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행진곡
북한에서 선수단도 참가하고 예술단도 내려오고 응원단도 파견했다. 그 바람에 전쟁설로 뒤숭숭하여 평창올림픽이나 제대로 개최할 수 있겠느냐 하고 걱정하던 차에 다행히 평온하게 치르게 되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을까. 지금까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압박 작전이 주효하여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위기를 느낀 북한이 다급해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굴속에 숨어 있는 너구리들에게 독한 연기를 계속 쏘아대니까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기어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굴속에서 미국으로 갈까 중국으로 갈까 이리 저리 재보다가 남한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현 정권이 북한을 부단히 접촉하여 얻어낸 성과라는 설도 있다. 설마 북한에서 올림픽이 민족의 경사이므로 지원한다는 명분만으로 아무 조건 없이 내려 왔겠느냐는 것이다. 그 사실여부와 비사가 있다면 차후에 밝혀지겠지만 무엇이 되었건 일단은 현정권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하나는 목전의 올림픽을 무사히 그것도 성공적으로 치르게 된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이 국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남한 정부를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계산하게 만든 점 같다. 다만 현 정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북미 대화를 유도하여 운전자 역할을 기대했었지만 미국 펜스 부통령의 완고한 태도로 무위에 그쳤다.
아무튼 북한은 김영남을 비롯하여 백두혈통인 김여정까지 깜짝 방문하여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깜짝쇼로 국제사회까지 놀라게 한 것은 맞지만 대내외적으로 북한이 거둔 성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대외적으로는 단 5분간만이라도 북미대화를 이루었던지 하면 실익이 있었을 것인데 불발되었다. 또한 대내적으로도 예술단이든 응원단이든 남한 동포들에게 별다른 감동이나 색다른 충격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행정수반인 김영남이든 2인자인 최룡해이든 간에 모든 의사 결정권자인 김정은에게 말 한마디라도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남한에서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대표단장이 누구이든 그다지 관심사항이 되지 못한다.
다만 김정은의 혈육인 김여정을 특사로 내려보내 문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그나마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부터 문대통령까지 방북한다면 어떻게 된 것이 매번 남쪽에서 마치 조공 받치듯이 북쪽으로 찾아뵙느냐는 불만이 좌익분자들을 제외한 국민들의 정서다. 그동안 2 번이나 올라갔으면 이번에는 30대의 돼지처럼 생긴 김정은이 나이로 보나 외모로 보나 사법시험에 합격한 날씬한 문대통령을 찾아뵙는 것이 예의에 맞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에서 내려온 예술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두 번에 걸쳐 공연을 했다. 남한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여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심수봉 혜은이 최진희 이선희등의 히트송을 불렀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은 북한의 변화하지 못하고 경직되고 고루한 체재를 드러내놓는 즉 치부를 보여주는 듯해서 측은한 심정이었다.
지금 6-70대를 겨냥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연령대는 북한이 하도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빨갱이들이라고 불신하는 세대이므로 별로 감동을 먹지 않는 세대이다. 그리고 지금은 K 팝이니 강남스타일이니 발라드니 랩이니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그런 음악들에 귀가 하도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 옛 노래에 예전처럼 감동하는 분위기가 아닌데 우리 실정에 너무 어두운 것 같았다. 또한 사회자의 신파조 멘트와 은방울 자매들같이 몇 명이 서서 합창하는 모습도 아이돌이나 걸 그룹의 현란한 율동이 대세인 이 땅에서는 어색하기만 했다. 한마디로 전국노래자랑 같은 수준 정도였다.
더욱이 수년전에 북한에서 미녀 응원단을 내려 보내 남쪽 청년들을 매혹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미녀들이 김정일의 초상화가 그려진 현수막이 비에 젖는 것을 보고 우리 장군님이 비를 맞는다고 울면서 난리 법석을 부리는 바람에 무슨 이단 종교인들 마냥 어리둥절하게 만든 기억이 있다.
북한에서는 아마도 남한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며 보도하는 것을 보고 이번에도 미녀들을 뽑아 응원단을 내려 보내 뉴스의 초점이 되게 해보자고 한 것 같다. 그런데 그녀들이 똑같은 의상에 똑같은 트렁크를 끌고 군대처럼 행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숙소에서부터 공연장까지 일사 분란하게 인솔되는 모습도 보였다. 고적대의 연주는 남한의 여고생 밴드부를 연상하게 하였다. 열을 맞추어 딱딱이를 치기도 하고 카드를 들었다 내렸다 하기도 하고 가면을 썼다 벗었다 하기도 하고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이 진부한 내용들이었다. 응원단들의 면면들도 예전보다 예쁜 얼굴들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화장한 얼굴들은 왜 그리 촌스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라는 노래가 남한의 소녀시대 서현이라는 가수와 북한 가수들이 불렀다.“ 뒤이어 현송월이라는 여인이 ”백두산과 한라산은 내조국~ 통일 통일 이어라“하고 노래를 불렀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혼자서 앙코르를 세 번 외쳤으나 다른 관객들은 담담히 조용하게 박수를 쳐주는 정도였다. 김여정이 앙코르를 외치는 조 장관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고 한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의 김영남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이 보였다.
응원단이나 예술단들의 공통된 구호는 “우리는 하나다” 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지만 뜻하는 바가 남북이 다른 것 같다. 이단 종교에 미쳐있는 사람들은 자기들 종교를 따라 함께하려는 자매들을 보면 반가움에 눈물을 흘린다.
이들이 부르는 통일 노래와 이들이 외치는 하나라는 구호는 북한의 김정은 아래 뭉치는 하나 된 민족이라는 뜻이고 통일 또한 김정은 중심으로 이룩하자는 뜻이다. 90살의 김영남은 그곳에 모인 남한의 관객들이 현송월의 통일이어라에 박수를 치고 장관이 나서서 앙코르를 외치는 모습에 감격한 것 같다. 아, 남한 인민들도 우리 김정은 장군을 따라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데 미국과 같은 외세로 인해 통일을 못하는구나 하고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 것 같다.
이와 같이 착각과 동상이몽의 세월이 계속되는 한 통일은 요원한 것 같다는 서글픈 느낌을 받았다.
글쓴이: 白牛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