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부터 눈발이 날리고 찬바람이 매서워 거리에 나선
사람들이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종종 걸음으로 저마다의 길을
가는 모습속에 겨울이 성큼 닥아왔음을 느낀다.
지난 주말(11/24), 모처럼 날씨가 풀리고 하늘도 갠다는 소식을 접하자
내 마음은 벌써 서해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떠올리며 설렌다.
토요일 새벽, 연안부두에 도착해보니 바다바람이 차고, 방금 비가
그친듯 길거리도 질퍽거리는 가운데 불야성 같았던 거리의 간판들은
대부분 꺼져 있고 낚시가방을 메고 오가는 사람도 드물어 매우 적막하고
을씨년스럽다.
가방을 둘러 메고 연안부두로 내려가 새시대유선호를 찾았으나
얼른 눈에 띄지 않아 어쩐 일인가 이배 저배를 기웃거리다 보니
부두가에 정박해 있어야 할 배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지난 3년간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궁금해 하면서 곂쳐 있는 배들을 지나
새시대호로 접근을 시도하였으나 세번째 배를 통과하고 나서
다음 배가 너무 떨어져 있어 승선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짐을 다시 둘러메고 가게로 가보니 불이 꺼져 있는 것이
아무래도 오늘 출조를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과 함께 고래유선을 승선하였다.
영흥도 화력발전소 앞에서 첫낚시를 시작하였으나 칼바람이 코를 타고
목으로 내려와 가슴에 닿자 싸늘한 한기가 엄습해 온다. 모자를 눌러 쓰고
장갑을 두세겹 끼었으나 바다위 홀로 떠있는 배 위로 달려드는 맞바람을
어찌 손쓸 틈도 없이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여기저기 낚시를 드리웠으나 전혀 입질이 없다, 선장은 고기가 없다고
판단되는 듯 한참 이동하여 등대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다시 낚시를
드리우자 그제서야 잔챙이 우럭들이 함성과 함께 올라온다,
드디어 내게도 "푸드득~~" 어신이 온다. 휘릭~~ 전동릴을 감아 올리자
잔챙이 우럭이 꼬리를 흔들며 올라온다, 반갑다, 오랜만이다 우럭아!
잔챙이를 비롯 3자 우럭이 제법 힘을 쓰면서 올라온다. 그럭저럭 우럭이
잡히자 어느새 추위도 달아나 버리고 우럭잡는 재미에 흠뻑 빠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낚시가 끝날 무렵 손질해 보니 우럭 7마리,
장대, 망둥이 각 1수씩 총 9마리를 잡았다. 초겨울에 먹는 회가 제일
맛있는데 이 정도면 두접시는 충분하다.
집에오니 집사람 왈 "못 잡았지?" 하고 묻는다. "오늘 사리때이고
겨울이라서 9마리 밖에 못 잡았어"라고 하자 "정말 그렇게 많이"
고기를 풀어 놓자 "정말이네" 하며 미소를 짖는다.
회를 떠 보니 두툼한 두접시가 나왔다, 살짝 얼린 회를 초장에
듬뿍 찍어 깨잎에 싸서 소주와 함께 입에 넣자 시원하고 쫄깃한
겨울 회맛이 역시 일품이다.
올해 또 바다에 나갈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으나 이런 맛이면
엄동설한 속이라도 배만 나간다면 쫓아 다닐 수 밖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