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거리
주일 새벽이다. 벽에 걸린 붉은 전자시계는 세 시다. 그냥 뒹굴다 보면 늦게 일어나니 벌떡 일어났다. 간밤엔 모기가 물었는지 발등이 가려웠다. 여름 내내 모기소리를 듣지 못했던 내가 이 녀석이 날씨가 더 싸늘하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하고 조용히 갔나 보다. 나선 새벽의 골목길은 쌀쌀하지는 않아도 긴팔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고 나왔는데도 약간 썰렁한 것을 보니 어느 때보다도 기온이 더 내려간 것 같다. 일요일 새벽이어서 그런지 도봉동에서 출발하는 차고지에서 나오는 버스들도 보이질 않는다. 면허시험장을 지나가는 141번 시내버스를 타야 교회에 올 수 있는데, 그 노선버스도 주일(공휴일)이라 그런지 배차간격이 벌어진 느낌이다.
평소 주일에는 전철역 방편에서 곧장 교회 방면으로 오는데 오늘은 광장교회가 있는 안쪽 거리를 통해 교회로 걸어왔다. 구청에서 지정한 “문화의 거리“다. 문화의 거리라고 지정한 것도 꽤 여러 해 되었다. 새벽 문화의 거리는 상가건물에서 나오는 불빛과 간판으로 인하여 상당히 밝다. 그런데 술집을 비롯해 문화의 거리 음식점들은 젊은 남녀들이 새벽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새벽을 깨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은 메우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새벽 4시 30분이다. 길거리에 누워있는 젊은 취객은 없었다. 그런데 거리 바닥에 버려진 음료수 캔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비롯해 담배꽁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버려져 있었다. 내 눈에 보인 노원문화의 거리 자화상이다.
수 년 전부터 서울시에서는 여러 지역에 분위기에 맞게 문화의 거리를 지정했다. 청담동에서 사업을 할 때도 결혼문화와 세계 유명 브랜드가 밀집해 있고 또한 깨끗한 이미지로 인하여 세계 굴지의 디자인 회사와 웨딩문화를 선도하는 청담동 문화의 거리를 지정했다. 오래 전에는 신촌을 지나 홍대부근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고 미술전통을 이어가는 대학에 걸맞게 또한 문화의 거리를 지정했다. 그곳도 별반 다르지 않게 좋은 의미로 술 문화도 있으나 인디밴드그룹들을 비롯해 그래도 음악이 있는 문화의 동네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자리를 잡은 구 서울대학교 자리인 동숭동은 연극을 위시한 공연문화가 많이 발전했고 거리도 차분해졌다. 이밖에 압구정동에 는 속칭 강남 물 좋은 곳이라는 동네로 명성 아닌 명성을 얻었고, 국무총리 공관이 있는 삼청동 공원으로 가는 길 양쪽에 분위기 있는 식당들은 주변에 연인들이 많이 오가며 행복의 시간을 즐기는 문화의 거리가 되었다. 특히 가을이면 넓지 않은 도로가 노란 은행나무 단풍으로 인하여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화의 거리가 아직까지도 본래의 의도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그저 젊은이들의 술 마시고 흥청대는 쪽으로 발전해 가는 것만 같아 안타가운 마음이 든다. 꼭 문화라는 것이 술 마시고 노는 것만이 아닐 텐데도 말이다. 물론 인근에 극장을 비롯해 공연과 전시문화도 더러 열리고 있어 긍정적인 면 또한 많이 있어서 스스로 정화하며 발전해 가기도 한다. 한편으론 낮에도 의미 있는 음악과 연주회도 열린다. 그런데 그런 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색한 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마 그런 면도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예술문화가 발전한 서구의 나라들처럼 수준 높게 발전해 갈 것이다. 그러나 아무데나 버리는 쓰레기와 담배꽁초. 만취하여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젊은 남녀들의 흐트러진 행동. 사회문제와 되고 있는 보기에도 민 방한 낯 뜨거운 남녀들에 애정행위는 아무리 젊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젊은이기도 하지만 성인 아닌가.
그러한 모습이 젊음의 한 때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을 기성세대가 이해하기는 정말 힘들다. 물론 기성세대들도 그런 행동을 하는 모습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모습을 따라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들은 올림픽을 비롯해 지난 2002년 월드컵이라는 큰 국가적 행사를 무사히 치르면서 거리질서를 비롯해 많은 것을 좋은 것으로 변화시켰다. 큰 행사뿐만이 아닌 항상 좋게 변화하는 모습으로 향해야 하지 않는가.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기성세대나 젊은 세대 모두가 지나온 일들을 각성하고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희망의 대로를 열어가야 하겠다. 몇 분 동안 새벽 문화의 거리 중심을 걸어오면서 잠시 본 느낌이다. 그 쉬운 것들을 인간들이 스스로 정화되지 못한다면 어절 수 없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기도하며 의뢰 할 수밖에. 저주 받은 십자가지만 승리의 십자가가 되기 위함이다. 교회 십자가 밑에서 초에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LED의 불빛은 자비와 사랑의 불빛이니까.
첫댓글 주의 자비가 내려와 내려와 봄 비 같이.
오늘은 집안에서 집안에서 느끼는 바람의 감촉도 완연 가을이네요.
노원문화의거리를 보셨군요.아무리 젊음이 한때라지만 좀더 아름다운 문화는
보여줄수없는지!! 그러나 이모습이 우리젊은이들 일부이기에 다행이고 희망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야 겠지요?
@조정자 평소 주일에 지하철 계단 내려와서 바로 갔지만,
새벽시간에 가운데 거리로 가면서 본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