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여행사
마츠오카 다츠히데 글‧그림/이영미 옮김/ 비룡소
“청개구리 님, 일어나세요!”
청개구리가 기지개를 켜며 눈을 떴어요.
“으아함, 앗! 손님이 오셨네.”
무당벌레가 말했어요.
“우리도 연못 탐험할래요.”
공벌레 부부와 달팽이도 무당벌레와 함께 왔어요.
청개구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어요.
“네네, 어서 들어오세요. 이쪽입니다.”
청개구리가 말했어요.
“입장료는 500원입니다. 도시락은 공짜지요.
자, 여러분, 우리 청개구리 여행사의 자랑!
페트병 배에 올라타세요.“
공벌레 아줌마는 좀 걱정이 되나 봐요.
“이 배는 안전한가요? 가라앉으면 어떡해요?”
“에이, 걱정 마세요. 이 배는 아주 튼튼하고 물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답니다. 사람들이 버린 페트병으로 만든 제 작품이죠. 하하.”
청개구리가 페달을 밟자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자, 이제 출발합니다!”
손님은 무당벌레, 공벌레 부부, 달팽이에요.
다들 처음으로 물속 구경을 하는 거라 무척 신이 났지요.
물속을 구경하던 달팽이가
깜작 놀라 소리쳤어요.
“어, 저건 뭐지? 등에 하얀 걸 잔뜩 짊어지고 헤엄치잖아!”
그러자 청개구리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수컷 물장군이랍니다.
암컷 물장군은 수컷의 등 위에 알을 낳아요.
그러면 수컷은 등에다 알을 잔뜩 싣고 다니며 알들을 돌보지요.”
갑자기 수컷 물장군이 풀줄기를
꼭 붙잡고 매달렸어요. 어머나!
등에 있던 앞껍데기가 톡톡 갈라지기 시작하네요.
작고 하얀 새끼 물장군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와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공벌레 아줌마가 소곤거렸어요.
“어머나, 쟤는 왜 저래요?
벌렁 드러누워 있잖아요. 주……죽었나요?”
“아, 송장헤엄치개는 원래
저렇게 몸을 뒤집어 헤엄쳐요.
그래서 물 위에 떨어지는 먹이도
쉽게 잡을 수 있답니다.”
청개구리가 덧붙여서 말했어요.
“깜짝 놀랄 만한 사실 하나 더!
저기 보이는 물맴이는 눈이 네 개나 있어요.
그래서 물속과 물 밖을
다 볼 수 있대요.”
달팽이가 눈이 달린 더듬이를
고물거리며 감탄했어요.
“우아, 좋겠다!”
갑자기 배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공벌레 아줌마가 안타까워서 울먹였어요.
“어떡해, 참개구리가 잡아먹히겠어요!”
공벌레 아저씨도 다급하게 물었지요.
“청개구리 님, 우리가 참개구리를 도와 줄 수 없을까요?
청개구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저도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군요.
참개구리 주위에 모여든
물방개, 송장헤엄치개, 거머리, 장구애비는 모두
다른 동물을 잡아먹어야만 살 수 있는 육식 동물이거든요.”
무당벌레가 혼자 중얼거렸어요.
“물속 세상도 살아가기 꽤 힘든 모양이로군.”
청개구리가 배를 잠깐 세웠어요.
“여러분, 송장헤엄치개와 장구애비가
먹이 머는 모습을 한번 살펴보세요.
바로 저 날카로운 주둥이로 먹이를 찔러서
몸속에 든 액체를 쪽쪽 빨아 먹는답니다.”
청개구리가 배를 다시 출발시키며 외쳤어요.
“자, 연못 탐험을 계속해 볼까요?
오호, 납자루가 커다란 조개에 알을 낳고 있군요.
왕잠자리 애벌레는 먹이를 잡고 있네요.
음, 저는 먹이를 잡을 때 혜를 이렇게 쭉 늘여 빼죠.“
“으악! 청개구리 님, 왜 이러세요?”
달팽이가 깜짝 놀라 껍데기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어요.
청개구리가 시계를 보더니 말했어요.
“벌써 점심 시간이네?
여러분, 배가 고프지 않나요?
짠! 제가 도시락을 준비했어요. 맛있겠죠?”
모두들 배에서 내려
물 위의 연잎에 앉았어요.
공벌레의 도시락은
마른 상수리나무 잎이에요.
무당벌레는 진딧물,
달팽이의 도시락은 양배추지요.
모두들 도시락을 냠냠 맛있게 먹었어요.
“와! 그런데 청개구리 님은
뭘 싸 오신 건가요?”
“제 도시락은 살아 있는 작은 벌레랍니다.
먹으면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요.”
점심을 먹고 찾아간 곳에는
기다란 부들과 골풀이 우거져 있었어요.
꼭 숲에 온 것 같았지요.
청개구리가 속삭였어요.
“쉿! 여러분, 여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가 살아요. 그래서 이름도 꼬마잠자리랍니다.”
청개구리가 말을 마치자마자
꼬마잠자리 세 마리가 나타났어요.
공벌레 아줌마가 놀라며 말했지요.
“어머나, 잠자리가 나만큼 작네!”
꼬마잠자리는 신나게 연못 위를 날아다녔어요.
그런데 갑자기 휙 달아나 잎사귀 뒤로 숨어 버리지 뭐예요?
청개구리도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여러분! 어서 엎드려요.
윙 윙 윙~
배가 풀 사이로 숨자마자
왕잠자리가 큰 소리로 날개를 퍼덕이며 나타났어요.
청개구리보다도 큰 왕잠자리는 날아다니는 벌레를
잡아먹을 정도로 재빨랐답니다.
“으악! 도와줘요!”
이건 또 무슨 소리지요?
연못 밑바닥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어요.
달팽이가 놀라 말했어요.
“청개구리 님, 아래를 보세요!”
탐험대가 연못 바닥을 내려다보니
철사와 끈으로 만든 그물 속에
메기, 붕어, 미꾸라지, 영원 물방개가
갇혀 울고 있었어요.
모두들 입을 모아 청개구리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도와줘야겠어요!
청개구리 님,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요?”
“저한테 맡기세요.”
청개구리가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어요.
청개구리는 연못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아는
참개구리 할아버지를 찾아갔지요.
“저 그물을 뜯을 수 있는 건 가물치뿐일세.
함부로 부탁하러 갔다가는 잡아먹힐지도 몰라.
그래도 자네 부탁이니 내가 가 보겠네.”
참개구리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가물치가 말했어요.
“오호, 그물 속에 맛있는 게 그렇게나 많단 말이지?
참개구리 영감보다는 그쪽이 더 입맛 당기는 걸.
좋아! 그물을 뜯고 내가 몽땅 먹어치워 주지. 으하하!”
아득 아득 아드득!
가물치는 날카로운 이빨로 재빨리 그물을 뜯었어요.
가물치가 그물 속에서 나온 붕어를
막 잡아먹으려는 순간,
철벅 철벅 철벅!
이게 무슨 소리죠?
뜰채를 손에 든 사람이 다가오고 있어요!
메기, 붕어, 미꾸라지, 영원, 물방개
그리고 가물치까지
모두 화들짝 놀라
눈 깜짝할 사이에 도망쳐 버렸죠.
배는 개연 꽃 잎사귀 사이로
재빨리 숨어 들키지 않았답니다.
후유!
청개구리가 모두들 둘러보며 말했어요.
“여러분, 이제 연못 탐험을 마칠 시간이에요.”
배는 나루터 쪽으로 미끄러져 나아갔어요.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연못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지요.
바로 그때, 푸른 빛깔을 띤 새가
화살처럼 날아왔어요.
모두가 입을 모아 외쳤어요.
“와, 예쁘다. 물총새다!”
물총새는 날쌔게 연못으로 곤두박질치더니
물고기를 휙 낚아채고는 다시 솟구쳐 올랐어요.
“아이, 차가워!”
배에 타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흠뻑 물벼락을 맞고 말았죠.
손님들은 모두 힘을 모아 배 안에 고인 물을 퍼냈어요.
배는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어요.
공벌레 아줌마가 말했어요.
“조금 무섭긴 했지만 멋진 탐험이었어요.”
무당벌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지요.
“에휴, 땅 위든 물속이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예요.”
달팽이도 말했어요.
“난 팔다리가 없어서 물 푸는 일은
돕지 못했지만
물속 세상은 참 재미있네요.”
청개구리가 자랑스럽게 대답했어요.
“하하, 모두 페트병 배 덕분이지요.
다음에는 더 신나는 탐험을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