개류가 중심에 서고,
그 군데군데로 낙지며, 새우며, 소라에,
그리고 적지 않은 콩나물...
맨나중에 이르러 아주 각별한 변신을 이끌어주는 양념쏘스까지...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남김이 없다.
마지막까지를 그냥 두지 않는 것이다.
별로 아름답지도 않게 깔린 그것들을 한데모아 무언가를 하나 또 만들어 내는데,
이 솜씨 아주 탁월한 경우가 종종 있다.
비빔과 볶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인상적인 마무리 볶음밥 중에서,
'등촌샤브칼국수'집의 고소꼬소한 계란 볶음, 준수하다.
물기 하나도 없이 포실포실하게 볶아서는 그 검은 손잡이 냄비 속에 동그랗게 붙여 놓았는데,
숟가락 힘주어 잡고 살짝살짝 긁어먹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모름지기 내게는 물기 없음이 최고다.
질척한 느낌은 별로 매력없다.
호박돌 마무리 볶음밥은 그런 점에서 후한 접수를 주어도 하나도 안아깝다.^^
푸짐하기도 하겠거니와,
그 맛이 전혀 새롭기 때문이다.
대구뽈짐집 마무리가 그냥 뽈찜 있던 접시 위에 비벼먹는 것이라면,
이 집 해물주물럭찜 볶음밥은,
따로 불 위에 올려놓고 드글드글 볶어내는 그림이다.
마치 등촌샤브칼국수처럼.
마무리로서 볶음밥은 아니지만,
아주 각별한 맛으로 기억되는 집도 있다.
마치 이런 집...
성서공단 안에 있는 오래된 주먹시 고깃집,
'성희식당'은 그 주먹시 다 먹고나면,
오목한 돌판 위에 찌갯감 올려 짜글짜글 된장찌개를 끓여주는데,
그 맛이 가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게 한다.
아주 맛있게.
애당초 사람수대로 밥을 뽂아 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그걸 다 먹겠느냐고 짐짓 물러앉았었지만,
막상 차려낸 볶음밥 앞에서는 그 말 무색하도록 잘도 뚝딱해 버렸다.
시금 슴슴한 열무 물김치와 더불어...
칼라는 조금 다르지만,
서울 청담동 초원해물찜집 별로 생각 안나도록,
대구 불로동 호박돌 해물찜 맛 준수했다.
여기저기 정성이 깃든 음식,
솜씨도 눈길 끄는 차림으로...
작성자 : 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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