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에서 찍은 스파룔라 요새
크로아티아 여행기 (흐바르 편 2부) / 이비아
흐바르 섬으로 올 때 스플릿에 차를 두고 왔더니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문명의 이기를 벗어나 홀가분하고 단점은 섬 중심지를 벗어나 보기가 힘들다
이 섬에 오면서 작은 배를 하나 빌려서 바다로 나아가 무인도에 내려보는 계획이 있었다
딸애가 3년 전 흐바르 섬에서 무인도에 배를 밧줄로 메어두고 놀다 왔다는 이야기가 낭만적으로 들렸었다
여행 전 나도 무인도에 가보겠다고 하니 배는 밧줄로 단단히 매어두어야 한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었다
로비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가 28년 만에 돌아온 표류기가 연상되어서이다
선착장 부근에서 배를 빌리려고 알아보니 작은 배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문제는 나의 부족한 모험심, 작은 배를 보니 뒤뚱뛰둥,저 배로 바다 한가운데서 뒤집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의 조바심으로 인해 무인도에 가는 계획을 취소하고 말았다
나는 오래 전 종로 YMCA 에서 수영강습을 받았는데 호흡하는 단계를 패스하지 못해 끝내 수영을 못한다
그래도 용감한 항해를 해보고 싶었는데 미련이 남는건 어쩔 수 없다
여기는 성 스테판 대성당 앞 광장이 중심지로 상점과 카페,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럭셔리한 호텔들이 보이지만 나는 언덕위에 전망좋은 집인 우리 숙소와 바꾸지 않을테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5성급 호텔들과 비엔나 왕궁의 객실에서도 머물러 봤지만
일률적인 호텔 분위기보다 현지인의 민박이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해변길을 따라 선착장 반대편으로 돌아가니 수도원 입구와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길가에는 라벤다 꽃 말린 것과 라베다 오일 등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크로아티아에 와보니 빵이 주식이선지 바케트처럼 생긴 큰 빵이 많고 맛있고 저렴하다
가미되지 않은 빵은 식사대용도 되고 간식으로도 물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빵은 이스트를 많이 쓰는데 여기는 효소를 사용해서 맛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천연효소로 만들었다는 빵들은 한 덩이에 오륙천원 인데 여기는 이천원 안 쪽이다
그이는 아침에 나갔다가 햇볕이 강렬한 낮에는 덥고 사진도 안 나온다고 낮잠을 잔다
나는 혼자 광장과 프란체스코 수도원 쪽으로 걷다가 아드리아 해 수평선을 바라본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 망중한 (忙中閑)을 즐기는 시간이다
해변에서 수영을 하고 있던 남녀 세명이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가게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다보니 시간이 꽤 지났다
저녁에 노을 사진을 찍고 오는 길에 길가에 있는 메뉴판 옆에 한 아가씨가 서 있다
메뉴를 물어보고 레스토랑 안으로 안내를 받았다
아가씨가 다음 여정지를 묻길래 보스니아로 간다고 했더니 거기서는 꼭 스테이크를 먹어야 된다고 권유한다
보스니아 가면 스테이크가 맛있고 저렴하다는 정보를 그 아가씨가 확인해 주었다
바다가 보이는 2층 옥외에 올라가니 셋팅이 되어 있는데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
아가씨에게 주문을 했는데 주방장이 와서 새로 주문을 받는다
음식재료는 그 날 들어온 걸로 만드는데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신선한 게 없다고 다시 주문하란다
상어가 신선한게 들왔다고 해서 우리는 상어 스테이크와 해물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상어 스테이크는 궁금한 맛이었는데 담백하고 먹을만 했지만 다음에 또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저녁을 먹은 뒤 아직 올라가보지 못한 스파뇰라 요새에 가기로 했다
흐바르 섬이 베네치아 점령을 받았을 때 원래 있던 요새를 증축했는데 당시 건축을 담당했던
군사 기술자가 스페인 사람이어서 스페인 요새라고도 한다
요새로 가는 길에 조명을 아래로 향하게 해놓아서 멀리서 보았을 때는 요새의 야경만 보인다
그런데 요새입구에 다다르니 문을 닫았다.
아무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 줄 알고 왔는데 성문이 잠기어 있었다.
할수없이 요새 옆 벤치에 앉아서 흐바르 섬의 야경을 감상했다
우리 같은 여행객 몇 명이 올라왔다가 도로 내려가고 있다
한국을 떠나서 시차에 적응할 새도 없이 강행군 하면서 피곤했는데
흐바르 섬에서 이틀을 충분히 자고 쉬었더니 휴양지에 온 보람이 있다
이곳은 유명 스타들의 휴양지로 이탈리아가 가까워서 성수기는 관광객이 몰린다고 하는데
시월인 지금도 많은 여행객들이 쉬임없이 드나들고 있다
우리는 다시 스플릿으로 나가기 위해 내일 오전 11시 배표를 예매하러 갔는데 표가 없어서
아침 6시 반 고속페리를 예매해 두었다
어제 그이가 스플릿 숙소 주인 라도에게 전화했더니 차는 잘 있으니 와서 찾아가면 된단다
우리가 내일 새벽에 떠난다고 하니 숙소 주인 마리아 아주머니가 체크아웃 관계로 올라 오셨다
너무 아름다운 곳에서 잘 쉬고 간다는 인사와 함께 숙박료로 100유로를 지불했다
마리아 아주머니는 영어도 능통하고 가정적이고 현명해 보이는 분으로
우리 숙박료 94유로를 그날의 환율로 정확히 계산한 다음 거스름 돈을 쿠나로 주셨다
나이 든 아들도 영어가 능숙한데 일층 열린 창문의 서재에 꽉 찬 책들과 종일 공부하는 모습이
박사과정이라도 하는 사람 같다
마리아 아주머니가 작별 악수를 청하며 꿀 한 병을 선물로 주셨다
뜻밖의 선물을 받으니 빈손으로 보내지 않는 인정을 느꼈다
해외여행을 할 때는 한국의 정을 담을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준비해 두어야겠다
여행사 패키지 여행 때는 개인적인 기회들이 적은데 자유여행을 하다보니
국적이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짧은 만남이라고 해도 민간외교를 할 수 있는 작은 애국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제 흐바르 섬을 떠나면 보스니아로 향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흐바르 섬 레스토랑의 상어 스테이크



프란체스코 수도원

성 스테판 성당

흐바르 섬 골목길
첫댓글 숲속님, 형숙님, 님의 또 다른 지역과 분위기를 잘 읽었어요. 주변의 자연경치도 좋지만 만나는 그 외국인들이
친절하고 인정도 있는 사람들... 오랜 역사적 교회건물들과 신앙인들... 모두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 영어는
국제어지요.. 동유럽인들, 러시아인들도 영어를 잘 해보려고 노력하지요. 아프리카인들도 영어를 잘해요.
다만 프랑스인들만....이들은 영어를 배워 어느정도 말할 수 있는데도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영어 아닌.
프랑스어를.... 그렇게 자존심이 강해요. 형숙님...나 이번 주는 많이 바뻐... 어제도, 내이과 모래도
.출판기념회 그리고 .....도..
향강선생님..스케줄이 바쁘신데 꼭 읽어주시고 댓글도 빠짐없이 써주셔서 황송합니다
네.. 선생님께서는 캐나다에서 오랜 세월 목자로서 많은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오셨을 거예요
캐나다인 외 유럽인 미국인 등 다국적 이민자들...그 경험들이 좋은 소설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네..선생님 말씀처럼 파리 여행 때 영어가 잘 안 통하더군요..샤르트르 성당에 찾아 갔다가 어떤 고등학생 모녀에게 기차역을 물었는데 영어로 설명을 못하니까 꽤 먼 길을 직접 안내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불어에 대해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프랑스 인들.. 우리도 국어를 사랑하는 민족이 되어야겠다는...^^
늦은 밤 감기 조심 하세요..선생님
선생님의 부부
눈이 부시게 돋보입니다
김용주시인님의 러브는 늘 반짝거리는군요..ㅎ
네..김시인님의 기억 속에서 반짝이는 러브이
추울 때는 언제나 꺼내서 온기가 될 수 있는 러브이 되시길 바랍니다..
낙엽이 울고 있는 밤..
우리들의 영혼만은 우울하지 않은 11월 이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