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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골 청년 작가 박효신
시골 동네에서 그 청년은 너무나 튀었다. 스물 남짓, 하얗고 뾰족한 얼굴은 요즘 유행하는 꽃미남형. 그런데 머리는 화산이라도 터진 듯이 하늘로 삐쭉삐쭉 솟구치고, 코에 두 개, 귀에대 여섯 개, 입술에 한 개 주저리 주저리 달고 있는 작은 고리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무거워 보이는 굵은 쇠 반지, 팔목에는 쇠사슬 팔찌가 또 서너 줄, 잘못 쳐다봤다가 저 쇠붙이들을 휘두르기라도 하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를 일이기에 시골 분들은 그저 몇 걸음 물러나 흘낏흘낏 청년을 훔쳐 볼 뿐이었다. 며칠 전 서울에 가려고 역에 나갔다가 기차표를 사는 그 친구를 보았다. 역시나 나이 드신 어른들은 미친개라도 되는 양 그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셨다. 기차에 올라보니 그의 자리는 한 칸 앞이었다. 주변은 나이 드신 어른들뿐. 그는 언제나 들고 다니는 페트병의 음료수를 가끔 열어마실 뿐 옆에 누가 앉아 있는지 관심도 두지 않는 반면, 바로 옆에 앉으신 할머니는 "에구 이게 뭐야?" 화들짝 놀라시더니 애써 무심을 가장하셨다. 그런데 순간 긴장의 균형이 깨졌다. 그 청년 자리의 복도 건너에 앉아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학생, 그 물...나좀 줘." 이어폰 때문에 못 듣는 그를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가 툭툭 쳤다. "급하게 기차에 올라 탔더니 목이 타서 죽겠네." 청년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병을 내밀었다. "에구 이제 살겄네. 고마워." 할머니가 물병을 다시 청년에게 건네자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됐시유." 됐시유? 난 이 한마디에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피어싱과 충청도 사투리가 어울리는가 말이다. 스테이크에 청국장도 이보다는 낫겠다. "아이구, 이 물 참! 맛있다. 그냥 물은 아니군먼." "둥굴레차유. 제가 집에서 끓여 왔슈. 여기 또 한병있슈." "그래 어디까지 가는가?" "수원까지유. 수원에서 학교 다녀유."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청년은 일단 입을 여니 나불 나불 말도 잘했다. 그날 이 청년은 할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수원까지 갔다. 내릴 때는 할머니들의 짐을 모조리 맡아 양손에 들고, 또 어깨에 짊어지고 앞장섰다. 아름다운 시골 청년이었다.
출처: 소리잡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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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후! 어제는 쓰쳐 읽었다가
오늘 정독을 하고는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외형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의 피는 반만년을 바턴 타치하면서
내려온 배달민족의 피인걸요.
외형으로 너무 지레 짐작하지 말이요.
다만 그것은 외형적 유행일 뿐!
미니스커트가 처음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때
그 사회적 파장을 생각해보면,
그 때의 그 미니스커트는 이제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피어싱한 젊은이를 보며 놀라고 있잖아요.
어제 고3인 우리 애가 수능 끝나면 파마를 하겠다고 했을 때
펄쩍 뛰며 반대를 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뭐 그리 걱정할 것도 아닌 듯,
오늘 저녁에는 파마비용을 손에 쥐어 미용실로 보낼겁니다.
파마! 전 고1인 아들도 한다고 하면 방학때 해주고 싶은데, 절대 싫다고 하네요^^
법에 걸리는 것이 아니면 해볼수 있는건 다 해봐도 좋을듯~
해봐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도 찾는 거고, 동하님도 파마 같이 하세요^^
울 남편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해 파마하라고 했더니...웃고 마네요
이 글을 읽고 참 따듯하다고 느꼈어요^^ 외모로 판단하는 지금, 구수한 사투리와 할머니들의 짊까지 챙겨주는 청년에 모습에서 따듯한 시골정을 느꼈다고나 할까.... 이미지를 어떤걸 넣을까 고민하다 설경으로 선택한 이유도 따뜻한 소년의 맘이 느껴져서 같이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