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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대승공덕경(稱讚大乘功德經)
현장(玄奘) 한역
송성수 번역
김두재 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薄伽梵]께서 법계장(法界藏)에 모든 부처님이 쓰시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대공덕전(大功德殿)에 머물고 계셨다. 무앙수(無央數)의 큰 성문 대중, 그리고 큰 보살들도 함께 있었으며, 여러 하늘ㆍ사람ㆍ아수라[阿素洛] 등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도 앞뒤로 둘러싸고 모시고 있었다.
그때 모임 안에 어떤 보살이 여인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는데, 그 이름은 덕엄화(德嚴華)보살이었다.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보살의 나쁜 벗[惡友]입니까?
새롭게 배우는 보살로서 그것을 알아서 멀리 여의려고 합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덕엄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세간을 살펴보니, 하늘ㆍ천마(天魔)ㆍ범왕(梵王)ㆍ제석(帝釋)ㆍ사문(沙門)ㆍ바라문 등이 있으나,
새로 배우는 보살이 위없는 보리[無上菩提]를 닦는 데 있어 성문(聲聞)과 독각승(獨覺乘)을 즐기는 것보다 더 나쁜 지식[惡知識]은 없느니라.
왜냐하면, 무릇 보살이라 함은 반드시 모든 중생[有情]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해주기 위한 까닭에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보리[無上正等菩提]를 부지런히 구하는 것인데,
2승(乘:聲聞ㆍ獨覺)을 즐기는 사람들은 의지(意志)가 하열(下劣)하여 오직 자신만이 반열반(般涅槃)을 증득하는 즐거움만 구하기 때문이니라.
이러하기 때문에 새로 배우는 보살은 그들과 함께 같이 한 절에 살거나, 같이 한 방에 묵거나, 같은 곳에서 거닐거나, 같은 길에서 유람하거나 동행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만일 모든 보살들로서 이미 대승에서 들은 것이 많아 완전하게 갖추었고,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다 하면, 내가 특별히 그들과 함께 기거하는 것을 허락하리니,
그것은 (2승을) 인도하여 발심도록 해서 보리(菩提)에 나아가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만일 보살의 선근(善根)이 미숙하면, 2승(乘)들에게 대승법의 가르침을 설명해 줌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칫 그들로 하여금 비방하여 한량없이 많은 죄를 얻게 할 수도 있느니라.
그러므로 새로 배우는 보살은 다만 오랫동안 대승을 배웠고 들은 것이 많은 보살을 친근히 해야 할 것이니,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보리에 심은 선근을 빨리 성취하기 위한 때문이니라.
그리고 또한 2승만을 즐기는 이들과는 당연히 친근히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저들은 보살의 보리에 대한 마음을 장애하기 때문이요,
또 저들은 보리의 마음을 저버리게 하기 때문이며,
저들은 보리의 마음을 손상하여 없어지게 하기 때문이요,
저들은 보살의 행을 헐뜯고 침범하기 때문이니라.
보살은 차라리 몸과 목숨을 버릴지언정, 큰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2승(乘)에 나아가 구하려는 뜻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리라.
만일 여러 보살들이 중생들을 권유하여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2승에 나아가게 하거나,
만일 여러 보살들이 중생들을 권하여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모든 악한 일을 짓게 하거나 하면,
다 함께 지옥에 떨어져 모든 극심한 고통을 받으리라.
보살은 차라리 큰 보리의 마음을 지키려다가 5무간죄(無間罪)를 범해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당할지언정, 끝내 큰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기 위하여 나아가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라.
보살은 차라리 큰 보리 마음을 지키려다가 백천 큰 겁 동안 지옥에 떨어져 고통을 당할지언정, 끝끝내 큰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일래과(一來果)를 증득하기 위하여 나아가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라.
보살은 차라리 큰 보리의 마음을 지키려다가 축생(畜生)의 몸을 받거나 혹은 아귀(餓鬼)가 될지언정, 끝끝내 큰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불환과(不還果)를 증득하기 위하여 나아가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라.
보살은 차라리 큰 보리의 마음을 지켜 10악업(惡業)을 지어 여러 나쁜 세계[惡道]에 떨어질지언정, 결코 큰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무생과(無生果)를 증득하기 위하여 나아가 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니라.
보살이 일체 중생들이 나고 죽고 하길 바퀴 돌듯 하되 구제해 줄 이가 없는 것을 가엾이 여겨, 처음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낼 때에는 일체의 하늘ㆍ사람ㆍ아수라 등이 모두 공양할 것이요,
이미 일체의 독각승과 성문승의 과(果)를 압도하며, 온갖 마군(魔軍)을 꺾어 굴복시키며, 마군들의 왕도 죄다 크게 놀라고 두려워하느니라.”
그때 덕엄화보살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거듭 부처님께 간청하여 여쭈었다.
“무엇을 마군(魔軍)이라 하옵니까?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덕엄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대승법의 가르침을 듣고서 이것을 기뻐하지 않거나 듣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깨쳐 들어가기를 구하지 않거나 믿고 받지 않고 도리어 가볍게 여겨서 비웃거나 헐뜯고 꾸짖고 깔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승려를) 이간질하고 원망하거나, 비방하고 때려 내쫒거나 하면, 이들 모두가 바로 마군인 줄로 알아야 한다.
이것을 곧 이름하여 그릇된 법[非法]을 좋아하는 자요, 성품이 비열한 자며, 외도(外道)들 구하는 자요, 삿된 행을 하는 자이며, 바른 소견을 무너뜨리는 자라고 하느니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렇게 대승을 비방하는 무리들은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져 모든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며,
거기에서 나오고 나면, 아귀 속에 태어나서 백천 겁을 지나도록 항상 더러운 똥을 먹을 것이며,
다행이 다음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소경ㆍ귀머거리ㆍ벙어리가 되거나, 팔ㆍ다리가 불구인 사람으로 태어나거나, 또는 코가 납작하거나, 어리석고 둔하며 무지(無知)하거나, 난쟁이의 모양새로 태어나리라.
이와 같이 점차로 죄장(罪障)이 녹아 없어져서 시방에 굴러다니다가, 혹은 모든 부처님을 만나 가까이 하여 공양하며, 다시 대승법을 듣고 나서 혹 이를 기뻐하며 믿고 받아들이면,
이로 인하여 곧 큰 보리의 마음을 내고, 용맹하게 애써 정진하여 보살의 행을 닦아 점차로 배워 나아가면, 마침내는 보리에 이르리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딴 생각 없이 중생들을 위하여 5승(乘)의 법을 말씀하시되,
본래 세운 서원의 힘을 따라 법계의 몸을 의지하여 어느 때에나 모든 털구멍으로부터 한량없이 많은 법의 광명을 임의대로 흘러나오게 하시고,
한 미묘한 음성으로 동등하게 법우(法雨)를 내려서 한 대중들의 모임에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에게 은택을 베푸시니라.
예부터 지금까지 성문승을 믿고 좋아하는 이에게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성문승의 법을 말씀하시리니 그 법을 들을 것이며,
옛날부터 지금까지 독각승을 믿고 좋아하는 이에게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독각승의 법을 말씀하시리니 그 법을 들을 것이며,
예부터 지금까지 무상승(無上乘)을 믿고 좋아하는 이에게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무상승의 법을 말씀하시리니 그 법을 들을 것이니라.
예부터 지금까지 갖가지 승[種種乘]을 믿고 좋아하는 이에게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갖가지 승의 법을 말씀하시리니 그 법을 들을 것이며,
예부터 지금까지 인천승(人天乘)을 믿고 좋아하는 이에게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하여 인천승의 법을 말씀하시리니 그 법을 들을 것이며,
축생과 귀신 등도 여래께서 그들의 음성을 따라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는 것을 들을 것이니라.
만일 예부터 지금까지 아직 법을 듣지 못한 이가 있으면, 그는 오직 부처님 처소의 대중들이 잠자코 있는 것만 보리라.
일찍이 대승법을 듣고 비방한 이는 한량없이 많은 겁을 지나면서 큰 지옥ㆍ축생ㆍ아귀ㆍ하늘ㆍ인간의 세계에 떨어져 온갖 고통을 받을 따름이니,
대승의 법을 들으면 곧 따라 기뻐하며 깊이 깨끗한 믿음을 일으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낼 것이니라.”
그때에 덕엄화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곧 거듭 부처님께 간청하여 여쭈었다.
“무엇을 대승(大乘)이라 합니까?
이 어떠한 뜻이 있기에 대승이란 이름한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그대가 대승의 공덕에 대하여 즐거이 듣고자 하는구나.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기억하도록 하라.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잘 분별해서 설명해 주리라.
이 대승이란 이름한 것에는 여러 뜻이 있으니,
이 승(乘)은 전체를 모두 거두어서 담으며 넓고 멀어 새어 없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의 공덕은 매우 심오하고 미묘하여 모든 수량을 초월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견고하여 허망한 분별로서는 기울게 하거나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진실하여 오는 세상[未來際]이 다하여 끝날 때까지 끊어지거나 다함이 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텅 비고 넓어서 법계를 널리 망라하고 통하여 아득하기 그지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이 승은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여 쌓고 쌓아서 공덕의 보배 무더기를 이루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산과 같아서 구역의 진(鎭)이 되어 삿된 무리가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허공과 같아서 온갖 정식(情識)이 있거나 정식이 없는 무리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땅과 같아서 널리 세간과 출세간의 선(善)을 내고 자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이 승은 물과 같아서 똑같이 온갖 것을 적셔 마르는 일이 없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불과 같아서 모든 장애를 태워 없애서 남아 있는 습기(習氣)가 없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바람과 같아서 일체 생사(生死)의 구름과 안개를 쓸어 없애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해와 같아서 만물을 열어 비추어 일체를 성숙시키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달과 같아서 뜨거운 번뇌를 없애고 모든 삿되고 어두운 것을 깨뜨리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이 승은 높고 귀하여 하늘ㆍ용 등 8부(部)의 신들이 모두 공경하고 받들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항상 건달바(乾闥婆)가 아름다운 덕을 칭송하여 노래하고 읊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언제나 사천왕(四天王)ㆍ범왕(梵王)ㆍ제석(帝釋)이 예배하고 공경하여 존중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항상 모든 용(龍)과 신(神)들이 공경히 섬기며 보호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이 승은 언제나 일체의 보살들이 애써 정근하여 닦고 배우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모든 부처님의 거룩한 종자를 맡아 지녀서 더욱더 왕성하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원만하여 큰 위엄과 덕망을 갖추어 일체를 압도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두루 일체 중생들에게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위력(威力)이 마치 약나무[藥樹]와 같아서 여러 가지 병을 구원하여 낫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일체 중생들의 모든 번뇌 도적[煩惱賊]을 없애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이 승은 위없는 법륜을 굴려 일체를 이롭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미묘하고 매우 심오한 비밀이어서 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신통의 묘한 작용으로 삼보(三寶)의 종자를 이어서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세속제(世俗諦)와 승의제(勝義諦)의 궁극의 이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모든 보살행의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부처님 자리의 공덕이 모두 있지 아니함이 없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이 승은 일체 중생들에게 미래 세상의 끝이 다하도록 이롭고 즐겁게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지극한 공능(功能)으로 대의(大義)를 세워 미묘한 작용이 다함이 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깊고 그윽하여 하열함을 즐거워하는 마음으로는 믿고 받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평등하여 뜻이 왕성한 사람이라야 즐겨 믿고 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넓고 커서 미련한 이는 헤아리지 못하므로 무시하여 비웃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며,
이 승은 존귀하고 높아서 뛰어난 지혜를 가진 자[上智]만이 통달하여 언제나 보배를 좋아하듯 하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고,
이 승은 독각승을 초월하여 평등하고 최상이어서 견줄 데가 없기 때문에 대승이라고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대승의 명의(名義)와 체용(體用)의 뛰어나고 훌륭한 모든 공덕을 말씀하실 때에,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공중에서 백천만 가지의 하늘 음악[天樂]이 연주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울려 퍼졌으며,
모든 미묘한 하늘 꽃이 어지러이 내렸으며,
한량없이 많은 천자와 무수한 성문들은 이 법음(法音)을 듣고 또 이 상서(祥瑞)를 보고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으며,
백천 구지(俱胝)의 새로 배우는 보살들은 동시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다.
그때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공경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설하신 이 법문은 매우 드믄 일이라서 두루 일체 중생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나이다.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여 받들어 지니고 유포해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칭찬대승공덕경(稱讚大乘功德經)’이며, 또한 ‘현설방법업장경(顯說謗法業障經)’이니, 이 이름으로 너희들은 받들어 지닐 것이니라.”
그때에 부처님[薄伽梵]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아난다 등 한량없이 많은 성문들과 덕엄화 등 무수한 보살과 모든 하늘ㆍ사람ㆍ아수라 등의 일체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어 받고, 받들어 실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