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합에서
지난 금요일 저녁 내가 소속된 법인 이사회에 갔다. 그곳은 수성구에 있는 횟집이었다. 그날은 바람이 세차 거리의 낙엽들이 마구잡이로 날리며 돌아다녔다. 지하철 대구은행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려고 했으나 빈 택시가 와서 탔다. 얼마 만에 택시를 타는지 기억조차 없으며 기본요금이 4,000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횟집에 들어갔더니 이곳저곳 객들이 꽉 차 있었다. 안내받아 객실로 들어갔더니 아직 일렀다. 약속 시간이 되자 법인 총재님과 이사장이 오셔서 일일이 이사의 손을 잡아주셨다. 이사진의 면면을 보니까 다들 대단한 분이었다. 대구에서 굴지의 조경 사업을 하는 분, 건축사, 의사, 교수, 기업체 사장으로 내가 어떻게 이사가 되었을까 싶었다. 아마도 법인의 소식지 편집을 맡아 다년간 봉사한 일로 발탁되지 않았을까 싶다.
맛깔스럽게 차려진 음식이 들어왔다. 쟁반에 차려진 회는 광어, 대방어, 참가자미였다. 음식은 코스 요리처럼 계속 나왔다. 식대는 一人 당이었는데 그 값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동안 경산 한구석에 살다 보니 촌놈이 다 된 느낌이었다. 앉다 보니 총재님 옆에 자리했다. 옛날 같으면 먼발치에서 볼 일이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뵙다니 영광이었다.
총재님의 모두 발언에서 새로 구성된 이사진에게 감사하며, 다카시 박사의 ‘如己愛人’ 정신을 이웃에 알리도록 하자고 하셨다. 이어서 이사장께서 그간의 활동과 내년의 사업계획을 말씀하셨다. 학생들의 독후감 모집과 시상자들의 성지 순례를 잘 마쳤으며 신자들의 고토 순례도 잘 마쳤다고 했다. 내년에는 독후감 모집도 이원화하여 기존의 청소년과 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회는 소주와 곁들어 먹는 것이 궁합에 맞다. 그런데 그런 곳에 막걸리를 찾으면 되겠는가? 감히 입 밖에 말 못 하고 있으니 맥주가 나왔다. 총재께서 주시니 홀짝홀짝 받아 마셨다. 맥주도 처음 보는 상표이며 소주도 ‘02’였다. 올해 마무리하는 이사회였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내년에 만나자고 했다.
회합을 마치고 횟집에서 나왔더니 바람이 세찼다. 총재께서는 작별 인사로 일일이 이사들의 손을 잡아주셨다. 길 건너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으나 15분 후에 온다는 메시자 떴다. 택시가 오길래 얼른 세워 탔다. 기사는 범어역으로 이동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정치하는 사람들 자기 밥그릇 챙기느라 민생의 아픔을 모르듯 기사 자신도 차 안에 있으니 밖에 바람이 부는지 추운지 몰랐다고 했다. 그새 범어역에 와서 지하철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