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에 희생’은 옛말… 30대男 “내돈내산 명품, 날 위한 선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보복 소비’로 고가품 매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럭셔리 제품을 즐기는 비혼·비출산의 30대 남성을 뜻하는 ‘럭비남’이 고가품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두고 부모의 지원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정작 부모보다 부유하게 살기는 어려워진 세대가 이른바 ‘스몰 플렉스(flex·자기과시)’ 소비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공동으로 명품 구매 경험이 있는 20∼60대 남녀 11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0대 남성은 명품을 살 때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럭셔리 상품을 선호하는 등 여성이나 다른 연령대와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을 보였다. 럭비남은 명품 구매 이유로 ‘개성 표현’(31.6%)을 1순위로 꼽았다.
○ ‘30대 가장’의 희생은 옛말
전문가들은 럭비남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혼인 연령이 높아진 점을 꼽는다. 20년 전에는 가장이었던 30대 남성 중 상당수가 지금은 쓸 수 있는 돈이 가장 많은 싱글인 셈이다.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출산을 미루는 이들도 많아 과거 30대 가장과는 소비 패턴이 다르다.
○ “자기만족을 위해 지갑 연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30대는 2030세대 중 그나마 경제적 성취의 기회가 있는 연령대로 경쟁적 사회에서 일종의 탈출구이자 위안으로서 ‘플렉스성’ 소비를 즐긴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럭비남은 명품을 고를 때 ‘디자인’(31.6%)을 첫 번째 고려 요소로 꼽았다. 명품을 착용한 뒤의 느낌으로는 ‘나를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29.8%)는 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이는 40∼60대 남성이 명품을 사는 이유로 ‘브랜드 인지도’를 꼽고 착용 후 느낌으로 ‘자신감 있고 당당해진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자기만족적 소비에 과감히 지출하는 럭비남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백화점들은 앞다퉈 남성 명품관, 남성 전용 편집숍을 만들기 시작했다.
럭비남은 최근 급속히 확대되는 국내 중고 명품 시장에서도 핵심 소비자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 10명 중 7명(70.2%)은 중고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다른 성별·연령대에 비해 20%포인트 더 높은 수치다. 중고 명품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망한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는 2018년 대비 2021년 약 3% 성장하고, 중고 명품 시장은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중고 상품과 리셀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MZ세대가 있다는 것이 공통의 분석이다.
*럭비남: 보복소비가 급증하면서 30대 남성 연령층의 명품 소비 현상이 증가해 나타난 용어
*보복소비: 외부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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