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 희생 위에 핀 혁신
21412259 곽미경
지난 4월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수수료 모델 개편을 발표한 뒤 갖은 비판을 받고 이를 철회하였다. 이러한 배민의 움직임을 업계에서 위험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돼 시장 점유율의 99%를 차지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배민의 성장이 혁신이라기보다 기생에 가까웠음을 시장 참여 주체자(공급자, 배달업자, 소비자)의 이야기를 통해 파악하고, 상생을 도모하려면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는지 전망해보자.
치킨 업자 김절박 씨(57)의 하루
‘배달의 민족 주문! 배달의 민족 주문!’
알람이 울리면 김 씨는 주문을 확인한다. 메뉴를 확인하고 주소를 입력한 후 배달시간을 60분으로 설정한다. 야구경기가 있는 요즘은 코로나가 심했던 전보다 주문량이 늘었다. 다 튀겨진 치킨을 배달기사가 와서 가져간다. 요새는 배달대행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예전 같았으면 알바생이 배달하러 갔을텐데. 김 씨는 배민에 처음 가입했던 날을 떠올린다. 배달의 민족이 업계 최초로 ‘바로 결제’ 수수료를 ‘0%’ 바꾼 15년도였을 것이다. 날로 심해지는 치킨 업계 경쟁에서 전단지 홍보는 한계가 있기에 배달의 민족에 가입했다. 초반에는 매출이 좋았다. 비록 배달의 민족을 사용하는 경쟁업체가 늘어났지만, 쓰는 소비자 역시 늘어났기에 전보다 매출은 더 올랐다. 하지만 2016년도부터 배달의 민족에 들어가는 돈이 늘었다. 광고 수단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황당한 일이 많았었지.’ 김 씨는 지난 배민 수수료 책정 방식을 톺아보며 자조했다.
경매 방식을 통해 리스트 상단에 업체를 노출하는 슈퍼리스트에 들기 위해 꽤 많이 비용을 지출했었다. 슈퍼리스트가 과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따르자 배민은 이를 오픈리스트 방식으로 바꿨다. 오픈리스트를 통해 소비자가 주문하면 건당 6.8%을 내야하고, 울트라콜에 가게를 노출시키는 것은 8만 8천 원으로 올랐지만 둘 다 이용했다. 배민에선 업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라고 하지만 누가 선택하겠는가. 여건이 된다면 둘 다 해야지. 다른 업소에서는 이미 둘 다 사용하고 있는 것을 넘어 ‘깃발 꽂기’를 하는 중이다. 돈 좀 있는 업주들이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해 가게의 노출 빈도수를 올리는 것이다. 당연히 자본력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 문제가 되자 배민에서 울트라콜을 제한하고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로 바꾸는 것을 발표했다. 여론에 질타를 받자 배민은 이를 철회했으나, 전으로 돌아간들 깃발꽂기와 같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막대한 수수료에 김 씨는 배달의 민족에서 탈출하여 다른 선택을 하고 싶으나, 요기요나 배달통은 배달의 민족보다 수수료가 더 센 편에다 같은 회사가 돼버렸기에 옮길 수도 없다. 또 어떠한 방식으로 수수료가 개편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김 씨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배달기사 위험해 씨(31)의 하루
앱에서 배차요청을 누르고 기다리던 위 씨는 치킨 픽업을 위해 매장으로 들어섰다. 배달해야 할 주소가 가까운 곳이라면 금방 배달할 수 있지만, 평균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아파트 공동현관 앞에 서서 해당 호수를 누르고 기다리지만 어째 문이 열리지 않는다. 위 씨는 한 번 더 인터폰을 누르고 기다리자 그제야 문이 열린다. 17층에 배달을 완료하고 난 후 오토바이를 타고 다시 치킨매장으로 향한다. 퇴근길이라 차가 막히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배달 한번 뛰면 버는 돈은 3000원 정도이다. 한 시간에 3개 이상은 뛰어야 최저임금 이상을 벌 수 있지만, 이 속도로는 최저임금을 버는 것도 무리이다. 다급해진 위 씨는 아슬아슬하게 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시간 꼬박 일하면 버는 돈은 9만 원. 보통 15시간 이상은 뛰어야 먹고살 만한 돈을 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부대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배민 라이더스 회사는 배달기사를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로 계약한다. 이는 개인사업자임을 뜻하기 때문에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노동 3권을 갖지 못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고정급여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근로수당이나 퇴직금 수령도 어렵다. 이 때문에 근무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생긴다면 자비로 치료해야 한다. 사실 위 씨의 제일 큰 걱정은 몸이 아파 근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만 일하지 않아도 월 소득에 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위 씨뿐만 아니라 라이더들은 바이크 렌탈비, 기름값, 보험료를 직접 부담해야 하므로 소득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매우 곤란하다. 신호를 기다리며 다음 매장으로 향하던 중 위 씨의 눈에 전동 퀵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배민 커넥트가 눈에 들어온다. 작년 7월부터 시작된 배민 커넥트는 단거리 콜을 주로 받기 때문에 단기간에 여러 건을 처리할 수 있다. ‘단거리콜을 뛰어야 돈이 되는데..’ 라고 생각하던 위씨는 신호가 바뀌자 한숨을 내쉬며 목적지로 출발했다.
소비자 배고파 씨(22)의 하루
자취하는 배 씨는 요새 먹는 것이 가장 문제다. 해 먹기엔 귀찮고 시켜먹기엔 돈이 든다. 요새 나가서 밥 먹기가 불안한 데 그냥 시켜 먹기로 하고 배민을 켰다. 메뉴를 보면서 높아진 배달료에 깜짝 놀랐다. 원래 보통 1,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2·3천 원인 경우가 많고 설빙은 무려 5,000원이다. 가게 거리마다 받는 배달료도 제각각이다. 최소주문금액도 슬금슬금 올라가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양을 주문했다. 1인분 배달란이 있긴 하지만 매장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삼겹살을 시켜 먹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맛이 너무 형편없다. 업체 정보를 확인했더니 원래 삼겹살집이 아니라 짬뽕집이다. 요새 울트라콜을 통해 깃발꽂기 하는 집이 많다더니, 이 집도 그런 집 가운데 하나였다. 그 이후 배 씨는 앞으로 업체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인데, 배달의 민족에서 수수료 모델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괘씸함을 느낀 배 씨는 배민 앱은 쓰면 좋고 안 써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주문할 가게와 메뉴를 어플로 확인하고 네이버에서 전화번호를 검색해 직접 매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업체가 배민에 수수료를 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들려오는 가게 주인의 말은 배민을 통해 주문하라는 것이었다. 가게 자체에 배달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에 어플을 사용해달라는 이유였다. 분명 배민에서 업주에게 거둔 막대한 수수료와 광고비는 다시 가격에 반영돼 도미노처럼 배 씨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다. 배 씨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켰다.
결론
혁신으로 일컬어진 그들의 성장은 생산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취하고, 배달업자 보호를 등한시하며, 소비자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독과점과 같이 시장이 왜곡되어 있으면 정부의 개입은 필연적이다. 배민에게 초과 집중되는 수익구조에 대한 감시와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정한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배민도 수수료 모델을 변경하기 전 필수적으로 업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참여자로부터 얻는 이익을 증대하기보다 흡인요인을 강화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한 혁신은 희생이 아닌 상생 위에서 꽃 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