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시장 K-커피샾
영동시장 뒷골목, 순대국밥집, 해장국집
푸줏간, 떡집, 삽겹살집이 즐비한 어두컴컴하고,
냄새나고, 더럽고, 질척한 곳에
커피샾이 하나 있다
제법 깨끗해 보이는 아주 작은 커피샵이다
저런데서 커피샾이 될가 ?
누가 커피 한잔에 4000윈 주고 마실가?
옆에는 푸주간과 순대국밥집이 있다
그 푸주간이 단골 푸줏간이다
수년전 구정때 였든가 보다
자주 사는 고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장졸임 할때는 거기서 사태를 서너근 산다
그때는 구정을 얼마 앞두고 만두용 돼지고기와 산적용
쇠고기와 국거리용 양지머리 고기와 전부칠 고기를
사려고 아침 일찍 그 푸줏간엘 갔더니 문을 안 열었다
그리고 푸줏간 문에는 9:30 오픈 이라고
푸줏간에 안 어울리게 어쭈구리로 써서
걸어 놓았다
젠장헐 지금 9시니 30분 기다려야 하는데
날씨가 엄청 추웠다
어디 시장바닥에 바람 피할 곳도 없었다
아침부터 문 연 포장마차도 없었고 순대국집도 없었다
괴기를 사서 전도 부치고, 산적도하고
해서 충주 내려가서 아버지 차례상에
놓아야 하기에 빨리 준비 해야 한다고
설쳐서 아침 일찍 왔구만 젠장헐이다
둘러보니 옆의 K-Coffee Shop 이라고
제법 세련되게 간판을 건 동네에 과분한
어울리지 않는 커피샾이 눈에띠었다
전에도 봐 왔지만 관심밖이었는데
그날은 너무 추워서 눈에 쏘옥 들어왔다
에라 30분 기다리는데 4500원을 써 ?
30분에 4500 원 ?
그러나 너무 추웠다
커피샾에 들어가니 화끈한 열기가 기분 좋게 온몸을 감싼다
4인용 테이블이 딱 한개 있는 아주 좁은
커피샾이었다
그런데 벽에 붙은 가격 표에 아메리카노가
1500원이라고 ....그러면 그렇지....
아메리카노를 레귤러로 시켰다.
그런데...그런데...이게. ?
보기 드믈게 아주 매력있는 아가씨가
아메리카노를 얌전 하게 들어다 놓아준다
이건 옛날 다방 수준 이다.
그런데 예쁜 아가씨와 나와 단둘이 있는 커피 샾 ㅎㅎ
늙어서 주책이 만발 이라고 욕해도 좋다.
예쁜건 예쁜거다
늙었다고 예쁜게 어디 가는가 ?
옛날 배우 문희를 닮은 청초하고 엑조틱한
매력...
20대 후반의 청초한 아가씨가 왜 이런 순대
골목의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는지 ?
아가씨가 예쁘니까 설탕을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여늬 커피샾 같이 설탕 타 먹는 테이블이
따로 없었다.
원래 커피를 설탕쳐서 달게 먹는데
예쁜 아가씨 에게 설탕을 달라고
하기에는 자칫 나를 촌시러운 촌놈 으로 볼가봐 겁났다.
원래 충청도 촌놈 이지만 ㅎㅎ
예쁜 아가씨에게는 커피도 블랙을 마시는
세련된 신사로 보이고 싶었다.
쓴 커피를 억지로 마시면서 카운터를 보니.....
그 아가씨가 창밖을 향하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네의 그림 한장면 같았다.
긴 머리에 불그스럼한 볼, 적당한 볼륨,
화려하게 빨간 에프런, 바이올렛 털 쟈켓,
주기적으로 치익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정으로 스팀을 토해내는 커피 메이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잘 모르겠 는 K-pop 음악,
분위기가 제법 구조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구석에 있는 조그만 메모지를
뽑았다.
그리고 볼펜으로 그녀를 크로키 했다,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지고 밖은 소란스러워 지고
조그만 창을 열고 Take-out 커피 주문이 빈번해진다
나는 그림을 갤럭시 20으로 사진 찍고 일어나 나오면서
그녀를 크로키한 메모지를 카운터에 놓아 주었다.
" 아가씨 매력 있어요 "
그녀는 메모지를 주워들고
" 어머, 어머. 이게 저예요 ?
여기 오신 손님중 제일 멋있어요.
제가 이 그림값으로 커피값 안 받으면
화 안내실거죠 ? "
그래서 아메리카노 1500원을 공짜로 마셨다.
남자는 젊으나 늙으나 예쁜 여자로 부터
멋있단 소리 들으려고 벨 짓을 다한다
주책이다.
그 주책이 문학이며 음악이며 미술이다
집에와서 그 얘기를 마누라에게 하니
마누라가
" 당신 그림값 1500원 이지 뭐 별수있어?"
날씨가 추우니, 그때 추웠든 구정 전 그날이 생각난다.
첫댓글
멋진그림 멋진친구
그림값 1500원이면 어떼, 옛날 생각이니네 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