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마케팅 ]
숫자와 제품명의 동거가 화제다. 자일리톨333, 덴탈크리닉2080, 187168, 888등이 그 주인공. 숫자가 글자보다 기억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해 제품명과 광고에 숫자를 사용하는 숫자마케팅이다.
특허청은 1996년 이전까지 200건에 달하던 숫자 상표가 99년 이후 평균 1000건이상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하루 3개의 숫자 상표가 나오는 셈이다.
숫자마케팅을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숫자는 이미지 전달이 빠르고 제품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 숫자마케팅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제품을각인하는 효과가 크다.
초기 숫자마케팅은 단순히 제품명을 숫자로 풀이해 사용했다.
이미 고전이 돼버린 ‘3000리호 자전거’와 ‘콘택600’이 대표적인 예. 1952년에 나온 ‘3000리호 자전거’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자전거로 이름도 삼천리 금수강산을 일컫는 말로 ‘3000리호’다. 반면, ‘콘택600’은 캡술 안에 600개의 알갱이가 있다는데서 착안한 상품명이다. 실제로 알갱이가 600개인지세어 보는 사람도 있다고.
그렇다면 최근 선보이는 숫자마케팅 뭐가 있나.
올해 코카콜라에서 새롭게 선보인 ‘187168’은 단순한 숫자 나열로 궁금증을유발시키고 있다.
‘187168’은 성장기 청소년을 위해 아미노산과 칼슘이 함유된 음료수다. 주소비층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려 제품명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상현 코카콜라 홍보팀 과장은 “청소년들이 가장 원하는 키가 남자 187cm,여자 168cm로 나와 이를 제품명에 반영했다”고 말한다. 제품명 ‘187168’은기억하기 쉬우며 젊은층일수록 감각적인 제품 이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숫자를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 이미지 전달 빠르고 호기심 자극 ■
해태제과는 아예 나오는 제품마다 숫자를 사용한다. 제품의 특징을 숫자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자일리톨333, 888, 신작21, 레몬12 등이 있다.
‘자일리톨333’은 치아보호기능 전문 껌에서 입 냄새 제거와 캡슐기능으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333’의 의미는 3가지 기능성과 3배의 풍부한 향, 그리고 3가지 맛을 함축하고 있다.
‘자일리톨333’은 참신한 이름 덕에 시판 1년 만에 월 평균 60억원을 안겨주는 효자상품이 됐다.
또한, ‘888’은 ‘8가지 몸에 좋은 원료’로 대한민국 젊은이를 ‘8등신 몸매’와 ‘평균신장 180cm’ 시대를 만들겠다는 제품 컨셉을 제품명에 반영한 건강스낵이다. ‘신작21’과 ‘레몬12’는 이름 그대로 캔디가 각각 21개, 12개들어있다.
패션업계에서도 숫자마케팅 붐이다. 브랜드 로고를 대신해 ‘숫자’를 디자인한다. 업체들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숫자 찾기에 바쁘다.
‘스톰=2925213’ ‘A6’ ‘1492마일즈’등은 숫자를 이용한 브랜드로 이미 몇년 전부터 인기다. ‘스톰=2925213’은 이 회사 사장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제품명에 사용했다. 이 제품명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에피소드가 많다. 스톰이란 단어로 유추해 태풍의 고유 넘버라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이것이 옷일세’라는 우리말을 숫자로 옮겨 놓은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덕분에 ‘스톰=2925213’은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불러 일으켜 제품광고를톡톡히 해냈다.
‘A6’는 A4, A3의 정형화된 틀을 깨겠다는 생각이며, ‘1492’는 콜럼버스가신대륙을 발견한 해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콕스(C.O.A.X)와 ‘EXR’ 등 스포츠 의류에도 숫자브랜드가 등장해소비자의 눈길을 모은다.
콕스(C.O.A.X)의 ‘76’은 수트나 맞춤정장을 즐겨 입었던 1976년의 히피 문화를 기념한 숫자며 76년생인 안정환을 모델로 등장시켜 숫자를 더욱 부각시키고있다. ‘EXR’은 숫자 ‘55’로 조깅할 때 100m에 55초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운동시간이라는 점을 제품명으로 나타냈다.
■ ‘덴탈크리닉 2080’ 등 히트 ■
이외에도 스멕스의 ‘69’, 클라이드의 ‘75’, TBJ의 ‘83’등 20여개에 달한다.
숫자마케팅의 최고 히트는 애경의 ‘덴탈크리닉 2080’치약이다. ‘덴탈크리닉2080’치약은 올해 마케팅 대상에서 ‘브랜드 명품상’도 받았다. 한국산업의대표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인지된 제품에게 주는 상을 받아 이름 값을 해냈다.
‘덴탈크리닉 2080’은 일본에서 열린 세계구강보건학술대회가 채택한 치아건강 캐치프레이즈 ‘8020’에서 따온 것. 작은 숫자를 앞에 사용하는 한국인의습관을 고려해 ‘2080’으로 순서를 바꿨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유지하자’는 의미다.
애경은 ‘덴탈크리닉 2080’ 덕택에 치약 시장점유율 21%를 기록하며 선전하고있다.
그렇다면 광고 속의 숫자마케팅은 뭐가 있을까.
최근에 제품 광고는 전문적인 수치를 즐겨 사용한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잘모르는 칼슘 함유량, 일일 권장량, 몇 킬로칼로리 등 제품 성분을 숫자로 표현해 제품에 대한 믿음과 우수성을 심어주고 있다.
남양유업 ‘이오’는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 5가지 들어있다는 뜻에서 이-오(Effect-5)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광고에서도 칼슘, DHA, 비타민, 충치억제물질,비피더스 등 5가지 성분이 함유돼 있음을 강조한다.
업체마다 좋아하는 숫자는 따로 있다.
광고에서는 숫자 ‘1’을 꼽는다. ‘최고’의 제품이라는 뜻에서 ‘1등급 우유’, ‘업계 1위’, ‘명품 +1’ 등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
홈쇼핑이나 할인점에서는 숫자 9를 많이 볼 수 있다. 3만원이나 2만9900원은사실상 가격차이는 없지만, 소비자들은 2만9900원이 훨씬 싸다고 생각한다. 마케터들은 가격에 대한 인지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30000원처럼 0이 중복될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일원화되고 획일적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반면 0에 미치지 못하는 9는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 마케팅 기법으로 숫자 9를 사용하게 된다.
가격 이외에도 세븐일레븐, 백세주 등 숫자마케팅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