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장이던 시간들이 마침내 몸 부린다 한 평 남짓 시계방에 분해되는 작은 우주 숨 가삐 걸어온 길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시작과 끝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하늘처럼 종종걸음 맞물리는 톱니바퀴 세월 따라 녹슬고 닳아진 관절 그 앙금을 닦는다
조이고 또 기름 치면 녹슨 날도 빛이 날까 눈금 위 도돌이표 삐걱거리는 시간 위로 목 붉은 초침소리를 째깍째깍 토해낸다 바장이던 시간들이 마침내 몸 부린다 한 평 남짓 시계방에 분해되는 작은 우주 숨 가삐 걸어온 길이 하나 둘씩 드러난다 --------------------------------------------------------------- '바장이다'라는 단어의 뜻이 1. 부질없이 짧은 거리를 오락가락 거닐다. 2.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머뭇머뭇하다. 입니다. 시인은 1번과 2번의 뜻을 모두 함축적으로 시계속에다가 집어넣었습니다. 시계가 곧 삶이라는 뜻이란 건 제목에서 벌써 밝혀지고 있지요.재활병원은 고장 난 것을 수리해서 다시 살게 하는 곳입니다. 시인은 시계방을 상징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인생은 작은 우주와 같고 그런 우주가 삐걱대는 거죠.
시작과 끝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하늘처럼 종종걸음 맞물리는 톱니바퀴 세월 따라 녹슬고 닳아진 관절 그 앙금을 닦는다
인생의 시작과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시계가 톱니바퀴 처럼 맞물려 돌아가듯 인간의 육체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녹슬기도 하고 앙금이 생기기도 합니다. 시계 수리공이 시계를 수리하듯 재활병원에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져봅니다.
조이고 또 기름 치면 녹슨 날도 빛이 날까 눈금 위 도돌이표 삐걱거리는 시간 위로 목 붉은 초침소리를 째깍째깍 토해낸다
시계는 조이고 기름치면 새로운 시계로 다시 쓰이겠지요. 하지만 사람의 일이란 그렇지 못합니다. 세월 속에 잔기침 소리 토해내는 당신의 인생이 다시금 빛나길 기대합니다.
깊은 울림이 있는 시입니다. 한 사람의 삶과 시계의 거듭남을 비유한 시라니, 시인의 깊은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시입니다. 시조로 당선 된 시인데요, 리듬감이 철썩이는 파도처럼 반복되기도 해서 그 사유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이게 시인가, 시조인가 헛갈리시는 분도 있지 싶습니다. 굳이 연 구분을 하지 않았다면 시조인지도 모르고 읽었을 테지요. 시조가 너무 좋습니다. 정감도 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