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월 27일은 조선의 22대왕 정조의 즉위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48년전입니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와 함께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뤄었다는 평가를 받는 군주입니다. 정조는 영조의 손자 그리고 유래가 없는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사망하게 한 그 아픈 역사를 안고 새로운 왕으로 오른 인물입니다. 한국은 지금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갈등 국가입니다. 그런 갈등의 역사 근원을 조선시대 당파싸움으로 판단하는 시각도 상당한 것이 사실입니다. 혹자는 민주주의의 근본인 견제와 균형의 상징인 정당의 근원을 조선의 당파로 판단하려는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파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이 사실 아니겠는냐는 느낌입니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때부터 당파의 살벌한 갈등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인 사도세자도 석연치 않은 사유로 사살당하고 그 뒤를 이어 세손의 자격으로 세자에 임명됐고 끊임없는 사살의 위험속에 드디어 바로 248년전인 오늘 왕에 오릅니다. 그동안 그야말로 숱한 살해의 위험속에 역사상 최대의 시련을 지닌 후계자로서의 피곤함을 지닌 정말 역대급 시련의 장본인이 바로 정조 아닙니까. 정조는 즉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지요.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말입니다. 정조가 등극하고 난 뒤 많은 개혁을 추진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서슬이 시퍼른 당파에 예외일 수는 없었습니다. 정조의 치적은 많지만 그의 패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종교 탄압이었지요.
정조가 등극한 해인 1776년은 무슨 해입니까. 바로 미국이 독립한 바로 그해입니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을 일으켜 미국이 독립한 해라는 것입니다. 지금 천조국 그리고 세계의 경찰국가이자 미국이 하려고 하면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그런 나라 미국이 독립해서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등극한 그런 해에 한국에서 정조가 정권을 잡은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776년 4월 27일 정조인 이산님이 조선의 왕에 등극했고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1776년 7월 4일 조지 워싱턴님이 미국 대통령에 등극했습니다. 정조와 워싱턴은 군주 동기생이기만 정조가 조금 일찍 권력을 잡았습니다.
유럽은 중세시대 그러니까 서로마가 멸망한 476년부터 동로마가 멸망한 1453년까지 천년동안 암흑시대를 보낸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유럽의 각축전 다시말해 종교개혁으로부터 시작된 각국의 살벌한 종교전쟁 그리고 대항해시대라고 포장된 식민지 각축전을 거칩니다. 영국에서 대거 미국이란 거친 대지로 이주하고 그리고 그곳에서 발생한 자생적 독립정신 또한 독립의지 그런 것이 표출된 것이 미국 본토 저항정신입니다. 그것이 모야져 영국과의 독립전쟁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탄생된 것이 미국의 독립입니다. 그와 똑같은 시절을 보낸 것이 바로 조선의 영정조 시대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조선의 영정조시대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볼 때는 야만스러워도 그렇게 야만스러울 수 없는 시절 아닙니까.
313년 로마에서 종교로 승인을 받은 후 1천 4백년이 흘러 조선땅까지 흘러들어온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심복이었던 정약용을 귀양보내고 그의 형제들을 살육한 사건이 바로 정조때 발생합니다. 유럽에서는 중세의 종교적 지배에서 벗어나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인본주의가 흥하고 그후에도 종교개혁이라는 것을 통해 엄청난 종교적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1517년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이 일어난지 2백60년이 지난 뒤 세계적인 종교를 자리잡았다는 그 기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죽어간 것이 바로 조선입니다. 서기 100년부터 300년 동안 로마에서 자행됐던 그 종교 탄압보다 더 살벌하게 처참한 살육이 벌어진 것이 바로 정조시대입니다. 그 배후에는 당파의 갈등과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치적 살벌한 투쟁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시대를 읽지 못함과 국제적 감각이 없는 나라가 겪을 수밖에 없는 그 비참한 경험을 조선 아니 한국의 선조들은 행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해할 수 없는 행위는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압축성장으로 대변되는 그 중간적 과정과 행위 상실로 인한 폐해를 지금도 한국은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의정갈등입니다. 그 어느 나라에서 의사와 정부가 이렇게 총과 칼을 앞세우면서 살벌한 투쟁을 합니까.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습니다. 선진국 외국에서는 아주 천천히 사회적 합의를 거치면서 이뤄진 것들이 한국은 그 단계를 뛰어넘은 조급함의 결과물로 보여집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대열에 합류했다고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조선시대 영정조때 행한 그 탕평책도 한국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세계는 지금 우주로 AI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당파싸움 그리고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정치적 후진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야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그야말로 겨우겨우 삿바싸움 하듯하고 의정갈등은 극에 달하는데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겠습니까. 경제적 폭풍우와 태풍은 바로 앞 바다까지 와 있지만 그냥 당파싸움에 몰입하고 함몰하는 그 조선시대와 달라진 것이 그다지 없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암담합니다. 없는 나라 힘든 나라 그래도 아직 멸망하지 않고 버티는 나라에 기득권이라는 세력들이 생각하는 미래는 도대체 무엇이며 이 나라 한국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참으로 막막한 생각뿐입니다.
2024년 4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