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에피소드를 짧게 요약하면 빅 찬스가 있었으나 허탕쳤다였습니다.
오늘은 사일런트 헌터 4 연대기라기보다는 잠수함과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한 잡담이나 풀어볼까 합니다.
2차대전중의 잠수함들은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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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입항해 있으면 크리스마스에 가족은 없어도 비교적 평온한 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1941년의 미국 가토급 잠수함 USS Halibut (SS-232)의 크리스마스 기념 카드에서 엿볼 수 있듯이요.
https://www.worthpoint.com/worthopedia/wwii-submarine-s-halibut-ss-232-1941-1803138671
이런 크리스마스 카드는 미 해군의 전통인가봅니다.
잠수함도 있고 전함도 있고 심지어 1982년 핵잠수함도 만들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모양이 똑같습니다.
1982년 스터전급 공격원잠 USS Cavalla (SSN-684)의 크리스마스 저녁 메뉴.
https://ussnautilus.org/holiday-menus-through-the-years/
하지만 대부분의 잠수함들은 크리스마스에도 바다 한가운데나 바다 속에서 습하고, 덥고, 비좁고, 더러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성자의 탄생일을 축하하며 즐겼습니다. 곰팡이가 피기 직전이거나 이미 피어있는 빵조각을 나누면서요.
물론 칠면조나 케이크는 상하기 쉬워서 적재하지 못했습니다. 꿍쳐놓은 밀주는 그렇지 않지만요.
독일과 미국 모두 통신보안따윈 신경안쓰고 각 함들의 축복과 안녕을 빌어주었습니다.
독일 유보트 배경 사일런트 헌터 3에서 해군최고사령부(OKM)가 보내는 크리스마스 기념 전보.
한편, 저는 잠수함의 세계에도 '크리스마스 휴전'같은 일이 있지 않았나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하나도 없었습니다.
1944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침몰한 SS Leopoldville의 사연을 보니 잠수함에겐 관용과 행복보다는 오직 집요한 증오와 불행만이 함께하는거 같습니다.
SS Leopoldville은 본래 벨기에 상선회사의 여객선이었으나 벨기에가 독일에 의해 함락당한 이후 연합군에 의해 징발되었습니다.
1944년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6시경에는 벌지전투에 투입될 예정이던 2235명의 미군 지원병력을 싣고 프랑스 쉐르부르 해안 5마일 해상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Typ VIIC형 유보트 U-486에게 어뢰공격을 받고 격침당하였고 구조작업은 총체적 실패였습니다.
1998년 히스토리 채널은 <Cover Up: The Sinking of the SS Léopoldville> 프로그램에서 총 2235명중에서 515명은 배와 함께 바다속으로 침몰하였고 또다른 248명은 부상, 익사, 저체온증으로 인해 결국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여기에 선장과 선원 4명 그리고 알 수 없는 인원의 영국병사들도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1996년까지 기밀로 붙여졌습니다.
전시에 당국은 생존병사들에 대해서 함구령과 동시에 편지들까지 모두 검열했습니다.
심지어 전쟁이 끝나고도 당국은 생존한 병사들에 대해서 SS Leopoldville에 대한 사항을 언론에 발설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다시 내리는 동시에 제대후 사건을 발설할시 참전군인으로써 부여된 시민권을 다시 박탈한다고까지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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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잠수함과 잠수함의 타겟처럼 누군가는 크리스마스임에도 불구하고 삶을 위해 투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장이건, 방역현장이건, 거대시설이건, 그 어디에건 말입니다.
그리고 삶은 모순적입니다.
드라마의 비극은 그에 걸맞는 새카만 밤과 무진장 쏟아지는 폭우속에서 일어나지만, 현실에서의 비극은 대부분 밝은 햇살과 미소들속에서 피어나는 부조리극이기에 사람을 미치게 만듭니다.
굳이 하루쯤 늘어질 수 있는 크리스마스란 좋은 날에 어두운 생각으로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지만, 오늘따라 인생은 이런게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첫댓글 오홍 이런거 재밌어요.
글 잘읽었습니다 ! 레오폴드빌 침몰사건은 인상깊군요.. 굳이 왜 참전용사들도 입막음 하고 함구했을까요 ㅠ
비밀로 해야될정도로 구조작전을 대실패 했나보군요 안좋은 이유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