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직무대리 이개호)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산 달걀 살충제 안전관리대책’에 대한 현안보고를 받고 정부의 대응을 중점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살충제 성분 달걀 파동은 ‘예견된 대란’ ‘인재’”라고 일제히 질타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가장 중요한 부식인 달걀로 국민께 큰 불편과 걱정을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 안전하고 건강한 농축산물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소비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개선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안일했다”=여야 의원들은 제일 먼저 안일한 정부의 대응을 문제삼았다. 시민단체와 전문가·언론이 오래전부터 산란계농가의 살충제 사용을 경고해왔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당 소속인)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이 일부 농가가 진드기 발생을 막고자 맹독성 농약을 닭과 달걀에 살포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 그 후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따졌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은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구체적으로 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도 “모든 농가가 살충제를 쓰는 것이 상식인데,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단 한번도 달걀의 잔류농약을 검사하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공직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영천·청도)은 “농식품부는 지난해 7~8월 산란계농가에서 농약을 사용한다는 제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불편한 진실을 회피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인증관리 실패다”=친환경인증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살충제를 일절 쓸 수 없게 돼 있는 ‘친환경산란계농장’이 살충제 부적합 사례의 63%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이번 사태로 인해 모든 친환경농축수산물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며 “친환경인증관리 실패”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먹거리문제인 만큼 한번 실수하면 영원히 아웃시키는 초강경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도 “국민은 인증마크를 보고 달걀을 고르는데, 정작 공무원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를 호되게 나무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인증기관을) 통폐합할 수 있으면 통폐합하고 철저히 지도·관리하겠다”며 친환경규정을 어긴 농가에 대한 처벌 강화도 검토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전수조사 신뢰 못할 수 있다”=살충제 성분 달걀을 찾아내기 위한 정부의 전수(全數)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경기 안산 상록을)은 “(검사요원이 무작위로 달걀을 추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사전에 연락을 받은 농장주가 준비해둔 달걀을 수거해 조사한다는데 사실이냐”고 추궁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전남 광양·구례·곡성)도 “검사방법과 과정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이번 검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일부 표본에 문제가 있어 121곳에 대해 다시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밀집 사육환경 개선해야 한다”=의원들은 또 “밀집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을)은 “공장식 배터리 케이지 사육환경에선 진드기문제를 피할 수 없다”며 “밀집 사육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선의지도 불분명하고 계획도 불확실하다”고 질타했다. 위성곤 의원은 “케이지 밀집사육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축산업은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권석창 의원은 “(닭이 바닥에서 사육되는) 평사의 경우 진드기가 붙으면 닭이 흙목욕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닭장 사육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사 사육을 권장하고 친환경인증을 동물복지인증처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이만희 의원은 “진드기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사육환경인데, 정부가 추천한 14가지 약품에 내성이 생겨 금지된 약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권석창 의원은 “산란계는 대략 1년 정도 달걀을 낳은 뒤엔 한마리당 400~500원에 통조림가공공장으로 간다”며 “추적·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이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22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하도록 요구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는 농식품부와 별개로 살충제 성분 달걀의 유통단계를 관리·감독하는 식약처의 현안보고와 질의도 필요하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