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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설탕 끊기
황설탕, 흑설탕, 생설탕의 제조 공법은 모두 똑같았다. 즉 모두 백설탕에 당밀을 입힌 것이었다. 그는 ‘황설탕은 가면을 쓴 백설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원당을 생설탕에는 5퍼센트, 황설탕에는 12퍼센트, 흑설탕에는 13퍼센트를 넣는다. 자연산처럼 보이는 이유는 결정화 공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 미용 효과를 낸 덕분이다.
빅토르 로랑 박사는 <라 비 끌레르>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설탕은 생리 중인 여성에게 생리통을 유발한다. 설탕을 끊으면, 종종 생리 중에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등의 증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설탕을 많이 먹는 습관 때문에 기미가 생길 수도 있다. 설탕을 1년 남짓 먹지 않으면 햇볕을 쐬었을 대 피부 반응이 사뭇 달라진다. 화학제품을 잔뜩 바르고 뜨거운 햇볕에 피부를 태우는 것은, 특히 여성의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설탕을 끊으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일광욕 후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벗겨지지 않는다. 피부가 벌겋게 되더라도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는 하지 말자.
흰 설탕이나 흰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정제 설탕은 밀가루보다 여덟 배가 농축되었으니 여덟 배나 자연스럽지 못하고, 아마도 여덟 배 정도 위험할 것이다. 거짓된 맛이 혀와 미각을 속여 너무 지나치게 먹게 만든다. 사탕무를 매일 2파운드 반씩 먹을 사람은 없겠지만, 이를 설탕으로 환산하면 142그램밖에 안 된다. 설탕을 과다하게 먹으면 우선 당뇨병, 비만, 관상동맥 질환이 생긴다.
2. 천연 식물 섬유를 제거하면 충치, 치주염, 위장 질환, 정맥류, 치질, 게실염 등이 생긴다.
3. 단백질을 제거하면 소화성 궤양이 생긴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식료품점에서 설탕과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지 않은 통조림 수프를 산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러므로 설탕을 끊기 위해서는 수프를 직접 끓여먹어야 한다. 수프를 직접 끓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재료만 좋은 것으로 구하면 된다.
말린 완두콩과 얼룩콩, 렌즈콩을 항상 넉넉하게 준비해 둔다. 이것들은 양파나 부추, 당근, 셀러리 같은 기본적인 채소와 잘 어울린다. 늙은 호박이나 호박, 옥수수, 비트, 순무, 파스닙 같이 철 따라 나는 채소로 요리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수프를 끓이려면, 우선 마른 콩을 찬물에 넣고 밤새 불린다.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다시마 한 조각을 넣어보도록 하자. 다시마의 미네랄 성분이 조리 시간을 단축시키고, 음식 맛을 좋게 한다.
그 다음, 식물성 기름을 좋은 것으로 준비한다. 거르지 않은 참기름이나 옥수수기름이 적당하고, 같이 섞어 써도 좋다. 두꺼운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다가 잘게 쓴 셀러리나 당근을 넣고 함께 볶는다. 불린 콩과 물을 붓고 한 시간 남짓 약한 불에 뭉근하게 끓인다. 채소가 부드럽고 먹기 좋게 되면 수프가 완성된 것이다. 너무 오래 끓이면 채소가 힘없이 풀어져 맛이 떨어진다.
다 끓인 수프는 잘 보관했다가 먹기 전에 데운다. 수프를 먹을 때는 개인 접시에 덜어 타마리 간장으로 간하는데, 이것은 천일염을 넣은 일본의 전통 간장이다.
이것이 기본 요리법이고, 얼마든지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
좋은 양파를 구할 수 있다면, 양파 수프를 만들어도 좋다. 셀러리를 많이 넣고 싶으면, 수프를 끓인 후 블렌더에 갈아 셀러리 크림처럼 만든다. 잘게 썬 비트에 양배추를 조금 더하면 러시아식 보르쉬 수프처럼 된다. 얇게 썬 늙은 호박이나 버터넛 호박, 혹은 두 재료를 다 양파와 함께 볶아 부드러워질 때쯤 물을 붓고 끓이면 호박 수프가 된다. 내 경우에는 호박 수프를 끓일 때 참기름 대신 진한 콩기름을 사용한다. 양파와 버터넛 호박을 같이 조리하면 꼭 토마토 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부추와 양파를 함께, 혹은 부추만 넣고 비사수와즈 크림 수프처럼 만들 수도 있는데, 걸쭉하게 하려면 귀리가루를 넣으면 된다. 나는 토마토나 감자로 수프를 끓이지 않고, 보리 이외의 곡류도 넣지 않는다. 채소를 넣은 후 보리를 약간 더하면 질감과 풍미가 아주 달라진다.
옥수수가루로 더블 옥수수 수프를 맛있게 끓일 수도 있다. 잘게 썬 양파를 기름에 볶다가 양파 색이 노르스름하게 변하면, 노란 혹은 하얀 옥수수가루를 반 컵 이상 넣고 살짝 볶아 준다. 기름 속에서 옥수수가루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볶아지면, 그레이비 육수를 만드는 것처럼 천천히 물을 붓는다. 뻑뻑해지면 계속 물을 넣어 주면서 한 시간 동안 뭉근히 끓인다. 음식을 내기 바로 직전에 옥수수대에서 막 떼어낸 옥수수 낟알을 넣고 타마리 간장을 함께 식탁에 올린다. 옥수수가 제철이 아니면 냉동 옥수수를 써도 된다.
요리법이 너무 간단해서, 이런 수프를 끓이기 위해 굳이 조리법을 받아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양파와 셀러리 수프에 로메인 레터스나 에스카롤을 더하면 이태리식이 된다. 스프 접시에 양파를 잘게 썰어서 장식을 하면 일본식이 된다. 당근 꼭지와 부추 뿌리를 잘게 썰어서 볶아 주면 프랑스식이 되고, 양배추를 많이 쓰면 러시아나 아일랜드식이 된다.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식으로 하려면 옥수수 대신 롤드 오트나 귀리가루를 쓰면 된다. 아니면 양파 수프에 잘게 썬 신선한 채소를 더해 지중해식으로 만들어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웬만한 채소와 천연 간장만 있으면 수프를 맛있게 끓일 수 있다는 점이다.
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마요네즈나 샐러드 드레싱을 사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하다. 젤로와 맛을 낸 젤라틴, 설탕 시럽에 절인 통조림 과일을 넣으면 전형적인 미국식 샐러드가 된다. 이런 설탕 덩어리만 먹으면서 스스로 다이어트 중이라고 뿌듯해하는 여성들이 많다.
케첩, 마요네즈, 러시아 드레싱에는 모두 설탕이 잔뜩 들어 있다. 피클도 예외가 아니다. 설탕을 끊으려면 샐러드에 무엇들 넣을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1905년 일본이 러시아에게 승리한 일을 기억하는가? 일본식 채소 절임 샐러드를 먹어 보라. 만들기 쉽고, 위장에 좋으며,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부피가 작아 작은 병 속에 넣어 다닐 수 있고, 사실상 오랫동안 보존할 수도 있다.
소금에 절인 채소를 오지그릇에 넣은 후 나무판으로 누르면 채소 절임이 된다. 나무판은 항아리에 맞는 것으로 묵직해야 한다. 나무판 대신 돌을 사용해도 좋다. 그것도 없으면 사발 그릇을 사용하자. 두 개가 필요한데, 그 중 하나가 나머지 하나의 안쪽에 꽉 끼는 크기면 된다. 주전자에 물을 채워서 그 위에 얹어 두자.
채소 절임에는 배추나 청경채 같은 동양 채소가 어울리지만, 사실상 모든 채소를 이용할 수 있다. 레터스, 꽃상추, 로메인 레터스, 민들레 잎사귀, 비트, 셀러리, 양파, 순무, 샬럿, 골파, 갓, 흰 무, 빨간 무 등이 다 좋다. 셀러리나 비트, 무, 당근, 순무 절임을 만들 때는 녹색 줄기도 같이 넣어야 한다. 시금치나 케일은 맛이 강하므로 피한다. 오이와 녹색 채소를 함께 절여도 좋고, 오이로만 만들어도 맛이 좋다.
우선 채소에서 흙과 모래를 씻어 낸다. 이웃 혹은 자기만의 텃밭에서 화학 비료와 살충제 없이 퇴비로 기른 채소를 얻을 수 있다면, 채소의 참맛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맛이 살아 있는 이유는 채소에 흙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채소를 깨끗이 씻었으면 물기를 빼고 잘게 썬다. 그 다음 사발 그릇이나 항아리에 채소를 넣고 천일염을 뿌린 후 다시 채소를 넣는 식으로 켜켜이 쌓는다.
프랑스에서는 천일염을 비닐봉지에 넣어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며, 집에서 이것을 가볍게 볶아 갈아 먹는다. 자연식품점에 가면 질 좋고 곱게 갈은 천일염을 구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설탕이 들어 있으므로 손도 대지 말자.
소금을 뿌린 후에는 채소가 담기 큰 사발 속에 작은 사발을 뒤집어 엎고, 그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는다. 여행 중에는 사발 위에 나무판을 놓고 책이나 다리미, 램프 등 눈에 띄는 물건을 올려놓는다. 항아리에 담그려면 아는 목수에게 잘 맞는 크기의 나무 뚜껑을 부탁하고 바닷가에서 선 불교풍의 돌멩이를 구해다가 오래도록 무게추로 사용하자.
항아리에 담그는 채소 절임을 한 시간이 지나면 완성된다. 무게추를 들어낸 후 고인 물을 따라내고 타마리 간장으로 간을 본다. 참기름을 좋아하면 정제하지 않은 것을 약간만 두르자. 순무나 당근 같은 섬유질 채소가 여전히 뻣뻣하게 남아 있으면 항아리에 다시 넣어 물기를 짠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해서 맛있는 피클을 만든다. 쌀겨나 약초를 넣기도 한다. 소금물에 야채를 며칠, 몇 주씩 담가 두면 채소 맛이 변해서 전혀 다른 맛이 된다.
채소 절임을 주 요리로 삼아도 좋다. 통밀이나 메밀 마카로니를 한 사발 삶은 후 물기를 빼고
약간의 참기름과 간장을 섞은 양념장을 넣는다. 설탕이 든 시판용 마요네즈 생각은 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마요네즈를 먹고 싶다면, 유정란과 양질의 기름에 설탕 대신 꿀을 조금 넣어 만든 마요네즈를 파는 자연식품점에 들러 보자. 마요네즈에 간장과 레몬주스를 넣어, 식구들이 죽어도 먹어야 한다고 우기는 상업용 마요네즈를 완전히 끊을 때까지 사용한다.
토마토와 아보카도는 열대 과일이다. 나는 이것들을 샐러드에 절대 넣지 않는다. 열대 지방에서 아보카도를 먹으려면 간장이나 타마리 간장을 조금 둘러 아보카도 자체만 먹어라. 토마토와 감자는 동시에 쓰지 않는다. 감자 샐러드와 채소 절임을 만들어 통밀이나 메밀 파스타와 함께 먹는다. 일본에서는 메밀 파스타를 소바라고 부르는데, 미국에서는 많이 먹지 않는다. 메밀에는 루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루틴은 비타민 알약의 상당히 중요한 성분이다(실핏줄이 터졌거나 정맥류가 생긴 것은 아닌지 정기 검진을 받는 여성들이 있다. 메밀이 어떤 것인지를 알면 메밀을 구하러 몰려들 것이다. 시험해 보자. 주치의의 코에 정맥류가 있다면 메밀을 권해 보자. 자기 자신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의사에게는 몸을 맡기지 말자. 때로는 의사들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나는 집에서 기른 싹채소를 조금 섞어야 진짜 샐러드라고 생각한다. 좋은 품질의 신선한 채소를 사려면 돈을 꽤 주어야 한다. 기왕이면 자신의 재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비타민C의 존재를 몰랐던 수백 년 전에도 동양에서는 곡류와 콩의 싹을 틔워 먹었다. 싹을 틔우는 데에는 퇴비 더미나 토양, 햇볕이 드는 창 같은 것은 필요 없다. 단지 발아기와 신선한 물, 씨앗만 있으면 싹이 트므로 감옥에서도 가능하다. 알팔파, 콩나물콩, 렌즈콩 무엇이든 모두 가능하다.
손쉽게 싹을 틔워 주는 발아기는 자연식품점에 여러 종류가 있다. 도자기에 장치를 넣어 만든 것도 있고, 발아기의 뚜껑을 열 수 있게 만든 단순한 것도 있다. 설명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싹이 엄청나게 돋아나 며칠 내에 못다 먹을 만큼 양이 많아질 것이다(이것은 냉장 보관해야 한다). 샐러드에 넣거나 다른 요리에 넣어서 먹어라.
일단 싹 틔우기에 성공했으면, 허브, 밀, 메밀을 창가에서 키울 준비가 다 된 것이다. 집 안의 식물이 죽어간다고 해서 흙을 그냥 내다버리지 말자. 물을 주고 잘 간수하여 흙 상태가 좋아져서 촉촉해지면, 몇 시간 동안 신선한 물에 담가 둔 밀알이나 메밀 씨앗을 뿌리도록 한다. 흙을 촉촉하게 유지해 주면 몇 시간 내에 밀알에서 자그마한 싹이 터서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쭉 뻗어 자라난다. 길이가 15~20센티미터 정도가 되면 골파를 먹을 때처럼 풀을 한 줌 베어 낸다. 물냉이 대신 메밀풀을 요리해 이용해 보라. 껌처럼 메밀풀을 씹으면 자연스런 단맛에 놀랄 것이다. 씹고 또 씹다 보면 입 안에 든 음식을 삼켜야 할지 뱉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이다.
풀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듬뿍 들어 있어서 약국에서 파는 제품보다 좋다. 동물들은 특정한 종류의 풀을 약처럼 씹어 먹어 스스로를 치유한다. 즉 몸이 아프면 먹이를 먹지 않고 몸이 나을 때까지 특정한 풀만 씹는다.
음식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면 프랑스어가 얼마나 정확한 언어인지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프랑스어는 외교계의 언어일 뿐 아니라, 표현이 짧으면서도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이유로 국제 요리계의 언어가 되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로 ‘riz complet’란 광택과 가공 처리를 하지 않은, 천연 미네랄과 비타민이 그대로 살아 있는 쌀을 말한다. 영어로는 brown rice에 해당하는데, 이는 식품의 색을 가리키는 부정확한 단어인지라 온갖 속임수가 가능하다. 즉 정백미에 색을 약간 입힌 후 이 이름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이것은 물론 색은 갈색이지만 건강한 음식은 아니다.
프랑스어로 포도는 ‘raisin’이다. 그러나 영어의 raisin에 해당하는 포도는 프랑스오로 ‘raisin sec’ 즉 건포다다. raisin이 건포도라는 점을 기억하자. 건포도에는 포도의 당분이 농축되어 있어서 훌륭한 천연감미료로 쓸 수 있다. 건조시킨 씨 없는 포도는 당분이 많지는 않지만, 특유의 톡 쏘는 맛이 있다.
말려 먹는 과일로는 사과, 복숭아, 배, 자두, 살구, 체리, 라스베리가 있다. 말린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있지만, 사람은 자기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열대 과일은 열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먹는 것이다. 에스키모인들에게 먹는 음식과 피지 섬 사람들에게 맛는 음식은 다르지 않을까?
일본 식품인 우메보시는 매실을 말려 소금에 절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일본식품점에서만 판다. 오래 전부터 치료제 구실을 했고, 부엌에서는 다른 말린 과일들처럼 유용하게 쓰인다.
제철에 과일을 말려 두었다가 겨울 내내 꺼내 먹는 오래된 풍습처럼 식품첨가물을 치지 않고 햇볕에 말리면 맛이 아주 기막히다. 설탕을 친 과일 캔과는 차원이 다르다. 보관하기 쉽고 공간도 적게 차지한다. 말린 과일과 우메보시, 견과류를 어느 정도 항아리에 채워 넣었다면 새로운 맛의 세계를 탐험할 준비가 된 것이다. 정제된 설탕을 포기하면 전혀 새로운 맛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사실 이 음식들 대부분은 역설적으로 예전에 각광받던 것들이었다.
요리법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말린 사과나 건포도, 레몬 껍질로 시작해 볼까? 찬물에 말린 사과를 한 줌 넣고 불린다. 물이 모자라면 물을 조금 더 넣는다. 건포도는 잘게 다져 달콤한 맛이 컴포트 요리 전체에 퍼지게 한다. 여기에 말린 레몬껍질을 넣고 은근하게 끓인다. 20여 분 남짓 뭉근히 끓인 후 불을 끈다. 그대로 먹어도 좋고, 블렌더에 갈아서 애플소스를 만들어도 되며, 남미산 칡가루를 조금 넣어 뻑뻑하게 해서 파이나 타트를 만드는 데 써도 된다. 다음번에는 말린 밤을 넣어 보라. 밤과 사과는 맛이 잘 어울린다. 건포도 대신 씨 없는 포도를 써도 좋다.
이제 다른 과일로 바꿔 보자. 씨 없는 포도나 살구, 레몬껍질을 재료로 하거나 씨 없는 포도와 배를 섞어 보라. 두 요리 모두 짭짤한 우메보시를 넣으면 맛이 강해진다(씨는 빼도 좋다). 짭짤한 맛의 우메보시는 촉매 역할을 하며, 맛을 변화시켜 준다.
냉장고 속에 스튜 상태의 과일이 언제나 한 병씩 보관되어 있다. 이렇게 준비해 두면 언제라도 파이와 컴포트, 과일 푸딩을 만들 수 있다. 과일을 블렌더에 넣고 칡가루 반죽물을 넣어 갈면 샤베트가 되고, 이것을 차갑게 식히면 젤리가 된다.
대부분의 통조림용, 포장제품용 푸딩에는 설탕이 잔뜩 들어 있다. 아이들이 이 맛과 색깔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말린 과일 스튜와 타히니 거품 낸 것을 먹여서 설탕 푸딩을 끊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우선 말린 살구나 사과를 한 컵 분량 정도 물에 불리고, 레몬껍질과 우메보시를 넣는다. 낮은 불에서 몇 분간 익힌 후 블렌더에 넣어 타히니를 몇 수저 넣고 갈아 준다. 이것을 개인 접시에 덜어서 먹으면 되는데, 그 위에 코코넛을 뿌려 먹기도 한다.
좋은 파이 크러스트를 만들려면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좋은 재료를 구해야 한다. 맷돌에 간 유기농 통밀가루, 맷돌에 간 유기농 통옥수수가루, 외부의 열을 가하지 않고 한 번 짜낸 참기름, 화학물질도 없고 정제하지도 표백하지도 않은 천일염을 준비하자.
반죽의 3분의 1은 옥수수가루, 나머지는 통밀가루를 섞어서 사용하자. 옥수수가루를 넣는 이유는, 질감과 풍미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옥수수가 입 안에서 겉 돈다고 생각되면 양을 줄이거나 통밀가루만 사용하라.
그릇에 곡물가루 섞은 것을 넣고 천일염을 조금 뿌린다. 정확하게는 통밀라루 한 컵에 참기름이나 옥수수기름을 2,3 테이블스푼 넣고, 기름이 밀가루에 배어들도록 힘껏 저어 준다. 여기에 찬물을 조금 넣고 반죽을 해서 동그랗게 뭉친다. 30분 정도 반죽을 놓아두었다가, 나무 도마에 밀가루를 뿌리고 롤링 핀(깨끗이 씻은 맥주병도 좋다)으로 반족을 얇고 납작하게 민다. 파이용 접시에 반죽을 깔고, 넘치는 곳은 잘라내고 모자란 곳은 채워 준다.
파이 껍질을 구울 때는 토스터 오븐을 쓰면 좋다. 저열에서 몇 분간 구운 후 차갑게 식힌다. 스토브 오븐의 경우 150도까지 예열한 후 파이 껍질이 바삭바삭하게 황금색이 될 때까지 굽는다. 오븐마다 빵이 구워지는 시간이 다르므로 정확한 시간을 적을 필요는 없지만, 약 20분 정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조각 파이는 굽기 쉽고 먹음직하므로 가끔씩 만들어 보라.
나는 보통 파이와 타트 재료로 생과일을 쓰지 않는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과일이라면 그냥 그대로 먹는 게 좋다. 딸기에 설탕을 치지 않으면 맛을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 이렇게 해보자. 꼭지 채 딸기를 씻은 후, 냉수 500밀리리터 정도에 천일염 1스푼을 녹여서 그 물에 딸기를 30분 동안 담근다. 맛이 어떤가? 소금을 조금 뿌리면 사과와 멜론의 경우처럼, 딸기와 라스베리도 맛이 아주 좋아진다.
진한 설탕 시럽으로 만들어진 복숭아 통조림을 사지 않으려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자연식품점에서 무가당 복숭아를 사서 멋진 파이를 만들면 어떨까? 복숭아의 과육과 천연 과즙을 파이렉스 냄비에 붓고 레몬껍질(생것 혹은 말린 것)을 조금 넣어서 은근한 불에 끓인다. 처음에는 색이 탁하지만 거품이 생기면 맑아지며, 이것을 파이 껍질에 붓고 몇 분간 굽는다. 파이가 식어도 내용물이 주르르 흐를 것 같으면 칡가루를 좀 더 넣어 뻑뻑하게 한다. 단맛이 필요하면 잘게 썬 건포도나 건포도물을 넣는다.
과일 파이에 특별 토핑을 하고 싶다면 파이 크러스트를 남겨 두었다가 밀 배아 몇 스푼에 볶은 롤드 오츠, 대추야자나 꿀 약간, 으깬 참깨, 코코넛 약간, 참기름 약간을 넣어 섞은 다음 블렌더에 갈아서 파이 위에 붓는다. 그리고 토핑이 황금색으로 구워질 때까지 브로일러에 굽는다.
많은 요리사들이 양파나 늙은 호박 같은 구근류 채소가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다. 이런 채소로 향긋한 파이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양파의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썬 후, 참기름을 두르고 부드러운 갈색이 될 때까지 볶다가 물을 조금 붓고 끓인다. 한 쪽에서는 찬물에 칡가루 1테이블스푼을 넣어 반죽물을 만든다. 반죽물을 냄비에 넣으면 뿌옇게 되지만, 약한 불에서 계속 저어 주면 거품이 생기면서 맑아진다. 그런 다음 타마리 간장을 충분히 두른다. 맛있게 만들 때까지 시행착오를 좀 겪을 것이다.
파이의 내용물이 완전히 섞여서 거품이 일면 미리 구워 두었던 파이 껍질 위에 붓는다. 브로일러에 다시 넣어 몇 분 후 파이 속에서 거품이 일면 다 구워진 것이다. 따뜻하게 먹어도 맛있고, 차갑게 먹어도 맛있다.
후리카케는 콩 퓌레, 콩가루, 김, 보니타(말린 생선살)로 만든 맛좋은 일본식 참깨 조미료다. 파이에 칡가루 반죽과 간장을 넣기 전후나 파이를 굽기 직전에 후리카케를 넣자. 구할 수 없으면 파이를 굽기 전에 그 위에 볶은 참깨를 뿌린다.
순무와 파스닙을 얇게 썰어 양파와 함께 볶아 맛있는 파이를 만들 수도 있다. 요리법은 수도 없이 다양하다. 이런 방법으로 구근류 채소를 요리하면 자연스런 맛이 난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부추, 골파, 호박, 늙은 호박 모두 양파와 함께 요리할 수 있다. 더 오래 볶아야 하는 채소도 있으니 직접 실험해보도록 하자.
크레페란 모두 알고 있듯이 우아하게 생긴 팬케이크이며, 크레페수젯은 속을 채운 얇은 팬케이크다. 크레페는 만들기도 쉽고 맛도 있다. 나는 통밀가루로 크레페를 만들며, 질감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옥수수가루를 넣기도 한다. 밀가루 한 사발에 천일염 한 줌을 넣고 밀가루 한 컵당 참기름 2,3 테이블스푼을 넣은 후 블렌더에 간다. 생우유나 사우어 밀크, 사우어 크림과 물, 혹은 물만 넣는다. 우유와 달걀을 넣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 항상 필요하지는 않다. 달걀은 한 개 넣어도 되고, 반죽이 많으면 두 개 넣는다. 물을 넣어 묽게 반죽하되, 흘러내리게는 하지 말자. 반죽이 묽을수록 크레페가 얇고, 반죽이 뻑뻑할수록 두꺼워지는데, 크레페의 두께는 개인의 취향에 맞춘다.
천일염을 약간 뿌린 호두를 껍데기 채로 약한 불에 갓 볶아서 따뜻할 때 먹으면 스낵이나 후식 삼기에 좋다. 사람들은 볶은 땅콩과 생땅콩의 맛을 즐겨 비교하면서도, 무슨 이유에선지 호두는 장식품으로만 쓰거나 그냥 까서 먹는다. 갓 볶은 따뜻한 호두를 먹어 봐야 진짜 맛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캐슈넛, 개암 등의 친근한 견과류도 같은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가게에서 파는 견과류는 기름으로 먼저 볶고, 저질의 소금을 너무 많이 사용하며,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설탕과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화학 물질 없이 재배되고 수확되고 저장된 것을 찾아보도록 하자.
껍질을 까지 않은 아몬드를 일본식으로 한 번 먹어 보자. 아몬드를 유리그릇에 넣고 타마리 간장을 붓는다. 아몬드 표면에 간장이 고루 묻도록 저어 주다가, 간장이 스민 듯 싶으면 파이렉스 접시에 옮긴다. 구멍이 난 수저나 포크를 사용하면 남은 간장을 다음번에 다시 쓸 수 있다. 접시를 오븐에 넣고 90도 이하의 낮은 열에서 가열하면서 잘 지켜보다가 몇 분 단위로 뒤집어 준다. 바삭바삭하여 먹기 좋게 되려면 10~20분 정도 걸린다.
껍질에 칼집을 내어 팬에 볶은 따뜻한 밤은, 파리 같은 대도시 거리에서 계절의 별미로 판매된다. 말린 밤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밤가루는 상하기 쉬우므로 막 갈아 놓은 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밤에는 자연스런 단맛이 있다. 타트, 파이, 컴포트에 사과와 건포도를 함께 쓰면 맛이 아주 뛰어나다. 크레페, 와플, 차파티, 도넛을 만들 때는 밤가루와 통밀가루를 함께 쓰도록 하자.
과감성과 상상력, 좋은 재료만 있으면 맛있는 무설탕 자연식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식생활을 바꾸면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와 더 나아가 맑은 정신을 가지게 되어, 설탕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된다.
-글을 옮기고 나서
이 책은 1975년에 출판되었다. 이 연도를 듣는 순간, 사람들은 이 책에 수록된 정보들이 이미 해묵은 옛 이야기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잘못된 인상을 받기 쉽다. 물론 더프티가 이 책을 집필하던 1970년대 이래로 (특히 미국에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각성이 크게 일어났고, 그에 따라 식품첨가물 규제나 식품 라벨 표기법 등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왔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정제 설탕과 여타 탄수화물을 모두 구별 없이 ‘탄수화물’ 항목으로 표기했던 것과 달리,현재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식품 라벨 표기법에는 ‘총 탄수화물’항목 아래 ‘당류(sugars)’ 항목을 따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16온스짜리 코카콜라 클래식 한 병의 성분 표시를 보면, 총 탄수화물 52.0그램 가운데 전량이 ‘당류’인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물론 이 ‘당류’의 대부분이 ‘정제 설탕’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개정된 미국의 식품 라벨 표기법 역시 정확한 ‘정제 설탕’ 함유량은 교묘하게 은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그나마 한국의 경우에는 여전히 탄수화물 총량만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 담겨진 비판들에 대해 설탕업계가 스스로 어떻게 변호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이를테면 ‘슈거 블루스’에서는 흑설탕이 백설탕보다 원당에 가까운, 즉 보다 자연 상태에서 가까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설탕에 캐러멜 색소 등을 추가로 첨가하여 가공한 제품(즉 사탕수수->원료당->--백설탕->갈색 설탕->흑설탕/삼온당 순서로 제조된다)이라고 고발하고 있는데, 사실 처음 이 구절을 읽을 때는 나 자신도 이 진술을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대한제당협회에 올려진 ‘친절한’ 제조 공정 안내 글을 읽고 나서 이 책에 담긴 비판이 말 그대로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흑설탕이 백설탕보다 원당에 가깝기는 커녕, 색깔을 제외하면 두 제품 사이에는 영양학적 차이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일반인들은 정반대로 알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흑설탕은 다소 거친 입자로 제조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오해를 한층 부풀리기까지 한다. 이것 역시 어떤 ‘불순한’ 의도가 담겨진 것일까?
더욱이 해당 협회의 웹페이지에 올라온 홍보 만화는, 더프티가 이 책을 집필하던 30년 전 미국에서조차 언급할 수 없었던 내용을 서슴없이 담고 있다. 요약하자면, 설탕에 대한 편견은 ‘인식 부족’탓일 뿐이며, 오히려 설탕이야말로 우리 식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 건강을 촉진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설탕 섭취는 키 크고 평균 수명이 긴 선진국의 부강을 이룬 기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설탕 섭취량이 국제 평균에 크기 못 미치는 점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넌지시 훈계까지 하고 있다.
이 책의 결론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설탕을 완전히 끊어 버리는 무설탕주의자로 개종하는 ‘과격한’ 입장이든, 혹은 ‘영양학적 균형에 초점을 맞춘 식생활’을 추구하는 보다 ‘온건한’ 입장이든,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은 분명하다. 모든 것을 비판적 관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 비록 그것이 ‘전문가’의 권위로 선포된 ‘과학적 사실’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