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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묵주기도의 신비(수도원 체험기) 최 화 웅(비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도다.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 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시편 23, 1-3)
(광성보)
강화도는 섬 전체가 한강 하구와 강화해협을 낀 국경이자 나라의 관문입니다. 한강과 뱃길이 닿는 강화는 열강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역사기록에 따르면 100km가 넘는 해안선에 5진 7보를 두고 54개의 돈대를 관할케 했습니다. 거기다 8개 포대에 모두 62문의 대포까지 설치해 열강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러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불은면 덕성리의 광성보는 1871년 4월 미국 아세아함대가 일방적으로 통상을 요구하며 상륙한 미군을 격퇴시킨 격전지였습니다.
(저녁식사 후 묵주기도 출발 전)
매일 저녁 7시 반이면 하루 일과를 마감하는 묵주기도 시간입니다. 신학원에서 광성보까지 왕복 7Km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논두렁을 걸으며 묵주기도를 주고받습니다. 어둠이 깃드는 전원의 저녘에는 개구리의 세레나데가 아름답게 울려 퍼졌습니다. 어두운 밤이면 막내 돈보스코 수사님이 녹색 불빛을 내는 교통안내봉을 들고 앞장을 섰습니다. 기도와 깨달음은 들녘과 길 위에 있었습니다. 기도코스는 그룹별로 두 패로 나뉘었습니다. 큰 소리로 성모송을 천천히 주고받으며 어두워지는 들길을 나란히 걷는 도보묵주기도는 강화수도원 체험의 백미였습니다.
묵주기도의 여운은 복음의 기쁨을 맛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고 확신에 찬 마음을 모아 말씀에 귀기울이게 했습니다. 기도를 나설 때마다 저에게 강화들녘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기도 속에서 깨어난 영혼은 스스로를 묻고 답하는 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자신과의 대화는 항상 떨림과 두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기도 중에 만나는 자신과의 대화는 깨달음의 신비였고 한줄기 빛의 은총이었습니다.
(강화들녘)
벼가 한창 무르익어가는 무논을 사이에 두고 논두렁과 수로를 따라 걸을 때는 하루살이들이 입으로 날아들었고 모기가 팔다리를 물어도 기도는 결코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질 때면 기도비가 온몸을 흠뻑 적셨습니다. 기도, 그것은 나를 바라보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기도는 자신의 영혼을 만나기 위해 자신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도보 묵주기도는 안해루(安海樓) 앞에서 다섯 단을 바치고 계단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섯 단을 보태며 돌아왔습니다.
쉴 때에 먹게되는 아이스콘이나 캔디가 모두의 기대를 부풀게 했습니다. 덕성슈퍼에서 팔을 집어넣고 각자 취향대로 고르며 소란을 피울 때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의 모습이 피어올랐습니다. 신학원의 갇힌 삶은 바깥세상을 막연하게 동경하기 마련인가 봅니다. 도보묵주기도 시간이 바깥공기를 쐬며 해방감에 젖게 하는 처방이었습니다.
(비오는 날의 강화 수도원 앞 전경)
하루는 묵주기도를 나가려는 시각에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둘러보는 눈에 몇몇 수사님의 얼굴에서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습니다. 막내수사님이 제게 “원장신부님께 나가자고 한번 졸라보세요.”라며 꼬드겼습니다. 저도 싫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수도원생활 초년병인 제가 더 원했던 마실의 목마름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비가 내려도 묵주기도를 나가는 날은 비기 좀 더 세차게 내렸으면 했습니다.
(매일 수사님들과 함께 로사리오 기도를 하며 걸었던 길입니다)
강화들녘을 걸을 때면 저는 자연스럽게 기도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의 신비는 공동체의 일치로 값진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도 기도를 할 때면 “기도란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을 조용히 묵상해보았습니다. 입으로 하는 기도소리가 귀로 다시 돌아오는 파장이 잠든 영성을 일깨웠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는 자신을 향한 내면의 울림이요, 간절한 기다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성모님께 드리는 장미꽃다발을 엮는 로사리오기도 중에 공동체생활에서 겪은 감정의 찌꺼기와 크고 작은 갈등을 말끔히 씻어지고 깊은 잠에 들게 했습니다. 그럴 때면 모두가 성모님의 품에서 하나 되는 형제의 사랑과 우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도는 밖에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게 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의식의 흐름을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기도는 자신을 정화하고 공동체를 쇄신하는 신앙고백이었고 넘치는 축복이었습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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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사님들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바치는 묵주기도를 성모님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요?
그 자리에 동참하신 선생님은 정말 은총을 소나기로 받으셨네요.
"기도란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변화시키는 것"이란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과연 하느님의 뜻에 맞갖게 살았는지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선생님! 가족분들과 함께 뜻깊은 연말,연시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은총의 묵주기도 소리가 귓가에 울려 오는듯 합니다. 그때 그 시간이 그리워지지는 않으신지요?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어두운 밤길의 기도는 큰 빛으로 밝혔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부디 건강하십시오.
"기도는밖에서 보이지 않고들리지 않는사람들마음 속으로 들어기며 자신을 향한 침묵의 울림이요간절
한 기다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을정화하고 공동체를 쇄신하는 신앙고백이며 넘치는 축복이다
기도는 신비이다."
저가 한번 더되새겨 보았습니다..기도의 깊음을 맘
속에 간직하게 되심 감사드립니다.
주님,성모님 함께하심을 체험을 통해느낌 많았겠어
요.그리움님! 감사합니다. 가졌을 기분 저도 그느낌
가져봅니다.가는 해 잘 보내시고 오시는 해엔
더 많이건강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선생님!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댁내 두루 사랑이 넘치시길 빌겠습니다.
수도원 체험기도는 새해에도 계속됩니다.
고맙습니다.Happy New Year!!
들녁의 평화로움이 강화를 온통 감쌌습니다.
풀벌레의 합창소리와 어우려 졌을 묵주기도의 울림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저 길 끝 어딘가에서 성모님이 인자하게 웃으시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네요!
체험 수고하신 그리움님에게 빨간 장미 한송이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떨림과 두려움을 던지는 님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는 일마다 주님의 가호를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간절함 목마름에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지 않을까 묵상해 봅니다. 국장님 올해도 하루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 동안 좋은 글 나눠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국장님 댁에 주님의 축복과 국장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시몬&데레사부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두운 밤길을 밝힐 주님을 기다립니다.
Happy New Year!!
기도는 자신을 향한 침묵의 울림이자 간절한 기다림 자신을 정화하고 공동체를 쇄신하는 신앙고백이며 넘치는 축복이라는~수도원 체험기를 읽으면서 마치 제가 피정하고 있는 느낌 받으며 다시금 제 신앙심을 일깨우며 반성하게 됩니다.묵주기도의 신비 저도 함께 체험합니다.고맙습니다.그리움님.새해에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도원 체험기는 우리 모두의 영성을 위한 작업입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형제들과 도란도란 논길을 걷노라면 그 평화로움과 잔잔한 즐거움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찾아오는 달콤함, 아이스크림까지....ㅎㅎ 참 그리고 발잡고 기도했더니 정말 들어주시던데요~ㅎㅎ
옛날 사진도 보니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드레아 수사님!
옛 사진을 다시 보니 정겹죠?
주님의 발잡고 기도하던 때가 새롭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늘 쇄신하는 삶과 신앙을 지키겠습니다.
강화신학원 가족여러분께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Happy New Year!!
"입으로 하는 기도소리가 귀로 다시 돌아오는 파장이 잠든 영성을 일깨웠습니다."
귀하고 소중한 체험 글을 통해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심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주님의 복 많이 받으세요^^
주님! 새해에는 저희들이 복을 청하기보다 나누게 해주소서.
그리고 복을 바라기에 앞서 복을 짓는 사람되게 해주소서.
주님! 그렇게 살도록 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체험기잘 보고 나갑니다.
선생님! 잘 지내셨죠?
눈을 감으면 강화의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아우구스티노씨에게도 새해 인사 전합니다.
사진 속의 넘버 21번 서원익 안드레아 수사님, 1월16일 종신서원을 하시네요...축하드립니다..^^*
안드레아 수사님!
저두 축하드립니다.
충실한 주님의 아들되소서!!
내일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조금 더 읽기를 잘 했다는...
강화 들녁을 묵주기도를 하며 걸어간다는, 사진속의 쭈욱 뻗은 그 길이 마치도 천국으로 드는 문인것만 같아요^^
도보 묵주기도도 해보고 싶구, 수도원 체험도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