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담합이나 일삼는 정유사들의 틀에 박힌 변명은 이제 지겨울 따름. 체감상으론 대략 올릴 땐 100원, 내릴 땐 10원. 이런 짓거리를 반복하는데도 정부는 모른 척, 마음씨 착한 국민들은 그저 먹고살기 바쁜 나머지 널뛰는 물가에 허덕이고만 있을 뿐이다.
기름 값이 오를수록 자동차 시장에서는 연비 좋은 차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자연스레 디젤이나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 또한 커졌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는 이미 오래전부터 친환경 고효율이다.
글, 편집 /
김정균 팀장 (메가오토 컨텐츠팀) 사진 /
양봉수 기자 (메가오토 컨텐츠팀)
이번에 만난 시승차는 미국 포드사의 퓨전 하이브리드. 지난달 퓨전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된 모델이다. 여기서 잠시 이 차에 대한 메이커의 자랑거리를 한 문단 소개하자면,
‘퓨전 하이브리드’는 전 세계 베스트셀링 모델 ‘퓨전’의 플랫폼에 포드가 지난 10년간 발전시켜온 하이브리드 기술을 결합시킨 가솔린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이다. 2010년 출시이후 ‘2010년 북미 올해의 차(디트로이트 오토쇼)’, ‘2010년 올해의 차(모터트렌드)’, ‘2010년 베스트 10(카앤드라이브)’, ‘2011년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분야 최고의 차(U.S 뉴스)’ 등을 수상하며 동급 최고의 하이브리드 모델로 평가 받아 왔다. 특히, 2012년형 퓨전 하이브리드는 US뉴스가 선정한 ‘2012년 베스트 하이브리드 패밀리 카’에 선정되며, 가족을 위한 최고의 하이브리드 세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라고 한다. 이정도면 굉장히 좋은 차가 아닌가? 뭔가 수상경력도 많은걸 보니 미국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 도로에서의 시승을 통해 퓨전 하이브리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 차는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모두 퓨전이라는 이름과 굉장히 잘 매칭 된다. 겉모습부터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와 클래식한 느낌이 섞여있는 모습. 전면은 커다란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살짝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와 안개등 주변부가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는데, 얄쌍한 오버행과 심플한 보닛 라인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SF 영화 속 로봇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면과 다르게 측면과 후면은 클래식한 이미지를 풍긴다. 정직하고 심플한 A필러와 C필러의 각도, 루프라인 등은 겉으로 보기엔 심심하지만 실내에서 넓은 시야와 넉넉한 거주성을 제공하는 바탕이 된다. 뒷모습은 범퍼에 자리 잡은 동그란 후미등과 아기자기한 듀얼타입 싱글머플러가 고전적이면서 귀엽기도 하다.
실내에서도 클래식한 분위기와 첨단의 이미지는 동시에 공존한다. 일단 전체적인 공간은 여느 중형세단 못지않게 넉넉하고 수납공간도 다양해서 실용성이 뛰어나다. 가느다란 스티어링 휠, 반듯한 센터페시아, 평범한 기어변속레버 등은 최근 신차들에서 보기 힘든 클래식한 느낌이어서 오래된 올드카를 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너무 유선형으로 복잡하게 치장한 디자인보다는 심플하고 단정한 분위기가 더 친숙하고 편한 경우도 있다.
모난 구석 없이 평범한 실내 인테리어지만 계기판으로 눈을 돌리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뭔가 최첨단 하이테크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인텔리전트 LCD 계기판 스마트 게이지 때문. 속도계 좌우로 큼직한 컬러패널이 각종 정보들을 다채롭게 펼쳐낸다. 마치 연료탱크에 노란 휘발유가 차있는 듯 액체처럼 표현된 연료게이지는 줄어들 때마다 시각적으로 왠지 더 아깝게 느껴지는 재미난 그래픽이다.
이제 화려한 계기판을 눈요기삼아 달려볼 차례. 4기통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되어 충분한 출력을 발휘하며, 무단변속기가 맞물려서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각으로 주행을 이끌어나간다.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전기모터로 76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배터리만 사용해서 3.2km를 달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답게 엔진이 잠자고 있는 정지 상태나 저속에선 시동이 꺼진 것과 마찬가지로 고요한 적막감이 흐른다. 이런 경우 좁은 도로나 골목에서는 보행자가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드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보행자 입장에선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쳐다보지도 않고 길을 건너다 위험한 타이밍으로 마주치게 되는 것.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채찍질을 가하면서 무난하게 속도를 상승시킨다. 미쉐린 에너지 타이어를 신고 있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세팅되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출력은 평범한 수준. 느긋하게 달리면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연료게이지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런 운전이 어울리는 차다.
핸들링과 하체 등의 성격 또한 파워트레인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고 소프트한 감각. 고속에서의 차선 변경이나 급격한 코너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스티어링 휠을 얌전하게 돌리면 된다. 이런 성격의 차량으로 출력이나 운동성능에 대해 파고들 필요는 없다. 무난한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성능보다는 연비를 훨씬 우선시하는 오너일테니까.
퓨전 하이브리드는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차종들과 마찬가지로 도심주행에 잘 어울리는 성격을 지녔다. 가만 서있거나 천천히 달릴 땐 기름 한 방울 필요 없으니 꽉 막히는 도로에서야말로 진정한 승리자라 할 수 있다. 반면 고속주행이 많거나 터프한 운전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오너라면 하이브리드보다 연비 좋은 디젤차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에필로그 이번 시승기간 동안에는 퇴근길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된 도로에서 가장 즐거웠다. 탁 트인 도로에서도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확실히 이런 차를 운전하게 되면 자연스레 연비운전에 몰두하게 되는 효과를 덤으로 보게 된다.
퓨전 하이브리드는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는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으로서 모난 구석 없이 무난한 성격으로 훌륭한 상품성을 지녔다. 또한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들을 운전할 때 당연시되던 엔진과 모터 변환시의 울컥거림, 위화감이 느껴지는 브레이크 페달 등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한 자연스런 운전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다만 경쟁차종들과의 비교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확실한 무기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