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제와 재판국 상설화 문제 소고(상)
맡기면 할 수 있다는 치리권 위탁론은 사술<詐術>
현행 재판 절차는 필수 불가결의 절차
치리회 아닌 ‘회’는 무슨 회든지 치리권 없어
한국 교회에서 대회제를 시행해 본 교단은 오직 합동측 뿐이다. 그나마 1969년 6월 내지 8월에 조직했다가 1972년 제57회 총회가 이를 폐지하였으니, 불과 3년 3개월 동안이었다.
헌법의 대회규정
대한 예수교 장로회의 사실상의 원헌법으로 보아야 할 1922년 판 헌법에 의하면 「제11장 대회」에서 “조선교회에서는 대회를 아직 조직하지 아니하므로 「정치」가 없음”이라고 규정하여 장로회정치가 체제상으로는 마땅히 「대회」를 두어야 하나 조선교회는 당시의 형편상 두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뜻으로 추상해 본다.
그러다가 1930년 판 헌법에서는 1922년 판이 명목만이라도 두었던「대회장(大會章)」을 아예 삭제해 버리더니, 1962년 판은 삭제되었던 「대회장」을 다시 규정할 뿐 아니라, 관계조문 6개조를 신설하였으니, 이 6개조문이야 말로 한국 교회 최초의 대회규정이었다. 그런데 웬 일인지 헌법은 이같이 고쳐 놓고서도 법대로 대회제를 시행하지는 아니하다가 위에서 본 것처럼, 1969년에서 1972년 사이에 잠시 시행하다가 또다시 사장(死藏)의 역사를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로회정치가 로마교황의 독재정치에 항거하고 일어선 종교개혁의 열매이니, 다시 독재하려고 해도 독재가 불가능하도록 짜여진 체제가 장로회정치라고 본다. 국법은 독재 방지를 위해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을 분립하나 장로회정치는 목사의 치리교권과 기본교권의 대표자인 치리장로의 치리교권을 동등하게 하며, 형평을 이루게 하며, 상호 견제를 이루게 한다.
그리고 치리회의 구성요원을 목사와 장로로 하니, 당회, 노회, 대회, 총회가 본질적으로 목사의 권한과 장로의 권한이니, 결국 동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또한 치리회 조직에 위계(位階)를 두어 3심제도에 따르는 관할과 감독을 받게도 하니 결국 두 가지 성격을 다 지니게 한다. 어찌되었든지 총회는 3심제도 하에서의 최고회이니, 권력의 정점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총회의 구성요원인 노회파송 총회총대의 임기를 총회 개회기간(즉 10일 안팎이다)으로 국한하니, 총회 파회와 함께 총대의 임기도 만료된다. 그러므로 그 후에는 회원이 없어 임시총회를 모이고자 해도 할 수 없도록 한 체제가 바로 총회의 비상설체 조직이다.
그러니 총회 개회기간 중에는 물론 총회가 회무를 처리하거니와, 총회가 필한 후에는 상비부와 이사회와 특별위원회가 헌법과 규칙에 따르는 직무를 총회가 위탁한대로 처결한다.
그리고 어떤 특정의안을 총회가 총회임원회에 위탁했을 경우에는 총회임원회도 상비부와 이사회와 특별위원회처럼 총회 수임사항을 처리하게 된다. 이를 테면 총회 개회기간 중에는 총회가 오직 하나였는데, 총회가 파회한 후에는 마치 상비부와 이사회와 특별위원회 수만치 여러 분과총회가 생긴 것과도 같다는 말이다.
독재화 방지책과 폐단
이처럼 권력의 집권화(集權化)를 방지하고 분권화(分權化)하였으며, 총회를 비상설체 조직으로 하여 그 존속기간을 연 중 불과 10일 안팎(총회 개회기간을 가리킨다)으로 단축하여 다시 독재화의 가능성과 그 여지를 철저히 봉쇄하였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라 하겠으나, 총회 계류사건은 모조리 1년 내지 2년이 걸리지 않고서는 종결이 되지 않는다는 폐단이다. 특히 재판사건 처결이 이처럼 지연됨은 그만큼 분규를 계속케 하는 상황이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합동측처럼 대회제를 시행하지 않는 통합측에서는 이 폐단에 대한 오랜 고심과 연구 끝에 전통적인 기본치리회인 당회, 노회, (대회) 총회 외에 재판권 행사를 위한 또 하나의 치리기구로 당회 외에 당회재판국, 노회 외에 노회재판국, 총회 외에 총회재판국 제도를 신설하고 이를 상설화하여 치리회가 재판하도록 재판국에 사건을 위탁해야 재판하는 것이 아니고, 고소나 고발장을 치리회장이 접수하면 치리회장이 기소위원을 소집하여 기소케 하고, 기소가 되면 즉시 재판국에서 재판한다. 치리회 안에는 회장과 기소위원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재판한다. 재판이 끝난 후에도 재판국 보고가 본회의에서 채택되어야 판결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항소와 상고기간(즉 20일 간이다) 만료와 함께 확정되니 역시 치리회는 모른다.
왜 이렇게 하면 재판이 빨라지는데 그렇게 하면 아니된다고 하는가? “…정당한 사리와 성경교훈과 사도시대 교회의 행사에 의한즉 교회 치리권은 개인에게 있지 않고, 당회, 노회, 대회, 총회 같은 치리회에 있다 (행 15:6)” (정 제8장 제1조)고 하였으니, 당회, 노회, 대회, 총회 아닌 회는 무슨 이름의 회든지 치리권이 없고, 혹은 설혹 치리회의 구성요원이라고 해도 회 아닌 개인은 목사이거나 장로이거나, 혹은 당회장 개인이나 노회장 개인이나 총회장 개인도 치리권이 없다는 말이고, 재판국도 치리회가 아니니 역시 치리권이 없다.
맡기면 할 수 있다는 억지
흔히 치리회가 맡기면 맡은 자가 치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성행한다. 묻노니 치리회가 하는 일이 사람의 일인가? 하나님의 일인가? 사람의 일은 사람이 제멋대로 누구에게 맡길 수가 있으려니와, 하나님께서 치리회에 맡기신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 외에 도대체 어느 뉘가 제멋대로 타인에게 맡긴다고 하는가?
이 말은 위원회 심사의 원칙도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의안이 많거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의안 등에 대하여 위원을 선임하여 사건을 나누어 맡길 수 있다. 그러나 위원회가 치리회가 아니니 저희가 직접 사건을 처결하지 못하고, 의안을 다듬어 치리권 있는 본회의에 보고하면 본회의가 최종적인 결정을 행하게 한다. 그러므로 위원회는 본회의를 위한 예비적인 심의기구에 불과하다 함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