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에 담긴 의미
요즘은 좀처럼 보기가 어렵지만 예전엔 마을마다 장대나 돌기둥 위에 올라앉은 ‘나무새’나 ‘돌새’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으니, 이름 하여 ‘솟대’라 불러 왔다. 이 솟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를 돌아보면 제법 많은 나라들에서 이와 유사한 문화가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새는 샤머니즘의 상징 대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 민족은 과거 선사 시대부터 새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고구려 벽화에서는 태양을 상징하는 까마귀인 삼족오를 발견할 수 있고, 박혁거세를 위시하여 많은 개국 신화에서는 ‘알’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알들은 바로 새의 상징이다. 심지어 혼례식에 올리는 닭도 새를 길운으로 보았던 상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새를 기다란 장대 끝에 올려놓은 솟대, 우리 민족은 왜 솟대를 세웠을까?
우선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장대를 세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바탕은 바로 하늘에 대한 외경심이다. 인간 만사를 관할하는 하늘에 대한 외경심이 장대나 기둥을 하늘로 향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이런 장대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통로로써 기능하였다. 다시 말해 솟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대 위에 새를 올려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새는 선사 시대 이래로 마을 풍요의 상징물이었다.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비를 몰아주는 농경의 수호신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솟대의 새는 오리, 갈매기, 기러기, 따오기, 해오라기, 왜가리, 까마귀 등 여러 가지이다. 그들 거의 대부분이 물새이며, 그 대표 격인 오리는 물을 상징한다. 수경 농업 지대인 우리나라의 경우 물은 농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솟대가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쌀농사 지대인 남부 지역에 더욱 밀집되어 세워진 이유도 그 탓이다. 오리를 장대에 올라앉게 하여 마을의 풍요를 기원했던 것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는 예로부토 신과 인간의 매개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적인 마을 굿을 살펴보면 이런 사고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마을굿패가 들고 다니는 서낭기 장대 끝에 꿩장목을 매어 단다. 은산 별신제 에서는 농기를 앞세우고 꿩장목에 방울을 달아 방울 울림으로 신의 강림을 알린다. 이러한 현상들은 새가 늘 신과 인간, 혹은 하늘과 땅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아 왔다는 증거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조선 후기는 가히 못물처럼 마을 공동체 문화가 꽃핀 시대였다. 솟대 문화도 공동체 문화의 하나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였다. 솟대는 마을의 안녕과 수호, 그리고 풍농을 위하여 마을에서 공동으로 세웠다. 그 밖에도 배가 떠나가는 행주형 지세의 마을에 돛대를 나타내기 위하여 풍수상의 목적으로 세우거나, 장원 급제를 기념하기 위하여 세우는 경우도 있었다. 솟대 중에는 심지어 불을 끄는 화재막이 솟대도 있다.
솟대는 마을 입구에 홀로 세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장승, 선도, 탑, 신목 등과 함께 세워져 마을의 당신 또는 주신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타 신앙 대상물과 함께 나타나는 복합 양상을 보여 주는데, 장승과 솟대가 함께 세워지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다.
이들 솟대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세워질까? 제일 먼저 솟대를 만들 제관을 뽑는다. 솟대는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솟대를 깎을 때 뽑힌 제관은 목욕재계하고 미리 점찍어 둔 나무를 베어 낸다. 제관은 나무를 자르기 전에 간단한 제사를 지낸다. 나무를 옮기는 과정에서 입 조심을 해야 하며, 일단 마당으로 옮겨 놓고도 정성을 다해 깎아야 한다. 껍질을 벗기고 그냥 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먹으로 무늬를 그리기도 한다. 새를 깎는 방식도 다양해서 정확하게 새 모양을 내개도 하고 비슷하게 생긴 나뭇가지로 흉내만 내기도 한다. 때로는 입에 물고기 조각을 물게 하여 풍농을 기원하기도 한다. 새를 조각하는 소박한 손길은 그 자체가 단순 질박한 농민적 조형 예술의 세계를 잘 보여 주는 셈이다.
지금도 마을 입구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늘 꿋꿋하게 마을을 지켜 주는 솟대. 대개의 경우 솟대는 나무로 만들어져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에 때가 되면 새로운 솟대가 세워져 임무를 교대한다. 그 동안의 고단한 짐을 내려놓고 멀리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다.
솟대 만드는 방법
한반도 전통의 솟대는 시베리아나 알타이 지역의 오리 솟대와는 약간 다른 것으로, 대개 북방 지역의 오리 솟대는 매우 굵은 나무장대 끝에 형상이 분명하게 조각되어 있는 구상적(具象的)인 형태의 오리 또는 기러기 모습이 올려져 있지만, 그 반면에 한반도 전통의 것은 매우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조립하여 만든 것으로 오리를 극히 제한된 선으로 나타내어 추상적(抽象的)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솟대 오리의 소재는 어떤 나무라도 상관없지만 가느다란 나뭇가지 중간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솟대 자체는 길이 2 ~ 3m 정도로 곧고 길다란 장대가 될 수 있는 것이면 아무 것이라도 상관없으며, 대나무도 당연하게 쓰일 수 있겠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솟대 끝에 올려진 조합된 오리가 출렁거리면서 분해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같은 장대와 오리 소재를 마련하여 낫이나 칼로 나무거죽을 다듬어 껍질을 벗겨내는데, 나무거죽을 벗겨내지 않으면 미적인 효과도 없거니와 더군다나 거죽 속에 감추어진 속나무에서 습기가 빠져 나오지 못하여 고스란히 썩어가는 현상이 발생하니 절대적으로 솟대에서는 거죽을 벗겨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나무 표면을 다듬는데 그 성능과 미적인 효과면에서 한반도 고유의 굽어진 낫으로 살살 쳐내는 방법이 최고이다.
오리솟대는 나무를 접착제나 못을 써서 결합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무끼리 구멍을 만들어서 서로 끼워 맞추어놓은 조합식이어서 한 자리에서 바람과 냉온의 변화를 견뎌내면서 보통 수십년간 지속될 수 있는데, 이같은 형식과 구조면에서 시베리아 북방식보다 한결 우수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만큼 오리 자체를 매우 가볍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만들어야 하는데, 가느다란 선으로 오리 형상을 만드는 만큼 나뭇가지 자체의 모양을 이용하는 것이 최상이다. 그래서 대개는 나뭇가지의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부분을 이용하는데, 굵기는 대략 2 ~ 5cm 정도에 길이는 20 ~ 30cm 정도를 택하여 잘래내면 충분하게 만들 수 있다.
오리의 기본 구조는 수평의 몸체에 위아래를 관통하는 구멍을 앞뒤 2개를 뚫어 앞구멍에는 머리가 달린 길다란 모가지를 꽂아놓고, 뒷구멍에는 장대 끝을 가늘게 다듬어 꽂아 놓은 것이다. 이것이 '갈 지(之)'자 형식으로, 단지 뒷꽁지가 없는 관계로 불균형을 이루기에 대개는 Y자 모양을 뒷꽁지로 하고 그 앞으로 나무 중간과 앞쪽에 구멍을 뚫어 꽂아놓게 된다. 또한 오리의 머리 부분도 목과 분리하여 각각 또 다른 구멍을 뚫어 잇는 방법도 있으며, 또는 Y자 모양의 나뭇가지에서 한쪽 가지를 잘라 구부러진 모양 그대로 머리와 모가지로 쓰는 방법도 유용하다. 이럴 경우 구부러진 각도에 따라 하늘 높이 쳐다보는 형상이거나 또는 잔뜩 구부려서 앞을 보는 모습 등으로 다양하면서 자연스럽게 오리 모양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오리를 만들 때 가장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은 모양 다듬기보다는 구멍 뚫기에 있다. 나뭇가지가 매우 가느다란 만큼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서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여기에 전동드릴도 매우 효과적이긴 하지만 의외로 쉽게 드릴의 날이 무뎌지니 차라리 수동으로 돌려서 구멍을 뚫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뾰족한 장대를 세우는 만큼 번개가 내리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리 선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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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솟대 미니어쳐를 만들까 하는데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솟대를 통해 우리의 감성을 더 풍요롭게 해 나가면 좋을것 같습니다.
자연의 여백 같은 그 어우러짐들 언제 보아도 정겹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