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목요일. 세월호 참사 100일.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리 행진의 마무리 날.



오후 4시, 국회 본청 앞에서 어제 안산에서부터 행진을 해 온 유가족, 각계각층 대표자, 정당인, 시민들이 모여 발대식을 하고

거리 행진을 시작합니다.
서울역까지, 그리고 시청 광장에서 100일 맞이 추모 공연 '네 눈물을 기억하라'를 열고 가족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까지 갈 예정입니다.


우리 회원들도 우리의 바람을 담은 현수막 두개를 들고 길을 나섭니다.








푹푹 찌는 날, 자동차 매연과 소음에도 아랑곳 않고 여의도를 나와 한강을 건넙니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행진대열에게 박수를 치고 호루라기를 불고 격려의 말을 합니다.
지나가는 버스에서도 승용차에서도 손을 흔들며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힘이 납니다.



가족들이 앞길을 열고 시민들이 그 뒤를 따라갑니다.
중간 길목에서 기다렸다가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기엄마, 학생,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니, 아저씨... 다양한 시민들이 한데 섞여 한길로 갑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특별법 제정의 길입니다.
더이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고 속을 수 없는 국민들.
이 참사의 과정에서 체체의 폐악을 목격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려는 염원의 길입니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시청광장까지 삼보일배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유가족과 시민이 시청광장에서 갖는 저녁 집회에 맞춰 도착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시작했답니다.
박예슬 전시회를 하고 있는 서촌 갤러리 관장의 제안으로 모인 사람들입니다.

희생자의 영정을 단 노란 버스가 앞에서 대열을 이끌었습니다.

저녁 7시경, 드디어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지친 다리를 쉬게 하고 요기도 합니다.




저쪽 계단에 걸터 앉은 멋진 분은 우리 회 초창기 회원이었던 김일모 님이십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가 적힌 현수막을 보고 반가워 하시며 시원한 커피와 간식을 사주셨답니다.

몹시 지쳤을텐데도 똘망하고 이쁜 회원들.


더불어 한길 가는 이웃들. 동화작가들과 엄마의 노란 손수건.


서울역 광장과 역사 주위를 가득 채운 엄청난 인원들. 그 열망.



서울역에서 간단하게 중간 집회를 하고 휴식을 가진 뒤 시청광장으로 다시 행진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시청광장에는 벌써 많은 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다양한 발언과 노래공연까지 있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행진을 시작합니다.
서울역에서 기다리던 사람들까지 더해 행렬은 더 길어졌습니다.


남대문을 지나 저 앞 시청으로 걸어갑니다.

삼보일배 팀도 시청광장으로 들어섭니다.



시청광장과 옆 도로까지 사람들이 가득 찼습니다.
우리 회원들은 서울도서관 앞에 모여앉았습니다. 행진에는 참여 못했지만 시청광장 100일 집회에 참여한 회원들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지리에 불러 모으기 어려워 집회 끝나고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할 때 만나기로 하고 공연과 집회를 지켜봅니다.
그러나 사실 이 맨 뒷자리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김장훈, 이승환 같은 가수의 노래공연도, 가족의 이야기도 다 오디오로 감상할뿐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으니 그렇게 감상하세요.
저도 지쳐서 사진을 찍지 못햇습니다. 어차피 밤엔 잘 찍히지도 않고요.




공연도 다 끝나 이제 단식 중인 가족을 만나러 광화문광장으로 행진할 차비를 합니다.

꽤 늦은 시간입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찰은 몇 겹의 장벽을 쌓고 엄청난 경찰 병력으로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로막았습니다.




퍼붓는 빗속에서 유가족들이 영정 현수막을 들고 비켜달라, 가게 하라고 외쳐도 꿈쩍을 하지 않습니다.
막차가 끊길 무렵까지 진전이 없자 어쩔 수 없이 대열을 나와 집으로 돌아간 시람들이 많았습니다. 비까지 퍼부어 앞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소식을 들은 분은 알겠지만 이날 유가족과 일부 시민은 경찰과 새벽까지 맞서며 청와대를 향해 나아가다가 결국 광화문광장에서 해산했습니다.
가족들 몸에서는 파스 냄새가 진동합니다.정신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크고 깊습니다.
오랜 농성과 단식, 행진으로 지친 가족들이 이 밤에 벌어진 사건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실려갔습니다.
참사 100일을 맞아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모욕과 기만을 당하는 유가족의 피맺힌 절규를 모른척하며
이렇게 몰아붙이는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입니까!
가족대책위는 이대로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기로 하였습니다.
100일이 지나 101일,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4.16 싸움 시즌2를 이어가려 합니다.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침몰하는 배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것에 다름 없으니까요.
우리 모두 생존하기 위해, 구출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이 국가를 믿지말고 정신 똑바로 차립시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