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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설악산(백담사에서 장수대까지) 2012/10/20-21 용대리주차장-백담사-영시암-오세암삼거리-수렴동대피소-봉정암-사리탑-소청산장-소청봉-중봉-끝청-한계령삼거리-귀때기청봉-1480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 올 가을 들어 연이어 세번째 설악을 찾는다.한계령을 중심으로 대청봉과 공룡능선에 이어 서북능선을 종주할 참이다. 대피소 예약이 여의치 않아 비박을 각오하고 짐을 꾸리고 집을 나서니 아내의 걱정스런 눈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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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10/20) 용대리주차장 07:20 새벽 3시 30분 중부 내륙 고속도로에 올려 만종 J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교차하여 홍성을 지나 백담사 셔틀버스 출발지인 용대리 주차장에 7시 못미쳐 도착한다. 황태해장국에 밥을 말아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려고 하니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선다. 경북 칠곡 송림사 신도들이 기도하러 봉정암에 간다고 같이 줄을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건네준 피로 회복제와 박카스 한병에 정과 힘을 보태준다. 시주할 쌀을 가슴에 안은 신도의 열성과 믿음에 대한 자신감이 풍긴다. 어떤 종교던 사람을 동심 상태로 끌어갈 수 있다면 참 아름다운 세상이 될텐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 멀리 설악의 가을이 우리네 마음을 느긋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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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0 백담사 백담사 주차장에 내리니 백담사 주변은 무르익은 가을이다.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혹은 걸어서 백담사 계곡의 가을에 들고자 꾸역꾸역 몰려든다.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 속의 한 장면에 홀린대도 지금의 장면을 마음껏 즐기고 간직하면 또 새로운 장면이 다가오는 게니 계곡으로 산으로 불타는 가을 정취에 빠진다. 이름 그대로 숱한 沼와 潭이 늘어선 백담계곡은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용대리에서 셔틀버스로 20여분 거리의 계곡은 커다란 반석에 물줄기가 물길을 파고 고저에 따라 웅덩이를 만들어 맑은 물을 담고 있으니 곳곳이 절경이다. | |
08:40 백담계곡으로 1박 2일의 일정이나 워낙 먼길을 예정하니 백담사는 스쳐지난다. 백담사를 한 바퀴 휘돌아 잠수교를 건너면서 상류 쪽을 보니 사람들이 쌓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돌탑이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삼고 빼곡한 군집을 이룬다. 두번의 태풍으로 산마다 자빠진 거목들을 볼 수 있는데 서툰 석공들이 쌓은 갸날픈 돌탑은 끄덕하지 않았으니 불심이 무게를 더해준 탓인가. 아마 나를 위한 기도보다 타인을 위한 기도가 배어있어서 이리라. 단풍이 한창인 계곡길을 걷는 사람들의 입에서 연신 탄성이 이어진다. 계곡 한켠을 따라 이어지는 목제 태크길이나 흙길, 자갈길 모두가 단풍의 위세로 거칠고 험하고 가파르다는 길의 감각이 퇴색한다. 나뭇잎이 마지막 선사하는 찬란함에 열중하여 사진으로 남기기와 가슴에 담기에 바쁘다. 나무줄기가 단풍을 살짝살짝 가리고, 설익은 가을을 담은 나무도 단풍을 숨기지만 틈새로 빛나는 단풍이 오히려 더 빛난다. | ||
09:40 영시암 지루한 줄 모르게 영시암에 닿는다. 사람들은 영시암의 앉을 자리마다 터를 잡고 계곡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넋을 잃거나 식수 보충 그리고 산행채비의 점검이 한창이다. 문득 수년전 영시암에서 감자 몇알을 보시받은 생각이 떠 오른다. 오세암을 경유하여 봉정암으로 돌아올 때 허기가 저 영시암에 닿으니 스님이 삶은 감자 몇알을 주어 허겁지겁 먹었던 기억이 난다. 심산유곡마다 자리잡은 사찰은 나름의 대중을 위한 보시가 이루어지고 있어 종교 본연의 중생구원의 명목을 세우는 것 같다. | ||
10:04 오세암 삼거리 영시암을 지나 단풍이 절정인 계곡길을 물과 역행하여 걸으면서 단풍이 비치는 쪽빛 물 웅덩이를 오른쪽으로 거느린다. 계곡 안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물에 비친 가을과 둘레의 가을을 이중으로 감상한다. 파란 하늘과 온갖 빛깔을 투영하면서 흐르는 물, 그리고 숲이 보여주는 빛깔과 우리네가 장식하는 빛깔이 어우러져 완벽하리만큼의 가을 열정이다. 영시암에서 계곡에 홀려 금방 오세암 갈림길에 선다. 왼쪽의 산 기슭으로 오세암 길이고, 계곡따라 봉정암 가는 길이니 우린 계곡을 따라 길을 간다. | |
10:12수렴동대피소를 지나 수렴계곡으로
수렴동대피소까지 늘어진 붉은 단풍의 손짓에 우리를 잠깐사이 수렴동 대피소까지 올린다. 수렴동 계곡의 시발점으로 일찍 온 사람들은 이른 새참을 즐긴다.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 이어지는 탐방로는 계곡의 벽에 붙어 절벽을 둘리고, 커다란 바위 틈을 지나면서 계곡 쪽으로는 폭포나 계류, 소와 담을 선사한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늦가을로 접어든 셈이다. 물빛이나 숲의 빛깔이 고도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는 게다. 군데 군데 작은 폭포와 넓은 반석을 베폭처럼 널따랗게 깔아 지나는 물빛도 곱다. 이른 봄날 나뭇잎은 솜털처럼 보드랍고 갸녀린 몸으로 태어나, 무성한 푸르름으로 나무둥치를 우뚝 솟아 올리고 마지막 찬란한 빛으로 산천을 물들이고 아래 대지로 흡수되어 다시자신의 몸 속으로 스며드는 순환의 과정에 빠져 우리는 다른 계절들을 버린다. | ||
물의 축제장에 | ||
반석 그리고 물, 사람 | ||
용아장성의 봉우리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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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폭포가 계곡 여기저기 비단폭처럼 고도가 높아지면서 화려한 단풍은 자꾸 자취를 감추고 계곡의 고도차가 만든 폭포가 걸린다. 상류에 사람이 입주하지 못할 만큼의 협곡이기에 오염원이 없는 계곡의 물은 티끌하나 용납하지 않아 앉는 자리마다 깨끗한 렌즈가 되어 물속을 환히 드러내고, 낙차가 심한 곳은 폭포수로 높이에 맞는 노래를 쏟아낸다. 물이 떨어지는 자리마다 깊은 潭을 만들어 하늘과 절벽, 그리고 식생들을 한곳에 모아 일렁이는 잔물결 속에 드리워 어느 화가도 흉내내지 못할 풍경화를 선사한다. 계곡의 물 잔치에 노닐다 갑자기 길을 가로막는 거목을 만난다. 태풍의 영향인지 뿌리채 뽑혀 길을 막고 누운 거목 앞에서 새삼 자연의 커다란 힘을 실감한다. 그러나 삼라만상이 우리가 알수 없는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면'거참 아깝데이 무슨 놈의 바람이 저리 셀꼬.'하는 걱정은 않아도 되리라. 우리는 거목의 밑을 고개숙여 지난다. | |
12;50 옆으로 자라는 나무 자빠진 나무나 바위 벼랑에 뿌릴 박고 옆으로 몸을 누이고 살아가는 나무나 우리에게 삶에 대한 의문과 신비함을 일으키기는 마찬가지다. 계곡을 가로 건너는 철다리와 나란히 누운 나무의 굵은 둥치는 바위가 주 기둥이고 나무둥치가 겯가지인듯한 모양새이나 철저하게 바위에 뿌리를 묻고 사는 나무이다. 물 한방울 허용하지 않을듯한 바위에서 옆으로 저리 굵은 몸뚱이를 유지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다리를 건너면서 식물의 적응력이 신기해 자꾸 뒤돌아본다. |
13;02사자바위 수렴계곡의 마지막은 쌍폭이 장식을 한다. 거기서 왼쪽 폭포옆의 계단으로 사자바위까지 지금까지 수월하게 주변을 감상하면서 유유자적한 것과는 달리 숨을 몰아쉴 깔딱고개 급경사로이다. 사자바위에 올라서면 봉정암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한다. 이 고개까지 먼길을 걸어 대학 수능이 다가오는 오늘도 얼마나 많은 어머니들이 봉정암을 향했을까. 대단한 어머니들의 기도로 봉정암은 이맘때 쯤 항상 과포화 상태의 인파가 몰린다. 사자바위부터 이미 겨울을 느끼도록 나목이 줄을 선다. | |
13;25 봉정암 적멸보궁 부처님 진신사리가 든 사리탑 기도처 봉정암이다. 끝없이 열망의 행렬이 이어지고 어머니들은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봉정암에서 몇날 며칠을 지새우면서 대학 수능 기도로 자신을 버리는 모성애를 발휘한다. '오늘 3천명이 예약했으나 방이 부족하니 예약하지 않은 분은 빨리 하산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에 놀라움 뿐이다. 봉정암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기도는 아마 우리네를 있게 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을 게다. 사리탑에서 우리도 덩달아 합장을 하고 전망대에서 봉정암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살줄기들을 감상한다. 공룡, 용아장성, 서북능선 중봉까지 봉정암은 설악의 중심부에 자리한 게다. | ||
14:40 소청으로 봉정암에서 바람을 피해 절간 공양간 한귀퉁이에서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길을 나선다. 갈길이 멀기에 시름시름 가고자 해도 설악의 중심에 들어 있으니 서둘러 비박할 곳으로 가야 한다. 산중의 오후 햇살은 비치는가 싶으면 금방 어둠을 몰고 오기 때문에 다소 마음이 급해졌지만 일행의 사정에 따라 걸음을 맞춰야 하니 자주 멈추고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봉정암이나 대피소에 숙소예약이 어려워 비박에 의존하나 금기 사항이기도 하다. 산꾼들을 위한 비박의 장소도 제공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15;18 소청산장 소청 산장은 새롭게 단장하느라 분주하다. 숙소를 크게 늘리고 새로운 모양으로 바꾸어 설악을 찾는 산꾼에게 편의를 제공할 참이다. 산장에서 내려다보는 봉정암이 아득하고 좌로 공룡과 가운데로 용아장성이 거느린 군사처럼 씩씩하다. 마당은 건축자제로 발디딜 틈이 없고 겨울 오기전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의 작업에 힘이 더해진다. 머지 않아 멋진 모습의 소청산장을 기대한다. |
15;34 소청 소청봉에 선다. 대청봉 중청봉을 지나 마무리 청봉으로 희운각에서 급한 경사를 헐떡이며 오르면 봉정암과 중봉 대청봉으로의 갈림길 삼각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뾰족한 봉우리가 아닌 급경사로를 올라와 마주치는 작은 평원이라 할까. 소청봉은 야단스럽지 않지만 아래로 멋진 바위 봉우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1550 고지의 적당한 전망터인데 바람이 와락 불어닥쳐 설악의 험한 기운을 쏟아낸다. 오르다가 내려가는 사람들이 '바람이 우째 그리 센지 다 날려 가뻡니다.' 하던 말이 실감이 난다. | |
화채능선 |
울산바위와 공룡 |
중봉과 대청봉 |
16;03 중봉에 서서 중봉을 오르는 나무계단의 전망대에서 다시 사방을 본다. 똑같은 풍경이지만 보는 장소에 따라 보이는 것도 느낌도 다른 것은 이동을 할 수 있는 우리가 누리는 특권이다. 화채봉과 화채능선과 권금성의 암릉, 공룡능선 뒤로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봉정암 등이 눈에 들어 온다. 거센 바람도 불구하고 이곳저곳을 향해 앵글을 맞춘다. 중봉 대피소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인다. 한번쯤 중봉 대피소에 숙박의 기회를 잡고 싶어도 예약이 참 어렵다. 12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언제나 만원이기에 대기자에도 들지 않아 아쉽지만, 나름의 설악의 밤을 보낼 거다. 대청봉을 멀리 보면서 중동 모퉁이를 돌아 서북능선길에 선다. |
중봉대피소와 대청봉 |
16;13 끝청갈림길 삼거리에서 끝청 쪽의 작은 길을 따라 간다. 서북능선의 시작점이다. 다소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능선은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들 정도이나 몸을 낮추라는 산의 신호로 받자. 잔뜩 몸을 움츠리고 진행하다 보면 능선이 바람막이가 곧잘 되어주어 잠시라도 힘을 비축하면서 그래도 아래로 꿈틀거리는 암릉들의 구비에 눈을 떼지 못한다. 1400에서 1700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니 공룡이나 용아장성들의 꽤 날카로운 암봉들이 발아래 깔린다. 서북능선의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이 내외 설악의 대표 그림이 아닌가. | |
16;40 공룡과 용아를 발 아래 두고 암릉 군사를 거느리고 당당학게 끝청까지 진행하여 아래 비박터에 닿는다. 해는 금방이라도 멀리 보이는 서북능선의 끝자락 너머로 잠길 기세이기에 비박 준비를 한다. 바람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점점 더 세어지고 1600고지의 밤이 다소 걱정이나 깔개와 침낭을 잠자리로 지붕은 후라이 한장 나무에 걸처두고 간단한 저녁을 지어 먹으니 기온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7시에 미리 잠을 청하니 바람소리와 능선을 가는 사람들의 발길 때문에 쉬 잠이 들지 않는다. 왈칵 바람이 실어오는 운무로 오늘밤 별보기는 힘이 들것 같다고 중얼거리다 잠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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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10/21) 06:27 비박 기상정리후 아침식사 아침 일찍 일어나 비박 정리를 한 후 햇반과 라면으로 식사를 한다. 밤새 추위에 떨 각오였지만 생각만큼은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별을 보기 힘들거라는 날씨도 새벽에는 하늘을 열어 쏟아지는 별빛에 몸을 감쌌으니 몸도 가쁜하고 상쾌하다. 일행 모두가 아침기상이 홀가분하다니 다행이다. 어느 누가 1600고지에서 맑은 새벽을 맞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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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0 일출 막 아침식사를 끝낼 참에 '야 일출이다.'라는 탄성에 나무 사이로 일출을 감상한다. 동해를 가로질러 백두대간에서 받는 태양의 빛은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능선에 줄지어 선 사람들은 가슴을 활짝 벌리고 강렬한 태양이 내쏟는 빛을 받아들이기에 혼신의 힘을 다 기울이는 둣하다. 가만히 태양을 향해 눈을 감고만 있어도 발끝부터 머리까지 대지와 하늘을 여는 태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얼른 짐을 꾸려 끝청봉에 선다. |
07;00 끝청 풍경 끝청에 서서 일출을 맞은 이들은 현란한 빛의 잔치에 감격한다. 끝청의 처마에서 일출을 보았지만 솟은 태양을 끝청에서 받아도 기분이 상쾌하다. 끌청을 받쳐주기라도 한는듯한 근육이 발달한 소나무의 싱그러움도 태양의 빛을 받아 더 기운차 보인다. 끝청을 내려서면서 다시 한번 윤곽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태양을 향해 서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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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 나무 아취문 앞에서 사람보다 매스컴을 더 타는 설악산 나무아취문. 서북능선을 걷노라면 누구나 이 아취문을 지나지 않을 수 없다. 참나무 종류의 나무들은 거센 바람 때문인지 제멋대로의 모양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괴상하게 휜 나무, 옆으로 길게 의자를 제공하는 나무, 속을 깊이 파내고 거죽만 살아남은 나무 등 온갖 형태의 나무가 숲을 이룬다. 1400이상의 고지의 나무는 한겨울 모습으로 변하여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뚱이만 바람소리를 담을 뿐이다. 아취문을 지나면서 능선은 오르내림이 심한 기복을 나타내진 않기에 이곳 저곳 구경을 하는 여유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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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 사과 한 알과 휴식 짐의 무게에 어제 하루종일의 걸음과 서서히 힘이 든다는 걸 느낄 때 자주 휴식을 가진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길은 다녀본 길이기에 그래도 길이 설지않아 어디 쯤 좋은 쉼터인지 짐작할 수 있어 편안하게 걷는 셈이다. 우리처럼 오전에 내려가는 사람은 드물기에 오르는 사람들의 선망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와 벌써 대청봉 다녀오는 깁니까. 도대체 언제 올라 이리 빨리 내려오능교. 부럽다.' 오르는 사람이 가장 부러워하는 내려오는 사람이지만 '아니오. 우린 지금 시작이라오.' 해명하기가 어렵다. 자주 쉬면서 오늘 하루 걸음을 조절한다. | |
09:33전망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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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전망대이다. 한계령에서 돌아오는 암봉과 대간 그리고 주전골까지 멀리 시야를 내어주는 전망대와 무표정하면서 웃음이 나게하는 동물두상바위(가칭 곰얼굴바위)를 쳐다 보며 입가에 웃음을 머금는다. |
09:40 천년주목 한계령 삼거리가 멀지 않음을 암시하는 주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주변은 주목 군락지로 드물지 않게 주목들이 천년의 삶을 노래한다. 다른 잡목들 틈에서도 꿋꿋이 장수목다운 모습을 모여주어 굵은 몸뚱이의 모습이 변화무쌍이다. 줄기가 썩어 겨우 테두리만으로 거목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없는 생명의 근원에 경외감을 느낀다. |
09:44 한계령삼거리 한계령 삼거리에는 사람들이 주능선에 오른 기쁨으로 북적인다. 한계령에서 올라오면서 능선에만 서면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아서 중청까지 즐기면서 등산한다는 통상적인 생각으로 즐거운 게다. 우리는 한계령 길을 버리고 사람들의 내왕이 적은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삼거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지나온 끝청을 향해 가고 귀때기 청봉은 먼발치 눈요기에 불과하다. | |
↑ 너덜지대 오르기
↓서북능선에서 보이는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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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귀때기청봉을 향해 너덜지대로
귀때기청봉에 닿기까지 두개의 봉우리를 넘는데 가는 길이 커다란 바윗덩이들의 너덜지대이다. 너덜지대라도 작은 돌이 아닌 거대한 바위가 쌓여 언덕을 이루니 걷기가 무척 까다롭다. 편평하게 진행되는 게 아니라 높낮이를 가늠할 수도 없고 바위틈은 아래로 깊이를 알수 없을 만큼으로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런데다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에라도 잠시 시선을 빼앗기기라도 하면 나아가는 속도가 황소걸음보다 더 늘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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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지대와 식생들 |
고사목들 | ||
산꼭대기 바위덩이. 지질학이야 우리 알바 아니지만 큰 둥치가 너절하게 쌓였어도 어느 틈바구니 비집고 살아가는 식생들이 가상하다. 갸녀린 작은 씨앗 하나 바위틈에 떨어져 바위 눈물 받아먹고 자라 바위에 붙어 사는 삶이 놀랍다. 우리네가 모르는 씨앗의 위대함이 커다란 바윗덩이를 삶터로 만든다. |
너덜과 야광 길 안내기둥과 식생들 |
주변 풍경들 |
귀때기청봉에서 |
11:13귀때기청봉 귀때기청봉에는 부부한쌍이 먼저 와서 새참을 먹고 있다. 사진 몇장을 부탁하고 잠시 풍경을 휘 돌아본 후 아래 너덜지대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참을 먹는다. 의외로 기온이 올라가 서북능선을 종주하면서 물이 걱정이다. 한계령 삼거리에서 귀때기청봉을 향해 조금 오다가 샘을 찾아 물을 보충해야하는 것을 지나쳐 왔으니 당초 계획과는 달리 서북능선 귀때기봉 지나서 만들어 먹자한 점심을 거르고 최대한 물을 아끼기로 한다.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일행이 있어도 어쩔수 없이 물이 우선이다. 세사람이 가진 물을 대승령에 도착할 때까지 나누어 마시면서 가야 한다. 서북능선은 샘이 모두 능선에서 20여분 이상의 아래에 있고 가뭄으로 물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니 목적지로 묵묵히 가는 수 밖에 |
귀때기 청봉 이정표 |
너덜지대너머 암봉들 |
반복되는 철계단 | |
11:45 긴 능선길로 내설악의 바위 칼날능선들을 숱하게 거느린 서북능선은 의외로 부드러운 선을 유지하는 것 같으면서도 굴곡이 심하다. 아래로 푹 꺼졌다가 다시 솟구치는 길마다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 반복되고 올라서면 톱날처럼 곤두선 바윗날길이 이어지고 짐의무게가 어깨에서 다리로 느껴지게 한다. 백두대간의 점봉선 능선을 시선에 잡고 있으니 우리는 아무리 걸어도 점봉산이 우리의 걸음을 꼭 붓잡고 있는 것 같이 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 그러나 돌아보면 귀때기봉에서 숱한 봉우리를 건너 온 겐데. 목이 마르고 들쭉날쭉한 이정표의 수치도 믿을 수 없고 공원 이정표와 소방서 이정표가 틀리니 아예 예상시간에 기댈 뿐 만나는 사람도 없으니 아름다운 설악을 바라보면서 힘든 행군의 보상을 받는 게지. |
능선길을 옹위하는 암봉 |
한계령가는길 까지 늘어선 계곡 |
톱날같은 능선 | ||
고목과 버섯 | ||
끝없는 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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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돌아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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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때기 청봉이 멀어진다. 봉우리에서 길게 늘어선 능선을 되돌아보니 꽤 먼길을 왔어도 이정표의 수치는 우리를 실망시킨다. 길이 멀어보이는 건 몸과 마음이 서서히 지쳐가는 탓이 아니랴는 걱정이 되지만, 한 걸음 한걸음이 귀때기 청봉을 저만큼 멀리 밀어 냈으니 앞길의 목적지도 금방이려니. 전망대에 서니 내설악의 준봉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소 유념해 보지 않았던 봉우리들을 마음에 담는 행복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하리라. 잠시 마음을 풍경에 맨다. |
귀때기청봉에서 지나온 능선 |
1408 봉 |
1408 봉 |
13:52 1408봉 정상 대승령까지 보다 지나온 길이 더 멀어진 상태를 알리는 1408고지를 다시 아래로 부터 올랐으니 내림길의 순탄한 길이 이어진다. 계단지대도 어지간히 지나 나무들이 좌우로 늘어서는 길이 다시 나타나고 다소 시원한 바람을 안으니 베낭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게 거덜이 나도 다소 안심이 된다. 대승령에서 십이 선녀탕으로 가고자한 계획은 장수대로 방향을 바꾸기로 하고 조금 걸음을 늦춘다. 쉬자는 거리가 자꾸 짧아지니 무리하지 말고 땀이 흐를라치면 바람이 선선하게 골에서 올라오는 지점에서 쉬곤 한다. 1408봉에서 시작되는 내림길은 한결 부드러운 길이다. 앙칼진 봉우리들을 넘나드는 철계단길도 드물고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지면서 나무 터널지대도 지나고, 주목이 반기기도 하는 길이다. 우리도 다소 여유를 찾고, 목적지가 멀지 않음을 직감한다. 무엇보다 물이 다 떨어지고 어제부터 걷는 여독이 지치게 할 무렵이라 순탄한 길은 큰 다행이다. 우리를 추월하던 구미의 산행 팀들과도 다시 합류할 만큼 기력이 회복되어 걸음에 가속이 붙는다.특히 점심을 걸러고 걱정하던 체력도 목적지까지 무난할 것 같아 안심이다. 서북능선 산행의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게다. |
전망대에서 |
계단과 협곡 | |
철계단과 암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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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나무터널,그리고 주목 |
현위치 대승령 |
16:00 대승령 드디어 대승령 삼거리에 선다. 남교리 십이선녀탕에서 온 부부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온 길을 물으니 일곱시간 걸렸단다. 십이 선녀탕의 대표적인 명소 복숭아탕을 구경시키고 싶으나, 대승령에서 십이선녀탕을 지나 남교리까지는 세네시간 길이니 너무 무리가 있을 것 같아 가까운 내림길인 장수대로 내려가기로 한다. 끝청에서 장장 9시간의 행군을 감내해준 일행이 고맙다. 우리는 대승령 현위치 표지판을 마주 잡고 환호한다. |
남교리, 귀때기청봉, 장수대 삼거리 표시 이정표 앞에서 대승령을 다시 확인한다. '십이선녀탕으로 가 볼거나.'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 장수대까지 한시간 남짓이니 허기를 참을 수 있단다. 허긴 내려가다 보면 설악산 폭포의 대표격인 거대한 폭포도 만나니 십이선녀랑은 다음에 만날 핑게 만들어 놓는게지. 우리는 내림길로 들어선다. 내림길은 돌을 깔아놓은 다소 가파른 길이나 걸음이 가벼우니 시간이 단축된다. |
16;42 하산길로 아래로 내려올수록 다시 단풍이 짙어진다 대승령이 1210고지이니 겨울을 맞은 나목들에서 차츰 가을로 내려오는 셈이다. 사람들은 십이선녀탕에서 대승령을 넘는 군단이 대부분이고 귀때기청봉의 서북능선을 거쳐온 팀은 거의 없다. 남교리에서 대승령을 거쳐오는 팀들도 대승령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는데 우리네야 백담사에서의 대장정이니 성취감이 산행의 종점을 향하는 몸을 깃털처럼 날리는게다. 다시 백담계곡과 같은 단풍을 음미하면서. | |
마른 폭포 앞에서 |
16:54 대승폭포 가을 가뭄에 천길 절벽에 걸려 있어야할 옥양목이 날아가버린것 같다. 먼지가 풀썩풀썩 일어나는 흙길을 걸어온 등산바짓가랑이만 폭포대신 허연 먼지를 묻어 있고 폭포수가 흐를 길은 가느다란 물이 번들거릴 뿐이다. 다만 바위가 만드는 병풍만 넓계 펼쳐져 전망대에서 산신을 향해 제배하는 젯상이 허공에 놓인 듯하다. 잠시 대승폭포 앞에서 마른 폭포를 감상하다가 장수대로 가는 계단 길로 들어선다. 계단에서 보는 소나무와 바위벽이 어울려 멋진 그림을 선사한다. 게다가 푸른 솔잎 사이로 화려한 단풍이 비쳐 싱싱한 푸른 빛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나는 솔 앞에 서서 잠시 가을과 여름을 교차시킨다. | |
대승폭포는 가뭄으로 |
폭포와 단풍과 솔 | |
←소나무와 절벽
소나무 ↙↓↘계단그리고 단풍 | ||
18:00 장수대에 대승폭포가 병아리 눈물만큼 흘리는 물이 고인 웅덩이에 발을 한참동안 담그니 온몸으로 올라온 한기가 이틀간의 여독을 말끔히 쓸어간다. 한참동안 발을 담그고 있으니 뒤쳐진 일행이 합류하여 계곡의 차가운 물웅덩이에 족욕으로 피로를 푼다. 계곡을 나와 장수대분소 입구로 설악을 내린다. 갑자기 시장기가 엄습하여 단 하나뿐인 식당에서 맥주로 목을 축이고 점심겸 저녁식사로 산채비빔밥을 고른다. 해는 이미 기울고 있다. 식사를 하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용대리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자가용으로 바꿔타고 귀향길에 선다. |
솔과 바위 그리고 인공건축물의 조화 아직도 한여름 푸르름으로 단풍 앞에 우뚝한 솔. 청절의 표상으로 삼은 선인들의 고상한 비유. 푸른 잎을 믿음직스럽게 안은 미끈한 가지. 변함 없는 푸르름같은 인연을 맺는다면 세파에 흔들리는 뭇사람들 가운데 우뚝 선 솔의 아름다움 아니랴. |
2012/10/27 경북 문경 산북의 산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