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내용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이란 군수공장에 대한 공격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부를 받아 '수상(해상) 드론'(무인 보트) 함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라고 했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키예프를 방문한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러-우크라 언론에서 '오늘의 이슈'를 모아 정리한 '우크라 이슈진단-5일'자다/편집자.
◇ 설리반의 키예프 비밀 방문과 협상
비밀리에 키예프를 찾은 설리번 미 안보보좌관의 동선을 불분명하다. 미 블룸버그 통신이 4일 설리번 보좌관의 키예프 방문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미 백악관이 나중에 이를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5일 설리번 보좌관과의 협상 내용을 공개하면서, 몇장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 스트라나.ua(러시아어판)은 5일 설리번 보좌관이 어젯밤(4일) 키예프를 방문, 획기적인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설리번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점령 지역에서 철군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시한 협상을 거부하며,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은 11·8 중간선거의 결과에 관계없이 우크라이나에게 '헤르손 해방'에 필요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가 드네프르강 동쪽 지역에서 철군한다는 조건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휴전을 논의하는 소문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소문은 러시아군의 이상한(?) 헤르손 철수설과 맞닿아있다"고 밝혔다. 물론, 미-러 접촉에 대한 공식적인 확인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설리번 보좌관과 젤렌스키 대통령, 예르마크 대통령실장과의 회담 내용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양측이 모두 소문과 같은 평화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하지만, 설리번의 발언 자체가 미국이 러시아와의 접촉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설리반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과의 회담 모습/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상을 위한 유일한 조건'은 1991년(구소련 해체) 국경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했고, 예르마크 실장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러시아가 다시는 공격하지 못하도록 배상금을 부과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안보 보장을 약속하는 것"을 '전쟁 승리의 공식'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러시아가 일부 점령지(헤르손)에서 철수하고 휴전한다'는 식의 협상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공식적으로 거부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부금을 모아 '수상 드론' 함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수상 드론)이 무엇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상 드론 함대는 우크라이나 해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무인 보드(수상 드론) 격침 작전. 헬기가 상공에 떠 있고, 경비정(함정)의 각종 화기가 바닷물을 꽂힌다/영상 캡처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러시아에 대한) 드론 제공을 이유로 이란 타격 촉구/젠(dzen.ru) 노보스티 캡처
- 후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러시아에 제한된 수의 드론을 공급했지만, 그것은 우크라이나에서 적대행위가 발발하기 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탄도) 미사일 제공설에 대해서는 "러시아에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거듭 부인했다.
- 미하일 포돌야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에 공격용 드론을 제공한 이란의 군수공장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헤란이 (최근의 드론 공격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드론과 탄도미사일 등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꼭 찍어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정전 사태로 불편을 겪고 있는 키예프 시민들은 정전시 사용할 수 있는 가스통과 가스 버너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친우크라 텔레그램 계정에 따르면 시민들은 유사시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가스 버너류를 구입하고 있다. 그러나 가스 버너(혹은 가스통)은 추위 날씨에 길거리에서 100% 채워진 뒤 집에서 가열되면 폭발할 위험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오고 있다.
암흑천지로 변한 키예프/사진출처:텔레그램
핀란드 국경으로 몰린 러시아인 자동차 행렬
-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따르면, 7월부터 9월까지 러시아인의 출국 건수는 970만 명으로 2분기(500만 명)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국자의 거의 70%가 압하지야(250만), 튀르키예(터키, 210만), 카자흐스탄(130만), 조지아(그루지야, 46만), 핀란드(43만) 등 5개국으로 쏠렸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령이후 이들 국가로 향한 동원 대상자들의 '엑소더스'(탈출)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그루지야의 경우, 관광 목적의 입국은 전체 입국자의 3분의 1에도 못미쳤다고 양국은 밝혔다. 또 양국 모두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러시아인 입국으로 기록됐다.
- 미 국방부는 300명 규모의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그룹'(SAG-U)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임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군인 훈련과 제공 장비에 대한 감독이다. SAG-U의 본부는 독일 중서부의 비스바덴에 설치된다.
- 지난주에만 1,300개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통신) 단말기가 우크라이나에서 작동을 멈췄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스타링크'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서 '스타링크' 운영 중단을 발표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은 뒤 운영 재개를 약속했지만, 단말기의 잇따른 작동 중단은 자금 문제로 발생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