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마라케시(Marrakech)의 전통시장
사하라사막을 가기 전에 들러 둘러보지도 못하고 바로 사막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와 비로소 마라케시의 관광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마라케시 중앙광장인 자마엘프나 광장, 사디안 묘, 그리고 마라케시 전통시장의 골목길 투어(Tour)에 나서기로 했다.
자마엘프나 광장(Jamaa el-Fna Square)은 마라케시 중앙광장으로 항상 관광객들과 장사꾼들로 북적이며, 저녁이면 휘황한 불빛 아래 갖가지 행사가 열리는 축제의 광장이다.
광장의 밤 / 자마 엘프나 광장에서 / 쿠토비아 모스크
한 편에서는 음악공연, 코브라(Cobra) 부리는 사람, 비보이(B-Boy) 공연, 마술로 공중에 붕 떠 있는 사람, 가지가지 잡화(雜貨)들을 벌여놓은 장사꾼들, 이곳저곳에는 과일 가게들...
아무래도 돈을 달라고 할 듯 싶어 코브라 쇼를 멀찍이서 줌으로 당겨 찍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녀석이 부리나케 뛰어와서...
20 디르함(2,400원)을 내놓으라는 것을 5디르함(600원)을 주고 뺑소니를 쳤다.
광장 한편에는 1197년에 준공된 아름다운 쿠토비아(Koutoubia Mosque) 사원의 모스크가 우뚝 솟아있는데 높이가 68m, 그 아래 사원 면적은 5,400㎡나 되며, 마라케시의 중심이자 상징이라고 한다.
다음 찾아간 곳은 바히야(Bahia) 궁전, 엘 바디(El Badi) 궁전과 사디안 묘(Saadian Tomb)로, 우선 사디안 묘부터 보기로 했는데 입장료가 12디르함(모로코에서는 제법 큰 돈)이나 되어 기대가 컸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우선 작은 문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기대가 컸는데 들어가 보니 의외로 정원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좁은 공간에 나무 몇 그루와 화단, 그리고 조그만 오픈된 방(공간)과 한쪽에 무덤인 듯싶은 건물의 문이 보이는데 또다시 보려는 사람들로 구불구불 긴 줄이 늘어서 있다.
1시간 이상이나 기다린 끝에 문 앞에 다다랐는데... 들어가지는 못하고 들여다보고 사진만 찍으란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화려한 금박타일과 온통 형형색색의 정교한 꽃무늬와 아라베스크 문양들, 의외로 작은 대리석 관... 아름답기는 한데...
길게 늘어선 줄 / 벽면의 코란 구절 / 아름다운 타일 / 만수르의 관
뒷사람을 위해 10초 정도 기웃거리며 사진만 찍고 돌아서려니 조금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 묘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대리석과 금으로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바깥의 뜰에는 가족과 군인 및 신하들의 무덤도 있으니 만수르의 무덤이 아니라 사디안 왕가의 무덤이라는 표현이 알맞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르기에는 너무나 협소하고 입구의 문도 초라하기 짝이 없는 쪽문이다.
이 사디안 묘는 사디(Saadi) 왕조를 연 아흐마드 알 만수르(Ahmad al-Mansour) 왕의 무덤으로, 16세기 초 포르투갈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모로코의 황금기를 열었다고 하는데 그 기념으로 왕궁 엘바디 궁전을 건축하였으며, 이곳 마라케시(Marrakech)를 수도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나 뒤를 이은 알라위(Alawite) 왕조의 2대 왕이었던 이스마일(Isma'il ibn Sharif)은 옛 시가지를 허물고 40km의 3중의 벽으로 둘러싸인 카스바(Qasba)를 건설하며 사디안 묘는 높은 담으로 둘러쌓고 철저히 봉쇄해 버렸었다고 한다.
줄을 서서 벽면의 기하학적 문양을 보고 있는데 뒤에 섰던 아랍 젊은이가 벽면을 보며 중얼중얼 글을 읽는 소리가 난다.
‘Is that Koran(꾸란)?’ 했더니 ‘Yes’ 하면서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고 해석을 해 준다.
그 옆에 바히야 궁전이 있었는데 시간도 촉박하고 돈도 아까워 그냥 패스...
마조렐 정원, 자르딘 정원도 패스... 그까짓 꽃 구경이야... ㅎ
우리 늙은이들 취향에 맞는 전통시장을 보러 갔다. 마라케시 전통시장 쑥(Souk)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다니는데 제법 볼만하다. 우리는 어차피 물건을 살 일이 없으니 눈 구경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우리가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로 오기 전에 예약해 둔 숙소가 벨코 노마드(Belko Nomads)였다.
지도상으로 보면 구 시장인 메디나(Medina)에서 살짝 벗어난 지점이어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자마엘프나 광장으로 갔는데 과연 그 옆에 붉은 성벽(흙담)으로 둘러싸인 메디나가 보인다.
길거리의 경찰한테 지도를 보여주며 길을 물으니 저쪽 메디나 안의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마라케시 전통시장 쑥(Souk)
지도를 펴들고, 핸드폰 지도를 들여다보며 골목길을 헤매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길모퉁이에 있는 30대 중반의 가게 주인한테 지도를 내밀었더니 자기가 잘 안다며 옆의 친구에게 뭐라고 속닥거리더니 이 친구를 따라가라고 한다.
우리는 속절없이 무거운 배낭을 추스르며 따라가는데...
한없이 꼬부랑거리는 거리를 계속 가는데 눈치가 일부러 빙빙 도는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20여 분 헉헉거리며 따라갔더니 좁은 골목길 간판도 없는 작은 대문 앞에 가서 문을 두드린다. 주인이 나오더니 우리 숙소가 맞다고 한다. 그리고는 길을 안내하던 녀석이 손을 내밀며 20디르함(2,800원)을 달라고 한다. 가까스로 10디르함... 모로코에서는 몇 번이나 경험했지만, 무조건 따라붙으며 길 안내를 해주겠다고... 그리고는 어김없이 돈...
거짓말 같겠지만, 우리가 사막투어를 끝내고 다시 올 때도 이 숙소를 못 찾아 또 헤매었다.
사파리에서 돌아온 다음 날, 숙소를 나서며 우리는 숙소 대문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골목에 나와 사진도 찍고...
조금 나오다 보니 길을 파헤치고 공사를 한다.
‘임교장, 이 공사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네. 이따 올 때는 이 공사현장에만 오면...’ 그리고는 나와서 종일 구경을 하고 저녁이 되어 다시 숙소로 가는데.... 골목을 몇 번이나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 보니 아침에 보았던 공사현장이 보인다.
아이고... 이제야 찾았네... 둘이 마주보고 웃으며,
‘요리로 가서... 요 골목으로 들어가면...’ 하고 가보니 엉뚱한 골목이다.
거짓말 보태지 않고, 공사장 부근을 한 시간 이상이나 뱅뱅 돌다가 결국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서 우리의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메디나(Medina)의 골목길은 정~~말 찾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