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산티아고의 밤
산티아고 입성식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안 신부님의 깜짝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저녁을 먹고서 모두다 각자의 방으로 갈려고
할 때, “모두들 옆의 홀로 모이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산티아고 순례
인증서 수료식이 있겠습니다." 라고 말씀하셔서 간단하게 끝내겠지
생각하며 들어섰다. 다섯 자 크기의 탁자가 홀 중앙에 놓여 있고
그 위에 붉은 색 바탕에 노란 조가비가 가득 들어있는 한 무더기의
상장 통들이 탁자의 오른 편에 그리고 왼편에는 커다란 케잌이 보였다. ”옴마나. 이게 다 뭐시여!“ 라는 말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 나왔고
모두들 자리를 찾아 앉았을 때, 신부님은 우리들의 귀여운 막내 리디아를 불러내어 셉티모님부터 한 사람씩 인증서 증정 후 소감을 발표하게 하였다.
“나이 팔십에 죽어도 산티아고에 가서 죽자는 각오로 왔는데,
여러분들과 함께 이 길을 끝까지 걸었다는 것이 내겐 기적이고
너무나 큰 주님의 축복입니다.” 라는 셉티모님의 소감을 선두로
나이순으로 막내인 리디아까지 모두 인증서를 받고 소감을
발표했다. 모두들 뿌듯한 마음으로 한껏 기분이 고조되었을 때,
신부님의 팔순 축하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클라라가 케잌 위에
‘80’ 숫자의 촛불을 꽂고 셉티모님이 ‘훅’ 불어서 불꽃을
지워버린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찬란하온 팔순을 뜨거운 맘
다하여 축하드립니다 우리들의 우정이 사랑 안에 피어나 한 알
작은 열매로 영글어 지기에 오늘의 이 뜻을 맘에 접어 오로지
당신께 드리옵나이다’ 축가가 이어 졌고 이어 신부님의 깜짝 선물,
모두들 부러워하고 또 진심으로 축하해마지 않은 스테인드글라스
성 야고보상이 전달되었다. 식은 여기서 끝나지않아 로사리아님을
곁에 서게 하고 이번엔 ‘50’ 숫자의 초를 꽂고 결혼 50주년 금혼식이
이어졌다. 50년 전에 중매 반 연애 반으로 결혼하셨다는 셉티모님께
“로사리아님을 처음 보셨을 때 몇 점을 주셨습니까?” 물었더니
“음, 70점.”으로 대답하셨는데 오늘 금혼식까지 일평생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희생해 오신 아내의 고마움에 대해 “이제 100점이야.”로
대답하시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초가 준비되었다. 이번엔 ‘70’ 숫자. 칠순을 맞은
이양립 소화 데레사님의 차례다. 클라라의 숫자 초가 케잌은
그대로인 채 80, 50 그리고 70으로 바뀔 때마다 꽁트를 보는 듯
모두가 즐거웠다. “제주 도보 순례 피정 때는 발이 아파 완주를
못했지만 이번 순례길엔 꼭 완주를 목표로 왔었는데, 중간에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마침내 해내었습니다.”
고혈압이 있음에도 쉬지 않고 오르막길, 언덕길 그리고 오늘
반나절의 숨 가쁜 강행군을 모두 극복해 낸 제3피 왕언니
소화 데레사님의 소감이었다.
그랬다. 젊은 우리들도 걷기 힘들었던 먼 길을 고령의 노인들께서
함께 걸어간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해내었다. 그것도 아무런 사고 없이.
누군가가 말했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이 먼 길의 완주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절대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야.” 라고.
밤 11시 경. 레지나 Lee님이 셉티모, 로사리아님 방에서 뒤풀이가
있다고 가자신다. 이미 모세님, 비오님 부부, 소화 데레사님이
와 계셨고 우리 부부가 들어가자 케잌을 자르고 포도주 한 잔씩
건배 제의를 하신다. 다시 한 번 팔순과 금혼식 그리고 칠순을
맞이한 분들을 위한 축배가 있었다.
음악을 준비하느라 순례길 걷는 도중 내내 연출 구상을 했다는
레지나 뮤직님의 선곡을 듣는 시간이다. 먼저 아내의 노래. ‘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온 몸을 아프게 하고 ---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 가는 겁니다.’ 다음 남편의 노래.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이제 모두다 율동과 함께 따라 해요” ‘숨 쉴 수 있어서 바라볼
수 있어서 만질 수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말할 수도 있어서
들을 수도 있어서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낮에 대성당 벽 한구석에서 일행 몇이 모여 율동과 노래를 하던
모습을 봤었는데 이것이었구나. 참으로 상황에 잘 맞는 곡들이었다.
그런데 왜 진작 아까 행사에서 내놓질 않으시구요?
셉티모님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기쁨의 말을 내어
놓자마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70대에 성모님께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기도할 게 많아
못 간다고 전해라. 80대에 예수님께서 날 데리러 오거든
산티아고 순례가야 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레지나 뮤직님의
노래가 고스란히 축복의 음률로 수놓아질 것 같은 밤이었다.
산티아고에서 팔순+금혼식+칠순 기념식
지나간 모든 시간은 주님께서 주신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 박승근님의 순례기를 제가 대신하여 올려드립니다.
산티아고 도보순례 이후 성지순례기가 계속 이어집니다
첫댓글 의미 있는 이번 순례를 하시면서 신부님께서 죽을 각오로 끝까지 완주하게 도우시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하늘에 닿았네요. 정말 보기 좋고 모두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재밌게 산티야고 순례 함께 할 수 있어 박선생님께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주님의 축복입니다. 그리고 얼굴에서 빛이 납니다. 신부님의 따뜻한 마음이 저에게도 전해져 행복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박선생님 감사합니다.
순례의 길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 축하드립니다.^^
참 보기좋고 부럽습니다. 축하합니다.^^
정말 뜻깊은 성지순례가 되셨군요...축하드립니다...^^*
찬미예수님
신부님 어떻게 하나도 놓치지않고 이렇게
저희들에게 많은것을 기억할수있도록
기록하셨습니까
정말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넘치도록 받은사랑^^
순례여정속에서
한결같은 봉사정신을 보여주신 대장님내외
또 비오형제님내외 우리수호천사님 반장님들
사진찍느라 고통당했던 형제님 우리에게 항상
힐링시켰던 리디아 모두모두 감사 또 감사
드림다
신부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특히 우리파티마 Group 핫팅 !!ᆢ
모두모두 에게
사랑해 사랑해 산티아고 !!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