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104)
《천년의 달빛 아래서 다시 듣는 노래, '신라의 달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 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오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신라의 달밤'은 1940년대에 발표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노래다. 작곡은 박시춘, 작사는 유호가 맡았고, 가수 현인이 불러 크게 사랑받았다. 특히 현인의 독특한 창법은 이 노래에 힘과 낭만을 더했다.
"아 ~~~신라의 밤이여~"로 시작되는 웅장하고 독특한 바리톤 현인의 음색은 당대 민중의 가슴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일제 군가와 애상적인 트로트 가락에 익숙해져 있던 대중에게, 경쾌하면서도 서정적인 이 노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문화적 청신호와도 같았다.
작곡가 박시춘은 오리엔탈 탱고 풍의 이국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를 완성했고, 작사가 유호는 천년고도 경주의 아늑함과 신라의 역사적 숨결을 가사에 담아냈다. 여기에 상하이 등 해외에서 서양 음악을 접하고 돌아온 현인의 독특한 바이브레이션과 서양식 발성이 더해지면서 일종의 '혁신적 대중가요'가 탄생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를 만든 세 사람 중 누구도 경주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노래를 부른 현인은 부산 사람이었고, 곡을 붙인 박시춘은 경남 밀양, 노랫말을 쓴 유호는 저 멀리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었다. 유호가 경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학창 시절 수학여행길에 스쳐 지나갔던 불국사의 기억, 그리고 지도 위에 적힌 금오산이라는 지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마저도 곡을 받아 들고 단 두 시간 만에 급하게 써 내려간 가사였다니, 명곡이 탄생하는 순간이란 때로 이렇게 즉흥적이고 소박한 법이기도 한가보다. 마치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이나 물질을 '유레카(Eureka)' 외치며 우연히 발명하고 발견하듯.
이 우연 같은 조합이 만들어낸 노래는 경주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고요한 달빛, 은은히 울리는 불국사의 종소리, 천 년 전 왕조의 흔적이 남은 금오산의 능선. 사람들은 실제로 경주에 가본 적이 없어도 이 노래 한 곡으로 그 밤의 정취를 상상할 수 있었다. 고즈넉한 경주의 이미지는 상처받은 대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평화로운 안식처 역할을 했다.
훗날 경주 시민들이 저마다 주머니를 털어 노래비를 세운 것도, 어쩌면 이 노래가 자신들의 고향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알려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달은 어느 시대에나 같은 달이다.
신라 사람들이 바라보았던 달도 오늘 우리가 바라보는 달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천 년 전 경주의 누군가가 올려다본 달과 오늘 밤 내가 올려다보는 달이 같은 달이라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묘한 감동을 준다.
사람은 세월을 따라 사라지고 왕조도 사라진다. 집도 길도 바뀌고 도시의 모습도 변한다. 그러나 달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떠 있다.
그러니 달빛은 시간을 이어주는 가장 오래된 다리인지도 모른다.
신라 사람들도 달을 보며 사랑을 생각했을 것이고, 가족을 생각했을 것이며, 떠난 사람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그저 흥겹고 정겨운 옛 노래였는데, 이제는 그 제목만 들어도 천년이라는 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천년이라는 거대한 시간 앞에서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따뜻해진다.
우리의 삶이 짧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짧기 때문에 오늘의 한 순간이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신라의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도 사랑하고, 웃고, 울고, 기다리고, 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밤에는 우리처럼 달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천년 뒤에 누군가 그 달을 바라보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신라의 달밤'이란 영화도 있다. 이 곡의 이미지랑 다소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 들려오는 '신라의 달밤' 노래소리는
다시 한번 이 곡의 복고풍을 불러 일으켰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현인ㆍ남인수ㆍ백년설 선생 등의 전통가요 맥을 현대에 아름답게 계승하는 독보적인 가수로 손꼽히고
있는 조명섭이란 청년가수가 바이브레이션을 멋지게 구사하며 부르는 '신라의 달밤'을 들으면 마치 현인 가수가 환생한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오늘 밤에도 달은 뜰 것이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경주든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이든 하늘에 떠 있는 달은 하나다. 그 달빛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지나간 청춘을 떠올릴 것이다.
천년 전 신라의 밤에도 달이 있었고, 오늘 우리의 밤에도 달이 있다.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수많은 사랑이 시작되고 끝났으며, 수많은 노래가 만들어지고 잊혔다.
그러나 달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오늘 밤, 신라의 달을 바라보며 조용히 묻고 싶다.
천년 전 그 밤에도 누군가 나처럼 이 달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아주 먼 시간을 사이에 두고도 같은 달빛 아래서 만난 셈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신라의 달밤' 한 곡조 읊조리면서, 오늘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한번 우러러 보자. 혹 운좋으면 사그러져 가는 보름달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가는 ET가 손흔들며 지나가는 동화 속 풍경을 접할지도 모를일 아니겠는가.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첫댓글 전통가요 지킴이 조명섭 - 신라의 달밤 [노래가 좋아] 20191026
https://youtube.com/watch?v=AFdOIV5xfr8&si=-0fXC4Osg_6N6W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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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달밤」(현인노래) /하모니카 김선영
https://youtube.com/watch?v=0S12GIuRYI0&si=fSVg-NlSh5MI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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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경주로 ~~~~
현인 선생님 노래가 나와야~~~~
https://youtu.be/I20eSByGV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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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