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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술을 금지하면 벌어지는 일 [김지호의 위스키디아]
김지호 기자
입력 2023.12.07. 00:05
어느 순간 주위에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입맛은 제각각이고 위스키 종류는 수천 가지. 본인의 취향만 알아도 선택지는 반으로 줄어듭니다. 주정뱅이들과 떠들었던 위스키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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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대 미국 성인이 연간 마셨던 술의 양은 평균 26리터입니다. 이들은 기상과 동시에 술로 시작해서 나이트 캡(Night Cap: 잘 때 마시는 술)으로 일과를 마쳤습니다. 술을 밥 먹듯이 마셨던 셈입니다. 월급을 가족의 식비가 아닌 술값으로 탕진하기에 이르고 여성과 어린이들은 굶주림과 가정폭력에 노출되기 시작합니다. 주취자들의 사회는 도시를 범죄로 물들게 했습니다. 술을 마셔도 너무 많이 마시던 시절입니다. 이에 미국은 특단의 조치를 내립니다.
경찰이 오크통에 담긴 술을 하수구에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1920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1920년 1월 16일. 미국에서 모든 술의 제조, 판매, 유통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금주법이 발효됩니다. 양조시설과 술병들은 모두 파기됐고 오크통에 담겼던 술은 하수구에 흘려보내졌습니다. 이는 맥주와 와인, 위스키, 진 등의 합법적인 판매가 금지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알코올 중독,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입니다.
◇금주법도 못 바꾼 음주 습관
1927년대 미국 뉴욕의 워너스브라더스 극장 앞. 군중들이 워너브라더스 픽처스 제작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 주인공인 알 졸슨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27년대 미국 뉴욕의 워너스브라더스 극장 앞. 군중들이 워너브라더스 픽처스 제작 최초의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 주인공인 알 졸슨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920년대는 미국인들에게 번영과 풍요의 시대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은 유럽을 초토화시켰고, 미국에겐 전쟁 특수를 안겼습니다. 승전국은 재건비에 시달리고 패전국은 경제 침체와 생활난에 고통받았습니다. 반면 본토 피해가 없던 미국은 2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연평균 경제성장률 9% 이상을 유지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뉴욕 거리에는 재즈 음악이 흘렀고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도로에는 자동차가 넘쳤습니다. 포드 자동차가 최초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현해 자가용 시대가 열렸던 시기이기도 하지요. 찰리 채플린, 베이브 루스, 권투의 잭 뎀프시도 이 시절에 탄생한 스타들입니다. 이러한 풍요 속에서 ‘고귀한 실험’으로 불리는 금주법이 미국을 술 없는 유토피아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아침저녁으로 마시던 음주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금주법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음주량이 감소하는듯했으나 리바운딩 효과로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술꾼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밀주업자들은 미국 남부 인적이 드문 시골로 들어가서 옥수수로 술을 빚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증류에 필요한 불인데, 아무리 깊은 산골짜기라도 대낮부터 증류기에 불을 지펴 연기를 피우는 순간 위치가 발각되겠지요.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이 밤에만 증류기를 돌려 정부의 단속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오직 달빛에만 의존해 술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를 ‘문샤이닝’이라 불렀습니다. 밀주를 판매하던 술집들도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간판을 떼고 음지로 들어갑니다. 이때 단골들만 은밀하게 비밀번호를 대가며 이용할 수 있게 탄생한 게 ‘스피크이지 바 ’입니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금주법이 통과되는 낌새를 알아채고 주류 사재기에 나섭니다. 황당하게도 판매와 유통은 금지됐지만, 마시는 것은 허용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하이볼을 즐겨 마시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자택에 스카치위스키를 비축했다고 합니다. 금주법이 시작됐을 때 밀주의 가격은 갤런(약 3.8L)당 약 25달러로 오늘날 325달러가 넘는 수준입니다. 현재의 위스키 가격을 고려해도 꽤 고가였죠. 이조차도 밀주업자들끼리의 가격일 뿐이고, 실제 대중에게 판매되는 가격은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동차 부동액, 향수로 만든 밀주
밀주업자가 밀주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당시 자동차 부동액부터 향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액체로 증류를 시도해 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밀주업자가 밀주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당시 자동차 부동액부터 향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액체로 증류를 시도해 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렇게 밀주의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다 보니 술값은 오르게 됩니다. 부자들은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질 낮은 술에 노출돼 실명, 마비 심지어 생명까지 잃게 됩니다. 당시 자동차 부동액부터 향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액체로 증류를 시도해 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술을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아편이나 마리화나, 코카인 등의 마약류로 시선을 돌리게 되는 부작용까지 낳게 됩니다.
한편 교회 미사용 포도주와 의료처방용 독주는 합법이었습니다. 이때 유난히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또 포도즙을 발효시키면 포도주가 되고 이를 증류하면 브랜디가 되다 보니, 포도즙 시장도 금주법 이전보다 4배나 커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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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미국은 손만 뻗으면 캐나다 위스키나 카리브해의 럼주 등을 들여올 수 있었습니다. 밀매 조직들은 돈과 운송 수단 그리고 적당한 완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술에 목말라 있는 미국인들의 주머니를 열게 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 결과 금주는 무법의 시대를 낳게 됩니다. 술을 밀수, 밀매하는 갱들이 판을 쳤고, 폭력이나 살인을 비롯한 각종 조직적인 범죄가 성행하게 됩니다. 이때 ‘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알 카포네’라는 마피아가 세상에 악명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11년형을 선고받은 알 카포네가 애틀랜타 연방 교도소로 이송되는 기차 안에서 시가를 피우고 있습니다. 1932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11년형을 선고받은 알 카포네가 애틀랜타 연방 교도소로 이송되는 기차 안에서 시가를 피우고 있습니다. 1932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알 카포네는 시카고에서 1000여 명의 조직원을 이끌며 불법 알코올 제조와 유통에 기반을 둔 범죄 제국인 ‘시카고 아웃핏’을 구축합니다. 이탈리아계 마피아 알 카포네는 21살에 시카고 뒷골목을 장악하고 주류 사업과 성매매 알선, 도박 등으로 연간 60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마피아 영화에서 클리쉐처럼 등장하는 중절모를 삐딱하게 쓰고 시가를 태우며 톰슨 기관단총을 쏴 갈기는 모습은 알 카포네 갱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당시 각계각층의 관료를 포함해 정치인, 판사까지 매수해 그를 합법적으로 체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양조시설까지 사들여 직접 밀주를 제조하기도 했습니다.
◇알 카포네와 밀주
경찰이 밀주업자의 차량에 숨겨진 밀주를 꺼내고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경찰이 밀주업자의 차량에 숨겨진 밀주를 꺼내고 있습니다. 1930년대 미국 /게티이미지코리아
당대 최대 유통망을 갖춘 알 카포네는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등에 밀주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찰에 걸리지 않고 소비자에게 술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경찰보다 빠르고 성능 좋은 자동차와 귀신같은 운전실력을 겸비한 드라이버들이 필요했습니다. 이들은 기존 차량의 엔진을 출력 좋은 고성능 엔진으로 바꾸고, 조수석과 뒷자리를 제거해 최대한 많은 밀주를 운반했습니다. 경찰과의 추격전을 대비한 다양한 꼼수도 눈에 띕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연막이 터지면서 추격하는 차량에 기름을 뿌리고 압정을 발사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에 화려한 운전실력을 뽐내며 드리프트도 자유자재로 하는 ‘베스트 드라이버’들이 배출됐다고 합니다. 이는 훗날 미국 최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나스카’ 탄생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금주법이 폐지될 무렵에는 대다수의 증류소가 폐업하게 되고 미국 주류 산업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금주법은 사회의 부패를 바로 잡으려는 시도로 시작됐지만, 부패의 주요 원인으로 전락했습니다. 금주법의 유일한 수혜자는 주류 밀매업자와 범죄 집단, 정부의 부패한 세력뿐이었습니다.
1929년 10월에 대공황이 미국을 덮치면서 금주법은 힘을 잃게 됩니다. 증권시장의 붕괴로 주가가 폭락하고 생산산업은 반토막이 납니다. 무역량은 70% 축소됐으며,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습니다. 악의 고리가 형성된 셈입니다. 버번이나 증류주의 주요 원료인 옥수수나 곡물 등은 창고에 쌓이거나 버려졌습니다. 결국 미 정부는 주류 판매를 통해 세수를 회복하고 음지로 빠진 양조업계를 다시 살려야겠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루스벨트가 금주법 폐지를 제1 공약으로 내세워 전 국민의 엄청난 지지와 함께 1932년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이듬해 1933년, 금주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금주법이 막을 내리자 시민들이 술집에서 축배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1933년 미국, 시카고 /게티이미지코리아
금주법이 막을 내리자 시민들이 술집에서 축배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1933년 미국, 시카고 /게티이미지코리아
막혔던 혈관이 트이면서 미국 거리에는 술이 돌고, 도시는 다시 활력을 찾기 시작합니다. 양조업자들은 산속에서 다시 도시로 돌아왔고 음지에 있던 술집들은 다시 양지로 나오게 됩니다. 마피아들은 주 수입원이었던 밀주가 없어지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금주법이 시행된 13년 동안 정체를 알 수 없는 독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여명. 일시적으로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그 후폭풍은 거셌습니다. 알 카포네 같은 갱단의 조직적인 밀주 유통이 오늘날 마약 밀매사업의 원조가 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인간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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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베어
2023.12.07 06:27:06
합법적인 성매매를 막으니 풍선효과로 성폭행, 간통 등등....성매매는 사라지지않고 다만 음지로 숨어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고......사회는 성 관련 범죄만 폭증할 뿐..... 욕구를 해결할 길을 열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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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ortalis
2023.12.07 03:10:59
18세기 스코틀랜드 국민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는 "자유와 위스키"를 엮어서 유명한 시 구절을 읊었다. "자유와 위스키는 함께 간다(Freedom and Whisky gang Thegither(=Freedom and Whiskey go Together)" 넷플릭스 미드 '아웃랜더'에서도 술꾼들이 목청 높여 이 말을 외치며 위스키를 들이킨다. 요즘 갑자기 위스키 열풍이 불어닥쳐 값이 엄청 올랐다던데 위스키 마실 자유도 스러지는 것 아닌가. 얼마 전 찰스 국왕이 尹대통령에게 선물한 스코틀랜드産 위스키를 '국가기록물' 어쩌구 하면서 마실 수 있네 없네 하던데.. 이 싯귀가 딱 떠올랐다. 선물받은 위스키를 마실 자유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술에 대한 모독이다. 벌써 다 마셔버렸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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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12.07 06:18:35
'미국에겐 전쟁 특수를 안겼습니다'(?) 유정 명사에는 '에게', 무정 명사에는 '에'를 사용한다. '미국에겐'이 아니라 '미국엔''미국에는'으로 쓰기 바란다. <표준국어대사전>에게 (사람이나 동물 따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 붙어) 2.[조사]어떤 행동이 미치는 대상을 나타내는 격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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