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부터 사랑니잇몸이 부어올라 어제, 오늘
나의 오른뺨이 풍선처럼 되어버렸다.
바보같이 보여서 마스크를 쓴데다가
날씨가 따사로와 썬글래스도 꼈더니
이것은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테러리스트'나 '은행털이'의 형상이다.
이 흉폭한 모습이 백미러로 비춰지기 때문일까?
앞에 운전하던 아줌마나 아가씨들의 차는
황급히 차선을 바꾸는 모습이 역력하다. ㅡㅡ;
'CQ, CQ, 스포클럽 COPY됩니까?'
'뮤님, COPY! 뮤님, COPY!'
개포동의 학여울역에 도착할 쯤
뮤님을 호출해본다.
'뮤 COPY, 허드슨님 어디십니까?'
'뮤님, 어디냐뇨? 뮤님 바로 앞에 있는데...' ㅡㅡ;
스포클럽 2001년형 백색의 허드슨과
흑색의 뮤님이 드디어 만나고야 말았다.
허드슨은 2001년형 백색에 카텍휠과 사베로 31을 장착,
뮤님의 모빌은 2001년형 흑색에 신형 카텍휠과 굿이어
랭글러 31을 장착했다.
흑백의 스포가 똑같은 31을 끼우고 안테나를 길게
뽑은 채 비상등을 켠 모습이 사뭇 대조되고,
매칭되기도 하여 상당히 뽀다구스럽다.
이야말로 스포클럽에서 가장 죄악시되는
뽀다구용 튜닝모빌들이 아닌가!
'으헤헤! 뮤님 모빌 멋집니다. 한뽀다구 하시는군요.'
'크하하! 허드슨님도 뽀다구 짱먹어요'
'킬킬킬! 우리 둘다 그냥 뽀다구클럽으로 가버리까요?'
'움화홧! 그래버릴까요?'
이들의 비장한 대화라니...
그렇다. 이들 둘은 2001년형 모빌을 가진 탓에
비록 하드한 번개와 정모에 참가해도 마음껏 쿵쾅거리며
치대지 못하였던 그들의 한계와 아쉬움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크윽...
'뮤님, 삼막은 상당한 하드코어입니다.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요?'
'음... 음... '
'????'
'저기.. 그냥 딴 데 가죠. 삼막은 나중에 가고..'
'그럼, 어디로 갈까요?'
'글쎄요.. 어디 만만한데 있나요?'
'장흥 탱크장 한판 뛰실래요?'
'장흥요?'
'거긴 길도 무난한 편이고... 그냥 소프트한 코스죠'
'거기 갑시다'
삼막번개임에도 삼막말고 다른 곳을 가자는 뮤님의 제안이라니!
게다가 주저없이 다른 곳으로 번개장소를 바꿔버리는
번개발령자 허드슨의 줏대없는 언사는 또 어떠한가!
조조님이라도 보는 날엔 '31타야 뭐하러 달아놨냐'고
갈구실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목표는 장흥의 비암리산길과 탱크장으로
정해지고 두명의 스포오너들은 출발을 준비한다.
편의상 흑백의 뽀다구 튜닝 31 스포를 '뽀2(흑뽀, 백뽀)'라
칭한다.
내 백뽀가 어제 작업했던 언더커버/사이드바/
연료탱크커버 중에 연료탱크커버에 약간의 간섭이 생겨
작업이 필요한 터라, 일단 안암동의 오프랜드에 들러
약간의 용접으로 간섭을 해결하고,
그간 '덜컹덜컹'거리며 나의 귀를 귀찮게하던
스페어타이어의 짜증나는 소음을 화물차에 사용하는
화물용 바(bar)로 고정시켜버렸다.
이렇게 조용할수가!
그동안의 덜컹거림을 참아온 내가 다 대견한 정도다.
하다못해 뒷트렁크에 실린 지네발체인의 '찰랑찰랑'까지
귀에 잡히니 이것은 '가격대 성능비'로 최강의
방음법중 하나가 아닐 수 없으리.
이 자리를 빌어 스페어타야의 '덜컹거림'에 고민하시는
분들은 어서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해결하실 것을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장흥으로 진행도중에 출출해진 뮤님이
씨비로 콜을 날린다.
'허드슨님, 어디 가서 식사나 하고 가시죠'
'음... 전 이도 아프고 잇몸도 부어서 죽만 먹는데요'
'저런! 어쩌나, 제가 오늘 특별히 갈비를 사드리려고 했는데!'
'...' ㅡㅡ;
'아니다, 어디 근사한데 가셔서 정식이라도 사드릴까요?'
'...' ㅡㅡ;
'제가 오늘 크게 한턱 쏠테니 가시죠'
'죽만 먹는다니깐욧!!!!'
죽만 먹는 허드슨의 약점을 이용하여
모든 거짓 호의를 남발하는 뮤님의 사악함이라니!
중간 장흥의 갈비집에 들러 간단한 점심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출발을 시작한다.
(매우 이가 아팠으나 뮤님의 성의를 감안,
악으로 깡으로 아픔을 참고 먹어댔다. ㅡㅡ;)
한참을 달린 끝에 비암리 산길 초입에 도착한다.
회사에 들러 뽀리쳐온 무적의 디카가 성능을 발휘할 때다.
사람이 두명인지라 둘 다 찍힐리는 만무하고,
한 20-30컷은 내가 뒤에서 달리며 흑뽀를 찍고
20-30컷은 뮤님이 뒤에서 달리며 내 백뽀를 찍기로
했다.
비암리 산길을 통과하면서도 중간 중간 포즈를 위해
'잠깐! 거기서요! 이야 그림나오겠네!'
'이야! 거기서 잠깐 후진해요! 그게 더 멋지겠네'
라며 두 뽀2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이것은 오프로드인가? 아니면 사진촬영용 나들이인가?
누가 보면 사진을 못 찍어 안달난 동남아 여행자들로
볼지도 모를 일이다.ㅡㅡ;
비암리 산길은 평범한 비포장 산길이다.
이전에 눈이 왔었을 당시는 왼쪽의 경사면이 굉장히
거슬리기도 하고 눈에 덮혔을지 모르는 깊은 크레바스들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였지만 오늘은 전혀 그러함이 없다.
다만, 눈이 녹아 진흙길이 군데 군데 있고,
누군가 먼저 치대고 간 덕택에 진흙골이 많이
패여 있다는 특징을 들 수 있겠다.
사륜을 넣지 않고 출발했던 뽀2는 급기야 경사진
구간에서 강력한 진흙슬립을 경험하고
전륜허브를 넣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엉? 여기는 군부대가 아닌가!
이전에도 잘못 들어왔던 길을 오늘도 역시 잘못
들어오고 말았다.
방향치 허드슨의 방향감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ㅡㅡ;
다시 회차하여 제대로 길을 찾은 후에
오프로드 랠리라도 할 듯이 뽀2가 제법 높은
속도로 산길을 달리고 있다.
비암리 산길은 그다지 길지 않은 구간으로
평범한 속도로 주행한다면 20-30분이면 넉끈히
통과하는 짧은 코스다.
뮤님의 호출이다.
'여긴 뭐 이벤트코스나 그런 것 없나요?'
'아... 여긴 없구요, 탱크장이나 가야 있어요'
'이거 뭐 심심하네..'
'그래요? 이벤트 한번 찾아보면서 갈까요?'
비암리에 이벤트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지만서도 이벤트라는 것이 꼭 있어야 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우와.. 이거 한번 올라가보면 어떨까?' 라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이벤트의 자격이 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비암리산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순간 한곳의 개울이 승냥이처럼 이벤트를 찾던
나의 시야에 포착된다.
'뮤님! 빠꾸해요! 여기 한번 쳐보게!'
자...
나에게 포착된 그곳은 개울구간으로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다.
명지산이 개울을 가로지르는 것과는 달리
이것은 어비계곡의 스타일과 비슷한 것으로
개울을 정확히 타고 올라야 한다.
개울은 제법 칼바위들과 눈얼음, 진흙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큰 바위는 스포의 엔진룸만큼
되는 것도 있다. 개울의 폭은 차 한대가 딱 지날만큼
좁게 시작되고 끝은 알 수가 없다.
역시나 누군가가 먼저 발견하고 쳐댔는지
여기저기 바위 모서리 부분에 데후나 후라무를
긁은 흔적이 역력하다.
음.. 역시 내가 도전하는 길이라면
틀림없이 어떤 누군가도 혹하여 도전했을 수 있음이리라.
뮤님은 아무래도 불안하듯 하다.
'이거 될까요? 힘들것 같은데...'
'에이... 하다보면 되요. 사진만 찍고 차 돌려도 되고요.'
'음...'
'적당히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만 들어가시고..
사진만 찍은 다음에 차 빼세요.'
뮤님이 먼저 진입하기로 한다.
'퉁! 컹! 그그그극!'
흑뽀가 3-4미터 진입하다가 서버렸다.
흑뽀의 사이드바가 왼쪽의 흙더미에 걸려서 얹혔다.
난 그사이 열심히 전후좌우를 돌며 디카를 찍어댄다.
뮤님이 차를 빼고 이제는 내가 들어갈 차례다.
'퉁! 컹! 그그그극!'
역시 왼쪽 흙더미에 걸리는가 싶을 때에 좀더
힘을 주어 악셀을 미니 '터~엉~'하면서 차가 빠진다.
아.. 사이드바가 어김없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게 없었다면 칼바위에 문짝과 언더바디가
남아날 수 없었을 것이 자명하다.
계속 진입한다.
중간 중간의 진흙과 눈얼음이 제법 차진행을
가로막고 있다. 진흙굴곡을 이리 저리 치대다가
차가 비틀리고 흐르기 시작한다.
'어? 어? 어?'
이런 망할데가!
차가 흙더미쪽으로 밀려버렸다.
그 좁은 개울에 차는 가로로 놓였고,
바퀴는 2개가 붕 뜬 상태라 사륜도 무용지물.
뒷 스페어 타야는 흙더미에 쳐박힌 꼴이다.
컹...
이건 견인없인 도저히 탈출불가다.
'뮤님, 견인좀 해주실라요?'
엥? 대답이 없다.
뮤님이 어디갔는지 안보여서 둘러보니
뒤쪽에서 열심히 디카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크하하핫! 이거 멋지네, 멋져!'
'음...근데 견인이 중요하니 먼저 견인이나 해주시죠?'
'잠만요! 쫌 더 찍고! 크하핫'
개울은 차 하나가 겨우 진입하는 정도로 좁고,
내 백뽀는 가로로 놓였으니 뒤에서 땡길수도 없다.
천상 숲을 가로질러 윗쪽으로 흑뽀가 움직인 후에
위에서 땡겨야만 견인이 가능하다.
마침 숲을 가로지르는 길이 하나 있는 터라
흑뽀가 그리로 움직인 후에 개울을 내려온다.
'뮤님! 강조하는데 뮤님마저 빠지면 절대 안돼요!'
'하하...그걸 누가 모르나요?'
'차가 두대 다 빠지면 끝장입니다. 아시겠죠?'
'하하하..걱정마세요'
뮤님의 '걱정마세요'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뮤님의 차는 진흙구간으로 스르르 흘러내린다.
'어? 어? 어?'
그랬다.
뮤님의 차마저 진흙에 사로잡혀 탈출불가상태가
되어버렸다.
음...
오늘 순탄하게 시작된 소프트코스 비암리 산길은
이런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달랑 두대 왔는데 두대가 다 탈출불가상태로
빠진 지금의 형국이라...
'오늘도 뮤님과 단합깨나 하겠구만...'
허드슨과 뮤는 저물어가는 해를 보며
비암리산길의 이름모를 개울에서
그들의 비장함을 담배연기에
흘려버리고 있었다.
오프여,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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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와 함께하는 즐거운 오프로드!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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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
장흥 비암리 번개 후기...
허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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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2.2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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