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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오~ 아즈라일(Azrail), 너 만이 나의 명을 성공하였구나.”
“네.”
그 곳은 서 있는 사람과 무릎 꿇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은 체형만 있었고, 이목구비가 없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은 어깨에 하얀 날개 4장과 빛이 반사되는 은발을 어깨까지 짧게 기르고 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가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하얀 천을 고대 그리스가 옷 대용으로 두르고 있는 것처럼 똑같이 두르고 있었다.
무릎 꿇고 있는 사람이 아즈라일이었고, 서 있는 사람은 정체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말로 신(神)이 예상되었다.
“아즈라일, 너는 다른 천사보다 뛰어난 것 같으니, 네가 원하는 분담을 말하도록 하여라. 내가 맡게 해 줄 터이니.”
“저는 부족하지만 죽음을 맡고 싶습니다.”
“죽음? 좋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여라. 넌 이제부터 죽음의 천사이니라.”
“저, 실은 한 가지 청이 더 있습니다만…….”
“청? 말하도록 해라. 내 듣고 나쁜 것이 아니면 들어주도록 하마.”
“제가 갖고 온 흙을… 그 흙으로 만든 것의 이름을 아담(Adam)으로 해주십시오.”
“그 것이 청이냐? 그렇다면 내 흔쾌히 들어주마.”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화가 끝나자 신으로 추정 된 사람의 몸에서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등에서 64장의 날개가 돋아났고, 흑발이 허벅지까지 길러져 있었으며, 이목구비가 선명해졌다. 이목구비의 조화가 차가운 느낌을 주웠다. 그리고 특이한 것은 그의 몸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눈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것도 그가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맨 몸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아즈라일이 입을 마저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세라핌(Seraphim:치천사/熾天使. 상급 천사들을 관리하는 최상급 천사들.) 메타트론(Metatron)님.”
“너도 수고하였다. 넌 도미니온즈(Dominions:주천사/主天使. 중급 천사들을 관리하는 천사들)에게 가서 죽음의 천사의 기본을 듣도록 해라. 죽음의 천사가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면 안돼는 지 말이다.”
“예.”
아즈라일은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도미니온즈에게 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렇게 생각을 한 메타트론은 이 내 빠른 속도로 아무 말이 없이 있던 곳을 빠져나갔다. 뭐가 남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만 말이다.
그 뒤 메타트론은 천국의 북쪽을 다스리고 있을 때 천사들을 이끌고 신에게 반란을 일으켰지만, 비츄즈(Virtues:역천사/力天使. 중급에 속하는 천사. 천사군/天使軍이 속해있다.) 미카엘(Michael)에 의하여 패배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 사건을 계기로서 메타트론의 이름은 사탄(Satan)으로 바뀌고, 사람들에게 악의 대명사로 써졌다. 그리고 수 천 년이 지났다.
2003년 4월 18일 한국 시각 15시 47분 2초를 지나고 있었다. 이 시각이면 초등학생들의 하교시간.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면 학생들로 인하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학생 또한 한 명도 없었다. 더군다나 오늘은 금요일이니 더욱 이상하였다. 이 학교가 개교기념일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래도 운동장에 축구하는 사람은 적어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에 없다는 것 제일 의심스러웠다. 무슨 폭격이라도 떨어졌나?
그런데 이런 침묵을 깨는 소리가 앙칼지게 들려왔다.
“젠장~!”
연두색 티셔츠에 하얀 반바지를 입고 있는 아이가 운동장을 가로질러가면서 꺼낸 소리였다. 눈 여겨 보니 그 아이는 살이 통통했고, 동글동글한 이미지에 머리는 목 중간까지 길러져 있었으며, 초등학교 4학년쯤으로 보였다. 지금 서술하고 있는 서술자는 남자라서 잘 모르겠다만 여자들 사이에는 귀엽다고 할 정도로 언뜻 보였다. 물론 한국종인 황인종…….
그 아이는 생긴 것에 맞지 않게 이상한 소리만 반복하였다.
“지들은 비굴하면서, 지들은 자존심도 없으면서…….”
어느 덧 그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제법 애처롭기도 했다. 예상으로는 그 아이는 집단으로 구타를 당했거나, 다수 친구들에게 단체로 욕을 들은 듯 했다. 그런데 이렇게 뒷담을 하는 것은 그 아이의 성격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케 하였다. 생긴 것은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할 것 같은데…….
~ ~ ~
“샴시엘(Shashiel), 수고하세요.”
“레리엘(Reliel), 수고해라.”
순간적인 대화를 나눈 두 남녀. 우선 남자는 밝은 느낌의 주홍빛의 머리칼이 겨드랑이 까지 길러져 있었고, 여자는 은은한 느낌의 청색 은발이 허리까지 길게 길러져 있었다. 둘의 공통점은 처음 나왔던 천사인 아즈라일과 똑같은 의상(여성은 나름대로 그리스 식으로)인 것 이다. 그리고 아즈라일과는 조금 다르게 6장의 날개를 갖고 있었다. 이름을 말하면, 남자는 샴시엘이고, 여자는 레리엘이다.
그 둘은 마치 서로가 만날 것이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는 듯싶었다.
그 전에 샴시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샴시엘은 낮의 천사[Day-Angel:주천사/晝天使]고, 그와 대조되는 밤의 천사[Night-Angel:야천사/夜天使]는 레리엘이다. 전에는 새벽의 천사[Dawn-Angel:여명천사/黎明天使]인 루시퍼(Lucifer)가 있었지만 사탄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루시퍼 역시 나락에 있다.
샴시엘과의 안부 인사(?)를 맞춘 레리엘은 빠른 속도로 날개 짓을 하여 샴시엘을 지나쳤다. 그러면서도 인계(人界)를 잘 살폈다. 원래는 천계(天界)에서 세라핌 우리엘(Uriel)이 살펴야 한다. 우리엘은 상당한 시력으로 인해 신에게 인정받아 4대 천사 중 하나를 맞았고, 방위천사(方位天使) 중에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 최상급 천사인 우리엘이 인계의 98%정도를 볼 수 있어서 순찰을 돌 필요가 없었지만 나머지 2%가 걱정이 되어 순찰을 도는 것이다. 뭐, 자신의 일도 할 겸 말이다.
그.러.면! 인간과 사랑을 빠진 적은 없는가?! 밤의 천사 레리엘은 인간을 사랑해본 적이 있다. 이성으로서! 그럼 천사의 이성으로서의 사랑을 받은 자는 누굴까? 그는 다름 아닌 고대 우루크 시대의 순수한 1대 왕조면서 제5대 왕이었고, 반신(半神)이라고 불린 영웅왕(英雄王) ‘길가메시(Gilgamesh)'라는 사람이다. 그녀는 참다 참다 못해 결국 구혼을 하였고, 길가메시는 거절을 하였다. 길가메시가 자신의 구혼을 거절하자 레리엘은 길가메시를 죽이려고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그의 절친한 친구인 엔키두(Enkidu)를 죽였다. 그 덕에 프린시패리티즈(Pincipalities:권천사/權天使. 하급을 관리 하는 천사들)에서 아크엔젤스(Archangels:대천사/大天使)로 강등을 당했다. 그 후 그녀는 승급이 되고자 열심이었지만 한번 떨어진 신용은 되찾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순찰을 돌다가 마침 재미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이 아이는 영혼이 순수하지만, 지나치게 순수하여 영혼이 탁해보였기 때문이다. 레리엘은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도저히 지나치려고 해도 칠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최하급인 엔젤스(Angels:천사/天使. 인간과 가장 가까운 천사.)보다 순수했으면 했지 덜하진 않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레리엘은 무시하려고 했다. 또 다시 강등당하면 최하급으로 되는 것과 같이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맡은 일까지 다른 천사에게 빼앗긴다. 하지만 레리엘은 마치 판도라(Pando- ra)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을 다시 아이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런 행동을 하면서 지나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 라티엘(Rahtiel)과 코카비엘(Kokabiel)에게 들키는 건 뻔한데…….’
라티엘은 별자리의 천사[Constellation-Angel:성좌천사/星座天使]고, 코카비엘은 별의 천사[Star-Angel;성천사/星天使]였다. 처음에는 별과 별자리가 밤에게 뒤지지만 레리엘이 강등당한 이후로 레리엘은 라티엘과 코카비엘의 동급 천사가 됐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전에는 등급이 더 높았기 때문에 무력은 레리엘이 강했다.
‘어쩔 수 없지. 무력행사!’
결국 레리엘은 순수한 아이를 호기심이 가득한 판도라의 눈으로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 ~ ~
운동장을 가로질러갔던 아이는 집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레리엘이 정한 순수한 아이였다.
우선 돈으로 보자면 그 아이의 가정은 부족함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컴퓨터를 하던 아이의 표정에는 아주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얼굴이었다.
타닥! 탁! 탁! 탁! 탁!
그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컴퓨터 자판을 정신없이 두들겨 댔다. 그러면서 아이의 얼굴은 수시로 바뀌었다. 어쩔 땐 찡그리다가 어쩔 땐 킥킥 웃고, 규칙성이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우선 채팅하는 것을 예상했지만, 모니터에는 한글과 가끔 나오는 한자, 영어 밖에 없었다.
“키키, 여기서는 어떻게 할까?”
그 아이는 아마 소설을 쓰는 듯싶었다. 그러다가 질렸는지 ‘씨팔, 재미없어.’라는 말과 함께 한글문서를 끄고 난 후에 1~2분이 지나자 스피커에서 파동이 울렸다. 파동은 아이의 고막을 때려서 노랫가락을 만들어 주웠다. 그런 노랫가락에 그 아이는 만족을 하는 지 미소를 띠우고 흥얼거리면서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가끔 가다 키보드를 한번 치거나 마우스를 건들 뿐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20분 후 그 아이는 의자에 기대에 젖혀 앉고는 입을 열었다.
“영웅왕이라…… 신도 건들지 못했다고 하지? 읽고 싶어지는 데? 그… ‘길가메시 서사시’란 걸?”
보고 있던 레리엘은 한번 움찔 할 수밖에 없었다. 영웅왕이면서 신도 못 건들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사람. 설마 하였지만 직접적으로 이름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 길.가.메.시라는 사람의 이름을……. 레리엘 자신이 천사인 것을 무시하고 자신이 구혼했던 사람. 그 남자를 거의 약 4,000년 후 그 것도 그 남자의 고향과 먼 동방에서 들은 것은 레리엘에게 신성한 충격을 안겨 주웠고, 이 아이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그 아이는 배가 고픈지 부엌을 향하였다. 냉장고를 보니 쪽지가 하나 써져 있었는데, 내용은 이러하였다.
비연아, 냉장고에 갈비 있으니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으렴. - 엄마가
비연, 그 아이의 이름인 듯 했다. 마치 소설 주인공의 이름 같았지만 부모님께서 정성스럽게(아닐 수도 있고)지어주신 이름인데 토를 달 순 없으므로 따지지는 않겠다. 솔직히 터놓고 말하자면 소설 주인공이 맞지 않는가?
비연은 능숙하게 갈비를 꺼내어서 전자렌지에 넣고 가열시켰다. 가열시키는 동안 김치나 다른 반찬들을 꺼내 놓아서 식탁을 차렸고 밥도 퍼서 그릇에 담아 놓았다.
‘갈비에 밥이라도 비벼 먹어야지.’
삐익! 삐익! 삐익!
‘다 데워졌다.’
비연은 조심스럽게 갈비를 꺼내서 식탁에 놓았다.
“아앗! 뜨거워.”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무엇인가를 갖고 나왔다. 갖고 나온 것은 일기장이었다. 비연은 밥을 으적으적 먹으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 일기의 제목은 ‘길가메시 서사시’
어느새 일기를 다 썼는지 일기장을 덮고, 식탁을 치웠다. 식탁을 깨끗하게 모두 다 치우자 타이밍 좋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비연은 느긋하게 당연한 듯이 말했다.
“누구세요?!”
“빨리 문 열어라.”
‘아빠네, 아아…….’
철컥!
비연이 문을 여는 순간 무엇인가가 오싹한 기운이 집안을 돌았다. 그리고는 비연의 아빠가 들어왔다. 한번만 흘낏 보아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물론 아빠는 건장한 체격에 평범한 이목구비를 갖고 있었다. 그는 안방에 들어가 넥타이 같은 것을 모두 벗고 속옷 차림으로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말했다.
“이제 그만 자거라.”
“네.”
비연은 아빠의 말에 순종이라고 하는 듯 컴퓨터를 끄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레리엘은 어리둥절했다. 아무 짓도 한 적이 없는 데 무엇인가가 그녀를 강하게 떠밀어낸 것이다. 그런데 레리엘은 뒤에서 따가운 시선을 느껴서 돌아보니 라티엘과 코카비엘이 따갑고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레리엘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레리엘, 당신이 빨리 앞으로 가야 저희가 갈 것이 아닙니까?!”
“미안해요. 저기 있는 아이가 궁금해서… 고자질은 하지 않을 거죠?”
레리엘이 그렇게 묻자 코카비엘은 어이없다는 듯 대답을 해줬다.
“고자질이요? 이미 우리엘님께서 보셨을 텐데, 저희가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하죠? 원하신다면야 미카엘님께 해드리죠.”
“아, 아니에요! 먼저 가겠습니다!”
‘누군가가 민 것이지? 분명 안에서 밀었는데…… 누굴까? 궁금해라. 하지만 자연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움직여야지. 많이 지체했어.’
레리엘은 좀 더 속력을 올려서 날개 짓을 한 후 날아갔다. 계속 자신의 의문을 남긴 체 말이다.
~ ~ ~
“아! 볼 수 없다니, 나 우리엘이 볼 수가 없다니…….”
날개가 32장이 달려있고, 허리까지 오는 갈색 장발에 ‘맑다’라는 느낌을 주는 색의 천을 몸에 두르고 있는 자가 우리엘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곧고 굵은 나무 같은 이목구비라서 잘못 보면 항상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오해의 소지가 풍부한 그런 얼굴이었다.
그가 이렇게 한탄하게 된 것은 레리엘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비연을 보고 있길래 저도 모르게 그 곳에 시선이 고정되었었다. 그런데 레리엘이 갑자기 밖으로 튀어 나가더니 그 곳만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곳은 마치 모든 것을 흡수하려고 하는 블랙홀(Black hall)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엘도 추리는 해보았다. 레리엘이 그렇게 만들었나? 하지만 그만한 힘이 레리엘에게는 없다. 그러면, 합심하여? 그러해도 세라핌인 우리엘을 가리게 할 수 있는 힘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 우리엘은 자신을 한탄하면서 좌절해 있었다.
‘이 일을 가브리엘(Gabriel)께 보고 해드려야 하나?’
그렇게 고뇌하고 자신을 한탄하던 우리엘에게 날아오는 여천사가 한 명 있었다. 날개 장의 수는 놀랍게도 메타트론, 아니 사탄에 버금가는 64장의 날개를 갖고 있었고, 우리엘과 똑같은 색의 천을 두르고 있었으며, 허벅지까지 온 긴 청발을 휘날리며 날아오는 것이었다.
우리엘은 그 여천사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 천사는 다름 아닌 최상급 천사 중에 천사인……
“가브리엘! 고지(告知:사실에 관한 의사를 상대에게 알리는 것)의 천사께서 어쩌한 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신을 직접 모시는 천사인 가브리엘이었다. 그 가브리엘의 얼굴은 청순한 느낌을 주는 이목구비의 미녀였다. 그런 그녀가 당황해 하면서 있으니 무척 귀여워 보였다.
“우리엘! 지금 인계 중에서 보이지 않는 곳이 있습니까?!”
그 말에 우리엘은 상당히 적잖게 놀랐다. 마침 우리엘이 보고의 여부를 갈등하게 해준 계기가 그 것인데 그 것을 꼭 집어서 말한 가브리엘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방금 신께서 사탄이 인계에 있는 사람 중에 골라서 그 몸으로 빙의(憑依:귀신이 사람에게 씌워지는 것)한다고 해요! 우리엘께서 빨리 미카엘을 찾아가서 그 곳으로 강림하라고 이야기 해주시면 않을래요? 우리엘만이 그 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깐 부탁할께요.”
“네! 신속히 미카엘을 찾아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엘은 빠른 속도로 날갯짓을 하여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미카엘을 찾아서 이동하였다. 가브리엘은 그저 미카엘이 사탄을 몰아내주는 것 도와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 ~ ~
[일어나 거라, 어서!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비연은 부스스한 얼굴로 눈을 떴을 때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더욱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어라? 여기가 어디지? 꿈인가?’
[놀라지 마라라. 나는 신의 대리인 메타트론이다.]
비연은 목소리가 메타트론이라는 소리에 어리둥절하면서 당황한 기색이 표현됐다.
“무, 무슨 소리야! 그, 그럼 나, 나는 벨제뷔트(Beljevuit)가 되겠다!”
그 말에 전체를 울리던, 메타트론이라고 자칭하던 목소리의 주인은 당황한 듯싶었다. 그러한 행동은 비연에게 용기를 돋워 주는 데 충분한 영향을 주웠다.
[네, 네가 벨제뷔트를 어떻게 아는 것이냐?!]
당황한 기색이 보이는 말에 비연을 씨익 웃으며 대답을 해주었다.
“현재의 마왕인 파리의 제왕 벨제뷔트를 내가 왜 몰라야 하는데?! 이유 있어?!”
비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움찔해서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면서 자신의 말을 이었다.
“서, 설마. 저, 정말로… 메타트…… 아니, 사탄?!”
뒷걸음질을 하면서 말한 비연의 당황해 하는 모습에 자칭 메타트론은 우쭐하면서 답해주웠다.
[호오~ 내가 사탄인 것을 안 것이냐? 제법이군. 그래, 내가 사탄이다!]
그런 목소리가 자신을 공략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비연은 지금까지의 대화로 자칭… 아니 사탄의 성격을 순식간에 파악했다.
“정말 사탄?”
[그래!]
“그럼 증거를 보여.”
[즈, 증거?]
“그래! 증거! 예를 들어서…… 아! 릴리트(Lirlit), 릴리트라도 강림시켜봐!”
[뭐, 뭣이?!]
사탄은 비연의 발언으로 엄청나게 당황했다. 비연이 말한 릴리트는 마계(魔界)에서 예쁘다고 소문나 있는 미녀마왕이었고, 또한 그녀가 맞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을 현혹시킨다는 몽마(夢魔)들의 여.왕이다. 특히 그녀가 중요한 까닭은 혼자라서 쓸쓸한 몽마들의 왕 판(Pan)이 직접 손수 골라서 뽑았기 때문에 판이 애지중지 한다. 그런 그녀를 고작 증거로 세우는 데 이용하라고? 그러면 마계에 엄청난 파동이 생길 것이 뻔하였다. 사탄은 어쩔 수 없이 심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러면 아스타르테(Astarte)라도 강림을 시켜봐.”
지금 사탄은 그런 비연의 말에 비연의 머릿속에 점점 궁금해지고 있었다. 자신이 사탄이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것을 빌미로 릴리트를 만나게 해주면 믿겠다고 협박 같지 않은 협박을 한다. 거기에서 릴리트는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궁금한데, 이번에는 사랑의 쾌락을 관장하는 여마왕인 아스타르테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비연이 저렇게 뻔뻔할까? 를 생각하던 사탄은 문뜩 비연이 말한 그녀들의 공통점을 깨달았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육.체.적.인. 욕.정을 풀어주기에는 전문인들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이 지나감과 함께 사탄은 비연에게 물었다.
[너, 그녀들이 누군지는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그런 위엄한 물음에 비연의 표정은 ‘엥? 저게 무슨 소리야?’라는 표정을 약간 위를 째려보았다.
“내가 모르고 있는 데 말하는 줄 알았냐? 그녀들이 관장하는 것을 모르면 이름은 어떻게 아냐? 그래도 뭐, 말은 해주지. 릴리트는 몽마들의 여왕이고, 아스타르테는 사랑의 쾌락에 여왕이잖아. 그런 기본상식을 내가 왜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어?”
누가 그러는가? 왕의 이름과 왕이 하는 업무까지 외우는 것이 기본이라고, 더군다나 악마들의 왕을……. 도대체 비연이 말한 기본상식은 뭔지 참 궁금해지고 있었다.
그러는 마음과 함께 사탄은 설마를 생각하며 비연에게 물었다.
[서, 설마. 천사들의 직위도 알고 있는 거냐?]
그런 물음에 비연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대답을 해주었다.
“아니, 모르지.”
하기야, 비연의 외견상 나이로서는 많이 줘도 초등학교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아이가 알려면 얼마나 알겠는가? 그냥 오직 여자기에 외운 것뿐이겠지. 만약 비연이 천사들의 직위까지 알고 있었으면 그냥 포기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모른다니, 포기할 이유가 싸악 사라졌다.
“하지만 방위천사들이 누구고, 담당이 뭔지는 알아.”
[뭐?]
사탄은 설마 하면서 물어봤다.
[말해봐, 한번.]
“우선 동쪽부터 말을 하도록 할께.”
[진짜 알고 있는 거냐?]
사탄은 어쩔 수 없이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이 것도 사탄 나름대로의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동쪽은 미카엘, 담당하는 4대 원소는 불[火]이고, 그의 성력은 지성(知性)이지. 미덕은 신중함[愼重]이고 말이야. 서쪽은 라파엘(Raphael), 4대 원소는 바람[風], 공기지. 성력은 이성(理性)이며, 미덕은 정의(正義)! 남쪽은 우리엘, 4대 원소는 땅[地], 흙이지. 성력은 감수성(感受性)이며, 미덕은 견인(堅忍:굳게 참아 견디는 것)! 마지막 북쪽은 가브리엘! 원소는 마지막으로 남은 물[水]! 성력은 상상(想像)! 미덕은 절제(節制)! 추가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천사들은 4대 천사라고도 불려. 알겠냐? 명색에 사탄이면서 이런 것도 모르다니…….”
[…….]
사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4대 천사가 그 넷이라는 것은 벌써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방위천사까지는 몰랐다. 그리고 비연이 말한 속성과 성력, 미덕은 사탄이 알고 있는 것과 똑같이 맞아 떨어졌다. 이젠 사탄은 비연의 몸이 아닌 비연의 머리를… 비연의 지식을 마계의 것으로 만들면 상당히 효과적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사탄은 생각 하였다.
[네 이름은 뭐냐?]
“나? 비연이다. 천비연(天飛鳶)!”
[그래, 비연아. 혹시 마계로 올 생각은 없느냐?]
“뭐? 마계? 가면 뭐가 좋은데? 이득 보는 것이라도 있어?”
[우선 몽마녀들을 네 마음대로 주무를 수가 있게 해주고, 네가 강력하게 원한다면 릴리트 또한 노력해보마.]
“뭐? 릴리트? 정말?”
비연은 ‘릴리트 또한 노력해보마.’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릴리트는 판이 직접 뽑았기 때문에 얼굴이 예쁜 것은 당연할 것이오. 몸매 또한 나이스 바디일 텐데, 비연은 상당히 망설이고 있었다.
[네가 마계로 갈 것이면 ‘루가 10장 18절의 번갯불은 나다!’라고 외쳐라. 그러면 마계의 문이 얼릴 것이다.]
《루가 복음서》 10:18이면 예수 그리스도가 ‘나는 사탄이 번갯불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라고 말한 장면이다. 이 말 덕분에 새벽의 천사이던 루시퍼가 악마의 우두머리로 전락되었지만 말이다.
“으음…….”
‘어차피 가고 싶었는데, 확 가버려? 가면 릴리트가 기다리잖아! 아니야, 아니야, 그건 확실한 것이 아니야. 그리고 사탄은 폐위했어. 그런 사탄의 권력이 있을까? 현재의 마왕은 파리의 제왕 벨제뷔르잖아. 그래도 가서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 되는데……. 난 육체적인 사람이니깐 육체를 중요시 해야지. 흐흐흐’
“루가 10장 18절의 번갯부…….”
[누구냐?!]
비연이 말을 하는 도중에 사탄이 말을 끊어서 기분이 상당히 언짢고 찜찜했다. 확 안 가버릴 수도…….
<메타트론, 아니 사탄! 이제는 사람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것이냐?! 그러고도 네 놈이 천사란 말인가?!>
비연은 색다른 목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연의 시선 끝에는 붉디붉은 적발이 겨드랑이까지 길러져 있고, 등에는 32장의 하얀 날개, 옷은 우리엘과 같은 색의 천으로 몸을 휘감고 있는 사람이 근엄한 표정으로 있었다.
[미카엘! 네 녀석이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것이냐?!]
“미, 미카엘?! 하느님의 군장(軍長)이라는 그 미카엘 대천사?!”
<호오~ 나를 보고서는 그 것까지 생각했단 말이야? 정말 제법이군. 사탄의 눈이 좀 좋나 보군>
미카엘은 비연을 향해 제법 놀랐다는 표정을 잠깐 짓고, 위쪽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을 하였다. 마치 사탄이 엄청난 중죄를 저지른 죄인인 듯이…….(중죄인이 맞지만)
<사탄! 무슨 속셈인 것이냐?! 우리와 다시 싸울 생각인가?! 나락으로는 너에게 부족했단 말이냐?! 그 동안의 수고로 나락으로 보냈다만 다시 싸우면 완전히 소멸시켜주마!>
[후훗, 미안하지만 난 다시는 싸우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좀 다르거든]
<그럼 왜 인간에게 손을 대는 것이냐?! 하느님께서는 네 녀석이 분명 인간에게 빙의한다고 하셨거늘!>
[단지 진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너와 나, 그리고 인간의 본래의 중요성과 순위를 말이다! 그 것도 불만이냐? 특히 인간은 신이 제일 비슷하게 만든 창조물이자 자식들이다! 신의 자식에게 당연한 진실을 알려준다는 것이 무엇이 나쁘다는 것이지?!]
미카엘은 사탄의 말에 반박을 못하고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정말 목적이 그 것일까? 다른 목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생각을 하던 미카엘은 무엇이 머리 속에 떠올랐는지 움찔하였고, 이내 입을 열었다.
<사탄! 네 놈이 말하는 진실은 태초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냐?! 그 진실은 인간에게 알려주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내가 말했다시피 인간은 신의 자식이다! 태초의 진실을 알 권리는 있단 소리다! 알고 있겠지? 우린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 것은 또 무슨 말인가? 악마와 천사가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니……. 그럼 신 말고 창조의 힘이 있는 자가 또 있단 말인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연은 열기가 띄어져 있는 이야기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었다. 사탄과 미카엘이 하는 이야기는 인간들이 모르는 문제 같았다. 오직 신, 천사, 그리고 악마만이 알고 있는 것 같은 진실을 말이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담소(?)가 끝났는지 사탄은 비연에게 소리쳤다.
[비연아! 어서 외거라! 마계로 가자꾸나!]
<아니 된다. 네가 가면 인간이란 영장류는 모두 혼란에 빠지고 자신들끼리 살육을 하여 멸종될 지도 모른다. 가지 말거라!>
[위선자의 말은 듣지 말거라! 릴리트가 널 기다리고 있다! 어서 가자!]
<닥쳐라! 다시 나에게 당하고 싶은 것이냐?! 사탄!>
[닥쳐야 할 것은 네 놈이다! 신의 후광으로 인하여 나를 가볍게도 아닌 겨우 겨우 이겼지 않느냐? 그 것도 이미 힘이 빠진 상태에서 말이다! 신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것이 어디서 주둥아리를 날리는 것이냐?!]
<뭣이?!>
[자, 가자.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마!]
<아니다! 가지 말도록 해라! 가면은 절대로 네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위선자는 위선자다! 말을 듣지 말거라! 나는 천계에 있을 때는 신의 대리인으로 모든 천사들을 관리하는 치천사(熾天使)였다! 나와 함께 가자!]
<아니다! 지금은 마계인이다 말이 다르다! 가지 말라!>
비연은 지금 상당히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다. 처음 미카엘의 인간에게 혼란이 와서 멸종한다는 말에 움찔했지만, 사탄의 릴리트가 기다린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고, 절대 못 돌아온다는 말에 또 다시 가기 싫고, 신의 대리인이었던 자라고 해여 사탄을 믿으려고 했지만 미카엘의 말처럼 지금은 어디까지나 마계의 사는 자이다. 그러면서 마계에 왕이었고 말이다. 지금은 엄청난 외적갈등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좀 조용히 해봐! 사람 생각하는 거 안보여?!”
비연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마치 고양이와 개처럼 싸우던 사탄과 미카엘이 조용해졌다. 그 둘에게 비연은 상당히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둘의 모든 신경은 비연에게로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음…… 내가 쾌락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탄이지. 하지만 난 의외로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말이지. 으음…… 어떻게 하지? 그렇게 할까?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흐냥…….’
비연은 생각의 결심이 굳게 섰는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탄과 미카엘의 진을 빼기 충분한 말이었다.
“다음 기회에~”
<응?>
[아?]
“그러니깐 기간을 달라는 거야. 그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 될 것 같아? 무슨 소리!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시간을 달라는 거다! 난 5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긴 것 아닌가? 물론 우리의 관점으로는 짧은 편이지만 한 시가 급하단 말이다!]
<아니야! 좋다! 그런 의견이 해결책인 듯싶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연군>
“안돼! 그리고 내 이름은 비연군이 아닌 비연이다.”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끌고 나가도 괜찮다.>
[그럼 줄여서 2년으로 하자!]
<안된다! 비연, 그대로 밀고 나가라!>
“그럼 4년.”
<왜 무른 것이냐?!>
[2년 6개월]
“3년 6개월”
[좋아! 그럼 균형의 맞춰서 3년으로 맞추지. 둘 다 정확히 5할 씩 무른 것이다. 그렇지?]
<비연! 너는 밀고 나가도 상관이 없다!>
“그건 됐어, 밀고 나갈 생각이 없거든. 기회는 공평하게 줄 생각이야. 내 꿈속에서 3년 동안 각자 설득 시켜봐. 제법 재미있을 것 같거든. 키득”
어느 샌가 미카엘까지 말을 짧게 하는 비연은 꾀나 그럴싸한 이론을 성립시켰다. 그 이론 덕에 비연은 피곤하고 결국에는 둘 다 공감한 듯싶지만…….
<미카엘, 이제 됐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할게요>
맑은 목소리가 들러온 곳으로 비연과 미카엘의 고개가 돌려졌다. 그 시선 끝에서는 64장의 날개를 갖은 청초한 여인이 하늘에서 강림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서는 미카엘은 놀란 듯 말을 더듬으면서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가, 가브리엘!>
“가브리엘? 계시의 천사?”
미카엘은 비연의 말(계시의 천사)에 놀란 기색이었지만 오히려 지목받은 가브리엘은 순수한 얼굴로 예쁘게 싱긋 웃을 뿐이었다.
<저의 업무를 알고 계시는 분이시군요. 제 이름을 듣고 그런 말을 내 뱉은 사람은 비연님께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네? 아, 네! 당연하죠! 전 이렇게 보여도 독실한 천주교도이니까요! 하하하하!”
[뭐? 무신론자 아니었나?]
사탄이 언짢은 기분으로 목소리로 바뀌어서 비연에게 말을 하자 비연의 얼굴을 찡그려 질 수밖에 없었다.
“무신론자가 이렇게 천사와 악마에 대하여 잘 알겠어? 생각을 해봐.”
비연의 그 말은 아주 타당한 말이었다. 확실히 무신론자들이 천사나 악마 같은 비현실적인 존재를 인정하는 것과 존재의 업무와 세세한 이름까지 알 리가 없었다. 언제 그런 지식이 그들의 생활 속에서 사용되겠는가? 아마 비연이 무신론자라면 천사와 악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루시퍼라는 악마가 있고, 가브리엘을 포함한 4대천사가 있다.’가 끝일 테지 ‘사탄은 최고위의 천사 메타트론이었으며, 4대 천사는 곧 방위 천사이다.’라는 것까지 알고 있을 터가 없었다. 뭐, 솔직히 완만한 천주교도도 이렇게까지 깊숙하게 알리는 만무하지만 말이다.
<비연님, 비연님께서는 3년 동안 설득을 하시라고 하셨죠? 그러니깐 몸 안에 계속 3년 동안 머무르면서 설득해도 상관은 없겠네요?>
“하?!”
[뭐라고?! 비연. 가브리엘이 그렇게 하겠다면 나 역시 가브리엘과 같이 하겠다! 네 놈이 가브리엘이랑 오래있으면 당연지사 내가 더 밀릴 것이 아닌가?!]
“결국은 내 몸에 기생하는 천사와 악마가 생긴다는 소리인가?”
<흐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뭣이?! 기생? 가브리엘 같은 최고위 천사가 함께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당연히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악마의 시초이면서 마왕이었던 자도 함께 있는 다고, 그 점을 무시한거냐?”
<……그렇군.>
미카엘은 어쩔 수 없이 비연의 말에 수긍해야했다. 그의 말처럼 아무리 최고위 천사가 함께 있더라고 그 옆에는 최고위 악마가 있으니 무효화 될 듯싶었다.
[크하하하하, 비연! 내가 기생 따위를 할 것 같으냐?!]
“응, 너라면 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비연의 단호하고도 딱 잘라 말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탄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동안을 침묵이 흘렀다고 하는 것이다.
[… 웃기지 마라! 내가 있는 동안 널 괴롭히는 버러지들이 못 건들게 너의 육체를 강화시켜주마! 그럼 어엿한 공.생이란 것이 되겠지?]
<그럼 전 어쩌죠? 전 마땅히…….>
<가브리엘, 괜찮습니다. 당신과 비슷한 천사가 와도 엄청난 축복이자 행운입니다. 것도 3년씩이나 같이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헤헤, 미카엘 말대로 가브리엘님께서는 상관하지 마십시오. 가브리엘님께서는 얼굴까지 예쁘시고 목소리까지 고우시니 같이 있는 것 자체가 행운입니다.”
<그래도요. 메타트론님께서도 뭔가를 내 걸으셨는데…… 저도 드려야죠!>
사탄에게는 지지 않는 다는 듯한 목소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가브리엘은 보기와 달리 승부욕이 꾀나 강한 듯싶었다. 뭐, 가브리엘이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 사탄은 열이 받았지만 말이다. 그걸 아는 사람은 없고, 신만이 알 것이다.
[가브리엘, 마치 ‘내가 걸어서 꼭 더 좋을 것을 걸고야 말겠다.’ 인 것 같은데 맞느냐?]
이 때, 가브리엘이 사탄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가브리엘은
<아닙니다, 제가 어찌하여 메타트론님 보다 좋은 것이 있겠습니까?>
바로 아부에 들어갔다. 비굴한가? 어쩔 수 없다.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가브리엘! 어찌하여 저런 무뢰한에게!>
[닥쳐! 확실히 너보다 가브리엘이 예의가 참 곱군, 하하핫]
비행기를 태워주니 메타트론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계속 자만했다.
“사탄, 뭐하냐? 재미있냐? 그러고도 네 놈이 신의 대리인이었던 자야?”
[뭐, 뭣이?!]
사탄과 비연이 옥신각신하며 말싸움의 절정에 달아올랐을 때, 맑은 목소리가 그들의 말다툼을 깨버렸다.
<아! 이러면 되겠네요! 제가 여기에 있는 동안, 제가 담당하는 원소인 물을 조종하는 힘을 드릴게요. 그러면 되겠죠?>
가브리엘의 표정은 ‘아!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라는 표정으로 방긋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에 사탄과 비연의 말싸움은 듣지도 않았단 소리인가? 나름대로는 살기도 풍겼는데? 가브리엘이 둔한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이 것 또한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쳇! 가브리엘이 분위기를 깼군. 어찌 되었던 간에 나는 네 몸에서 정확히 3년 동안 거주(?)하겠어, 알겠나?]
<아앗! 저도 잘 부탁드려요, 비연님.>
이 말에 옆에 서 있단 미카엘은 순간 고개가 갸웃했다.
<가브리엘, 그럼 저는 어떻게 할까요?>
<미카엘은 다시 천동국(天東國)으로 가세요. 이 쪽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요. 아시겠죠?>
<아, 네.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순간 미카엘의 몸에서 빛이 번쩍하더니 미카엘의 자취가 감추어졌다.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오직 비연과 가브리엘 뿐. 몇 초간 침묵이 흐르다가 비연이 침묵을 깼다.
“사탄, 네 놈 낯짝 좀 보자, 얼마나 뻔뻔한지!”
[그러지, 너무 놀라지는 말도록 해라.]
“뭐?!”
얼마 후 공간에서 이상한 파동이 생기면서 한 곳으로 뭉치고 있었다. 뭉친 곳에서 체형을 만들더니, 이내 날개와 이목구비가 생겨났다. 그의 몸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나온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도 있었다. 바로 이목구비의 느낌이었다.
메타트론 일 때는 한 없이 차고 냉정한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좀 더 따뜻하면서 포근한 느낌이다.
[비연, 이 것이 내 진정한 모습이다. 네가 생각한 만큼 뻔뻔한가?]
“아~니! 전혀 안 뻔뻔해 보이잖아! 어라? 진짜 이거 네 모습이야?”
[당연한 것이 아니냐?]
“그런데 날개가…….”
[날개? 많아서 문제 있는 것이냐?]
“아니, 순백(純白)이잖아!”
[그래서? 뭘 말이냐?]
“악마인데 날개가 순백이라니……. 난 적어도 짙은 검정(짙은 검정이란 색이 있었나?)이나 박쥐날개를 생각했단 말이야!”
[많이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군. 난 태초에는 천사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고로도 이야기 하지만 완만한 악마들은 다수 날개가 없다.]
“뭐? 없어?!”
[그래, 신이 가입한 일종에 보험 같은 것이지.]
“그건 무슨 소리야?”
<아! 그 이야기는 저도 알아요. 하느님께서 악마들에게는 날개를 주지 않으셨죠. 다시 천계로 쳐들어오기를 막기 위함이었어요. 하지만 육체적인 것이 없어도 자연적인 것 덕분에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죠.>
“육체적인 것은 무엇이고, 자연적인 것은 무엇이죠?”
[육체적인 것은 날개이며, 자연적인 것은 바람을 뜻한다.]
“바람을 이용해서 날았단 소리야?!”
비연은 거의 경악을 하면서 물었다.
<네, 바람을 타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었죠. 미카엘은 어쩔 수 없이 라파엘에게 갔어요. 바람을 관장하는 천사는 라파엘이거든요.>
“그래서요?”
[그래서는……. 태초부터 신이 라파엘에게 준 일이 바람이 만드는 것이야. 즉, 대류이동을 뜻하지. 태초에 나무가 없는 곳에는 공기가 존재하지가 않았다. 즉, 사막에는 말 그대로의 불생(不生)의 땅이었지. 하지만 대류이동을 통하여 큰 숲에서 만들어진 대량공기가 이동되어서 공기가 지급되었다. 물론, 신이 이 땅을 처음 만들었을 때는 사막이란 것 자체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미카엘이 가만히 있어? 하늘의 치안을 담당하는 천사이면서 군장천사잖아.”
<네, 물론 미카엘은 라파엘에게 가여 당장 바람을 멈추라고 군장의 권력으로 명령을 내렸지만 라파엘은 듣지 않았어요. 라파엘은 ‘자신이 바람을 만들지 않으면 며칠 뒤에는 사막에 있는 생물체들이 모두 죽는다.’가 이유였죠.>
“하지만 선인장이 있잖아? 선인장도 나름대로 나무라고!”
[흥! 많으면 얼마나 맞겠나? 선인장이란 식물에서 나오는 공기의 양은 사막의 공기의 양에 엄청나게 적은 영향을 끼치지.]
<네, 사막에 있는 공기의 양은 대다수가 숲에서 이동시킨 것이죠.>
[그리고 말이지, 미카엘은 라파엘에게 명령을 내릴 처지가 아니야. 내가 알고 있기로는 라파엘은 군천사(軍天使)에게 꼭 필요한 의료천사(醫療天使)들의 장이었거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나?]
<네, 알고 계시는 군요. 메타트론님 말씀대로 라파엘은 의료천사들의 장이었기 때문에 군장천사들의 장이었던 미카엘은 함부로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는 또 다시 쳐들어 왔을 때는 저의 스승이신 이즈라필(Izrafil)님의 도움으로 이길 수 있었죠.>
“스승이요? 천사들에게도 스승이 있나요?”
[스승이라……. 지자(知者:아는 것이 많고 슬기로운 사람)라는 말을 쓰지 않나?]
<저는 스승이란 단어가 편해서 그렇게 쓰고 있죠.>
“스승이 있단 거야, 없다는 거야?”
[스승이란 존재는 궁극적으로는 있다. 다만 이름만 스승이 아닌 지자로 바뀌는 것이지.]
“그럼 이제 이즈라필이라는 천사에 대해 설명을 해줘.”
<제가 해 드릴게요. 이즈라필님께서는 부활이라는 성스러운 것을 담당하고 계시는 천사이십니다. 한 마디로 부활의 천사죠. 이즈라필님께서는 저에게 스승으로서의 임무를 다하시고 저에게도 그 임무를 가르쳐 주셨죠. 그러다가 마호메트(Mahomet)란 사람과 동무가 되셨고요.>
“잠깐만요. 마호메트? 힌두교의 마호메트?!”
<네, 맞을 것이에요.>
가브리엘은 놀라고 있는 비연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으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이제 궁금한 것이 더 있나?]
“더 있지만, 나도 피곤하다.”
<그럼 저희는 물러가도록 하죠.>
[내일을 기대해라, 크크크. 가브리엘, 천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궁금하구나.]
<네? 안될 텐데…….>
[그럼 난 마계 이야기를 해주지.]
<흐음…….>
비연의 눈은 이제 스르르 감기기 시작하였다. 아마 이것을 꿈일 텐데 꿈속에서 졸리다니 기가 막히다. 비연은 마지막으로 사탄의 한마디를 듣고 모든 것이 끊겼다.
[저 녀석은 신마저 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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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다 읽으신 분 계시나요? 이 분량이 14쪽이랍니다.
기존 생각보다 프롤로그를 너무 많이 쓴 듯한 느낌이 드네요. 그럼 리플을 남겨주시고 가세요~
여기까지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첫댓글 14쪽 안될듯.
허헛! 그런 무슨 쏘리를!! 14쪽보다 세세하게 말하면 13.5입니다만....<<결국 14쪽이 꽉 안된다는 소리잖냐
띄어쓰기좀... ㅠ
역시 나눠서 읽는 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