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포타미아 문명서 첫 등장…
중국에서는 3세기부터 만들어 먹었대요
만두
지난 해 한 외식업체가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을 지키지 않고 만든 냉동 만두를 불법 유통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어요. 3년 7개월 동안 240만여 개, 액수로는 36억원 규모의 만두가 유통됐다고 해요. 이 때문에 식품 위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한국인의 대표적인 겨울 간식, 만두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만두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특히 나관중의 역사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만두의 발명가를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라고 소개하고 있죠. 제갈량이 남만(南蠻·현재의 중국 윈난성 일대로 추정)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강에서 풍랑이 크게 일어 강을 건널 수 없자, 이민족 지배자들이 남방의 풍습대로 사람의 머리를 잘라 강에 던지면 풍랑이 잦아들 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이때 제갈량은 사람 머리 대신 밀가루 반죽에 소고기와 양고기를 넣어 머리 모양으로 빚은 후 강에 던졌고, 풍랑은 잦아들게 되었다고 하죠. 이 일화에서 비롯돼 '이민족의 머리'를 의미하는 만두(蠻頭)가 현재 우리가 먹는 만두(饅頭)의 어원이 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역사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나마 비슷한 시기에 후한(後漢)의 한 은퇴한 관리가 추운 겨울 백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 일화 역시 3세기 초반의 일이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만두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시기를 3세기 전후로 보고 있죠.
그런데 3세기 이전부터 이미 만두를 만들어 먹은 지역이 있습니다. 밀의 재배가 시작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죠.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만든 점토판에 만두와 유사한 음식인 '푀겔헨'의 레시피가 적혀 있기 때문에 이 근처인 중동 지역을 만두의 발상지로 보기도 합니다. 푀겔헨은 밀가루 반죽을 넓게 편 후, 그 위에 고기 소를 넣고 그 위에 다시 반죽을 덮어 경단 모양으로 빚은 후 발효시켜 먹는 음식이죠.
이 푀겔헨이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만두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해요. 실크로드 지역에 존재하는 여러 나라에는 만두와 비슷한 음식들이 있는데, 이 음식들의 이름 또한 '만티' '만트' 등 만두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한국에는 만두가 언제 들어왔을까요? 기록을 보면 늦어도 고려시대에는 만두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려가요인 '쌍화점'은 "쌍화점에 쌍화 사러 갔더니"로 시작하는데, 이 쌍화가 만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정설입니다. 또 '고려사' 기록에는 명종(재위 1170~1197) 때 거란에서 귀화한 인물인 위초(尉貂)가 병이 든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다리살로 만두를 만들어 왕에게 포상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이후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만두는 진귀한 고급 음식 대접을 받았어요. 한반도에서는 만두피의 원료인 밀의 재배가 적었으니까요. 그래서 조선 이후 밀가루 대신 메밀, 얇게 저민 생선 살로 만두피를 대체한 형태의 요리가 발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