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시행을 앞두고 커지는 우려
허위조작정보 유통땐 5배 징벌배상
'국민 스스로 입 틀어막게 될 것'
법 철회 청원 한달새 14만명 동의
전문가 '권력층 보호막 악용 소지'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7월7일을 극복하는 법'이란 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달 7일부터 시행돼 '7.7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단정적 표현 대신
'~라고 주장한다'거나 '~라는 소리가 들린다'는 식으로 글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각정 맘카페에도 '7.7부터 입틀막법 시행이에요.
인터넷 글 쓸 때 조심'과 같은 글이 잇따랐다.
평소 스트레스 등 소셜미디어 '좋아요'를 누르며 소극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는 회사원 이다희(29.여)씨도
정통망법 시행을 앞두고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씨는 '글 쓰는 걸 통제하기 시작하면 동조 행위도 통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당에선 '스타박스 가야지' 표현으로 야구부 해체발언까지 나오는데, 혐오 판단을 내리는 주체가 정부라면
스스로 입을 틀어 막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처럼 개정 정통멍법 사행을 앞두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검열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개정 정통망법 철회 청원'에도 지난 5~6월 한 달 사이 14만명이 이상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조건(5만명 이상)을 달성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강행 처리한 개정 정통망법은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 유통 시
발생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골자다.
또 하루 100만 명이 이상이 이용하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해당 정보의 삭제 및 차단 등 유통 방지 의무를 강제하고,
위반 행위 반복시 플랫폼 사업자에게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도록 하는 제재 조항도 담았다.
각계와 우려 탓에 정통망법은 입법 과정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12월 과방위 심사 단계부터 국민의힘은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온라인 입틀막법이자 포털 통제법'이라고 반발했다.
'좋아요 눌러도 처벌받나' 검열 공포에 떨고 있는 2030
77일 정통망법 시행, 시민 반발
허위조작정보 여부, 민간단체가 판단
정부 지원금 의존해 입김 가능성 커
야권 '권력에 대한 검증 기능 미비'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민변.참여연대 등도 '공론장 위축이 우려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과방위 의결을 강행했고, 같은 달 본회의에서도 애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결한 뒤
범여권 단독으로 의결했다.
지난 1월6일 공포된 정통망법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검열 포비아가 번지는 건 처벌 조항을 담은 대규모 규제가 새로 시향되는데도 모호성이 크기 때문이다.
새 법령에 따르면 무엇이 허위정보인지 가려내는 실무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산하 투명성센터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는
'사실확인 단체(민간단체)가 전담한다.
결국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셈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형태로 사실확인 단체들이 설립되면 정부가 예산 권한 등을 악용해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오경대 연구원은 '사실확인 단체 자체가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대응 수위를 놓고 여야 입장이 엇갈렸던 '스타벅스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사실 확인 단체'가 내라는 결정을 둘러싸고
또다른 정쟁이 유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부과된 징벌이 '자기 검열'이라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네이버.카카오.메타 등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는 불법.허위조작 정보 신고 접수시 즉각적인 삭제와 개정 정지를 이행하고
투명성 보고서를 의무 제출해야 한다.
정부 명령 불이행 시 형사처벌과 과징금을 떠안게 된다.
이성엽(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이 리스트 최소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사전 필터링을 가동하면서 합법적 정책 비판이나 권력 풍자미디어 방어적 차원의 자체 검열망에 걸려
차단당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보수 야권도 적극 공세에 나섰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통째로 덜어내고, 명벡한 '불법정보'만을 규제 대상으로 한정하는
대체 방안을 발의했다.
AI 검열에 대항할 이의제기 수단도 마련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허위 기준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옥죄는 구조가 완성되면 권력에 대한 검증 기능은 마비되고
공론장은 회복 불능의 위축을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이버 레케 등 극심한 사회적 폐해를 막기 위해 플랫폼의 관리 책임을 법에 최초로 명시한 것은
진전'이라면서도 '민간 팩트체크 생태계가 무너진 마당에 당장 누가 방대한 사실확인을 감당할지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종빈(한국정치학회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정법이 권력층의 비위를 덮고 의혹 제기를 봉쇄하는 보호막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데, 여야 합의 없이 덜컥 법부터 통과시켰다.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영익. 박준규 기자