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해 눈을 떠가는 3학년 시기 아이들은 자기 몸을 이용하여 사물을 측정하면서 주변 사물에 대해 알아가고, 세상을 더 잘 이해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아이들은 각자의 몸을 이용한 측정이 서로 같지 않음을 통해 모든 사람은 세상과 만날 때 그만의 고유한 자기 기준이 있음을 알아갑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아이들과 먼저 세상을 측정하는 순서를 추상적이고 우주적인 개념인 시간에서 출발하여 물질적이고 지구적인 사물의 양과 길이를 측정하는 순서로 배치 하였습니다.
시간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 하지만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는 매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의 한 생을 돌아보며 1학년 때 들려 주었던 생일이야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저기 저 먼 우주의 별속에 살고 있던 아기천사가 엄마, 아빠를 선택해 이 세상에 내려오는 이야기로 시작해 지상에서의 삶을 살다가 다시 자기의 별로 되돌아 가는 과정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이 드신 어른이 죽는 것을 돌아가신다라고 한단다."
"쉬지 않고 계속 가는 시간처럼 우리 주변의 자연에서 비슷한 것을 볼 수 았는데 그게 무얼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들어본 후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노래를 불러보며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는 물과 같은 시간을 느껴 보았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각자 자기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사람마다 주어진 시간의 양이 다르듯 그 시간을 채워가는 삶의 내용 또한 다 다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는 자기에게 말을 걸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지는 않는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못 보고 지나가지는 않는지 아이들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선생님, 어뗳게 자기 집 마당에 핀 애기똥풀 알아보는데 9년이나 걸려요?
바보 아니에요. 바보!"
"응, 평생 모르고 지나 갈 수도 있단다."
"에이구!"
사람의 한 생을 이루는 시간을 긴 시간에서 점점 짧은 시간 단위로 나누어 아이들의 생활모습과
주위를 둘러싼 자연의 변화 등을 이야기 나눈 후 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두 눈을 감고 1분의 시간을 지내본 후 자기의 느낌을 나누었습니다.
"너무 조용해요." "시간이 길어요." "가슴이 답답해요." "편안해요." "빨리 지나갔어요."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아이들 만큼 서로 다른 느낌들‥‥
"사람은 누구나 테어날 때 보이지 않는 주머니 하나씩을 허리에 차고 나온단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느끼면
그 주머니에 보석돌이 하나씩 쌓여가지. 사람마다 보석돌의 수가 다 달라. 보석돌이 거의 없는 사람도 있단다."
이 말을 듣고 있던 혜진이 왈
"선생님, 그런데 누구나 다 보석돌이 하나씩은 있어요. 세상에 태어날 때 아기도 힘을 써야 나오잖아요!"
"그래, 맞는 말이야. 아이를 낳는 엄마도 힘을 쓰지만 밝은 빛을 보기 위해 아기도 애를 쓰지~^^ "
시간에 대한 속담들을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각 속담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에 대해 되새겨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헤서 시계를 가지고 놀면서 시계보는 법을 익혔습니다.
양
" 아주 오랜 옛날에는 사람들이 필요한 물건을 구할 때 자기가 기른 농작물을 물건값으로 주었단다. 쌀이나 콩, 팥, 수수와 같은 곡식으로 그 값을 치렀는데, 곡식의 양을 재는 도구가 없었을 때에 어떻게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았을까?"
"손으로 재 보면 돼요!"
"그래, 한 손 가득, 한 줌으로 재 보자."
콩과 팥은 크기가 커서 쉽게 그 수를 셀 수 있었지만 쌀 한 줌을 세는 데에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쉬는시간, 간식시간까지 넘어가자
"애들아, 그 다음 수업도 해야하니 남은 것은 어림해서 세면 어떨까?"
"아니에요, 선생님, 다 셀거예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쌀의 수를 다 세는 아이들
진진함과 끈기, 집중을 하여 작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빨리 끝낸 아이들이 다른 친구들을 도와 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콩나물이 몇 움큼인지 손으로 양을 재 보고
아이들과 여러가지 야채를 썰어 국물을 낸 후 맛있는 콩나물국을 끓여 보았어요.
각기 다른 한줌의 양때문에 어려움에 빠진 쌀가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도량화된 되와 홉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면서 아이들도 직접 도구를 다루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되와 홉으로 계량한 찹쌀과 팥을 이용해서 찰밥을 지었습니다.
각자 컵의 크기를 어림해 보고 작은 컵을 이용해 실제로 얼마의 물이 담기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우엉차와 여러 과일 주스를 이용해 나만의 계량컵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물을 계량해 복숭아아이스티도 직접 타 마셨어요.
"우리 친구들, 이제는 집에서 요리하시는 부모님을 도울 수 있겠죠?"
"네!~~"
길이
우리 몸을 이용해 주변 사물들의 크기를 잽니다.
제일 작은 단위인 뼘과 마디부터 시작해 발, 길, 보(걸음)등을 이용해
점점 크고 넓은 범위로 확장시켜 아이들이 세상과 만나며 나아갑니다.
일곱 아이들의 장난으로 온 가족이 쓰던 큰 밥상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밥상을 사러 장에 가게 되는데 과연 똑같은 크기의 밥상을 사 오실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길이를 재는 도량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옛 길이 단위인 자와 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자는 약 30cm, 치는 약 3cm의 길이 단위예요.
큐빗자 만들기
우리나라에 자와 치가 있었다면 고대 이집트에는 큐빗이 있었지요.
파라오의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까지의 길이를 잰 큐빗을 기준으로 삼아
이집트인들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어요.
우리 아이들도 각자 팔길이를 재어 자신만의 큐빗자를 만들었답니다.
토파흐는 엄지 손가락을 제외한 손바닥의 폭, 에츠바는 한 손가락 두께
마지막으로 오늘날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터자를 소개하고
1m자를 만들어 우리가 지은 황토집의 가로, 세로, 높이의 길이를 재어 보았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주변 사물들을 직접 만나며
세상과의 관계를 맺어 나갔습니다.
그 속에서 사물을 몸으로 측정하면서
자기의 몸이 측정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에 재미와 흥미를 느꼈습니다.
몸을 기준자로 삼아 세상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아이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세계를
안정감 속에서 받아들이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첫댓글 쌀 한 줌을 간식도 잊어버린 채 세던 3학년~ 대단한 집중력!
3학년이 농사짓고 측정하면서 나눠준 것들 고맙게 잘 얻어먹었습니다^^
아이들 그림이 좋아졌네요~ 고생많으셨겠어요.^^
ㅋㅋㅋ! ㅎㅎㅎ!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만날 때 고유한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는... 그 어렵고도 중요한 것을 배워가고 있군요... 요즘 하율이가 가끔 엄마의 마음을 반사? 시킬 때 마다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그 또한 그대로 자알 안아주어야겠어요~!! 9월 한 달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