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거운 메아리
최 병 화
“누우·-----나아·-----”
하고 부르면,
“누우··…·나아··…·”
하고 대답하는 메아리(산울림)는, 예나 이제나 조금도 다름없이 들려온다.
앞을 봐도 첩첩 뒤를 봐도 첩첩, 바른편을 봐도 첩첩한 깊은 산속이다.
수남이는 아핌부터 감투바위에 훌로 앉아서, 하염없는 생각에 잠겨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잊으려는 듯이 벌떡 일어서서 두 팔을 번쩍 쳐들고,
“누우·-----나아··--”
앞산을 향하여 힘껏 부른다. 그러면 곧 이어서,
“누우··…·나아-----·”
마치 건너편 산속에 장난꾼 소년이 숨어 있다가 흉내나 내는 듯이 들려온다.
그 소리는 어쩐지 신비스럽게 들린다. 그 메아리가 그치면, 이따금 솔바람 부는 고요한 산속은 더한층 쓸쓸해져서, 수남이는 외로운 생각을 걷잡을 수가 없다.
어느 때는 끼익! 하는 꿩의 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온다. 어미 품을 그리워하는 새끼의 소리다. 또 어느 때는 뻐꾹! 뻐꾹! 뻐꾸기소리가 중천에서 구슬프게 들려온다. 이 소리들이 끝나면, 이 산속은 깊은 바닷속같이 잔잔하고도 조용하다.
수남이는 숨이 막히는 듯한 적막과 고독을 잊으려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머얼리 바다가 보인다. 햇볕에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바다다. 첫여름 바다는 진옥색 빛으로 물들여져 었다.
그 바다를 끼고 양의 장같이 이라 꾸불 저리 꾸불 좁다란 길이 끝없이 뻗쳐있다.
그 길 너머 저쪽은 사과밭 배밭이다. 지금 한창 붉은 꽃, 흰 꽃이 마치 붉은 구슬, 흰 구슬을 가지마다 매달은 듯이 활짝 피었다. 바다에서 바람이 솔솔 불
어올 때마다, 향긋하고도 달콤한 꽃냄새가 풍겨온다.
고기잡이 배들이 순풍에 돛을 달고 바다 위를 미끄러져간다. 갈매기 두세 마리가 그 위를 빙빙 돌면서 원을 그린다. 한폭 산 그림을 보는 듯하다. 혼자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아름답고 깨끗한 그림이다. 수남이는 그 어선들이 수평선 저쪽으로 기울어져 가물가물 안 보일 때까지 바라다본다.
수남이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린다. 건너편 산봉우리 위에, 흰 구름이 뭉게 뭉게 떠오른다. 그 모양은 그림애서 본 선녀같이 보인다. 긴 비단치마를 질질 끌고 조그 마한 흰 두 날개를 조심스럽게 펴고 머리에는 화관을 쓰고 예쁜 얼굴에 미소를 띤 선녀의 모양과 여불없이 보인다.
수남이는 구름선녀가 3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같은 생각이 든다. 한참 바라보니, 그 구름선녀가 자기를 반겨 부르는 듯하다. 그 구름선녀는 감투바위 위를 지나 바다로 가더니, 이리 한조각 저리 한조각 산산히 흩어져서, 이제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수남이는 즐거운 꿈속에서 깨어난 때와 같이 마음이 서운하다. 그리고 모든 생각을 잊으려는 듯이 벌떡 일어난다. 두 손을 푸른 하늘을 향하여 높이 쳐든다.
숨을 길게 들여마신다. 그리고 힘차고 명랑한 음성으로,
“누우------나아------”
세 번이나 연거푸 외친다. 메아리도 뒤섞여서 들려온다.
2
복희와 수남이는 남매이다. 3년 전 어머니롤 여의고는, 남매가 서로 의지하고 지낸다. 작년 겨울에 새어머니(계모)가 들어왔다. 새어머니는 마옴이 어질고 너그러우신 어머니이다.
계모나 서모라면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콩쥐 팔쥐〉 이야기에 나오는 계모 나, 〈장화 홍련전〉에 나오는 서모같이, 전실 소생을 눈에 가시같이 미워해서 갖은 학대를 한 끝에, 나중에논 죽이기까지 하는 악독한 계모를 생각한다.
그러나 수남이 계모는 수남이 남매를 낳지만 않았을 뿔이지, 피섞인 어머니 부렵지 않게 귀여워하고 정을 주었다.
“어머니, 어머니.”
복희와 수남이는 새어머니를 진심으로 섬기고 따른다.
“복희야, 옷이 더럽구나. 새옷으로 바꾸어 입어라.”
“수남아, 음식이란 급히 먹으면 체하기 쉽다.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 된다.”
하며 남매를 보살피고, 아끼는 품이 나날이 두터워갔다. 새어머니는 벌써부터 복희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못 가는 것을 퍽 애석히 생각하셨다.
그것은 올봄이다. 집안사람들이 들로 나가고, 수남이는 학교에 가고 대낮의 집안은 퍽 조용하다. 삽살개도 포근히 내려쬐는 양지 쪽에서 잠이 들고, 아직 먹이를 찾는 어미닭과 병아리들의 소리만 들린다.
“얘, 복희야 거기 있니? 이리 좀 오너라.”
복희는 오늘따라 어머니의 부르시는 음성이 더욱 은은하고도 정답게 돌려오는 듯하다.
“네!”
복희는 양말 깁던 것을 놓고 안방으로 갔다. 복희가 어머니 앞에 앉자마자,
어머니는 인자하신 얼굴에 웃음을 띠시며,
“복희야, 너 더 공부하고 싶지?”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복희 대답을 기다리신다. 복희는 어둔 밤에 홍두깨 내미는 격으로, 뜻밖의 말씀을 듣고는 귀밑이 빨개져가지고 한동안 대답을 못한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까 어리둥절해지지? 나는 벌써부터 너에게 하려고 하던 말이다. 조금도 거리끼지 말구 바른대루 말해보렴.”
어머니는 복희 머리에 붙은 실오라기를 떼어주시면서, 애틋한 정을 보이신다.
복희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중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은 산과 같으나, 곧 말이 안 나온다. 첫째 학비 문제, 둘째 수남이 문제다.
지금의 아버지 수입으로는 하숙비조차 제대로 대줄 수 없는 형편이다. 설사 학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수남이와 떨어질 것이 큰 문제다. 새어머니
가 곰살굳게 굴어주시지만, 수남이는 하루라도 누나를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서는 누나를 먼저 찾는 것이 버릇같이 되었다.
진중하신 어머니가 이처럼 말씀하실 때는, 어느 정도까지 자신이 있어서 자기
의 의견을 물어보시는 거라 생각하였다. 복희는 갑자기 마옴이 설레이고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 앞에 찬란한 희망의 무지개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복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공부하구 싶지만 집안 형편이---”
복희는 얼굴이 홍당무같이 되어서 고개를 푹 수그린다. 그리고 어머니가 내 마음속을 떠보려고 일부러 꾸며하신 말씀이나 아닌가 하는, 한걸음 앞선 생각을 하였던 것을 뉘우쳤다.
“요새 세상은, 남녀간에 공부를 해야 하느니라. 내가 작년에 네 집에 와서 곧 생각해본 일이지만, 집안 형편이라든지 네 실력의 정도를 몰라 불쑥 말을 못 꺼내었다. 학교에 가서 심 선생님께 네 성적을 여쭈어봤다. 심 선생님온 네 칭찬이 놀랍고, 준비만 하면 어렵지 않게 입학이 되리라고 격려의 말씀까지 하시
더라.”
복희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눈물은 어머니에게 대한 감사와 감격으로 얼크러져나온 눈물이다. 복희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다시 살아오신 것 같아
서, 새어머니의 얼굴을 다시 쳐다본다.
“복희야. 서울 내 동생이 어렵지 않게 산다. 벌써부터 편지로 대강 연락을 하여 허락을 얻었다. 너만 좋다면 지금이라도 곧 서울 가서 입학준비를 할 수 있다. 내 동생은 국민학교 선생이니까 잘 지도해줄 게다. 그리고 학비는 아버지에게 괴로움을 끼치지 않고, 내가 변통해 줄께 염려 말아라. 복희야, 수남이하구 떨어지기가 서로 섭섭하겠지만, 큰일을 위해서는 적은 일은 희생시켜야 한다. 수남이는 내가 잘 타이르마.”
복희는 새어머니가, 벌써 이렇게까지 집안사람 모르게 자기를 위하여 혼자 노력하여주신 데 대하여는, 뭐라고 말씀드려야 좋을는지 몰랐다. 오직 한말로, “어머니, 고맙습니다.”
복희는 소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기쁨에 못이기어, 어머니 품에 안기던 그 심정 그대로, 이제 새어머니 무릎 위에 얼굴을 파묻고, 고마움과 기쁨과 감격을 한꺼번에 표하였다. 울타리에 활짝 핀 개나리와, 뒤뜰에 붉은 진달래도 오늘따라 더한층 곱게 보인다.
3
복희는 서울 가기로 결정한 후에도 곧 수남이에게 알리지 않았다. 큰 비밀이 되어서 숨기는 것이 아니다. 복희는 그 말을 불쑥 꺼내었다가, 혹시 수남이가 언짢아하고 섭섭히 여길 것을 차마 볼 수 없어서였다. 고향을 떠나는 날까지만이라도 복희는 수남이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전보다 더 수남이를 사랑하였고, 겨울에 낄 장갑까지도 짜놓았다. 일요일이면 바닷가로 산으로 손을 잡고 소풍을 나갔다.
그것은 복희가 서울로 가는 바로 전 일요일이다. 그날도 남매는 감투바위를 찾아왔다.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도 한다. 그것이 싫증이 나면 건너 산을 바라다보면서 소리를 지른다.
“누우··…·나아·-----”
수남이가 먼저 부른다.
건너 산에서도 어느 소년이 숨었다가 흉내를 내는 듯이 들려온다.
“누우··----나아------”
그 뒤를 이어 복희가 고운 음성으로,
“수남·-----아·---”
부른다. 건너편에서도 어느 소녀가 숨었다가 흉내를 내는 듯이,
“수납··…·아---”
하고, 고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적막한 산속에서 꼬리를 길게 끌면서 차츰차츰 사라진다.
“누나, 재미있지?”
“그래, 참 재미있다.”
복희와 수남이는 종달새같이 노래하고, 참새같이 이야기하면서 해가 지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복희는 얼굴 한구석에 불안한 빛이 떠돈다. 근 한 달 동안이나 가슴속에 간직해두었던 비밀 아닌 비밀을, 오늘은 기어이 수남이에게 설파하리라 하였다. 복희는 매우 염려가 되었다. 성질이 급하고 노하기 잘하는 수남이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까닭이다.
서울 간다는 말을 듣고, 수남이가 어떠한 태도로 나올는지 짐작이 가지 않아서, 몇번이고 말을 할듯 할듯 하다가는 용기가 안 나서 입을 꼭 다물었다. 그러나 오늘 빼놓고는 둘이 한가히 앉아서 의논할 틈이 없으므로, 복희는 말을 꺼내기로 결심하였다. 수남이가 정 떨어지길 싫어하면, 서울 가는 것을 중지하리라 하였다.
“수남아, 너한테 꼭 할 이야기가 있는데------”
“갑자기 무슨 할말유?”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약속을 해야 한다.”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봐야지 않수?”
“약속을 한다면 이야기할 테야. 듣고 나서 싫다면 나만 밑지라구. 호호호호.”
“에이 누나두, 그래 약속했다.”
수남이는 누나를 믿으니까, 자기를 불리하게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선뜻 약속할 것을 허락하였다.
“저어 말야, 년 누나가 잘 되는 것을 바라지?”
“그건 물어보나마나지 뭐.”
“암 그렇지. 그러니까 잠깐 동안 누나가 잘될 때까지 떨어져 있어두 괜찮지?”
이 말에는 수남이는 얼른 대답을 못한다. 건너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잠깐 동안이라냐? 하루? 일 주일? 한 달?”
“참 그렇구나. 저말야, 누나는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러 서울로 가게 됐다. 시험날짜는 아직 멀었지만, 시험준비 하느라고 좀 일찌기 떠나야겠다. 그래 모
레 아침 떠나기로 했다.”
“아, 그럼 6년 동안이나 떨어지게? 누난 그걸 잠깐 동안이라고 그러우. 그리고 모레 떠날 것을 이제야 말하우? 누나두 참 쓸데없어------”
수남이는 갑자기 흥분이 되어서 말하는데 끝의 말은 울음속에서 나왔다.
“아냐 그런 것이 아냐. 나두 너에게 진작 말하려구 했지만 네가------”
“듣기 싫어요. 누나두 다 쓸데없어.”
수남이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줄달음질쳐서 솔밭 속으로 들어갔다. 몹시 야속하고 분한 것을 참지 못하여 뛰어가는 것이다.
“수남아, 수남아!”
복희는 금방 울음이 터질 듯한 것을 꾹 참으면서, 수남이 뒤를 쫓아 솔밭 속으로 들어간다. 걸음이 빠른 수남이는 벌써 바다 옆길로 나서더니, 뒤도 안 돌아다보고 곧장 바닷물 속으로 풍덩 들어간다. 그러더니 바닷속에 울퉁불퉁 솟은 바위 위로 기어을라간다.
“수남아, 위험하다. 바위 위에 올라가지 마라.”
출렁! 철썩! 바위에 부당치는 파도소리 속에, 가날픈 소녀의 안타까운 음성이 들린다. 바닷속에 무서운 괴물같이 우뚝 솟은 바위 꼭대기에 조그마한 소년이 손을 쳐들고 서서, 망망한 바다 수평선 저쪽을 바라보고 있는 양은, 어린 용사같이 거룩하게 우러러 보인다. 복희는 황홀한 광경에 잠깐 취하였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가지고,
“밀물이 들어오면 큰일난다. 얼른 내려오너라.”
복희는 모래바닥에 서서 수남이를 부른다. 그러나 수남이는 못 들은 척하고서 있다. 오후가 되어 햇볕이 짧어질 무렵이면, 밀물이 차츰차츰 몰려온다. 초금 전까지 바다풀이랑, 조개껍질이랑 보이던 갯바닥은 금방 바닷물에 잠겨버리고 높이 보이던 바위도, 큰 파도가 닥쳐와서 누런 물속에 삼켜버린다. 이것을 잘 아는 복희는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치마를 걷어올리고 텀벙 물속으로 들어섰다.
“내가 붙잡으러 들어간다.”
복희는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수남이는 고집이 센 데다가 야속한 생각까지 잔뜩 품은 때라, 밀물이 들어오면 위험한 것은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영리한 소년이다. 그러나 누나를 애태우게 하기 위해서, 못 들은 척하고 태연하게 서서 있다. 밀물소리가 씩아 하고 들려온다. 벌써 얕은 바위들은 물속에 잠기기 시작한다.
“아이구머니!”
비단을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려온다. 수남이는 깜짝 놀라서 홱 돌아다봤다. 누나가 바위와 바윗사이에 떨어져서 버둥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곳은 밀물 때면 한 길이나 넘는 곳이다. 수남이는 다람쥐같이 바위에서 쪼르르 내려와서 그곳으로 급히 뛰어간다. 그리고 물에 빠진 누나를 붙잡아을린다. 복희 다리에서는 새빨간 피가 샘물같이 솟는다. 바위에 붙은 굴껍질에 걸린 것이다. 남매는 다시 감투바위로 왔다. 젖은 옷을 벗어서 바위에 널었다.
“수남아, 누난 서울 안 가기로 결심했다. 나두 널 떨어지기가 싫구나!”
복희의 붉어진 뺨에는 진주 같은 눈물이 구른다.
“누나, 내가 잘못했우, 암말 말구 서울 가요. 난 벌써부터 알구 있는데 뭘 그리우. 어제두 심 선생님이 누나 언제 서울 가느냐구 물어봅디다.”
“수남아, 정말이냐? 내가 서울 간다면 또 바위 위로 올라가려구, 난 싫다.”
“누나, 인제 안 그럴께. 내 맹세하지, 자 이렇게.”
수남이는 선뜻 누나 손을 꼭 쥔다.
“누나, 이게 맹세한 표야!”
“수남아, 기특하다. 아까 바위 위에 올라서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네 모양이 아주 근사하더라.”
복희는 고마움과 기쁨으로 해서 수남이를 얼싸안았다. 복희 뺨에는 또 눈물이 흐른다. 옆으로 고개를 돌린 수남이 눈에서도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수남이는 누나에게 안 보이려고 주먹으로 닦는다. 멀리서 끼익! 꿩소리가 들련다.
뒤를 이어 또 한번 끼익! 들린다. 어미의 소리다.
4
오늘은 복희가 서울로 간 후 세번째 맞는 일요일이다. 수남이는 아침부터 감투바위에 와서, 서울간 누나 생각에 잠겨 있다. 그리고 입학시험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 얼른 오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있다. 수남이는 또 한번,
“누우------나아·-----”
하고, 불렀다. 저쪽에서도,
“누우·-----나아·-----”
소리가 들려온다.
누나가 있으면,
“수남------아·-----”
하고 부롤 텐데. 수남이는 누나를 간절히 생각한다. 그때다.
“수남------아·-----”
소리가 들려온다. 정녕 누나의 정다운 목소리다. 뒤를 돌아다보니 그곳에는 어머니가 웃으시면서 수남이에게로 가까이 오신다.
“수남아, 이 전볼 좀 봐라.”
수남이는 얼른 받아서 읽었다.
“××여중 합격. 복희.”
수남이가 손꼽아 기다리던 여덟 자이다.
“누우··…·나아··----만세---”
수남이는 목이 터져라 하고 큰소리로 부른다. 저쪽에서도 큰소리로 대답을 한다. 산속이 쩡쩡 울리는 즐거운 〈메아리〉다.
----1945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