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적자 ‘눈덩이’
‘초대형 해양플랜트 설치선’만 이미 5천억원 이상 손실 불가피
“아직 인도지연 문제 없지만…” 다른 설비들 수익성도 불투명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l 2014-02-13 21:05:38
지난 2012년에만 100억 달러가 넘는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며 이 분야 강자임을 자처했던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에서 심각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프로젝트에서만 이미 5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한데다 다른 수주건들도 수익성은 물론 계약기간 내에 인도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향후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건조 중인 ‘초대형 해양플랜트 설치선(Platform Installation/Removal & Pipe-lay Vessel)’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올씨(Allseas Group SA)로부터 6억 달러에 수주한 이 설비는 기존 세계 최대였던 올씨의 솔리테어(Solitaire)보다도 2배나 더 큰 설비로 관심을 모았다.
당시 대우조선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설비는 길이 382m, 폭 117m, 높이 29m, 선박 자체 무게만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3배인 12만t에 달하는 초대형 설비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옥포조선소의 제1도크(길이 530m, 폭 131m)를 일정기간 이 설비 건조를 위해 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주할 때는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로 화려하게 포장됐으나 정작 이 설비를 건조하는 과정에서는 잇달아 난관에 부딪히며 건조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설계 과정에서 이미 2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진 이 설비는 건조에 들어가며 손실액이 4천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는 5천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또한 2013년 말까지 인도하기로 한 계약시점을 넘겼음에도 어떤 변수가 더 발생할지 불안한 상황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대형 설비 두 개를 이어붙인 구조인 이 설비는 지난해 발주사 관계자들이 방문했을 당시 요구한 사양보다 작게 건조됐다는 이유로 용접을 뜯어내고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다”며 “용접작업까지 다 마쳤다가 이를 다시 뜯어낸 적이 건조 과정에서 두어 번 더 있을 정도로 이 설비는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차례 계약변경(Change Order)을 통해 인도시기를 연장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발주사 측과 협상을 하고 있으나 모든 문제점에 대해 반영되는 것은 아니므로 대우조선이 떠안아야 하는 비용부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상선시장 침체에 따라 대우조선이 해양플랜트 수주에 적극 나서면서 적자를 기록하는 프로젝트가 더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는데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2년 143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이중 105억 달러가 해양플랜트에서 거둔 실적이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만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한 조선소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의 수주행보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상선 건조를 목적으로 건설된 조선소 특성상 상선이 전체 수주의 절반 정도는 받쳐줘야 정상적인 조선소 운영이 가능하다”며 “상선처럼 여러 척의 동형선을 건조하며 생산성을 높일 수 없는 해양플랜트 수주비중이 높아지면 수익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옥포조선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근로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이유 역시 당시 상선시장이 침체기였긴 하나 그렇게까지 해양플랜트 수주에 매달릴 필요성은 없었다는데 있다.
현재로서는 ‘초대형 해양플랜트 설치선’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2010년 이후 수주한 해양플랜트들의 인도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대우조선의 실적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해양플랜트 인도지연으로 인한 손실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와 같은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도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수익을 내게 된 만큼 다른 설비들도 장기적으로는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씨 측과 대규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계약금액 인상 문제를 현재 논의 중”이라며 “아직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으나 발주사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