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마음의 기도(예수기도)’ 수행 아홉 돌잔치(2023.09.13.)
(Prayer of the Heart = Jesus Prayer)
+ 오주, 예수마리아 성심이여!
“하느님의 아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틈만 나면 끊임없이 이 기도말(mantra, 주문)을 되뇐다. 어떤 때에는 나도 모르게 이 만트라를 계속 하고 있다. 호흡에 맞추어 정자세로 기도를 할 때는 들숨에서 “주 예수님!”, 날숨에서 “제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계속 되뇐다. 이렇게 계속 기도하면 분심에서 돌아서며 나의 내면 깊은 곳이 고요의 상태(잠심, 정적, 관상, 대월)가 되어 비워진 그 자리에 하느님이 머무신다. ‘마음의 기도’는 하느님과 합일 하는 탁월한 기도이다.
이 기도는 초대교회 사막의 은수자(hesychast)들로부터 수천 년 이어져 내려왔다. 크게 두 부류로 갈라져 비추론적인 기도인 ‘마음의 기도’는 동방교회로, 추론적 사변적인 기도인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는 서방교회로 이어져 내려왔다.
부산가톨릭대학교신학원에서 ‘마음의 기도’를 배워 시작한지(2014.9.13.) 어느새 아홉 돌이 되었다. 그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3시 전후에 생체리듬시계(Internal clock)로 일어나 기도를 2시간(체조로 하는 몸기도 20분, 반가부좌로 기도말 45분과 말씀기도 15분, 걷기와 함께 하는 일상기도 40분) 드리고 수행일지를 쓸 수 있음은 기적의 은총이다. 이제는 일상생활이 되었다.
이 기도를 통해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로 나의 신앙생활이 많이 발전되어 가고 있다. 이런 은총의 결과는 내가 이룬 것 같지가 않고 하느님이 공짜로 주신 것처럼 느껴진다. 이 기도수련을 통해 잘못된 것을 매일 봉헌하며 많은 것들이 점점 나아지고 있으나 봉헌해야 할 것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 수련을 통해 웬만큼은 자신의 행위를 제어(Self-monitoring)하나, 가장 잘 안 되는 것이 화(anger)를 참지 못하는 것이다. 심하게 화가 나면 자아를 의식하지 못하게 되어 자신의 행위를 억제할 수가 없다. 화가 풀리면 그때야 자아가 의식되어 아이쿠! 내가 또 화를 냈구나. 화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지만, 참 어려운 수련이다. 그래도 많이 줄어든 편이다. 화를 자제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예수님이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9)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해된다. 내년 열 돌때는 많이 개선되길 기도한다.
매일하는 이 기도를 통해 주어지는 은총은 나의 게으름을 채찍질 해 주며, 인내심을 키워 일을 이루게 하고, 계속 하느님을 배우게 해 준다. 더불어 건강이 유지되고, 나의 잘못된 것들을 봉헌하므로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개선되게 해 준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합일하는 은총으로 나의 가난한 내면을 가멸게 해 주며, 행동하는 관상가가 되어 지금 여기에(Hic et nunc) 하늘나라를 살게 해준다. 하느님을 알수록 점점 더 하느님을 향해 도전하는 힘과 용기가 생긴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해설서』에서는 기도와 인간 삶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도의 정확한 역할은 도덕적인 질서와 물리적인 질서를 명확히 구별하면서 마치 밭에 뿌려진 거름과 같은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거름이 곧 결실은 아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것에 기여한다. 그처럼 기도는 우리가 정작 바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틀림없이 그것에 기여한다. 특히 사람들 사이에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월터 페렐 저, 조규홍 역,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해설서Ⅰ』 2019, 수원가톨릭대학출판부, 189쪽)
“인간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삶의 목적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는 것. 관조와 향유이다.”(월터 페렐 저, 안소근·조규홍 역,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해설서Ⅱ』 2020, 수원가톨릭대학출판부, 62쪽)라고 했다.
그렇게 보면, 이 기도는 나에게 가장 좋은 거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삶의 목적을 향해 올바로 인도해준다. ‘마음의 기도(예수기도)’를 가르쳐주신 부산가톨릭대학교신학원과 또한 함께 배운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몽돌 강병관안드레아김대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