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우리 엄니 시집을 가시네</p><p> </p><p>성배순</p><p> </p><p> </p><p> </p><p>답답한 일 없이 시원하라고</p><p>분홍 모시 속저고리 입고</p><p>층층시하 틈에서 따뜻하라고</p><p>무명 솜저고리 하나 덧입고</p><p>그 위로 노랑저고리 마저 입고</p><p>우리 엄니 시집을 가시네.</p><p>다홍색 비단 치마 위에다가</p><p>연초록 활옷 걸쳐 입고</p><p>나풀거리는 넓은 팔소매에는</p><p>오색 색동천 달으셨네.</p><p>윤기 나는 가채 위에 쓴</p><p>족두리 이리저리 흔들리는데</p><p>두 볼에 찍은 곤지 연지는</p><p>창백하기만 하네. 붉기만 하네.</p><p>하얀 종이꽃 가득 장식한 가마</p><p>동네를 한 바퀴 돌고</p><p>집 마당에서 한참 머뭇거리네.</p><p>삼베옷 입은 육 남매의 노잣돈 밟고</p><p>개울 건너 밭고랑 지나</p><p>꼬불꼬불 산길을 넘어</p><p>우리 엄니 시집을 가시네.</p><p>흰 국화꽃 가슴으로 받으시며</p><p>엄니, 엄니 천 번을 불러도</p><p>기어이 엄니는 시집을 가시네.</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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