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 (2026. 01. 01 - 계속)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19 +++++++++++++++++++++++++++
+ 18 +++++++++++++++++++++++++++
천 년의 시작은 이렇게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423500014 입력일 2026-04-28 10:14:17 수정일 2026-04-28 10:14:17 발행일 2026-05-03 제 3489호 3면
천 년의 시작은 이렇게 Palestine, 2008. 나무가 잘려나가고 좋은 땅을 빼앗겨도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황무지를 일구며 다시 어린 올리브나무를 심어나간다. 척박한 땅에서 올리브나무 하나 키우기란 아이를 기르듯 공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모래바람과 짐승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 그루 한 그루 낡은 드럼통으로 감싸고 그 위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상징하는 초록, 하양, 빨강색을 기원하듯 칠해두었다. 이 작고 여린 나무들 중에 끝내 살아남아 다시 천 년을 이어갈 올리브나무가 있으리니. 그토록 길고 큰 ‘사랑의 나무’의 시작은 얼마나 미약하고 눈물겨운지.
- 박노해 사진 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수록작
+ 17 +++++++++++++++++++++++++++
알 자지라의 아침식사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415500052 입력일 2026-04-22 08:58:48 수정일 2026-04-22 08:58:48 발행일 2026-04-26 제 3488호 3면
알 자지라의 아침식사 Syria, 2008. 알 자지라 평원의 아침식사는 소박하나 풍요롭다. “첫 비가 오고 첫 얼굴을 보고, 오늘은 좋은 날. 먼 데서 온 형제여, 우리 함께 빵을 나눕시다.” 양젖 요구르트에 레몬즙과 후추를 뿌리고 올해 수확한 신선한 올리브기름을 두르고 자두절임과 고추피클, 허브치즈와 야생 꿀, 화덕에서 구워낸 빵과 샤이를 내어온다. 음식마다 빠짐없이 들어가는 올리브 기름의 아릿하고 싱그러운 향이 입안 가득 번질 때, 올리브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 “천국의 열매”가 아닌가.
- 박노해 사진 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수록작
+ 16 +++++++++++++++++++++++++++
아잔 소리 울리면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408500096 입력일 2026-04-15 08:37:53 수정일 2026-04-15 08:37:53 발행일 2026-04-19 제 3487호 3면
아잔 소리 울리면 Jordan, 2008. 중동의 광야에는 날카로운 분쟁의 폭음과 고요하고 신성한 음률音律이 함께 흐른다. 그래도, 올리브나무 새싹은 다시 피어나고 갓 태어난 어린 양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연인들이 수줍은 떨림으로 입맞춤을 하고 석양의 아잔 소리가 길게 울리면, 삶은 그대로 살람Salam, 평화이다.
- 박노해 사진 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수록작
+ 15 +++++++++++++++++++++++++++
돌밭을 달려도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401500071 입력일 2026-04-07 17:20:02 수정일 2026-04-07 17:20:02 발행일 2026-04-12 제 3486호 3면
돌밭을 달려도 Jordan, 2008.
메말랐던 광야에 봄비가 내리면 온 대지가 하루아침에 싱싱하게 살아난다. 양떼에게 새 풀을 먹이던 아이들은 공 하나만 있으면 신나게 뛰어논다. 돌밭을 달려도, 돌길에 채여도, 부딪히고 넘어지고 상처가 좀 나도, 공처럼 둥근 마음으로 통통 튀어 오른다. 등 뒤에 있는 올리브나무는 아이들의 수호자. ‘네 뒤에는 우리가 있어, 마음껏 뛰놀고 꿈을 꿔. 울고 웃고 함께 앞을 바라보며 너만의 길을 가.’ - 박노해 사진 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수록작
+ 14 +++++++++++++++++++++++++++
봄이 오는 길
입력일 2026-04-01 08:42:01 수정일 2026-04-01 08:42:01 발행일 2026-04-05 제 3485호 3면
봄이 오는 길 Syria, 2008.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밀어 올린 알 자지라 평원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검붉은 대지에 연초록 밀싹이 돋아나고 올리브나무는 꽃눈을 틔워내고 둥근 언덕길로 유유히 양떼가 지나간다. 농부들도 목동들도 어린 양도 올리브나무도 성실하고 부드럽고 끈질긴 걸음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눈부신 고요, 신생의 아침, 봄이다 봄! - 박노해 사진 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수록작
+ 13 +++++++++++++++++++++++++++
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입력일 2026-03-25 08:29:48 수정일 2026-03-25 08:29:48 발행일 2026-03-29 제 3484호 3면
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Laos, 2011.
종자로 쓰려는 것은 그 해의 결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만을 골라 매달아진다. 수백 수천의 옥수수 알들은 단지 한 톨의 씨앗에서 비롯되었다. 씨앗이 할 일은 단 두 가지다.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고 지켜내는 것. 자신의 대지에 파묻혀 썩어 내리는 것. 희망 또한 마찬가지다. 헛된 희망에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는 것. 진정한 자신을 찾아 뿌리를 내리는 것. 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 12 +++++++++++++++++++++++++++
하늘 다리
입력일 2026-03-18 09:11:49 수정일 2026-03-18 09:11:49 발행일 2026-03-22 제 3483호 3면
하늘 다리 Pakistan, 2011.
가난한 사람들은 한 뙈기의 경작지를 찾아 강 건너 비탈을 개척해 마을을 이루었다. 애써 세운 다리는 홍수로 번번이 쓸려나가고 주민들은 궁리를 모아 ‘하늘 다리’를 만들었다. 허공의 쇠줄 한 가닥에 걸린 생은 위태로워 보이지만 밧줄을 당겨 나아가는 삶의 의지는 힘차기만 하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 11 +++++++++++++++++++++++++++
내가 살고 싶은 집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309500059 입력일 2026-03-11 08:36:15 수정일 2026-03-11 08:36:15 발행일 2026-03-15 제 3482호 3면
내가 살고 싶은 집 Pakistan, 2011.
높고 깊은 산맥에 소중히 숨겨진 가쿠치 마을. 흰 만년설과 푸른 하늘과 붉은 흙집과 노란 나무가 저마다의 색깔로 빛나는 가을날. 남자들은 산 위에서 야크를 치고 땔감을 구하고 여인들은 양털을 자아 옷감을 짜고 빵을 굽는다. 따사로운 가난마저 고르게 빛나는 마을.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한 작은 흙집. 마음까지 환해지는 내가 살고 싶은 집.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 10 +++++++++++++++++++++++++++
아름다운 배움터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302500033 입력일 2026-03-04 09:41:47 수정일 2026-03-04 09:41:47 발행일 2026-03-08 제 3481호 3면
아름다운 배움터 Pakistan, 2011.
한 자리에서 11개의 만년설산을 볼 수 있는 마을. 봄이면 살구꽃 자두꽃 앵두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노란 포플러잎과 빨간 사과가 마을을 물들인다. 맑은 햇살이 비추고 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아이들은 답답한 교실이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배운다. 지식 경쟁의 제도화에 얽매이기 이전의 마을 속 학교는 아름다운 삶의 배움터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9 ++++++++++++++++++++++++++++
저 산빛처럼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211500131 입력일 2026-02-25 08:51:36 수정일 2026-02-25 08:51:36 발행일 2026-03-01 제 3480호 3면
저 산빛처럼 Ethiopia, 2009.
대지에 쓰여진 한 편의 시詩와 같은 라스타 산맥. 이 높은 산정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첫새벽이면 마을의 성소에서 기도를 바치며 불씨를 품어오고 여명의 길을 걸어 물을 길어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물과 불로 분나 커피를 빻아 내려 마시며 온 가족이 둥글게 모여 따뜻이 몸을 녹인다. 삶은 산과 같아서, 조급하지도 말고 태만하지도 말고 나만의 길을 찾아 유장하게 나아가는 것. 사랑, 사랑으로 나를 사르며 내어주는 것. 이제와 같이 영원한 저 산빛처럼.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8 ++++++++++++++++++++++++++++
화산의 선물 칼데라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204500117 입력일 2026-02-11 08:53:39 수정일 2026-02-11 08:53:39 발행일 2026-02-15 제 3479호 3면
화산의 선물 칼데라 Indonesia, 2013.
화산이 폭발하고 칼데라에 물이 흐르면, 기적처럼 신생의 대지가 탄생한다. 지구의 한 곳에 시원(始原)의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화산 폭발은 두려움과 동시에 비옥한 대지를 선물하듯, 우리 삶도 사랑도 혁명도 한 번은 깨끗이 불사르고 첫마음으로 돌아가야만 다시 소생할 수 있는 것. 깊은숨을 내쉬는 칼데라를 달릴 때 내 안의 숨은 장엄과 숭고가 깨어난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7 ++++++++++++++++++++++++++++
은미한 빛의 시간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128500090 입력일 2026-02-04 08:32:38 수정일 2026-02-04 08:32:38 발행일 2026-02-08 제 3478호 3면
은미한 빛의 시간 Peru, 2010.
태양과 지구는 최고의 연출자. 안데스 고원에 여명이 밝아오면 산의 숨결 같은 은미한 안개 속에 오묘한 풍경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모든 존재는 빛 앞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빛에는 고유한 숨결이 있고 파동이 있다. 우리는 빛으로 살아가고 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침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둥근 지구 위에서 둥근 공을 굴리며 힘차게 하루 생을 열어간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6 ++++++++++++++++++++++++++++
감자밭의 쉬는 시간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121500113 입력일 2026-01-28 08:47:42 수정일 2026-01-28 08:47:42 발행일 2026-02-01 제 3477호 3면
감자밭의 쉬는 시간 Peru, 2010.
지상에서 가장 높은 안데스의 감자밭. 마을 사람들이 모여 감자를 캐는 날엔 아이들도 개들도 닭도 함께 따라나선다. 알파카 실을 자아 짠 전통 보자기 아와요에 작지만 소중한 감자알을 담아놓고 쉬는 시간. 나무 한 그루 없는 이 산정에서는 사람이 나무고 여인이 꽃이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5 ++++++++++++++++++++++++++++
께로스의 아침 풍경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116500010 입력일 2026-01-21 09:32:10 수정일 2026-01-21 09:32:10 발행일 2026-01-25 제 3476호 3면
께로스의 아침 풍경 Peru, 2010.
세상 끝에 비밀히 숨겨진 마을, 께로스. 아침 해가 비추면 밤새 하얗게 얼어있던 께로스는 이슬방울 맺힌 초록 풀빛으로 눈부시게 깨어난다. 돌집마다 감자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서로 기대어 추위를 견뎌낸 알파카들은 어서 산정으로 오르자고 서성거린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4 ++++++++++++++++++++++++++++
햇살 마당에 장화를 말리며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112500019 입력일 2026-01-14 08:31:31 수정일 2026-01-14 08:31:31 발행일 2026-01-18 제 3475호 3면
햇살 마당에 장화를 말리며 Indonesia, 2013.
우기철에 반짝 햇살이 비춘 날, 말간 산바람에 빨래를 말린다. 삶의 조각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꽃망울은 살포시 피어 향기를 날리고, 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는 이 작은 평화. 맨발로 일하는 화산 마을에서 장화는 어떤 명품 구두보다 귀한 선물이다. 도시로 나간 딸이 보내준 장화를 보면서 엄마도 잠시 숨을 고르며 미소 짓는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3 ++++++++++++++++++++++++++++
산은 길을 품고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60102500011 입력일 2026-01-07 08:27:40 수정일 2026-01-07 08:27:40 발행일 2026-01-11 제 3474호 3면
산은 길을 품고 Peru, 2010.
지금 길이 보이지 않아도 산은 언제나 길을 품고 있다. 구름 사이로 잠깐, 한 줄기 빛이 내리면, 산은 가만히 길을 내어주고 산은 말없이 내 등 뒤를 지킨다. 나만의 길을 찾아 걷는 사람에게는 분명 나만의 빛이 오는 때가 있으니.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2 ++++++++++++++++++++++++++++
절벽 위의 나무 하나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1226500025 입력일 2025-12-30 09:48:02 수정일 2025-12-30 09:48:02 발행일 2026-01-04 제 3473호 3면
절벽 위의 나무 하나 Ethiopia, 2008.
해발 4천 미터 시미엔 산맥 절벽에 최후의 생존자처럼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이토록 작고 여린 존재가 이토록 광활한 산맥을 품고 서 있다. 어떻게 이런 시대에 곧고 선한 마음 하나로 그 많은 상처를 품고서도 그대가 살아있는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 자리에서 푸른빛으로 서 있는 사람이 있다.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1 ++++++++++++++++++++++++++++
산빛의 품에서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251217500071 입력일 2025-12-23 09:34:40 수정일 2025-12-23 09:34:40 발행일 2026-01-01 제 3472호 3면
산빛의 품에서 Pakistan, 2011.
하늘 아래 저 높은 만년설산을 품은 나라. 이 추운 곳에서 사람들은 층층의 계단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고 집을 짓고 아이를 기르며 살아왔다. 산정의 흰빛과 대지의 푸른빛. 사람들은 날마다 지상에서 천상을 오르듯 두 세계 사이를 걸어 오르며 삶을 일군다. 산은 위대한 사랑의 수호자,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다. 내 안에도 위대한 사랑의 품이 있으니. 아, 나는 무엇을 품어주는 생인가. - 박노해(가스파르) 사진 에세이 「산빛」 수록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