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더 중요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한다.”(23,23)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위선자이며 눈먼 인도자인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의 십일조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들을 실행”(23,23)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는 곧 예수님께서 이미 밝히신 것처럼,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5,17)하고 하신 말씀을 바탕으로 더 구체적인 실례를 언급하신 것이라 봅니다. 그런데 인자하시고 너그러우신 예수님께서 왜 이토록 모질게 그들에게만 혹독한 질책을 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그들은 누구보다도 성서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성서를 잘 알고 있으며, 또한 날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그들은 하느님에 관한 전문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에 관해 전문가들인 그들은 무엇이 껍데기이고 무엇이 알맹이며, 무엇이 본질적이며 무엇이 부수적인가를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독점해서는, 자기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은 잘 지키지 않으면서도 많은 율법 조항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3,4)
오늘의 정치 지도자들처럼, 법을 잘 아는 이들은 미꾸라지 그물코를 빠져나가듯 잘도 빠져나갔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죽을 때가 되신 것을 이미 아셨기에 작정하시고 그들의 위선적인 행동 곧,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23,25) 그들을 질책하시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말과 행동이 기인하는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그 생각의 밭인 마음을 다시 일구어, 마음을 갈아엎도록 (=회개) 촉구하신 것입니다.
저 역시 사제이기에 신자들의 고민을 들을 때마다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있지요. 본당신부가 변화되면 본당이 변화된다, 그리고 주교가 생각을 바꾸면 교구가 변화된다, 고 말입니다. 물론 본당 신부님들이 들으시면 무척 배신감 느끼시듯 섭섭해하거나 따질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이 표현 역시 수도자에게도 해당합니다. 우리는 분명 교회 변화의 바람이 가장 큰 어른이신 교황님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보고 듣고 체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격언이 결코 허튼소리가 아님을 목격한 세대입니다. 교회는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복음으로 되돌아가야 하며, 그때만이 세상의 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말하고 행동하기보다 세상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세상의 문제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짊어지면서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진리와 평화 그리고 정의가 넘치는 세상이 되도록 우리가 먼저 영적 잔(=마음)의 겉만 닦지 않고, 잔의 안에서부터 깨끗하게 정화해야 합니다. 누가 누구를 판단하고 단죄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다 함께 자신의 그릇의 안에서부터 겉에 이르기까지 깨끗이 닦으면서 나아갑시다.
오늘 복음에서 “십일조도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더 중요한 것들을 실행해야만 한다.”(23,23참조)라는 말씀을 들으면서, 예전 인테넷 뉴스에서 읽었던 기사를 인용하고자 합니다. 『예장 총회에서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해야 한다, '는 조항이 포함된 교인의 의무를 교인 자격 정지 판단의 조건으로 삼기로 준비 중이다. 또한 소속 신도가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교인으로서 자격 정지를 당하고, 십일조를 반대하는 부류는 이단이다.』 여러분은 이 뉴스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어머니 성녀 모니카 축일입니다. 성녀는 하느님께 나아갈 시간이 오자 아들 아우구스티노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아들아, 내 몸뚱이야 어디다 묻든지 그 일로 해서 조금도 걱정하지 말거라. 한 가지만 너에게 부탁한다. 네가 어디 있든지 주님의 제단에서 날 기억해다오.” 오늘은 돌아가신 제 어머니 조 모니카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모든 모니카 축일을 맞이하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 역시도 성녀 모니카가 아들 아우구스티노에게 ‘주님의 제단에서 날 기억해다오’라고 당부하신 유언대로 제 어머니와 함께 축일을 맞는 모든 분을 위해 ‘주님의 제단’에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