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산악회 210회 나들이 - 제주 올레길을 걷다
제주특별자치도!
그 섬에는 해변을 끼고 걷는 아름다운 올레길이 있다.
그 곳에 가려면 ‘주민등록증’ 챙겨 비행기를 타야 하고
춘삼월이지만 특별자치섬인지라 날씨 걱정을 해야 한다.
지난 3월10일,
210회 나들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일기예보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번 제주 올레길 여정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월10일 이른 아침
어린시절 소풍날 기다리듯 한 달을 손꼽아온 그 날인데
일기예보가 심상찮다.
전국 비 또는 눈, 제주 눈과 강풍이라나...
39노동 53명을 태운 제트737 JinAir
궂은 날씨에도 김포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솟아올랐다.
(Kal, Asiana는 모두가 켄슬 사인인데)
검은 구름, 흔들리는 기체, 떨리는 조종사의 스피킹 속에 날아오른 여객기,
긴장감도 잠깐 어느새 드높은 파도가 용솟음치는 제주도 상공까지 왔다.
착육을 시도하고 있다.
조종사의 스피킹
아프로치 - FinalApproach,
그러나 순간 돌풍을 맞아 MissApproach - GoRound!!
활주로에 내리지 못한 비행기는 먹구름과 흰구름과 밝은 햇살을 오가며
15분간 선회하였고 재시도-아프로치-렌딩에 성공,
심한 파열음과 함께 눈 내리는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고
우렁찬 ‘역회전’ 엔징소리에 안도의 숨을 내쉬며
능숙한 조종솜씨에 박수를 보냈다.
정말 무사히 잘 도착했다.
다행이다. 처음 겪는 일이다
39산악인!
그래도 한 생을 살아오면서 덕행을 쌓아온 덕이려니....
제주여행사와의 조우!
그러나 도착시간이 한 시간 지연된 데다
하얗게 덮인 눈 때문에 버스길은 위험하게 보였다.
오늘이 춘삼월인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3월의 제주 하늘에서는 눈이 펄펄 내렸다.
북해도에 온 것은 아닌지....
오는 봄을 시샘하듯
하얗게 내린 눈과 강풍에 밀려 올레길 걷기를 뒤로 하고
먼저 성읍민속마을을 들렀다.
알 듯 모를 듯 제주섬 사투리의 빠른 말씨
흰눈 내리는 민속촌 초가지붕의 고드름 밑에서도
안내양의 재치있는 말솜씨에 웃고 또 웃었다.
첫날 오후 늦게
39산꾼 24명은 1코스 말미오름과 알오름 구간을 걸었다.
올레를 걷는 산꾼 얼굴에는 금방 생기가 돌았다.
오름에 올라 듣는 바람의 노래,
봄눈 하얗게 뒤집어 쓴 오름의 파노라마,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어머니의 평안한 품을 연상케 한다.
서울에서 말미오름까지
이른아침부터 지금까지
돌풍 만난 비행기에 가슴 쓸어내리고
때아닌 눈바람에 갈곳 헤메이던 39산꾼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입가에는 얘기꽃이 맴돌고
눈에는 생기가 돈다.
눈앞에 펼쳐지는 제주오름의 전경에 감동하고
흐뭇해진 마음에 자신에게 감사한다.
춘산에 내린 눈, 그것은 금방 물이 되었고
검은 색의 진흙길이 등산화를 잡아당겼지만...
보는 것마다 이국적 정서를 자아낸다.
한두번 와본 것도 아닐텐데 볼때마다....
돌하르방의 벙거지(모자)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울담(긴돌담)
밭과 밭사이의 경계를 나누는 잣담
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담,
제주도는 돌담의 천지든가.
제주도의 흙 색갈에는 제주여인의 한이 서려있다고 한다.
암갈색, 농암색, 흑색, 갈색의 빛으로
농민들의 가난을 되물림했던 논 밭,
그 들판이 오늘은 하얀 이불을 쓰고 39산꾼들을 맞았다.
산야에는 하얀눈이 덮였어도
제주섬 사람의 삶의 고통이 담겨있는 검은 색조가 마음에 걸린다.
3월11일,
오늘은 어제와는 180도 바뀐 화창한 날씨에 감사하며
남제주의 열대성 풍광을 마음껏 즐겼다.
올레7코스 16.4Km,
외돌개-수봉로-범환포구-서건도바다 산책길-알강정-월평포구
외돌개!
누가 ‘외돌개’라 하였든가
세월따라 이미 외로움과 슬픔과 기다림을 다 지웠거늘
다만 외로운 척, 기다리는 척 표정관리를 할 따름이니라.
기다리지 않건만 수없이 찾아드는 관광객하며
보다 가깝게 닥아 가 그의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이
줄을 잇고 있지 않은가.
바다속의 외들개를 보고있는 한길위의 그대가
진정 ‘외돌개’가 된 것은 아닌지?
외돌개를 찾는 이의 속 마음을 알 수 없지만...
고독한 群衆!
군중속에 사는 현대인들의 고독한 심리를 묘사한 라잇 밀스의 말이 떠오른다.
39노동들이여!
다 같이 군중 속의 고독을 경계할지어다.
친구와 만나 식사도 하고
친구들끼리 산에도 오르고
연인이 되어 여행도 하고
오늘 39산꾼들처럼 올레길도 즐기고....
방콕대학을 멀리멀리 할지어다!
외돌개 산책길!
영부인이 걸었다는 외돌개 올레는 천하일품이다.
나무 바닥으로 깔끔하게 정돈한 산책길,
마치 멋진 실내장식처럼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길 양편으로 늘어 선 검푸른 해송하며
긴 잎파리를 버리면서 굿건한 줄기를 키워가는 야자수 열대림,
바다건너 점점이 이어가는 섶섬 돌섬 이름없는 ‘여’,
(2차화산 분출로 바다속에 솟아오른 검은색 바위)
넘실대는 파도따라 번쩍번쩍 흰빛을 자랑하는 여울,
상쾌한 공기와 찬란한 햇살, 푸른 하늘의 구름꽃들,
이들을 소재로 화려하게 장식한 올레길이 아니든가.
돔베낭길-수봉로 바당올레-범환포구-서건도
바당올레, 바다산책길!
올레꾼이 가장 사랑하는 코스
화강암 그대로의 자연생태길
제주섬 특유의 검은 암석들로 이루어진 좁은 올레길,
파도치는 바다를 벗삼아 한가로히 놀고 있는 갯돌하며
靜과 動의 절묘한 조화가 보는이의 마음을 홀린다.
바닷물은 바람따라 춤추는데
바위섬은 침묵속에 잠자고 있지않은가?.
울퉁불퉁 이리꼬불 저리꼬불 오르락 내리락 길, 바당올레,
아스팔트에 익숙한 도시인에겐 걷기힘든 '난코스'이려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비켜가는 신비스런 해변의 굴곡을 감상하는데 큰 방해가 된다.
그래서 남제주 해변의 진미가 더욱 값진 선물이 되는 것이려니...
가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힐껏힐껏 내려다 보는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앞으로 더 걸어야 할 올레길은 험하게 느껴지고
약속한 점심시간은 닥아오고
끝이 안보이니 갈길이 멀게만 느껴지고...다리도 아프다.
마치 평생 걸어야 할 먼 길을 오늘 하루에 다 걷는 것처럼
힘겹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모두가 난관끝에 누릴 수 있는 귀한 선물이 아닐런지!
쪽박 끝에 대박이 온다든가 苦盡甘來라든가.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바당 길섶의 아담한 횟집
이종근 내외의 배려로 정성껏 차려진 일품 회정식,
신선한 광어회의 그 맛,
친구와 동문과 가족들의 동석,
크고 작은 웃음꽃,
어젯밤 노래방인 듯 "내고향 남쪽바다"를 열창하는 어부인합창단,
이 모두가 하나된 점심시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환희요 만족이다.
하물며 春三月 바당가 횟집에서랴....
나이 들수록 누군가와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
여행길에서 친구끼리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은 대단한 큰 사건이 된다.
오늘의 올레길 걷기
바람불어 시원하고
파도 일어 생동감 넘치고
꼬부랑꼬불 정신통일에 딱이고,
잡념(魔)이 끼어들 빈틈을 주지 않으니
마음이 쉽게 비워지고 禪定三昧에 들게 만든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이번 여행이야말로 참 멋진 여행
기가 막힌 여행이 아니든가?
스스로 감탄하게 되나니...
길이 길을 물고 이어가는 올레길 처럼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구나.
비바람에 가슴 조이고
강풍에 마음까지 흔들리고
춘산에 내리는 눈발에 떠밀리듯 떠난 여행,
비행기가 갑작스런 돌풍때문에 착육을 접고
구름위로 다시 올라가 재시도해야 했던 위험한 비행이었지만....
210회 산행-제주나들이
여정은 끝났으나 여운은 길게길게 이어진다.
"혼자 옵서, 속앗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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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도 좋고 경쾌하게 흐르는 여행기도 멋있네요.행사가 있을때 마다 동문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東岡의 마음 씀이 항상 고맙게 느껴집니다. 溪山합장ㅎㅎㅎ
溪山 ! 회장님 감사합니다. 내가 좋아 하는 일인데 혹시나 공해꺼리가 되지않을까 걱정입니다.
비록 이틀의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바다를 건넜는데,피곤할텐데 글과 사진을
정리하여 올리느라고 동강, 수고많어셨소. 사진은 또 카메라 맨 3분이 연이어
올리리라 믿습니다. 여하튼 울림이 많아서 반갑고 기쁨니다.
石泉! 감사합니다. 회장께서 너무 빨리 산행보고서를 올린 바람에 거기에 따라붙이려고 좀 무리했습니다. 처음 올린 글과 사진에서 수정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동영상도 올려보겠습니다.
동강 형! 오랫만입니다. 좋은 글 읽었읍니다. 아름다운 자연에 천변만화의
날씨까지 합쳐 사람의 혼을 저렇게 흔들어 놓고 흥근히 등줄기 땀을 즐기는
39 산악인들을 산도 아닌 들판에서 볼 줄이야...... 더부룩한 총각의 하소연과
성깔있는 처녀의 시샘같은 여러가지가 올레 길에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小湖! 오랫만이외다. 이번 제주체험은 정말 값진 나들이였나 봐요 집에 와서 생각하니... 재민는 댓글 작품이네요. 좋게 봐주심 감사합니다
제주 올레길 나들이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3월의 폭설속에서 친구들과 더불어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다는 것 앞으로 다시 더 해 보겠습니까?
사진도 찍어보고....
언제나 思索하게 하는 감칠 맛 나는 詩的인 東山의 글 그리고 영상촬영 솜씨에 감탄합니다. 감사합니다.
학연총장! 39홈에서 뵈오니 더 반갑습니다. 읽어주는 친구있어 이것저것 생각나는데로 쓰고 있는데...공해가 되지않는다면 정말 다행이지요. 용기주심 감사합니다. 동강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