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내용을 먼저 간략하게 요약해 봅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하는 메시아로 구세주로 오실 분은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게,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게 하는 분’인데,
이분이 바로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오시기로 예언된 예수님으로,
예수님께서 참으로 예언대로 그렇게 하셨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믿고 따르는 분으로 부자와 비교해서 가난한 이들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시는 분임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수님을 닮은 사람이 그리스도를 닮은 참된 목자이고, 참된 그리스도임을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제가 만난 이러한 참된 목자에 한 분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선교하며 만났던 프랑스 주임 신부님입니다.
그 신부님은 모든 사람을 환대하던 분이었습니다.
어른, 아이, 신자, 비신자 할 것 없이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반가이 맞아 주시고,
그들에게 어떻게든 따듯한 차나 간식을 대접하려고 하셨습니다.
심지어는 전국을 순례하는 방랑 순례자들에게도 기꺼이 하루 묵을 방을 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환대에 함께 했던 저는 복음서에 등장하는 마르타 처럼 손님맞이와 뒷정리를 담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만남을 주선하시는 주임 신부님이 존경스럽고 좋았으나,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저에게 생겨났습니다.
자주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외국인이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들어야만 하고,
또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괜실히 이방인처럼 느껴졌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만남 중간에 화가 난 표정으로 제 방으로 간다고 했고, 신부님이 부르는데도 대답도 않고 방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후, 괜실히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오랜 해외 생활속에서 스트레스와 향수병으로 인해 제가 정상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신부님께 죄송하다고 말하며
제가 영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프랑스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 너는 정상이다. 처지가 어렵고 가련한 상황에서 너가 화를 내고, 스트레스가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라고 말씀하시며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신부님께서 나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인정해주셨다는 생각에 새롭게 힘과 용기를 내었던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일이 더 있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본당 사목뿐 아니라 교도소 사목까지 담당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 교도소에 같이 가면,
늘 재소자들에게 친절과 정성을 다하는 신부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신부님께서 오늘은 어떤 젊은이를 만나서,
야외로 나가 산책도 하고 외식도 할거라 하셨고, 저는 신나서 따라나섰습니다.
그리고 한 청년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젊은이가 불우한 가정 환경속에서 마약에 손을 대게 되어 교도소에서 복역을 하게 되었고, 얼마 전 출소한 전과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산책을 하고, 점심때가 되어 동네의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주문을 하는데, 신부님은 저에게는 어떤 추천도 하지 않으시고,
그 청년에게는 그 식당에서 좀 비싼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권하셨고,
또 보통 우리는 싸구려 와인을 마셨었는데,
그 청년에게는 스테이크와 어울리는 비싼 병 와인을 시켜주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 마음이 좀 상했습니다.
그럼 나는 뭔가...
그러나 나중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번도 그런 환대와 맛있고 근사한 와인을 마셔보지 못한 그 청년에게 마음을 다해 대접하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시는 신부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신부님의 따뜻한 환대의 마음이 그 청년의 닫혔던 마음을 열리게 하고, 얼룩진 영혼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복음서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늘 환대와 필요한 은총을 베풀어 주십니다.
각기 다른 사람에게 같은 모습으로 같은 마음으로 오시는 것이 아니라 병자에게는 치유자로 오셨고, 겁에 질려 두려워하는 자들에게는 격려와 위로를 전해 주시는 분으로 오셨습니다.
또한, 죄를 지었던 방탕한 아들에게는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귀먹고 말 더듬는 이에게
예수님께서는 그를 따로 불러서 가장 절실한 한마디, “에파타”를 외치십니다.
“열려라, 너의 마음과 영혼, 그리고 육체의 모든 닫혀지고 묶여진 것을 열어라.
그것이야말로 너를 살게 하리라!”라고 외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사람들을 닫힌 것에서 열어주시고, 묶인 것에서 풀어 주시고,
온갖 세상의 속박에서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각각의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세례를 통하여 예수님처럼 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 이웃들, 동료들에게 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찾고 알아서 그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사랑이 필요한 분에게는 사랑을! 관심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관심을! 그것이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의 몫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