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걷회 송년 파티
2015년 12월 27일(일) 09시 53분에 1호선 회룡역에서 위짜츠 씨모으 조단스 바싸보 까토나 다섯명이 만났습니다.
예상치도 않은 바싸보가 오랜만에 참석하여 모두들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누구든지 시간 되는대로 언제든지 동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날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9도를 오르내리는 겨울다운 날씨입니다. 모두 다 겨울 파카에 털모자 넥워머 방한 장갑으로 완전 무장한 모습들입니다. 이제는 나이도 무시 못할 즈음에 왔으므로 산행을 하든지 아니면 둘레길을 걷더라도 찬 기운에 노출시키면 안됩니다. 회룡역에서 동암 초교 방향으로 건널목을 건너서 초교 뒷편으로 진입을 합니다. 옛 부대 막사 앞을 통과하여 등산로가 제대로 없는 곳을 헤집고 내려옵니다. 동일로가 수락산을 갈라 놓았으나 생태 통행로가 연결이 되었습니다. 수락산 도정봉 바로 밑에서 계곡을 타고 내려옵니다. 군데 군데 바위에서 흘러 내리던 물이 고드름이 되어 산객의 시선을 사로 잡기도 합니다. 오늘 기온이 영하 9도라고 해서 내심 은근히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거의 없으며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 날씨를 연상시킵니다. 햇빛 좋은 너럭 바위에 자리를 잡습니다. 각자 마련해 온 영양떡 바나나 초코렛바등 간식과 함께 뜨거운 물에 쌍화차 한잔으로 요기를 합니다. 산행을 부득이 생략해야 했던 늘걷회 회원들로 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카톡으로 사전에 14시 30분에 미아사거리 8번 출구에서 만나서 송년 파티를 함께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시간은 충분하지만 벗들을 이 추운 날씨에 기다리지 않게 하려고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쌍암사를 통과하여 동일로로 내려와서 장암역으로 향합니다. 노원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여 미아리사거리 역에서 하차해야 합니다. 만나기만 하면 무슨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하마터면 배낭을 놓고 내릴 뻔한 친구도 있습니다. 미아사거리역에 도착하니 벌써 왔어야 할 녀석들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전화로 다그쳐 물은 즉슨 미아리 사거리역에는 8번 출구가 없어서 미아역에 기다리는 친구도 있습니다. 아뿔사 내가 착각으로 잘못 메세지를 넣었던 것입니다. 모두 열명으로 송년 파티 기분 제대로 날 것 같습니다. 단지 인터넷상에서만 확인한 샤브샤브 전문점까지 한참을 언덕을 오르며 가야합니다. 지도상에서는 4번 출구 바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 것입니다. 허리가 불편한 친구와 지난 주에 함께 했던 산행 여독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치빠흐가 불만의 소리를 뱉습니다. 몇번을 전화로 물어 찾아 간 곳의 식당에는 손님이 한사람 없이 오직 우리뿐입니다. 마음 놓고 웃고 떠들고 부담 없이 우리의 권주가가 터져 나옵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모두 친절하고 늦게 오는 친구를 마중까지 나가서 데려오기도 합니다. 샤브샤브 음식 메뉴도 가격에 비하여는 그런대로 먹을만 합니다. 오늘이 2015년도 마지막 일요일이며 늘걷회 송년 파티가 예상외로 풍성한 느낌입니다. 매주 산행이나 둘레길 걸을 때는 대여섯 명이 참석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는 열명이 함께 합니다. 빼코처 치빠호 씨모우 패노우 위짜추 또파파 조단스 해구바 바싸보 까토나 등이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모두가 60년지기이지만 천년지기라 할 수 있는 그리운 벗들입니다. 까만 교복에 까까머리에는 교모(校帽)를 눌러 쓰고 모자 챙은 잔뜩 구부린 모습입니다. 책 가방은 옆구리에 걸치우고 양손은 교복 상의 주머니에 찔러 넣고 있습니다. 걸음새는 건들 건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 봅니다.이 세상이 너무 좁다는 인상을 쓰며 상의 윗 단추 한 두개는 풀어 놓습니다. 신발은 군인들이 신는 소위 워카를 까맣게 염색한 구두입니다. 책가방에는 도시락 김치 국물이 흘러서 공책과 교과서를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씀은 마이동풍으로 흘러 보내고 빨리 끝나는 종소리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에 돌아와도 부모님도 안 계시니 특별히 할 것도 없습니다. 동네를 한바퀴 돌면서 지나는 모범생과 괜한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잘못 걸리면 임자를 만나서 얻어 터지고 코피를 흘리기도 합니다. 공부 좀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짜증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하지만 꿈과 희망만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 진저리 나는 지굿 지굿한 가난으로 부터 무조건 벗어 나야 합니다. 여섯 식구가 사는 좁디 좁은 단칸 방에서 반드시 탈출하겠다고 수없이 다짐합니다. 휘영청 달 밝은 밤이면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맹세에 맹세를 수없이 되뇌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여 그럭 저럭 결혼도 하고 자식도 두 세명 낳았습니다. 자녀들도 모두 결혼을 했으며 모두가 곁을 떠나가서 삽니다. 가끔 보고픈 손주 녀석들이 할아버지를 부르며 품에 안기기도 합니다.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힘들게 살아온 행복의 종착역이자 시발점인지도 모릅니다. 무엇을 주어도 더 주고 싶고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안깝지 않은 나에겐 삶의 희망이며 꿈인 것입니다.이제는 더 이상 바랄게 없으며 여한이 없습니다. 여기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참으로 잘 참고 견디며 버티어 주어서 고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난날의 아픔이 뼈저리게 가슴을 파고 듭니다. 망망대해와 같은 인생 파고(波高)를 온 몸으로 헤쳐 나가며 깊히 패인 삶의 고랑은 훈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때 그 교실과 운동장이 그립고 열변을 토하며 가르치시던 선생님도 보고 싶습니다. 그 앳띤 친구들의 얼굴과 모습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파노라마가 되어 뇌리를 스칩니다.
" 친구야 우리 우정의 잔을 잔을 잔을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하자 건배 건배 건배 완샷 ! " 하면서 단숨에 술잔을 비우는 친구들의 붉으스레한 얼굴에서 삶의 열정과 희열을 보았습니다. 2016년 새해에도 예전처럼 산행을 하며 둘레길을 걸으며 또 한번의 인생을 엮어 보심이 어떠하리요.
아듀 ! 2015년이여
2015년 12월 30일 무 무 최 정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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