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초과의 여러해살이로 줄기는 20cm 정도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일본, 만주, 시베리아의 산지에 있다. 4월에 홍자색 꽃이 피는데 개량종으로 백색, 분홍, 자색이 있다. 일본은 천연기념물로 정해서 보호하고 있다. 꽃말은 '효성스러움', '어린 날의 희망'이다.
오랜 옛날이었습니다. 어느 조그만 마을에 마음씨 곱고 효성스런 소녀가 살았습니다. 소녀의어머니는 몸이 약하여 오랫동안 자리에 누워 앓고 있었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어머니는 청호지로 비쳐지는 햇살을 바라보며 힘없이 중얼거렸습니다.
"들에는 꽃이 피고 있겠지? 나는 언제 일어나 봄꽃을 구경하러 나갈 수 있을까?"
"어머니, 제가 꽃을 꺾어다 드릴께요. 꽃을 보면 어머니 건강이 좋아질 거예요."
소녀는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냇가에도 들판에도 앵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연초록 잎에 둘러싸인 가느다란 꽃대 끝에 홍자색 작은 꽃송이가 참으로 귀여웠습니다. 소녀는 빛이 제일 고운 꽃송이를 꺾으려고 다가갔습니다.
"아이, 예뻐! 이것을 꺾어다 드려야겠다. 어머니가 좋아하실 거야."
꺾으려고 손을 내미니 앵초꽃이 쳐다보며 방긋 웃었습니다. 손이 움츠려 들었습니다.
"이렇게 웃고 있는 꽃을 어떻게 꺾지? 꺾으면 슬퍼서 울 거야."
꺾으면 병에 꽂아도 곧 시들 것이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포기 채 캐가기로 했습니다. 캐다가 화분에 심어 가꾸면 꽃도 오래도록 볼 수 있고 앵초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앵초야, 나하고 우리집으로 가자. 내가 너를 잘 돌봐 줄게."
소녀는 뿌리가 상하지 않게 앵초 한 포기를 조심스럽게 캤습니다.
"저를 놓아주세요. 저는 이 들판에서 여러 동무들과 함께 살고 싶어요."
앵초는 슬픈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안해, 너를 어머니께 꼭 보여드려야 해. 어머니가 일어나시면 다시 여기에 갖다 심어줄게"
앵초를 가슴에 꼭 껴안았습니다. 앵초와 함께 있던 돌맹이도 몇 개 주었습니다. 그 돌맹이들은 앵초와 정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에서 앵초를 화분에 심을 때 함께 넣으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파란 나비 같은 것이 소녀의 앞으로 날아왔습니다. 날개옷을 입은 귀여운 꼬마였습니다. 꼬마는 파아란 날개옷을 접으며 소녀 곁에 사뿐히 내려섰습니다.
"아가씨, 반갑습니다. 제가 아가씨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다 당신은 누구이시며, 어디로 안내하겠다는 겁니까?"
"아, 참! 제 소개를 하징. 저는 꽃의 정령입니다. 아가씨를 성으로 안내할게요."
"성이라고요! 저는 집에 가야 합니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셔요."
"알고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하는 좋은 일이기도 하니 걱정말고 따라오세요."
정령의 말은 상냥했지만 거절할 수 없는 힘이 있었습니다. 소녀는 정령을 따라갔습니다.
짙은 안개에 쌓인 듯한 산고 들이 귓가를 스치는 바람처럼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갔습니다.
넓은 바다도 빠지지 않고 건넜습니다. 숲이 울창한 높은 산도 쉽게 넘었습니다.
꼭 꿈속을 걷는 것만 같았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오색이 찬란한 뭉게구름 같은 것이 멀리 보였습니다. 그것은 갖가지 꽃으로 덮인 산봉우리였습니다. 그 골짜기에 높은 담장으로 둘러 쌓인 푸른 기와집이 있었습니다. 정령들이 지키는 보물성이었습니다. 정령들은 성문을 열지 않고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지만 사람은 열쇠 없이는 아무도 찾을 수도 없고 찾아도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성이었습니다.
성문 열쇠는 봄이면 들판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피는 앵초꽃 가운데 한 송이었습니다.
누구든지 그 앵초꽃 열쇠를 발견하면 정령이 보물성으로 안내하여 보물을 갖고 가게 합니다.
"저기가 보물성이에요. 아가씨 품에 있는 앵초꽃은 저 성문의 열쇠입니다."
"예! 앵초꽃이 저 성문의 열쇠라고요?"
"그래요. 그 열쇠만이 성문을 열 수 있어요."
소녀는 정령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었습니다.
"어서 열쇠를 꺼내요. 성안에는 보물이 많아요. 아가씨는 그것을 갖고 갈 수 있어요."
소녀는 품에 꼭 껴안고 온 앵초꽃을 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빛나는 꽃이 있었습니다.
"이것입니까, 성문의 열쇠라는 꽃이?"
"맞아요. 그것으로 성문을 열고 보물을 갖고 나오세요. 성문은 30초가 되면 저절로 닫히니까 시간을 넘기면 안됩니다."
소녀는 정령이 시키는대로 앵초꽃을 성문에 댔습니다.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며 성문이 열렸습니다. 성안은 풀과 나무에서부터 집안에 있는 물건 전부가 보석이었습니다.
욕심이 없는 소녀는 뜰에서 돌맹이 몇 개만 주워 가지고 성을 나왔습니다.
그 순간 우레 같은 소리와 함께 성문이 닫혔습니다.
"잘했어요. 신령님깨서 아가씨 효성에 감동해서 도와 주셨나봐요."
정령은 이렇게 칭찬하며 몇 백년 전에 한 청연이 우연히 보물성 열쇠인 앵초꽃을 따서 성을 열었는데 청년은 욕심이 많아서 보물을 한 개라도 더 갖고 나오려 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성안에 갇혔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성안 어디에 그 청년의 뼈가 남아 있을 거예요. 아가씨는 욕심없이 돌맹이처럼 보이는 것을 갖고 나왔지만 사실은 그것이 가장 귀한 보물입니다. 잘 가요. 착한 아가씨!"
정령은 소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소녀는 저절로 눈이 감겼습니다. 몸이 떨렸습니다.
앵초꽃 향기 같은 이상한 기운이 온몸을 짜릿하게 감싸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렇게 큰 은혜를 주시다니!"
소녀는 황홀한 꿈에서 깨어나듯 살며시 눈을 떴습니다.
"아니! 여기..."
소녀는 앵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들판에 그대로 서있었습니다. 소녀를 안내했던 정령도 화려했던 보물성도 없었습니다. 꿈이었나 해서 손을 보았습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앵초를 심을 화분에 넣으려고 주운 돌이 오색 찬란한 보석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소녀는 앵초꽃과 보석으로 변한 돌을 가지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니, 앵초꽃이어요. 아주 예쁜 꽃이에요. 그리고 보석도 얻었어요. 이것 보세요."
"얘야, 앵초꽃이야 들에 어디나 있지만 보물을 얻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어머니는 앵초꽃과 보석을 보고는 기뻐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앵초꽃을 화분에 심어 가꾸는 사이에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소녀는 앵초꽃을 제자리에 다시 갖다 심고 보석을 팔아서 어머니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첫댓글 아~~~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