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식 덕담 / 최미숙
드디어 11월 서른셋인 큰아들이 결혼한다. 적령기라는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른을 넘기니 가정을 이루어 알통달콩 사는 게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되는 게 아니어서 부러워하기만 했다. 사람을 소개해 준다고 해도 알아서 한다더니 어느 날은 같은 회사 근무하는 썸 타는 친구가 있다고 말한다. 계속 만나는 것 같아 궁금했지만 소개시켜 줄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더니 제주도가 고향인 인상 좋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
내가 결혼할 때는 혼수나 그 외의 것을 엄마가 다 알아서 해 주셨다. 아들은 결혼식에 쓰려고 그동안 둘이 따로 돈을 모아 두었다고 했다. 비용을 최대한 아끼려고 쓸데없는 것은 하지 않기로 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다 세웠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폐물도 반지 하나씩만 맞췄으니 신경 쓰지 말란다. 이것저것 사 주는 재미도 있는데 본인들이 알아서 한다니 우리 부부가 할 일은 아들 내외 살 집 마련해 주는 일밖에 없다. 실은 그게 제일 큰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특했다.
주례 없이 대신 아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즈음 예식장에 가 보면 대부분 주례사 없는 결혼식이 많았다. 쑥스러워 남 앞에 서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은 내게 대신 하라고 한다. 꼭 아빠가 하란 법은 없지만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볼 거라며 못한다고 했다. 덕담이 길어지면 손님이 지루해하니 짧게 몇 가지만 얘기하라고 했다. 결혼할 때 들었던 주례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부터도 무슨 말을 들었는지 단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를 주례로 세우느냐에 따라 집안의 사회적 지위를 은근히 과시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결혼 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하루는 남편이 덕담 써 놨으니 읽고 고칠 것이 있는지 보라고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성스럽게 동선과 시간까지 적어 놨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본인이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썼겠지 싶어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눈에 거슬리는 문장만 손을 봤다.
남편이 쓴 덕담은 크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있었다. 첫째 사랑하며 살아라, 둘째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도록 해라, 셋째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끝부분은 사돈어른에게 곱게 키운 딸을 보내 주셔서 고맙고, 걱정하지 않도록 사랑으로 대한다는 다짐과 하객에게 고맙다는 인사말로 마무리했다. 자신이 내게 못 했던 것에 대한 당부는 쏙 뺀 걸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잘 썼다며 칭찬해 주었다.
코메디언 배삼룡씨가 후배 결혼식 주례를 보면서 “신랑 신부는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지?” 신랑 대답 “예” “그럼 주례사 끝”이라고 했고, 배우 윤여정과 이혼한 조영남씨는 “나처럼 결혼 생활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상!”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짧지만 몇 마디 속에 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어서 기발하다는 생각과 함께 웃기는 했지만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특히 진중한 남편에게 그런 주례사는 있을 수 없는, 아들 결혼식을 망치는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남편이 쓴 덕담에 몇 마디 더 보태자면 내가 가장 즐겨 쓰는 “항상 역지사지 하며 살아라”라고 당부하고 싶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처지를 한 번만 생각해 보면 서로에게 생긴 서운한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거다. 지금이야 좋은 것만 보이겠지만 전혀 다른 남이 만나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부부생활에서 생긴 문제는 너희가 직접 부딪히며 하나씩 답을 찾아야지 다른 누군가가 가져다주지는 않는단다. 살아보니 남들이 말하는 행복한 가정은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인내와 배려, 노력이 많이 필요하더라.”라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아들 부부에게 말해 주려고 한다.
아들 결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들 바쁘겠다고 하는데 실은 하나도 바쁘지 않다. 대신 신랑과 신부가 바쁠거다. 그래도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주엽아, 지수야! 결혼 축하하고 예쁘게 사랑하면서 살아라.
첫댓글 아드님 결혼 축하 드려요. 그리고 멋진 글 감사합니다.
축하드려요 아버님 너무 멋지세요
아드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 주례사가 길어지면 여러모로 실례가 될 것 같아요, 차라리 편지를 써서 주먼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이 글 주시면 되겠어요. 잘 읽었어요.
큰일을 앞두고 있군요.
아드님 결혼 미리 축하합니다.
결혼 축하 드리며, 예쁜사랑 기원합니다.
다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드님 결혼 축하드려요. 님에게 딱 맞는 글쓰기 소재였군요.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때에 맞춰 글감이라 그런지 글이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두 분의 글이 합쳐져서 신랑과 신부에게 큰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하하! 이번 글감은 저에게 맞춘 글감인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속 깊은 아들 두셔서 뿌듯하시겠어요. 축하합니다.
첫 혼사를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알아서 잘하는 아들을 두고 그동안 걱정하셨네요.
조영남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조영남은 결혼 중임제(?)인가를 주장합니다.
즉 결혼생활은 5년만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서로가 죽고 못 살아서 더 살기를 희망할 때 딱 한 번만 중임이 가능하고
그 이상은 절대로 못하게 법에서 정한답니다.
기한이 정해져 있으면 더 애틋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까요?
괴짜 조영남답지요.
아드님 결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