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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시인선 37 (권순우 시집)
『춤추는 캐리커처』
979-11-92613-26-0 / 125쪽 / 130*210 / 2022-11-30 / 10,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 보기)
형상시학회 회원인 권순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춤추는 캐리커처』.
형상시인선 서른일곱 번째 시집으로, 형상시인선이란 그 이름에 걸맞게 감각적이고 개성 있는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4부로 나누어서, 마흔다섯 편의 시편을 실었다.
낯익은 듯 낯선, 다양한 기법으로 형상화한 참신한 시 세계를 보여준 첫 시집 『꽃의 변신』 이후, 또 다른 변신의 길을 모색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새로우면서도 한결 따스해졌다. 시로써 쉼 없이 삶을 성찰하고 질문하고 해답을 모색해온 시인의 사유는 이제 넓고 깊이 번져가는 사랑의 온기를 품고 그리움, 아픔, 서러움, 슬픔 등의 인정(人情)과 지난 기억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시월 상달 아직도 환하다// … //어디서 무엇이 된 우리는/ 이제는 다시 만나야 한다”(자시 「안목」 중에서)라며 환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기를 간절히 희구하는 바람이 담긴 시집이다.
■ 저자 소개
권순우 시인
- 본명 : 권정순
- 경북 의성 출생
- 계간 《인간과 문학》 시 부문 신인작품상(2019)
- 글로벌 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 당선(2021)
- 형상시학회 회원
- 시집 『꽃의 변신』
■ 목차
자서
1
따뜻한 호 / 번성 / 길의 변주 / 망월루에서 / 들지기 / 순천만에서, 정곡 찔리다 / 치자꽃 순례 / 유방바위 / 헛꽃무덤 / 노숙 / 달의 바퀴 / 미망의 숲 / 보라에 젖다 / 국자별 / 그릇의 뼈
2
저녁 산책 / 근황 / 우두망찰 / 여왕, 선덕 / 창호 바꾸는 날 / 흑산도 아리랑 / 몽환경 / 에피소드 / 하구에서 / 금호강 하중도 / 만리포, 사랑 / 모래톱에 뜨는 달 / 섣달, 대목장 / 춤추는 캐리커처 / 흑산도 / 서역도서관
3
초로의 사랑 / 덤으로 찍은 사진 / 상추 아리랑 / 덩달아 조팝꽃 / 늙은 악사를 위하여 / 초록 예감 / 덤으로 찍은 사진2 / 국수 먹기 좋은 날 / 감전주의 팻말 / 목장카페대새에서2 / 상달, 그믐과 놀다 / 모래톱 서정 / 맨드라미, 뜰 / 여백의 자리 / 꼬리가 부끄러워졌다 / 길, 회자정리
4
방앗공이 문진 / 출렁다리 건너기 / 철없는 자랑질1 / 감자 캐던 날 / 철없는 자랑질2 / 새파란 운명 / 꿩 대신 닭 / 주상절리로 눕다 / 거품꽃 / 저녁을 복습하다 / 배꼽인사 / 오늘이 축제 / 여의다 / 트라이앵글의 하루 / 봄, 장경리 / 발효 속으로 / 캄캄한 통로 / 나의 편력
해설│살강의 시간과 빛_김상환
■ 출판사 서평
혼자 왔으니 혼자 갈 줄 아는 무당벌레여서/ 가을볕에 익은 등이 따뜻하다// … // 입술 터진 모래알도/ 시소를 감아 오르던 등나무도/ 발품 팔아 생계 깁던 나의 어머니도/ 비릿한 둥근 지붕 아래/ 든다, 그리운 단잠 속으로 ( 「따뜻한 호」)
첫 장을 펼쳐 천천히 시 한 편을 읊조리다 보면, 여태껏 “퍼담고 비워내며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남겨진 살강 위의 시간도 살가워”져 작고 가여운 것들-강아지풀, 들지기 개, 들꽃, 짱뚱어 국자별 같은 존재-에 온 마음이 가 있는 시인의 따사로운 눈길을 느끼게 된다. 그리운 사람들-어린 시절의 나, 어머니, 할머니, 외삼촌-과의 그 어떤 날들이 시 속에 살아있다. 따뜻한 사랑과 깊은 서정이 아름답게 조화된 시편을 만나게 된다.
이제 삶이 깊어져 더는 분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된 시인은 세상으로 산책을 나가고, 그곳이 어디든 자신이 만나고 존재하는 모든 것과 어떠한 경계도 없이 다정한 얼굴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다. 그림 같은 그 만남과 사유 또한 깊은 여운으로 시편에 각인 되어 있다.
인지헌仁智軒 현판/ 올려다보고 있노라니/ 어둠에 흐릿해진 눈/ 한 번 더 흐릿해진다// 담장에 살창 달아내어/ 노는 물고기 바라보던/ 그는 어디로 갔는가// 계정溪亭의 그믐달은 우주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이지러지고 있는데/ 안강들 물고기는 마지막 버스 바퀴를 굴린다// 산다는 건/ 하루일 마치고/ 손 탁탁 터는 것//. 회재의 뒷그림자를 따라 밟던 나/ 서먹한 오늘의 정거장에 내려/ 돌아갈 길을 묻는다
(「달의 바퀴」 전문)
시인은 또 “별을 쪼아먹다 날개에 흙 묻은 나”, “시의 첫 단추를 꿰기 위해/ 발싸심하다가/ 빙글빙글 팽이로 도는 나”뿐 아니라 세상의 슬픈 모든 존재의 근심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빛나는 사랑의 언어로 즐거운 서정의 시편을 창조하고 있다. 나 자신에 관해 존재론적 질문을 건네는 시편뿐 아니라 어떠한 차별감 없이 세계와 온전히 소통하고 있는 시편, 남루하고 고단한 삶을 사는 모든 존재의 고통, 슬픔에 기꺼이 공감하는 시편, 일상의 기쁨이 느껴지는 시편 등 시인이 "초록의 예감"으로 그려내고 있는 전편이 “살강의 시간과 빛”(김상환 시인 평론가)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따뜻하고 생명력 충만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다// 무시로 꽁무니 들어 올렸다 내려놓는 새가/ 가슴팍 한쪽에 살기 때문에/ 나도 봄 서해안이다//그리워할 것도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조개를 잡겠다고/ 맨발로 갯벌에 들기도 해서/ 나도 발자국을 찍는다// 영흥도로 건너간 송전선은/ 봄의 부음을 알려오지 앟고/ 밀물에 지워질까 다급히 쳐드는 파도의 꼬리// 떠 있는 고기잡이 어선들/ 이미 소 콧등에 앉아 조는 듯/ 바다는 덕석 벗긴 암소 등짝이다// 그립던 만선의 깃발/ 무럭무럭 김처럼 오른다 (「봄, 장경리」 전문)
“권순우의 시에는 “열두 굽이 고개”와 같은 사람의 사연과 간장 “게장 냄새”가 스며 있다. 발효된, 아니 여전히 발효 중인 그녀의 시에는 슬프고 안타깝지만 따듯한 인정과 사랑이 가득하다.”(김상환 시인)라는 해설대로. 더불어, 뛰어난 비유와 빼어난 감각과 묘사가 시의 묘미를 한껏 고조함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시집 『춤추는 캐리커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